청계천 숭인동 아파트 상가 화재 무방비상태

입력 1993.01.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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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우암상가아파트와 같은 복합건물인 상가아파트는 상가의 대부분이 인화성이 강한 물건들을 취급하고 있어서 사고의 위험이 큰데다가 상가 건물위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어서 사고가 날 경우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기본적인 소방시설마저 갖추고 있지 않은 그런 실정입니다. 그 실태를 김형근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김형근 기자 :

폭발할까봐 미군들이 통행금지령까지 내렸다는 청계천 그러나 정작 복개천보다 금방 무너질 것 같은 상가아파트가 더 위험스럽게 보입니다. 지은 지 20년이 넘는 청계6가의 한 아파트입니다. 일층은 모두 상가입니다. 비상계단에까지 물건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뒤쪽으로 나가는 비상구는 완전히 잠겨있습니다.

여기 어떻게 들어가요?

건물뒤편은 온통 쓰레기와 물건으로 덮여있어 소방차는커녕 사람이 지나다니기도 힘이 듭니다. 2층부터는 좁은 복도를 따라 구멍가게 같은 방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한 층에 1개밖에 없는 비상벨은 그나마 모두 고장 나 있습니다. 소화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 동안 손도 안 댔는지 녹과 먼지가 범벅이 되어 날립니다. 두꺼비집도 두껍게 녹이 슬어 있습니다.


질 :

여기 겁나지 않아요?


주민 :

겁나지요.


질 :

어떤 점이 겁나요?


답 :

헐어질 것 같고요. 좀 낡아가지고 뭐 조금만 새도 막 새고 그래요.


김형근 기자 :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20개가 넘는 가스통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별도 용기 보관시설이라곤 찾아 볼 수도 없고 눈비에 그냥 방치된 채 마구 녹이 슬어 있습니다.


이렇게 씌어가지고 눈비를 안 맞게 해야 되는데 이런 것처럼 그냥 막 노출이 돼 있어요. 그러면 이게 인제 녹이 슬어 버려요.


김형근 기자 :

3미터 이상이면 금속배관을 써야하지만 고무관으로 길게 연결해 쓰고 있습니다. 관이 빠질 위험은 물론이고 조금만 열에도 녹아버릴 수 있습니다.

청계7가의 다른 상가아파트입니다. 검게 변한 계단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습니다. 그나마 계단은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습니다. 이처럼 좁은 계단에도 구석구석 물건이 쌓여있습니다. 이곳도 소화시설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10년 동안 누가 한 번도 안 건드린 거예요.


김형근 기자 :

전기 배선도 제멋대로입니다. 아무렇게나 끊고 이은 전기선이 엉켜있습니다.


주민 :

화재가 났었지요.

질 :

화재가 났었어요?

답 :

그 저기 전기 쇼크로 해 가지고 작년가을 여기 금성비디오 있지요 거기하고 그 2층…….


김형근 기자 :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또 다른 상가아파트입니다. 거미줄처럼 얽힌 전깃줄이 온통 머리 위를 메우고 있습니다. 가는 선까지도 모두 전봇대에서 직접 연결해 갔습니다. 군데군데 끊긴 선이 처리도 안 된 채 늘어져 있고 그 옆으로 가스통이 위태롭게 놓여있습니다. 건물 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두꺼비집 안은 전깃줄이 실타래처럼 엉켜있습니다. 건물 한쪽의 비상계단 옆은 아예 쓰레기 소각장입니다. 계단과 벽이 검게 그을려 있습니다.


주민 :

지나가는 사람이 불이 나니까는 소방서에 연락하고 그러면 소방차가 와가지고 쓰레기장에 물뿌리고 가고 진짜 겁나요. 여기 있는데 겁난다니까. 밤에 가서 잠도 제대로 안 온다니까요.


김형근 기자 :

사정이 이런데도 관할 소방서는 무사태평입니다.


(서울중부소방서 지도계장) :

작년 1월에서 2월에 걸쳐서 했어요. 지금 다 돼가지고 있어요. 법정시설은 다 갖추고 있고…….


김형근 기자 :

한 시간 남짓한 불로 수십 명이 숨진 우암아파트 사고는 바로 이러한 당국의 관리 소홀과 주민들의 무관심이 누적돼 일어났습니다. 바로 이 순간 어느 한 구석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참사를 미리 막아야 할 것입니다. KBS뉴스 김형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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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계천 숭인동 아파트 상가 화재 무방비상태
    • 입력 1993-01-08 21:00:00
    뉴스 9

청주 우암상가아파트와 같은 복합건물인 상가아파트는 상가의 대부분이 인화성이 강한 물건들을 취급하고 있어서 사고의 위험이 큰데다가 상가 건물위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어서 사고가 날 경우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기본적인 소방시설마저 갖추고 있지 않은 그런 실정입니다. 그 실태를 김형근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김형근 기자 :

폭발할까봐 미군들이 통행금지령까지 내렸다는 청계천 그러나 정작 복개천보다 금방 무너질 것 같은 상가아파트가 더 위험스럽게 보입니다. 지은 지 20년이 넘는 청계6가의 한 아파트입니다. 일층은 모두 상가입니다. 비상계단에까지 물건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뒤쪽으로 나가는 비상구는 완전히 잠겨있습니다.

여기 어떻게 들어가요?

건물뒤편은 온통 쓰레기와 물건으로 덮여있어 소방차는커녕 사람이 지나다니기도 힘이 듭니다. 2층부터는 좁은 복도를 따라 구멍가게 같은 방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한 층에 1개밖에 없는 비상벨은 그나마 모두 고장 나 있습니다. 소화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 동안 손도 안 댔는지 녹과 먼지가 범벅이 되어 날립니다. 두꺼비집도 두껍게 녹이 슬어 있습니다.


질 :

여기 겁나지 않아요?


주민 :

겁나지요.


질 :

어떤 점이 겁나요?


답 :

헐어질 것 같고요. 좀 낡아가지고 뭐 조금만 새도 막 새고 그래요.


김형근 기자 :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20개가 넘는 가스통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별도 용기 보관시설이라곤 찾아 볼 수도 없고 눈비에 그냥 방치된 채 마구 녹이 슬어 있습니다.


이렇게 씌어가지고 눈비를 안 맞게 해야 되는데 이런 것처럼 그냥 막 노출이 돼 있어요. 그러면 이게 인제 녹이 슬어 버려요.


김형근 기자 :

3미터 이상이면 금속배관을 써야하지만 고무관으로 길게 연결해 쓰고 있습니다. 관이 빠질 위험은 물론이고 조금만 열에도 녹아버릴 수 있습니다.

청계7가의 다른 상가아파트입니다. 검게 변한 계단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습니다. 그나마 계단은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습니다. 이처럼 좁은 계단에도 구석구석 물건이 쌓여있습니다. 이곳도 소화시설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10년 동안 누가 한 번도 안 건드린 거예요.


김형근 기자 :

전기 배선도 제멋대로입니다. 아무렇게나 끊고 이은 전기선이 엉켜있습니다.


주민 :

화재가 났었지요.

질 :

화재가 났었어요?

답 :

그 저기 전기 쇼크로 해 가지고 작년가을 여기 금성비디오 있지요 거기하고 그 2층…….


김형근 기자 :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또 다른 상가아파트입니다. 거미줄처럼 얽힌 전깃줄이 온통 머리 위를 메우고 있습니다. 가는 선까지도 모두 전봇대에서 직접 연결해 갔습니다. 군데군데 끊긴 선이 처리도 안 된 채 늘어져 있고 그 옆으로 가스통이 위태롭게 놓여있습니다. 건물 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두꺼비집 안은 전깃줄이 실타래처럼 엉켜있습니다. 건물 한쪽의 비상계단 옆은 아예 쓰레기 소각장입니다. 계단과 벽이 검게 그을려 있습니다.


주민 :

지나가는 사람이 불이 나니까는 소방서에 연락하고 그러면 소방차가 와가지고 쓰레기장에 물뿌리고 가고 진짜 겁나요. 여기 있는데 겁난다니까. 밤에 가서 잠도 제대로 안 온다니까요.


김형근 기자 :

사정이 이런데도 관할 소방서는 무사태평입니다.


(서울중부소방서 지도계장) :

작년 1월에서 2월에 걸쳐서 했어요. 지금 다 돼가지고 있어요. 법정시설은 다 갖추고 있고…….


김형근 기자 :

한 시간 남짓한 불로 수십 명이 숨진 우암아파트 사고는 바로 이러한 당국의 관리 소홀과 주민들의 무관심이 누적돼 일어났습니다. 바로 이 순간 어느 한 구석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참사를 미리 막아야 할 것입니다. KBS뉴스 김형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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