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9 현장 피라미드식 판매 산골까지 확산

입력 1993.04.07 (21: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유근찬 앵커 :

얼마 전 저희 KBS 9시 뉴스현장은 일확천금을 조장하는 이른바 피라밋 판매가 대학가에 파고들어서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 피라밋 판매는 농, 어촌에까지도 침투를 해서 농, 어촌 젊은이들의 이농을 부채질하고 있는가 하면은 한마을 전체가 말려들면서 끈끈했던 인간관계까지 파괴시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 현장을 박찬옥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찬옥 기자 :

4월에도 눈이 채 녹지 않는 강원도 삼척의 산골마을 하장면 갈전리.

취재팀이 이곳을 찾은 것은 현재 걷잡을 수 없이 피라밋 판매에 휘말리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더 이상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한 주민의 호소전화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군에서 갓 제대한 남재준씨의 아들에게 서울에 가 있던 고향친구가 찾아와 좋은 돈벌이가 있다며 꾀었습니다.

친구를 따라 며칠 동안 서울을 다녀온 아들은 놀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며 남씨에게 3백만 원만 마련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남재준 (주민) :

어떤데가 있는데 돈 3백만 원만 있으면 아주 직장이 좋고 일 한 개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서 사무만 보고 그냥 앉아서 놀고 이러고 돈을 한 달에 8-90만원씩 번다니 안줄 수가 있어야죠.

이놈을 글쎄 이놈을 글쎄 이게 돈 6백만 원 가지고 가 그거 4채 가져왔어요.


박찬옥 기자 :

그러나 아들은 불과 석달만에 돌아왔고 두 손에는 자석요 2채만이 달랑 들려 있었습니다.

옆집에 사는 이기섭씨 부부도 같은 경우를 당했습니다.

늦게 둔 외아들이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를 만 난 뒤 자기에게 거짓말까지 해 꼼짝없이 속았다는 것입니다.

“아드님이 뭐라 그러면서 4백만 원 달라 그랬어요?”


김순녀 (주민) :

그래 뭐 회사 일하는데 기계를 사면서 하면 쉽데, 그런다고 얘기좀 해본다고 그리고 속았지 뭐 우리가.

“그거 어떻게 마련해서 주셨어요 아드님한테?”

“소 한 마리 팔고 서울에 지 형아가 또 3백만원 대고 이래가지고 4백만원 들어갔잖어.”


박찬옥 기자 :

이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이들만이 아닙니다.

4형제가 몽땅 피라밋 판매에 빠져 서울로 올라간 집이 있는가 하면 처남, 매부가 차례로 뛰어들어 일가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집까지 있습니다.

80가구가 조금 넘는 마을에서 30여명이 그것도 주로 젊은이들이 피라밋 판매에 관련돼 있을 정도입니다.


배광식 (갈전리 이장) :

한두사람 아니고 젊은 애들이 하나 뭐 어디 써보니 좋다 하니까 그 사람 또 포섭돼 들어가고 또 포섭돼 들어가고.


남재학 (주민) :

여기는 거의 다 떠났어요.

젊은 사실 쓸만한 사람들은 다들 갔다고요.

이 동네 그래도 뭐.


박찬옥 기자 :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한적하기만한 전라도의 한 농촌, 지난 가을 서울에 가 있던 이 마을 젊은이가 갑자기 고급 승용ㅊ파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사업을 해 많은 돈을 벌었다면서 친구들에게 몇천만원이 들어 있는 통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용민 (주민) :

자가용도 굉장히 좋은 차로 끌고 와갖고 거기 올라가갖고 불과 몇 달만에 이렇게 돈을 벌어갖고 이런 차를 끄신다고 하면서 유혹을 하면서 가자고 인제 그렇게 데리고 가는 같애요.


박찬옥 기자 :

이렇게 해서 여기에 말려든 사람이 이 조그만 마을에서만 4050명.


주민 :

저번에 말렸는데 가더라고.

없어요, 거기 빠지니까 도저히 그거는 안되더라고.

“도저히 말을 안듣습니까?”

“안 들어요. 내가 타이르고, 안되요.”


박찬옥 기자 :

또 다른 마을에서는 아예 사람만 소개해 달라며 접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골 생활에서 3백만원이 넘는 큰 돈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김평윤 (화장품 대리점 주인) :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니까 인제 전세금을 빼가지고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까같이 자기 논 정도가 있다고 그러면은 농협에서 융자를 받아가지고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고 그랬어요.


박찬옥 기자 :

더구나 여기에 끼어들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쉬쉬하며 자신들이 겪었던 일들을 숨기려고만 합니다.

이 사업에 끌어들였던 사람이 대개 친척이나 친한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잠시라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극심히 후유증을 앓는다는 것입니다.


문덕기 (주민) :

그런놈이 일을 하것소, 쉽게 빠져서 돈을 번디, 지들 돈을 빨리 번디, 오히려 손 흙 안묻히고 나가서 돈을 번디 뭔 일 하겄다고 농사짓고 있을랍디요.


피라밋 판매원 :

농사 지어봐도 얼마 남는 것도 없고 그리고 현 사회의 3D 현상이라고 그러죠.

어렵고, 더러운 일, 힘들고 위험한 일은 안할려고 그러니까 또 젊은 사람들이 한탕주의쪽으로.


김정수 (한국 MLM 연구소장) :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에 있는 젊은이들도 후유증은 상당히 심각하다고 봐요 제 스스로는.

우선 첫 번째 그 사람들이 이전의 자기 생활터전으로 돌아가지 않을라고 한다는거, 그 다음에 건강한 생활로 다시 돌아올 수가 없다는거, 그래서 그런 가장 큰 문제와 더불어 재산상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입고 돌라가면 올라갈수록 피해가 누적된다는 사실을 아셔야 됩니다 피라밋에서는.


박찬옥 기자 :

일확천금을 노리며 끊임없이 사람사냥에 나서야 하는 피라밋 판매방식.

피해자는 곧 가해자가 되어 또 다른 피해자를 찾아 나서야 하는 악순환이 우리 사회를 더욱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찬옥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9 현장 피라미드식 판매 산골까지 확산
    • 입력 1993-04-07 21:00:00
    뉴스 9

유근찬 앵커 :

얼마 전 저희 KBS 9시 뉴스현장은 일확천금을 조장하는 이른바 피라밋 판매가 대학가에 파고들어서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 피라밋 판매는 농, 어촌에까지도 침투를 해서 농, 어촌 젊은이들의 이농을 부채질하고 있는가 하면은 한마을 전체가 말려들면서 끈끈했던 인간관계까지 파괴시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 현장을 박찬옥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찬옥 기자 :

4월에도 눈이 채 녹지 않는 강원도 삼척의 산골마을 하장면 갈전리.

취재팀이 이곳을 찾은 것은 현재 걷잡을 수 없이 피라밋 판매에 휘말리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더 이상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한 주민의 호소전화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군에서 갓 제대한 남재준씨의 아들에게 서울에 가 있던 고향친구가 찾아와 좋은 돈벌이가 있다며 꾀었습니다.

친구를 따라 며칠 동안 서울을 다녀온 아들은 놀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며 남씨에게 3백만 원만 마련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남재준 (주민) :

어떤데가 있는데 돈 3백만 원만 있으면 아주 직장이 좋고 일 한 개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서 사무만 보고 그냥 앉아서 놀고 이러고 돈을 한 달에 8-90만원씩 번다니 안줄 수가 있어야죠.

이놈을 글쎄 이놈을 글쎄 이게 돈 6백만 원 가지고 가 그거 4채 가져왔어요.


박찬옥 기자 :

그러나 아들은 불과 석달만에 돌아왔고 두 손에는 자석요 2채만이 달랑 들려 있었습니다.

옆집에 사는 이기섭씨 부부도 같은 경우를 당했습니다.

늦게 둔 외아들이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를 만 난 뒤 자기에게 거짓말까지 해 꼼짝없이 속았다는 것입니다.

“아드님이 뭐라 그러면서 4백만 원 달라 그랬어요?”


김순녀 (주민) :

그래 뭐 회사 일하는데 기계를 사면서 하면 쉽데, 그런다고 얘기좀 해본다고 그리고 속았지 뭐 우리가.

“그거 어떻게 마련해서 주셨어요 아드님한테?”

“소 한 마리 팔고 서울에 지 형아가 또 3백만원 대고 이래가지고 4백만원 들어갔잖어.”


박찬옥 기자 :

이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이들만이 아닙니다.

4형제가 몽땅 피라밋 판매에 빠져 서울로 올라간 집이 있는가 하면 처남, 매부가 차례로 뛰어들어 일가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집까지 있습니다.

80가구가 조금 넘는 마을에서 30여명이 그것도 주로 젊은이들이 피라밋 판매에 관련돼 있을 정도입니다.


배광식 (갈전리 이장) :

한두사람 아니고 젊은 애들이 하나 뭐 어디 써보니 좋다 하니까 그 사람 또 포섭돼 들어가고 또 포섭돼 들어가고.


남재학 (주민) :

여기는 거의 다 떠났어요.

젊은 사실 쓸만한 사람들은 다들 갔다고요.

이 동네 그래도 뭐.


박찬옥 기자 :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한적하기만한 전라도의 한 농촌, 지난 가을 서울에 가 있던 이 마을 젊은이가 갑자기 고급 승용ㅊ파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사업을 해 많은 돈을 벌었다면서 친구들에게 몇천만원이 들어 있는 통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용민 (주민) :

자가용도 굉장히 좋은 차로 끌고 와갖고 거기 올라가갖고 불과 몇 달만에 이렇게 돈을 벌어갖고 이런 차를 끄신다고 하면서 유혹을 하면서 가자고 인제 그렇게 데리고 가는 같애요.


박찬옥 기자 :

이렇게 해서 여기에 말려든 사람이 이 조그만 마을에서만 4050명.


주민 :

저번에 말렸는데 가더라고.

없어요, 거기 빠지니까 도저히 그거는 안되더라고.

“도저히 말을 안듣습니까?”

“안 들어요. 내가 타이르고, 안되요.”


박찬옥 기자 :

또 다른 마을에서는 아예 사람만 소개해 달라며 접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골 생활에서 3백만원이 넘는 큰 돈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김평윤 (화장품 대리점 주인) :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니까 인제 전세금을 빼가지고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까같이 자기 논 정도가 있다고 그러면은 농협에서 융자를 받아가지고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고 그랬어요.


박찬옥 기자 :

더구나 여기에 끼어들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쉬쉬하며 자신들이 겪었던 일들을 숨기려고만 합니다.

이 사업에 끌어들였던 사람이 대개 친척이나 친한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잠시라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극심히 후유증을 앓는다는 것입니다.


문덕기 (주민) :

그런놈이 일을 하것소, 쉽게 빠져서 돈을 번디, 지들 돈을 빨리 번디, 오히려 손 흙 안묻히고 나가서 돈을 번디 뭔 일 하겄다고 농사짓고 있을랍디요.


피라밋 판매원 :

농사 지어봐도 얼마 남는 것도 없고 그리고 현 사회의 3D 현상이라고 그러죠.

어렵고, 더러운 일, 힘들고 위험한 일은 안할려고 그러니까 또 젊은 사람들이 한탕주의쪽으로.


김정수 (한국 MLM 연구소장) :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에 있는 젊은이들도 후유증은 상당히 심각하다고 봐요 제 스스로는.

우선 첫 번째 그 사람들이 이전의 자기 생활터전으로 돌아가지 않을라고 한다는거, 그 다음에 건강한 생활로 다시 돌아올 수가 없다는거, 그래서 그런 가장 큰 문제와 더불어 재산상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입고 돌라가면 올라갈수록 피해가 누적된다는 사실을 아셔야 됩니다 피라밋에서는.


박찬옥 기자 :

일확천금을 노리며 끊임없이 사람사냥에 나서야 하는 피라밋 판매방식.

피해자는 곧 가해자가 되어 또 다른 피해자를 찾아 나서야 하는 악순환이 우리 사회를 더욱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찬옥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