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고사제 주입시켜 용도변경

입력 1993.08.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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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수 앵커 :

최근 풍치 지구안에 있는 택지의 경우 5층 이하의 건물 신축이 허용되는 등 건축법이 다소 완화되면서 땅값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무 밀도가 51%가 넘는 곳은 여전히 택지개발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택지로의 용도 전환을 위해서 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고사제를 주입시켜 말라 죽이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소식은 김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형근 기자 :

북한산을 끼고 호화주택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서울 평창동입니다.

산 한쪽 기슭이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변해 있습니다.

유독 이곳만 나무들이 모두 말라 죽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보면 나무마다 구멍을 뚫은 흔적이 있습니다.

한뼘쯤 되는 구멍에 흰 가루가 아직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 구멍을 통해 고사제를 집어 넣은 것입니다.


근처 공사장 인부 :

낫으로 이렇게 가지가지 치고 그러더라고요.

나무를 치면서 한 놈은 구멍 뚫었겠지.

그러니깐 가지 정리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아 그런가보다 그랬죠.


김형근 기자 :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나무들이 죽어 있습니다.

토지대장을 확인해 보니 두 곳 모두 같은 사람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무를 없애서 택지로 용도 전환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방범대원 :

나무 죽이면 토초세도 안내고 집을 지을 수 있고 일거양득이다.


김형근 기자 :

서울 우신고등학교 뒤에 있는 이 산에는 더욱 교묘한 방법에 의해서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바깥은 울창하게 놔두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안쪽의 나무만 골라 죽였습니다.

또 나무마다 하나같이 붉은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나무 밀도를 세밀히 계산해 가며 나무를 고사 시켰다는 증거입니다.


궁동주민 :

여름에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빽빽했는데 지금은 다 죽었다.


김형근 기자 :

드릴 구멍도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나무 밑둥이 온통 벌집 투성이입니다.

구멍은 한 개만 낸 젓이 아니라 삥 둘러가며 심한 곳은 10여 군데나 구멍을 뚫었습니다.

나무가 말라죽기 시작한 것이 지난 4월, 풍치지구에 대한 건축법이 완화돼 부근 땅값이 폭등한 시기와 딱 맞아 떨어집니다.


주민 :

집을 짓는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측량도 뭐 한다는 얘기도 있고 그러던데.


김형근 기자 :

그러나 정작 소유자인 우천학원측은 모르는 사실이라고 딴전만 피웁니다.


우천학원 재단 관계자 :

학교 묵인하에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학교 묵인하에 일이 저질러졌을 것 아니냐.

사실은 제가 모르고 있거든요.


김형근 기자 :

이처럼 적발돼도 잡아떼면 목격자가 없기 때문에 사법처리는 아예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번지게 되고 이것이 가뜩이나 좁은 서울의 녹지공간을 무차별하게 훼손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KBS 뉴스 김형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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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에 고사제 주입시켜 용도변경
    • 입력 1993-08-29 21:00:00
    뉴스 9

윤덕수 앵커 :

최근 풍치 지구안에 있는 택지의 경우 5층 이하의 건물 신축이 허용되는 등 건축법이 다소 완화되면서 땅값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무 밀도가 51%가 넘는 곳은 여전히 택지개발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택지로의 용도 전환을 위해서 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고사제를 주입시켜 말라 죽이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소식은 김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형근 기자 :

북한산을 끼고 호화주택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서울 평창동입니다.

산 한쪽 기슭이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변해 있습니다.

유독 이곳만 나무들이 모두 말라 죽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보면 나무마다 구멍을 뚫은 흔적이 있습니다.

한뼘쯤 되는 구멍에 흰 가루가 아직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 구멍을 통해 고사제를 집어 넣은 것입니다.


근처 공사장 인부 :

낫으로 이렇게 가지가지 치고 그러더라고요.

나무를 치면서 한 놈은 구멍 뚫었겠지.

그러니깐 가지 정리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아 그런가보다 그랬죠.


김형근 기자 :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나무들이 죽어 있습니다.

토지대장을 확인해 보니 두 곳 모두 같은 사람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무를 없애서 택지로 용도 전환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방범대원 :

나무 죽이면 토초세도 안내고 집을 지을 수 있고 일거양득이다.


김형근 기자 :

서울 우신고등학교 뒤에 있는 이 산에는 더욱 교묘한 방법에 의해서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바깥은 울창하게 놔두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안쪽의 나무만 골라 죽였습니다.

또 나무마다 하나같이 붉은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나무 밀도를 세밀히 계산해 가며 나무를 고사 시켰다는 증거입니다.


궁동주민 :

여름에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빽빽했는데 지금은 다 죽었다.


김형근 기자 :

드릴 구멍도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나무 밑둥이 온통 벌집 투성이입니다.

구멍은 한 개만 낸 젓이 아니라 삥 둘러가며 심한 곳은 10여 군데나 구멍을 뚫었습니다.

나무가 말라죽기 시작한 것이 지난 4월, 풍치지구에 대한 건축법이 완화돼 부근 땅값이 폭등한 시기와 딱 맞아 떨어집니다.


주민 :

집을 짓는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측량도 뭐 한다는 얘기도 있고 그러던데.


김형근 기자 :

그러나 정작 소유자인 우천학원측은 모르는 사실이라고 딴전만 피웁니다.


우천학원 재단 관계자 :

학교 묵인하에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학교 묵인하에 일이 저질러졌을 것 아니냐.

사실은 제가 모르고 있거든요.


김형근 기자 :

이처럼 적발돼도 잡아떼면 목격자가 없기 때문에 사법처리는 아예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번지게 되고 이것이 가뜩이나 좁은 서울의 녹지공간을 무차별하게 훼손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KBS 뉴스 김형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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