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학생서클 달라진다

입력 1995.04.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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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앵커 :

이규원씨, 대학 다닐 때 검도동아리가 있었습니까?


이규원 앵커 :

저는 여대를 나왔는데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김종진 앵커 :

그런데 요즘 여대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동아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검도부입니다. 저마다의 개성을 추구하는 신세대적인 취향을 잘 보여주는 그런 사례라고 할 것입니다.


이규원 앵커 :

반면에 80년대를 풍미했던 학술이나 이념동아리들을 찾는 학생들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라고 합니다. 요즘 이 대학생들의 동아리 세계를 취재했습니다.


구본국 기자 :

진달래가 활짝 핀 새 학기 대학 캠퍼스 새내기들을 환영하는 동아리들의 행사가 다양합니다. 입시지옥에서 해방된 95학번 새내기들, 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동아리는 어떤 것일까?

이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남학생이 아닙니다. 여자대학교 검도동아리의 여대생들입니다. 검도는 최근 여자 새내기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운동입니다.


김지윤(이화여대 검도부 신입생) :

다른 것도 많긴 하지만 정신적인 수양을 하는데 검도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구본국 기자 :

이 검도 동아리는 생긴지 2년밖엔 되진 않지만 회원들이 80명올 넘습니다. 올 해 만도 새내기들이 50명이나 몰렸습니다.


이진아(이화여대 검도부 회장) :

개인주의적인 그런 성향이 많아서 동아리를 많이 안 드는데 검도에 대한 관심이 좀 많아지면서 저희 동아리는 한 30%정도 증가했습니다.


구본국 기자 :

회원들의 열성이 높아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 동안 그것도 날마다 연습합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 특별교습도 받습니다. 이제 여대생들의 동아리 취향은 5년 전, 10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다양해 졌습니다. 마치 중국무술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전통무예인 기천 문입니다. 그동안 거의 잊혔던 기천 문이 한두 해 전부터 각 대학에서 동아리를 만들만큼 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동작 하나하나는 기를 조절해야 합니다. 정적이면 서도 동적인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정신이 맑아집니다. 무술과 춤사위를 섞어 놓은 듯한 기천문, 예전에는 몰랐던 우리 것의 깊은 멋을 새롭게 알게 합니다.


임청영(연세대 경제과) :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도 좀 맑아지는 거 같고 특히 선열들의 정신도 이어받을 수 있는거 같고 그래서 하고 있습니다.


구본국 기자 :

대학 새내기들의 동아리 활동은 과거보다 더 넓게 더 새로워지면서 고정관념을 깨고 있습니다. 밤하늘 초승달이 모처럼 또렷합니다. 오늘처럼 하늘이 맑은 날을 가장 반기는 곳은 천문 동아리입니다. 올해 출범한 이 학교 천문 동아리는 새로 마련한 천체망원경을 시험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박여진(개발바라기 총무) :

그냥 별을 보고 싶어서 했구요. 처음에는 94학번 학생 2명이 주동이 돼서 시작이 되었고..


구본국 기자 :

별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동아리에 모인 학생들, 이들은 먼 우주의 신비를 쫓아가면서 과거 선배들보다 더 큰 포부와 꿈을 담금질하고 있습니다. 요즘에 대학 동아리들이 추구하는 것은 다양성입니다. 똑같은 것 보다는 저마다의 개성을 중요시합니다. 이에 따라 80년대를 풍미했던 학술동아리들도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이 동아리는 지난 80년대 만해도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동아리였습니다. 그러나 요즘 이 동아리에 들어오는 새내기는 크게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도 2명이 들어왔지만 재미없다는 이유로 모두 떠났습니다.


이승남 (백단회장) :

자기 개인적으로 그런 것과 함께 인간관계를 유지할려고 하는 이런 게 많아지면서 동아리도 주로 이런 취업이 가능한 곳, 자기 취미가 가능한 곳 이런 식으로 해서 많이 가는거 같습니다.


구본국 기자 :

이런 추세는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최근 학술동아리들은 딱딱한 이론보다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올해 이 동아리를 찾은 7명의 새내기들도 이념적인 것 보다는 문화와 대중매체에 대한 관심이 더 많습니다.


반승철 (경희대 신입생) :

입시위주 그런 고등학교 때 생활에서 갑자기 사회라는 대학으로 나오다 보니까 그 사회라는 것이 문화의 흐름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장단점을 확실히 구분하고 거기에서 더 올바른 길을 찾고자..


구본국 기자 :

봄기운이 완연한 주말오후 정신지체아들이 사는 재활원에도 동아리 대학생들이 찾아옵니다. 봉사 동아리인 상록회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이곳을 방문합니다. 오늘은 새로 가입한 새내기들 까지 50여명이나 참가해 봉사하는 인원이 평소보다 더 많습니다. 이런 동아리들이 과거에도 없진 않았지만 외진 곳을 찾아 사회를 배우려는 열성은 달라 보입니다. 더 솔직한 이야기와 더 따뜻한 정성으로 지체아들의 빈 가슴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승준 (상록 회장) :

이런 원생들을 보면서 저 개인적으로도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구요. 그리고 부모님들이나 또한 제 친구들 그런 저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감사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생기게 됐습니다.


구본국 기자 :

요즘 대학 동아리들은 남의 것보다는 우리 것, 현실보다는 우리 전통과 미래에 더 높은 관심과 열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도 지금보다 더 밝은 미래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구본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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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가] 학생서클 달라진다
    • 입력 1995-04-09 21:00:00
    뉴스 9

김종진 앵커 :

이규원씨, 대학 다닐 때 검도동아리가 있었습니까?


이규원 앵커 :

저는 여대를 나왔는데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김종진 앵커 :

그런데 요즘 여대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동아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검도부입니다. 저마다의 개성을 추구하는 신세대적인 취향을 잘 보여주는 그런 사례라고 할 것입니다.


이규원 앵커 :

반면에 80년대를 풍미했던 학술이나 이념동아리들을 찾는 학생들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라고 합니다. 요즘 이 대학생들의 동아리 세계를 취재했습니다.


구본국 기자 :

진달래가 활짝 핀 새 학기 대학 캠퍼스 새내기들을 환영하는 동아리들의 행사가 다양합니다. 입시지옥에서 해방된 95학번 새내기들, 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동아리는 어떤 것일까?

이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남학생이 아닙니다. 여자대학교 검도동아리의 여대생들입니다. 검도는 최근 여자 새내기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운동입니다.


김지윤(이화여대 검도부 신입생) :

다른 것도 많긴 하지만 정신적인 수양을 하는데 검도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구본국 기자 :

이 검도 동아리는 생긴지 2년밖엔 되진 않지만 회원들이 80명올 넘습니다. 올 해 만도 새내기들이 50명이나 몰렸습니다.


이진아(이화여대 검도부 회장) :

개인주의적인 그런 성향이 많아서 동아리를 많이 안 드는데 검도에 대한 관심이 좀 많아지면서 저희 동아리는 한 30%정도 증가했습니다.


구본국 기자 :

회원들의 열성이 높아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 동안 그것도 날마다 연습합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 특별교습도 받습니다. 이제 여대생들의 동아리 취향은 5년 전, 10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다양해 졌습니다. 마치 중국무술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전통무예인 기천 문입니다. 그동안 거의 잊혔던 기천 문이 한두 해 전부터 각 대학에서 동아리를 만들만큼 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동작 하나하나는 기를 조절해야 합니다. 정적이면 서도 동적인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정신이 맑아집니다. 무술과 춤사위를 섞어 놓은 듯한 기천문, 예전에는 몰랐던 우리 것의 깊은 멋을 새롭게 알게 합니다.


임청영(연세대 경제과) :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도 좀 맑아지는 거 같고 특히 선열들의 정신도 이어받을 수 있는거 같고 그래서 하고 있습니다.


구본국 기자 :

대학 새내기들의 동아리 활동은 과거보다 더 넓게 더 새로워지면서 고정관념을 깨고 있습니다. 밤하늘 초승달이 모처럼 또렷합니다. 오늘처럼 하늘이 맑은 날을 가장 반기는 곳은 천문 동아리입니다. 올해 출범한 이 학교 천문 동아리는 새로 마련한 천체망원경을 시험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박여진(개발바라기 총무) :

그냥 별을 보고 싶어서 했구요. 처음에는 94학번 학생 2명이 주동이 돼서 시작이 되었고..


구본국 기자 :

별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동아리에 모인 학생들, 이들은 먼 우주의 신비를 쫓아가면서 과거 선배들보다 더 큰 포부와 꿈을 담금질하고 있습니다. 요즘에 대학 동아리들이 추구하는 것은 다양성입니다. 똑같은 것 보다는 저마다의 개성을 중요시합니다. 이에 따라 80년대를 풍미했던 학술동아리들도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이 동아리는 지난 80년대 만해도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동아리였습니다. 그러나 요즘 이 동아리에 들어오는 새내기는 크게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도 2명이 들어왔지만 재미없다는 이유로 모두 떠났습니다.


이승남 (백단회장) :

자기 개인적으로 그런 것과 함께 인간관계를 유지할려고 하는 이런 게 많아지면서 동아리도 주로 이런 취업이 가능한 곳, 자기 취미가 가능한 곳 이런 식으로 해서 많이 가는거 같습니다.


구본국 기자 :

이런 추세는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최근 학술동아리들은 딱딱한 이론보다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올해 이 동아리를 찾은 7명의 새내기들도 이념적인 것 보다는 문화와 대중매체에 대한 관심이 더 많습니다.


반승철 (경희대 신입생) :

입시위주 그런 고등학교 때 생활에서 갑자기 사회라는 대학으로 나오다 보니까 그 사회라는 것이 문화의 흐름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장단점을 확실히 구분하고 거기에서 더 올바른 길을 찾고자..


구본국 기자 :

봄기운이 완연한 주말오후 정신지체아들이 사는 재활원에도 동아리 대학생들이 찾아옵니다. 봉사 동아리인 상록회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이곳을 방문합니다. 오늘은 새로 가입한 새내기들 까지 50여명이나 참가해 봉사하는 인원이 평소보다 더 많습니다. 이런 동아리들이 과거에도 없진 않았지만 외진 곳을 찾아 사회를 배우려는 열성은 달라 보입니다. 더 솔직한 이야기와 더 따뜻한 정성으로 지체아들의 빈 가슴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승준 (상록 회장) :

이런 원생들을 보면서 저 개인적으로도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구요. 그리고 부모님들이나 또한 제 친구들 그런 저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감사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생기게 됐습니다.


구본국 기자 :

요즘 대학 동아리들은 남의 것보다는 우리 것, 현실보다는 우리 전통과 미래에 더 높은 관심과 열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도 지금보다 더 밝은 미래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구본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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