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찬 앵커 :
황장엽 비서가 망명을 요청한 뒤부터 북경을 떠나기까지의 34일은 긴장과 초조의 연속이었지만 그러나 황비서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황비서는 주로 명상과 집필로 불안한 마음을 달래면서 서울행을 기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유석조 기자의 보도입니다.
⊙유석조 기자 :
황장엽 비서가 북경을 떠나기까지 34일 동안 머물렀던 곳은 대사관 영사부 2층에 마련된 2평 남짓한 조그만 영사실이었습니다. 북한의 테러 가능성 때문에 창문마저 방탄 철판으로 가려진 사실상의 연금상태에 있었으면서도 황비서는 서울로 갈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 불안한 생활을 견뎌냈습니다. 영사부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74살인 황비서의 건강문제, 하지만 황비서는 혈압이 120~70을유지하는 등 양호한 건강상태를 보여 이러한 우려를 씻게 해주었습니다. 밤늦게 잠자리에 들고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 4시간여의 짧은 수면을 취했는데도 피곤하거나 ㄴ지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황비서는 평소의 소식 습관대로 아침 식사는 하지 않았으며 점심과 저녁에도 밥 1/4공기에 반찬을 고루게 섭취하고 특히 명란젓갈을 즐겨했습니다. 체류기간중 황비서는 영사부 직원들과 불필요한 대화는 하지 않았으며 낮에는 주로 명상이나 글쓰는 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황비서는 도청을 우려해 직원들과 필담으로 의사를 교환하는 등 극도로 제한된 환경속에서도 학자다운 절제력을 보였습니다. 황비서는 드디어 어제 밤 어둠속의 영사부를 떠남으로써 그의 생애중 어느때보다도 길고 고독했던 34일간의 북경 체류생활을 마감했습니다.
KBS 뉴스,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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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장엽 비서, 망명 요청후 34일 간의 북경체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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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1997-03-18 21:00:00

⊙류근찬 앵커 :
황장엽 비서가 망명을 요청한 뒤부터 북경을 떠나기까지의 34일은 긴장과 초조의 연속이었지만 그러나 황비서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황비서는 주로 명상과 집필로 불안한 마음을 달래면서 서울행을 기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유석조 기자의 보도입니다.
⊙유석조 기자 :
황장엽 비서가 북경을 떠나기까지 34일 동안 머물렀던 곳은 대사관 영사부 2층에 마련된 2평 남짓한 조그만 영사실이었습니다. 북한의 테러 가능성 때문에 창문마저 방탄 철판으로 가려진 사실상의 연금상태에 있었으면서도 황비서는 서울로 갈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 불안한 생활을 견뎌냈습니다. 영사부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74살인 황비서의 건강문제, 하지만 황비서는 혈압이 120~70을유지하는 등 양호한 건강상태를 보여 이러한 우려를 씻게 해주었습니다. 밤늦게 잠자리에 들고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 4시간여의 짧은 수면을 취했는데도 피곤하거나 ㄴ지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황비서는 평소의 소식 습관대로 아침 식사는 하지 않았으며 점심과 저녁에도 밥 1/4공기에 반찬을 고루게 섭취하고 특히 명란젓갈을 즐겨했습니다. 체류기간중 황비서는 영사부 직원들과 불필요한 대화는 하지 않았으며 낮에는 주로 명상이나 글쓰는 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황비서는 도청을 우려해 직원들과 필담으로 의사를 교환하는 등 극도로 제한된 환경속에서도 학자다운 절제력을 보였습니다. 황비서는 드디어 어제 밤 어둠속의 영사부를 떠남으로써 그의 생애중 어느때보다도 길고 고독했던 34일간의 북경 체류생활을 마감했습니다.
KBS 뉴스,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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