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피해여성 훈 할머니, 한국어 철저히 잊었다

입력 1997.06.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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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찬 앵커 :

이 훈 할머니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는 18살까지 한국에 살았던걸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기까지 쓰던 모국어 한국어를 훈 할머니가 50년 동안에 깡그리 잊을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의문이 생깁니다마는 전문가들은 그녀가 겪은 고통스런 경홈으로 봐서 그럴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유석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훈 할머니 :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유석조 기자 :

훈 할머니가 기억할 수 있는 우리말의 전부입니다. 훈 할머니가 일본군에 의해 캄보디아로 끌려갈 당시 나이는 18살 성인이 되기까지 쓰던 우리말을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잊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언어학자 등 전문가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말과 글을 접할 수 없었다는 상황이 우리 말을 잊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게다가 훈 할머니의 고통스런 삶과 일상에서의 정신적 충격에서도 그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정신대의 고통스런 경험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는 부단한 노력과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현지 적응 등이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잊게 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렇지만 한의 노래는 잊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훈 할머니가 고향과 혈육이 그리울 때마다 메콩강변에서 흥얼거린 노래였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정서가 서린 노래와 멜로디는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가족사진이나 노래 등으로 기억을 되살리도록 도와준다면 훈 할머니가 생각보다 빨리 우리 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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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군피해여성 훈 할머니, 한국어 철저히 잊었다
    • 입력 1997-06-17 21:00:00
    뉴스 9

⊙류근찬 앵커 :

이 훈 할머니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는 18살까지 한국에 살았던걸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기까지 쓰던 모국어 한국어를 훈 할머니가 50년 동안에 깡그리 잊을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의문이 생깁니다마는 전문가들은 그녀가 겪은 고통스런 경홈으로 봐서 그럴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유석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훈 할머니 :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유석조 기자 :

훈 할머니가 기억할 수 있는 우리말의 전부입니다. 훈 할머니가 일본군에 의해 캄보디아로 끌려갈 당시 나이는 18살 성인이 되기까지 쓰던 우리말을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잊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언어학자 등 전문가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말과 글을 접할 수 없었다는 상황이 우리 말을 잊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게다가 훈 할머니의 고통스런 삶과 일상에서의 정신적 충격에서도 그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정신대의 고통스런 경험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는 부단한 노력과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현지 적응 등이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잊게 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렇지만 한의 노래는 잊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훈 할머니가 고향과 혈육이 그리울 때마다 메콩강변에서 흥얼거린 노래였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정서가 서린 노래와 멜로디는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가족사진이나 노래 등으로 기억을 되살리도록 도와준다면 훈 할머니가 생각보다 빨리 우리 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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