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강력 반발

⊙ 길종섭 앵커 :

치료를 중단하면 곧바로 숨질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서 퇴원시켜서 결국 숨지게 한 의사에게 살인죄를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치료비 때문에 퇴원을 요구한 보호자에게도 역시 살인죄가 적용됐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의사와 보호자 모두에게 큰 경종이 되고 있습니다.

이창룡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이창룡 기자 :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은 오늘 회생 가망이 적은 환자를 보호자의 요구로 퇴원시킨 서울 보라매병원 의사 34살 양 모씨와 레지던트 29살 김 모씨 등 2명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살인죄가 적용됐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들이 보호자를 말렸다고는 하나 결국 퇴원시켜 숨지게 한 것은 생명을 소중히 지켜야할 의사의 양심에 어긋난 행위라고 밝혔습니다. 판결이 나자 보라매병원 관계자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 보라매병원 기획실장 :

산 사람을 희생시켜서 그걸 희생양으로 삼아서 그 다음에 관례를 만들었다는 거 아닙니까

⊙ 이창룡 기자 :

환자들의 퇴원 요구를 관행적으로 수용했던 의료계는 이번 판결로 일대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판결대로 라면 퇴원을 요구하는 중환자의 경우 사망 가능성이 있으면 모두 막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가족들이 포기한 뇌사 환자의 경우 치료비 부담까지 지면서 퇴원을 막아야 하느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 서울 한독병원 의사 :

치료하는 것도 그렇고 상당히 장애가 많죠 그러면, 보호자들도 그렇고

⊙ 이창룡 기자 :

의사협회는 판결직후 성명을 내고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 김정수 이사 (대한의사협회) :

사회적으로나 또는 국가적으로 공감대를 만드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수밖에

⊙ 이창룡 기자 :

이번 판결은 의료계 뿐만 아니라 중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들에게도 큰 파장을 몰고올 전망입니다.

KBS 뉴스, 이창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