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수해 현장

@엎친데 덮친 수해 현장

⊙ 길종섭 앵커 :

최근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집중 호우로 큰 수해를 입은 경북 지방은 오늘 대부분 비가 그쳤지만은 오히려 물이 빠지면서 피해 지역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경북 수해 지역을 대구 방송총국 전종철 기자가 헬기를 타고 돌아 봤습니다.

⊙ 전종철 기자 :

인명과 재산을 한 입에 삼켰던 거대한 황톳빛 강물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물 빠진 가옥과 농경지에서 이미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밭 한가운데 자리잡은 축사는 비참하게 부서져 흉물스럽게 뼈대를 드러냈습니다. 과일 창고는 지붕째 주저앉으면서 과일상자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습니다. 가재도구를 한번 되살려보려 하지만 어디부터 손대야할 지 막막합니다. 거센 물살이 휩쓸고 간 논밭은 말 그대로 쑥대밭입니다. 한창 자라던 농작물이 이곳 저곳에 쓰러져 있습니다.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마치 수상 가옥처럼 집이 물에 온통 잠겨 있고 공장지 대 곳곳도 예외는 아닙니다. 철새가 쉬어가던 조그마한 섬도 나무 몇 그루만이 머리를 내밀고 있고 물이 들어차 실기 시험을 중단한 면허시험장도 눈에 띕니다. 엎친 데 덮친 집중호우로 폐허가 돼 버린 이곳 수해 현장에서 재기를 다짐하는 복구의 삽질이 시작됐습니다. 삼삼오오 밭으로 나와 쓰러진 농작물을 일으켜 세우느라 여념이 없고 파손된 제방을 응급 복구하기 위한 손길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물 빠진 마을 곳곳에서는 방역 작업도 한창입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황톳빛 상처의 흔적 물이 빠질수록 이번 집중호우의 피해가 얼마나 컸는가를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전종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