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새만금 간척사업, 의혹투성이 계약

입력 1998.12.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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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추적 781-1234

의혹투성이 계약


⊙ 황현정 앵커 :

KBS는 지난번 농어촌진흥공사가 새만금 간척사업에 수문용 유압 실린더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입품으로만 제안해서 국내 기업의 참여를 배제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농어촌진흥공사가 결국 특정 외국 회사에 값비싼 제품을 도입하기로 수의계약을 결정했는데 이 회사가 농어촌진흥공사에 수차례 홍보비를 제공했던 회사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기동취재부 황상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황상무 기자 :

새만금 간척지입니다. 방조제 배수관문 공사가 한창입니다. 완성된 갑문 모형입니다. 유압실린더 갑문을 여닫는 장치입니다. 농어촌진흥공사는 최근 네덜란드 H사를 유압실린더의 수의계약자로 정했습니다. 경쟁사인 독일 H사의 실적이 부족해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네덜란드 제품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 정수영 (농진공 기계부장) :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흉거(독일회사)가 실적이 부족하고, 그래서


⊙ 황상무 기자 :

네덜란드 제품 선정의 근거 자료인 기술 검토 보고서입니다. 양사 모두 기술조건은 좋지만 독일에서는 새만금 사업규모 이상의 실적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독일 회사는 모두 97년 한 해의 실적인 반면 네덜란드 회사는 92년부터의 실적입니다. 농진공 내부 문건입니다. 96년 이전에는 탈락한 독일 회사도 새만금 실린더 보다 더 큰 규모의 실적이 두 건이나 됩니다.


"농진공에서 제출하신 米甦?"

"그렇죠."

"최대 생산 실적은 전혀 차이가 없지 않습니까?"

"네."


두 회사의 기술력 비교입니다. 세라믹 실린더 기술의 관건인 세라믹 코팅의 표면 거칠기와 경도 탈락한 회사가 평균 3배 이상 정밀하고 훨씬 단단합니다. 유압을 지탱하는 핵심부품인 실리, 지난 86년 미국 첼린저 폭발사고의 원인이 되었던 부품입니다. 사고 뒤 미국 나사는 독일 회사의 제품을 독점 공급받지만 네덜란드 회사는 생산이 안 됩니다. 충남 대천 방조제입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농어촌진흥공사가 네덜란드 H사 제품을 이용해 만든 배수용 관문입니다. 올 들어서만 이미 두 차례 고장으로 수문 작동이 중단됐습니다. 8개 수문 가운데 4군데에서 바닷물이 새고 있습니다.


⊙ 대전방조제 관리 담당자 :

문짝 갑문이 올라간 상태서 정지가 돼야 하는데 떨어져요.


⊙ 황상무 기자 :

보다 심각한 문제는 가격입니다. 지난해 두 회사가 제출한 견적서입니다. 탈락한 독일에서는 177억원, 네덜란드 회사 가격은 257억원입니다.


"가격은 전혀 고려 안 됩니까?"

"우리는 가격하고 관계없습니다. 현대건설하고 총액계약을 해요."


시공자인 현대건설은 협상을 벌여 가격을 200억원대까지 낮췄다고 하지만 아직도 20억원 정도 차이납니다. 그런데 값이 싼 독일회사와는 아예 협상을 안 했습니다.


⊙ 정영규 (독일H사 한국지사장) :

작년 12월 달에 저희들이 견적을 한 이후로 더이상 한 적이 없습니다.


⊙ 황상무 기자 :

농진공 직원들의 해외 출장서류입니다. 농진공 측은 독일에도 갔지만 업체는 네덜란드 회사만을 방문했습니다. 자료수집 명목의 출장 4차례 모두 그랬습니다. 바로 네덜란드 회사가 출장경비를 댔기 때문입니다.


"자기회사를 PR하기 위해서 (홍보비를 댔을) 것으로 저희는 생각합니다."


지난 4월 농진공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입니다. 전체 공사비는 1,177억원입니다. 9월에 제출한 자료입니다. 1,253억원으로 뛰었습니다. 10월에 다시 제출한 자료입니다. 1,477억원이 됐습니다. 농진공 측은 사무 착오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재 설계변경이 진행되고 있어 공사비증액을 위해 일부로 높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여름 국내 업체가 정부로부터 새만금 유압실린더 개발자금을 지원 받아 개발에 들어간 이후에도 국산품에는 관심 없던 농진공은 수의계약자를 지정해 놓고난 뒤에야 뒤늦게 수입 조항을 재 고려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신광섭 (국내 개발업체 대표) :

정부 지원자금을 계기로 해가지고 개발이 착수됐는데 약 40%정도 공정이 진행됐고 내년 2월이면 완제품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실제로 쓸 농진공에서는 전혀 관심도 없고


⊙ 황상무 기자 :

농진공이 갖은 이유로 경쟁입찰을 마다하고 수의계약을 지정한 상대는 수차례 홍보비를 댔던 외국업체였고 결국 비싼 가격에 계약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KBS 뉴스, 황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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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새만금 간척사업, 의혹투성이 계약
    • 입력 1998-12-07 21:00:00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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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투성이 계약


⊙ 황현정 앵커 :

KBS는 지난번 농어촌진흥공사가 새만금 간척사업에 수문용 유압 실린더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입품으로만 제안해서 국내 기업의 참여를 배제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농어촌진흥공사가 결국 특정 외국 회사에 값비싼 제품을 도입하기로 수의계약을 결정했는데 이 회사가 농어촌진흥공사에 수차례 홍보비를 제공했던 회사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기동취재부 황상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황상무 기자 :

새만금 간척지입니다. 방조제 배수관문 공사가 한창입니다. 완성된 갑문 모형입니다. 유압실린더 갑문을 여닫는 장치입니다. 농어촌진흥공사는 최근 네덜란드 H사를 유압실린더의 수의계약자로 정했습니다. 경쟁사인 독일 H사의 실적이 부족해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네덜란드 제품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 정수영 (농진공 기계부장) :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흉거(독일회사)가 실적이 부족하고, 그래서


⊙ 황상무 기자 :

네덜란드 제품 선정의 근거 자료인 기술 검토 보고서입니다. 양사 모두 기술조건은 좋지만 독일에서는 새만금 사업규모 이상의 실적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독일 회사는 모두 97년 한 해의 실적인 반면 네덜란드 회사는 92년부터의 실적입니다. 농진공 내부 문건입니다. 96년 이전에는 탈락한 독일 회사도 새만금 실린더 보다 더 큰 규모의 실적이 두 건이나 됩니다.


"농진공에서 제출하신 米甦?"

"그렇죠."

"최대 생산 실적은 전혀 차이가 없지 않습니까?"

"네."


두 회사의 기술력 비교입니다. 세라믹 실린더 기술의 관건인 세라믹 코팅의 표면 거칠기와 경도 탈락한 회사가 평균 3배 이상 정밀하고 훨씬 단단합니다. 유압을 지탱하는 핵심부품인 실리, 지난 86년 미국 첼린저 폭발사고의 원인이 되었던 부품입니다. 사고 뒤 미국 나사는 독일 회사의 제품을 독점 공급받지만 네덜란드 회사는 생산이 안 됩니다. 충남 대천 방조제입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농어촌진흥공사가 네덜란드 H사 제품을 이용해 만든 배수용 관문입니다. 올 들어서만 이미 두 차례 고장으로 수문 작동이 중단됐습니다. 8개 수문 가운데 4군데에서 바닷물이 새고 있습니다.


⊙ 대전방조제 관리 담당자 :

문짝 갑문이 올라간 상태서 정지가 돼야 하는데 떨어져요.


⊙ 황상무 기자 :

보다 심각한 문제는 가격입니다. 지난해 두 회사가 제출한 견적서입니다. 탈락한 독일에서는 177억원, 네덜란드 회사 가격은 257억원입니다.


"가격은 전혀 고려 안 됩니까?"

"우리는 가격하고 관계없습니다. 현대건설하고 총액계약을 해요."


시공자인 현대건설은 협상을 벌여 가격을 200억원대까지 낮췄다고 하지만 아직도 20억원 정도 차이납니다. 그런데 값이 싼 독일회사와는 아예 협상을 안 했습니다.


⊙ 정영규 (독일H사 한국지사장) :

작년 12월 달에 저희들이 견적을 한 이후로 더이상 한 적이 없습니다.


⊙ 황상무 기자 :

농진공 직원들의 해외 출장서류입니다. 농진공 측은 독일에도 갔지만 업체는 네덜란드 회사만을 방문했습니다. 자료수집 명목의 출장 4차례 모두 그랬습니다. 바로 네덜란드 회사가 출장경비를 댔기 때문입니다.


"자기회사를 PR하기 위해서 (홍보비를 댔을) 것으로 저희는 생각합니다."


지난 4월 농진공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입니다. 전체 공사비는 1,177억원입니다. 9월에 제출한 자료입니다. 1,253억원으로 뛰었습니다. 10월에 다시 제출한 자료입니다. 1,477억원이 됐습니다. 농진공 측은 사무 착오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재 설계변경이 진행되고 있어 공사비증액을 위해 일부로 높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여름 국내 업체가 정부로부터 새만금 유압실린더 개발자금을 지원 받아 개발에 들어간 이후에도 국산품에는 관심 없던 농진공은 수의계약자를 지정해 놓고난 뒤에야 뒤늦게 수입 조항을 재 고려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신광섭 (국내 개발업체 대표) :

정부 지원자금을 계기로 해가지고 개발이 착수됐는데 약 40%정도 공정이 진행됐고 내년 2월이면 완제품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실제로 쓸 농진공에서는 전혀 관심도 없고


⊙ 황상무 기자 :

농진공이 갖은 이유로 경쟁입찰을 마다하고 수의계약을 지정한 상대는 수차례 홍보비를 댔던 외국업체였고 결국 비싼 가격에 계약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KBS 뉴스, 황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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