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뒤집힌 검.경 수사

입력 1999.01.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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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현정 앵커 :

검찰과 경찰이 지금 한 사건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얼마전 검찰과 경찰이 무려 다섯차례나 조사해서 결론지은 사건에 대해 수사미진이라며 사건의 결론을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길래 이런 일이 생겼는지 기동취재부 황상무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 황상무 기자 :

지난 96년 가을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입니다. 택시기사 등 두명이 숨지고 두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8시간쯤 뒤인 이날 오전 지난 밤 사고 승객들과 함께 술을 먹었다는 대학생 A군이 경찰에 나와 술김에 자신이 뒤에서 기사의 목을 졸라 사고가 났으며 자신은 사고차에서 내려 집으로 도망쳤다고 진술했습니다.


⊙ 당시 조사 경찰관 (98. 5. 13 인터뷰) :

눈물을 흘리면서 자백한 내용입니다.


⊙ 황상무 기자 :

그런데 이날 오후 사건이 강력반으로 넘겨진 뒤 A군은 경찰관의 회유와 폭언 때문이었다며 당초 진술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 A군 :

내가 그런 식으로 했다고만 하면 친구들에게 해가 안 간다고 생각했고 그런 식으로 경찰이 회유했고, 폭언이라며 무슨 XX, 무슨 △△ 등...


⊙ 황상무 기자 :

경찰은 A군과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사고 택시에는 사망자 두명과 중상자 두명 즉 네명만 있었던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A군 몸에 상처가 없으며 이날 저녁 압수한 A군 옷에 핏자국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A군은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경찰의 수사와 재조사 검찰의 세 차례에 걸친 조사로 사건 기록은 무려 1,2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합니다. 그러나 이 수사에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 있습니다. 대학생인 A군이 과연 단순히 친구들을 위해 살인죄를 뒤집어 쓸 진술을 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숨진 기사의 목에 교통사고와는 무관한 상처가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분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사고 직후 열려진 뒷문 옆에 남자 한사람이 서 있었다는 목격자가 나타났는데 이 남자는 누구인가 하는 점입니다. 더 큰 의문은 사고현장에서 119구급대가 실어나른 중상자 두명 외에 경상자 한명이 더 있었다는 점입니다.


⊙ 당시 치료 간호사 :

한명은 내리지 않고 갔기 때문에 두분이 저희 병원에서 치료 받으셨어요.


⊙ 황상무 기자 :

그냥 갔다는 전정국이라는 사람은 가공의 인물이었습니다. 전?廢??집 주소 등 전씨가 남긴 연락처는 모두 가짜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누구인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이 의문을 전혀 풀지 못했습니다.


⊙ 당시 강력반 수사 경찰관 :

경찰은 수사 최선을 다했고, 미흡하다면 어느 부분이 미흡한지 모르겠는데...


⊙ 황상무 기자 :

급기야 수사에 불만을 갖은 유가족은 항고와 재항고를 거듭했지만 검찰은 끝내 A군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연말 A군의 범행 부인은 믿기 어렵고 오히려 첫 번째 자백에 신빙성이 높다며 재판관 9명 전원 일치로 이 사건에는 수사당국의 수사미진과 자의적인 증거 판단이 있었다고 판시했습니다.


⊙ 강용석 (변호사) :

검찰의 증거가치 판단이 잘못되었거나 수사가 미진한 경우 헌법상의 평등권과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 판단하게 됩니다.


⊙ 황상무 기자 :

A군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잘못되었다는 이같은 수사기관의 수사 잘못을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96년 12건, 97년 14건, 지난해는 8건이나 됩니다. 의문점을 해소하지 않은 채 수사를 마무리짓는 편의적인 수사 관행에 대한 제동입니다.

KBS 뉴스, 황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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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뒤집힌 검.경 수사
    • 입력 1999-01-07 21:00:00
    뉴스 9

⊙ 황현정 앵커 :

검찰과 경찰이 지금 한 사건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얼마전 검찰과 경찰이 무려 다섯차례나 조사해서 결론지은 사건에 대해 수사미진이라며 사건의 결론을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길래 이런 일이 생겼는지 기동취재부 황상무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 황상무 기자 :

지난 96년 가을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입니다. 택시기사 등 두명이 숨지고 두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8시간쯤 뒤인 이날 오전 지난 밤 사고 승객들과 함께 술을 먹었다는 대학생 A군이 경찰에 나와 술김에 자신이 뒤에서 기사의 목을 졸라 사고가 났으며 자신은 사고차에서 내려 집으로 도망쳤다고 진술했습니다.


⊙ 당시 조사 경찰관 (98. 5. 13 인터뷰) :

눈물을 흘리면서 자백한 내용입니다.


⊙ 황상무 기자 :

그런데 이날 오후 사건이 강력반으로 넘겨진 뒤 A군은 경찰관의 회유와 폭언 때문이었다며 당초 진술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 A군 :

내가 그런 식으로 했다고만 하면 친구들에게 해가 안 간다고 생각했고 그런 식으로 경찰이 회유했고, 폭언이라며 무슨 XX, 무슨 △△ 등...


⊙ 황상무 기자 :

경찰은 A군과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사고 택시에는 사망자 두명과 중상자 두명 즉 네명만 있었던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A군 몸에 상처가 없으며 이날 저녁 압수한 A군 옷에 핏자국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A군은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경찰의 수사와 재조사 검찰의 세 차례에 걸친 조사로 사건 기록은 무려 1,2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합니다. 그러나 이 수사에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 있습니다. 대학생인 A군이 과연 단순히 친구들을 위해 살인죄를 뒤집어 쓸 진술을 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숨진 기사의 목에 교통사고와는 무관한 상처가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분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사고 직후 열려진 뒷문 옆에 남자 한사람이 서 있었다는 목격자가 나타났는데 이 남자는 누구인가 하는 점입니다. 더 큰 의문은 사고현장에서 119구급대가 실어나른 중상자 두명 외에 경상자 한명이 더 있었다는 점입니다.


⊙ 당시 치료 간호사 :

한명은 내리지 않고 갔기 때문에 두분이 저희 병원에서 치료 받으셨어요.


⊙ 황상무 기자 :

그냥 갔다는 전정국이라는 사람은 가공의 인물이었습니다. 전?廢??집 주소 등 전씨가 남긴 연락처는 모두 가짜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누구인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이 의문을 전혀 풀지 못했습니다.


⊙ 당시 강력반 수사 경찰관 :

경찰은 수사 최선을 다했고, 미흡하다면 어느 부분이 미흡한지 모르겠는데...


⊙ 황상무 기자 :

급기야 수사에 불만을 갖은 유가족은 항고와 재항고를 거듭했지만 검찰은 끝내 A군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연말 A군의 범행 부인은 믿기 어렵고 오히려 첫 번째 자백에 신빙성이 높다며 재판관 9명 전원 일치로 이 사건에는 수사당국의 수사미진과 자의적인 증거 판단이 있었다고 판시했습니다.


⊙ 강용석 (변호사) :

검찰의 증거가치 판단이 잘못되었거나 수사가 미진한 경우 헌법상의 평등권과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 판단하게 됩니다.


⊙ 황상무 기자 :

A군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잘못되었다는 이같은 수사기관의 수사 잘못을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96년 12건, 97년 14건, 지난해는 8건이나 됩니다. 의문점을 해소하지 않은 채 수사를 마무리짓는 편의적인 수사 관행에 대한 제동입니다.

KBS 뉴스, 황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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