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 비핵화 협상 판 깨지 않기 위해 한 발 물러나 유연한 접근”

입력 2018.07.05 (07:35) 수정 2018.07.0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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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층 유연해진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분석했습니다. 본격화하는 6·12 북미정상회담의 후속협상 국면에서 판을 깨지 않고 비핵화의 입구를 열기 위해, 기존의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식의 강경 드라이브에서 한발 물러나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북한 방문을 통해 핵 감축을 위한 로드맵 합의를 희망하는 가운데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접근법을 접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같은 전술 변화는 북한이 싱가포르 회담에서의 비핵화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핵무기 프로그램을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언제 포기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구체화해 비핵화 경로를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진행돼왔지만, 아직 실질적 돌파구를 열 징후는 감지되지 않았으며 비핵화 관련 핵심용어들에 대한 정의에서도 진전이 별로 없다고, 익명을 전제로 로이터통신에 전했습니다.
지난 주말 판문점에서 진행된 북미 간 접촉에서도 북한 측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포함해 최종 합의문에 담을 핵심용어들을 규정하려는 미국 측 시도에 대체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과의 협상 상황에 대해 "구부리느냐 아니면 깨뜨리느냐의 선택"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즉, 완화하지 않으면 깨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조야에서 핵무기·시설 은폐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는 등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둘러싼 회의론이 계속 고개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북한과의 협상 상황을 고려해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완화하고 있다고 통신은 분석했습니다.

실제 지난 판문점 접촉 이후 국무부가 비핵화의 목표를 기존의 'CVID' 대신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재정립한 것도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보여집니다. 그동안 북한 측은 패전국이나 쓸법한 '항복문서'라며 'CVID'라는 용어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측이 'CVID'에서 'FFVD'로 한발 물러나는 과정에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미국 측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라고 북한을 압박하기보다, 단계적 협상에서 승산이 더 크다는 한국 측의 조언도 있었다고 두 명의 미국 관료가 로이터통신에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한 당국자는 지난달 워싱턴 DC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 당국자들에게 정권교체로 귀결될 수도 있는 일방적인 군축 방안이라고 북한이 인식하는 'CVID'를 계속 요구하는 대신 '상호 위협 감소'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당시 대화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이 로이터통신에 전했습니다. 이 한국 당국자는 북한 측이 난색을 표할 수 있는 만큼, 수백 명의 조사관이 현지에 들어가는 관례적 핵 사찰방식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피력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에는 또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태도를 견지할 경우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구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현실인식도 작용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전체를 곧바로 포기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주요 부분에 대해서는 흔쾌히 해체하려고 할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은 김정은이 몇 달 내에 어느 정도의 프로그램을 해체하려고 할지에 대해 탐색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를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일부 용어를 쓰지 않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면 워싱턴은 이 시점에서 흔쾌히 그렇게 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며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주요 요소들에 대한 '검증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인 만큼, 워싱턴이 조용히 FFVD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설령 협상 당사자들이 마음속으로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있더라도,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합의에 이르게 하는 공간을 그만큼 열어주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1일 '핵 등 대량파괴무기(WMD)+미사일 1년 내 폐기' 시한을 제시하며 대북 압박에 나선 반면, 협상대표인 폼페이오 장관이 이끄는 국무부는 3일 구체적 시간표 제시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북한을 공개적으로 압박하지 않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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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7-05 07:37:27
    국제
미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층 유연해진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분석했습니다. 본격화하는 6·12 북미정상회담의 후속협상 국면에서 판을 깨지 않고 비핵화의 입구를 열기 위해, 기존의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식의 강경 드라이브에서 한발 물러나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북한 방문을 통해 핵 감축을 위한 로드맵 합의를 희망하는 가운데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접근법을 접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같은 전술 변화는 북한이 싱가포르 회담에서의 비핵화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핵무기 프로그램을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언제 포기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구체화해 비핵화 경로를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진행돼왔지만, 아직 실질적 돌파구를 열 징후는 감지되지 않았으며 비핵화 관련 핵심용어들에 대한 정의에서도 진전이 별로 없다고, 익명을 전제로 로이터통신에 전했습니다.
지난 주말 판문점에서 진행된 북미 간 접촉에서도 북한 측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포함해 최종 합의문에 담을 핵심용어들을 규정하려는 미국 측 시도에 대체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과의 협상 상황에 대해 "구부리느냐 아니면 깨뜨리느냐의 선택"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즉, 완화하지 않으면 깨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조야에서 핵무기·시설 은폐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는 등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둘러싼 회의론이 계속 고개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북한과의 협상 상황을 고려해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완화하고 있다고 통신은 분석했습니다.

실제 지난 판문점 접촉 이후 국무부가 비핵화의 목표를 기존의 'CVID' 대신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재정립한 것도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보여집니다. 그동안 북한 측은 패전국이나 쓸법한 '항복문서'라며 'CVID'라는 용어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측이 'CVID'에서 'FFVD'로 한발 물러나는 과정에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미국 측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라고 북한을 압박하기보다, 단계적 협상에서 승산이 더 크다는 한국 측의 조언도 있었다고 두 명의 미국 관료가 로이터통신에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한 당국자는 지난달 워싱턴 DC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 당국자들에게 정권교체로 귀결될 수도 있는 일방적인 군축 방안이라고 북한이 인식하는 'CVID'를 계속 요구하는 대신 '상호 위협 감소'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당시 대화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이 로이터통신에 전했습니다. 이 한국 당국자는 북한 측이 난색을 표할 수 있는 만큼, 수백 명의 조사관이 현지에 들어가는 관례적 핵 사찰방식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피력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에는 또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태도를 견지할 경우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구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현실인식도 작용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전체를 곧바로 포기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주요 부분에 대해서는 흔쾌히 해체하려고 할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은 김정은이 몇 달 내에 어느 정도의 프로그램을 해체하려고 할지에 대해 탐색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를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일부 용어를 쓰지 않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면 워싱턴은 이 시점에서 흔쾌히 그렇게 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며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주요 요소들에 대한 '검증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인 만큼, 워싱턴이 조용히 FFVD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설령 협상 당사자들이 마음속으로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있더라도,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합의에 이르게 하는 공간을 그만큼 열어주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1일 '핵 등 대량파괴무기(WMD)+미사일 1년 내 폐기' 시한을 제시하며 대북 압박에 나선 반면, 협상대표인 폼페이오 장관이 이끄는 국무부는 3일 구체적 시간표 제시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북한을 공개적으로 압박하지 않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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