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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日 신칸센 흉기 난동에 운행 방해까지…흔들리는 철도신화
입력 2018.07.05 (16:43) 특파원 리포트
지난 6월 9일 밤 10시쯤 도쿄에서 신오사카로 향하던 도카이도 신칸센 열차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열차가 가나가와 현의 신요코하마 역과 오다와라 역 사이를 주행하던 중, 20대 청년이 갑자기 손도끼를 꺼내 들어 20대 여성 2명을 공격했다. 범인을 막아섰던 30대 회사원이 목과 어깨 등에 다수의 부상을 입고 결국 숨졌다. 여성 2명은 중상을 입었다.

■ 공포의 신칸센 열차 … “짜증난다”며 3명 살상 

승객 800여 명은 공포에 휩싸였다. 열차는 긴급 정차했다가 오다와라 역으로 이동했다. 범인은 현장에서 태연하게 체포됐다. 해당 구간 신칸센은 3시간가량 운행이 중단됐다.

엽기적인 살상극을 벌인 범인은 22살 고지마 이치로. 몇 달 전부터 뚜렷한 직업 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NHK에 따르면, 고지마는 경찰 조사에서 “짜증이 나서 그랬다", "사회를 원망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또 “흉기는 나가노에서 구입했다. 범행 당일 오전 나가노에서 도쿄로 온 뒤 밤에 신칸센을 탔다"는 말도 했다.

"도쿄 역에서 승차해 신 요코하마 역을 지난 뒤 범행을 저지를 생각이었다. 옆에 앉은 사람부터 공격할 생각이었다", "나가노에서 몇 달이나 공원에서 잤다" 등의 진술도 했다. 범행 당시 가방에서는 흉기와 함께 침낭도 발견됐다.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말은 없었다. 언론에 포착된 모습은 그저 담담해 보였다. 사건 당시, 현장에 달려온 차장은 "좌석 시트를 분리해 막으면서 범인에게 접근했을 때, 범인은 쓰러진 남성을 내려다보는 듯한 자세로 말없이 흉기를 휘두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 열차 내 방화, 의문의 충돌, 화재 사고 잇따라 

도카이도 신칸센 내 강력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6월 주행 중이던 열차 안에서 남성 1명이 가솔린을 붓고 불을 붙여, 이 남성과 여성 1명 등 2명이 숨졌다. 2016년 5월에는 열차 안에서 흉기를 지닌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여성 차장 1명이 부상당했다.

JR도카이 측은 안전 요원 등을 대상으로 좌석 시트나 가방 등을 이용해 폭력으로부터 방어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좌석 시트 분리는 열차의 종류와 구조에 따라 어려울 수 있고, 일반 승객이 이러한 방법으로 범인과 맞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오사카와 후쿠오카를 잇는 산요 신칸센 구간에서도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6월 14일 후쿠오카 현 기타큐슈 시에서 신칸센 열차가 사람을 친 뒤에도 한동안 계속 주행했다. 열차 앞부분이 파손돼,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기관사는 주행 중 충격음을 들었지만, 사람과 부딪친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사고 구간 약 200m에 걸쳐 시신 일부와 의류 등이 발견됐다. 조사 결과 사망자는 50대 남성이었다. 인근에서 사망자의 차량이 발견됐다. 현장은 일반인이 들어가기 쉬운 구조였다.

5월 12일에는 사이타마 현 니시가와구치 역 근처에서 열차가 선로에 놓인 자전거와 충돌했고, 4월에는 요코하마 의 신코야스 역 화장실에서 화장지에 불이 붙은 것이 발견됐다. 이밖에도 간토와 도호쿠 곳곳에서 선로에 함석판이 놓이거나 플랫폼의 발차 벨이 도난당하는 등 사건‧ 사고가 잇따랐다. 열차 문 등 시설이 손상되는 사례도 이어졌다.

■ 열차 운행 방해로 몸살 … 다섯 달 새 580여 건 

앞서, 6월 2일 지바 시의 JR 소부센 역에서는 50대 남성이 선로 송전 설비 기둥에 올라가 앉는 소동이 벌어졌다. 3시간가량 30여 편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7일 후쿠시마 현의 JR고리야마 역에서는 빈 사무실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고리야마 역에서는 지난 4월 열차 차량 바퀴의 고정이 풀리면서 500m가량 움직여 다른 열차와 충돌하기도 했다.

JR동일본에 따르면, 2월부터 6월까지 열차 운행 방해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58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JR 각사는 열차와 승객들의 안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가뜩이나 공공시설 안전에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였다.


항공편처럼 승객들의 짐을 사전에 모두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특히 이번처럼 불특정 승객을 노린 공격이나 테러 시도를 어떻게 막느냐가 큰 숙제로 떠올랐다. JR 측은 순찰 빈도를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열차 내 방범 스프레이, 방패 … 수도권 열차에 방범 카메라 

6월29일 JR도카이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신칸센 차내 안전을 위해 승무원과 경비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방범용 스프레이와 방패, 흉기 방어용 조끼, 장갑 등을 열차 내에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상자를 위한 응급처치용 구급용품도 갖추기로 했다. 신칸센을 운영하는 다른 철도회사도 비슷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7월 4일, JR동일본 측은 수도권의 열차 8,300량 모두에 방범 카메라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101억 엔(약 1,090억 원)을 들여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때까지는 설치 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당초 야마노테 선과 신칸센 등에 방법 카메라를 도입하고, 향후 생산하는 신형 열차에도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고의 범죄로 의심되는 운행 방해 행위가 속출하자, 수도권 전체로 카메라 설치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단, 승객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녹화 영상을 볼 수 있는 직원을 제한하고, 경찰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영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녹화 영상은 1주일 단위로 삭제하기로 했다.

일본은 철도 국가이다. 1964년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 신칸센 시대를 열었다. 현재 최고 속도는 시속 약 300Km. 개발 중인 차세대 고속철도 ‘리니어 중앙 신간센’은 시험 주행에서 시속 600km를 돌파하기도 했다. 신칸센은 철도 기술의 집약체이다.


그러나, 일본의 자랑, 신칸센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역설적으로,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열차 안팎의 잇단 사건·사고, 즉 인간의 문제 탓이다. 운영회사 JR은 이미 각종 돌발 상황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특파원리포트] 日 신칸센 흉기 난동에 운행 방해까지…흔들리는 철도신화
    • 입력 2018-07-05 16:43:12
    특파원 리포트
지난 6월 9일 밤 10시쯤 도쿄에서 신오사카로 향하던 도카이도 신칸센 열차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열차가 가나가와 현의 신요코하마 역과 오다와라 역 사이를 주행하던 중, 20대 청년이 갑자기 손도끼를 꺼내 들어 20대 여성 2명을 공격했다. 범인을 막아섰던 30대 회사원이 목과 어깨 등에 다수의 부상을 입고 결국 숨졌다. 여성 2명은 중상을 입었다.

■ 공포의 신칸센 열차 … “짜증난다”며 3명 살상 

승객 800여 명은 공포에 휩싸였다. 열차는 긴급 정차했다가 오다와라 역으로 이동했다. 범인은 현장에서 태연하게 체포됐다. 해당 구간 신칸센은 3시간가량 운행이 중단됐다.

엽기적인 살상극을 벌인 범인은 22살 고지마 이치로. 몇 달 전부터 뚜렷한 직업 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NHK에 따르면, 고지마는 경찰 조사에서 “짜증이 나서 그랬다", "사회를 원망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또 “흉기는 나가노에서 구입했다. 범행 당일 오전 나가노에서 도쿄로 온 뒤 밤에 신칸센을 탔다"는 말도 했다.

"도쿄 역에서 승차해 신 요코하마 역을 지난 뒤 범행을 저지를 생각이었다. 옆에 앉은 사람부터 공격할 생각이었다", "나가노에서 몇 달이나 공원에서 잤다" 등의 진술도 했다. 범행 당시 가방에서는 흉기와 함께 침낭도 발견됐다.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말은 없었다. 언론에 포착된 모습은 그저 담담해 보였다. 사건 당시, 현장에 달려온 차장은 "좌석 시트를 분리해 막으면서 범인에게 접근했을 때, 범인은 쓰러진 남성을 내려다보는 듯한 자세로 말없이 흉기를 휘두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 열차 내 방화, 의문의 충돌, 화재 사고 잇따라 

도카이도 신칸센 내 강력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6월 주행 중이던 열차 안에서 남성 1명이 가솔린을 붓고 불을 붙여, 이 남성과 여성 1명 등 2명이 숨졌다. 2016년 5월에는 열차 안에서 흉기를 지닌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여성 차장 1명이 부상당했다.

JR도카이 측은 안전 요원 등을 대상으로 좌석 시트나 가방 등을 이용해 폭력으로부터 방어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좌석 시트 분리는 열차의 종류와 구조에 따라 어려울 수 있고, 일반 승객이 이러한 방법으로 범인과 맞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오사카와 후쿠오카를 잇는 산요 신칸센 구간에서도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6월 14일 후쿠오카 현 기타큐슈 시에서 신칸센 열차가 사람을 친 뒤에도 한동안 계속 주행했다. 열차 앞부분이 파손돼,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기관사는 주행 중 충격음을 들었지만, 사람과 부딪친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사고 구간 약 200m에 걸쳐 시신 일부와 의류 등이 발견됐다. 조사 결과 사망자는 50대 남성이었다. 인근에서 사망자의 차량이 발견됐다. 현장은 일반인이 들어가기 쉬운 구조였다.

5월 12일에는 사이타마 현 니시가와구치 역 근처에서 열차가 선로에 놓인 자전거와 충돌했고, 4월에는 요코하마 의 신코야스 역 화장실에서 화장지에 불이 붙은 것이 발견됐다. 이밖에도 간토와 도호쿠 곳곳에서 선로에 함석판이 놓이거나 플랫폼의 발차 벨이 도난당하는 등 사건‧ 사고가 잇따랐다. 열차 문 등 시설이 손상되는 사례도 이어졌다.

■ 열차 운행 방해로 몸살 … 다섯 달 새 580여 건 

앞서, 6월 2일 지바 시의 JR 소부센 역에서는 50대 남성이 선로 송전 설비 기둥에 올라가 앉는 소동이 벌어졌다. 3시간가량 30여 편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7일 후쿠시마 현의 JR고리야마 역에서는 빈 사무실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고리야마 역에서는 지난 4월 열차 차량 바퀴의 고정이 풀리면서 500m가량 움직여 다른 열차와 충돌하기도 했다.

JR동일본에 따르면, 2월부터 6월까지 열차 운행 방해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58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JR 각사는 열차와 승객들의 안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가뜩이나 공공시설 안전에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였다.


항공편처럼 승객들의 짐을 사전에 모두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특히 이번처럼 불특정 승객을 노린 공격이나 테러 시도를 어떻게 막느냐가 큰 숙제로 떠올랐다. JR 측은 순찰 빈도를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열차 내 방범 스프레이, 방패 … 수도권 열차에 방범 카메라 

6월29일 JR도카이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신칸센 차내 안전을 위해 승무원과 경비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방범용 스프레이와 방패, 흉기 방어용 조끼, 장갑 등을 열차 내에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상자를 위한 응급처치용 구급용품도 갖추기로 했다. 신칸센을 운영하는 다른 철도회사도 비슷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7월 4일, JR동일본 측은 수도권의 열차 8,300량 모두에 방범 카메라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101억 엔(약 1,090억 원)을 들여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때까지는 설치 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당초 야마노테 선과 신칸센 등에 방법 카메라를 도입하고, 향후 생산하는 신형 열차에도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고의 범죄로 의심되는 운행 방해 행위가 속출하자, 수도권 전체로 카메라 설치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단, 승객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녹화 영상을 볼 수 있는 직원을 제한하고, 경찰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영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녹화 영상은 1주일 단위로 삭제하기로 했다.

일본은 철도 국가이다. 1964년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 신칸센 시대를 열었다. 현재 최고 속도는 시속 약 300Km. 개발 중인 차세대 고속철도 ‘리니어 중앙 신간센’은 시험 주행에서 시속 600km를 돌파하기도 했다. 신칸센은 철도 기술의 집약체이다.


그러나, 일본의 자랑, 신칸센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역설적으로,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열차 안팎의 잇단 사건·사고, 즉 인간의 문제 탓이다. 운영회사 JR은 이미 각종 돌발 상황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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