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한국 주식시장은 현금 자동인출기”

입력 2018.07.10 (16:50) 수정 2018.07.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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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 '사다리 걷어차기'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자인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가 한국의 경제성장률 감소에 우려를 표하면서 원인으로 외국인 주주를 꼽았다.

장 교수는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기업과 혁신 생태계' 특별대담에서 "한국은 고도 성장기에 1인당 국민소득 기준 경제성장률이 6%를 넘었지만, 이제는 2~3%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경제가 성숙하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맞다. 하지만 6%가 갑자기 2~3%로 떨어지는 건 정상적인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제성장률 둔화의 원인을 투자 부족으로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IMF) 이전에 국민소득 대비 35% 정도를 투자했지만 지금은 30% 정도로 떨어졌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설비투자가 대폭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즉 외환위기 전에는 국민소득 대비 설비투자가 14~16%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지금은 7~8% 정도로 반 토막이 났다고 한다. 지금은 투자가 이뤄져도 설비투자는 총투자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이런 현상이 경제성장률 반 토막이라는 나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장 교수의 분석이다.

설비투자의 감소는 금융시장 개방 탓

그는 한국경제의 어두운 그늘로 지목되는 이런 설비투자 감소의 원인을 금융시장 개방과 자율화에서 찾았다.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대기업의 경우에는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주주들, 특히 외국인들의 입김이 세졌고, 이들이 계속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면서 장기투자가 힘들어졌다는 것.

장 교수는 최근 10여년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들어온 돈이 나간 돈의 3분의 1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주식시장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경제성장을 돕는 도구가 아닌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현금 자동인출기(ATM)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들어오는 돈의 3배를 빼가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현실이라고 장 교수는 강조했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그와는 다른 논리로 개발된 한국 재벌기업들은 체제 유지를 위해 외국인 단기주주들의 요구를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장 교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16년 분기별 배당을 시작하는데, 분기마다 (주주에게) 돈을 바쳐야 하니 장기적 경영이 힘들고 보니 투자가 어렵다고 한다.

장기주주 가중의결권 필요

장 교수는 "외국 투기자본의 입김을 막기 위해 기업 장기주주에게 기하급수적으로 가중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가중의결권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1년 이하 보유주식 1주에는 1표, 2년 보유는 2표, 3년 이하 보유는 5표, 5년 이하 보유는 10표 등을 주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본 이득세를 크게 감면해주는 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장기투자 촉진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 기업 이사회 내 노동자·지역사회 대표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지금 한국경제는 선진국의 장벽은 뚫지 못하고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는 큰 전환점에 서 있다"면서 "설비투자 급감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날 대담에 참여한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도 주주자본주의의 단기이익 추구성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중국 기업의 약진에는 단기이익 추구에 흔들리지 않는 인내자본, 즉 사내유보금의 역할이 컸다"면서 "주주민주주의에 입각한 단기이익 추구성향이 강해지면 대규모 사내유보금을 가진 기업조차도 공격적 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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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0 16:50:42
    • 수정2018-07-10 16:51:19
    취재K
'나쁜 사마리아인' '사다리 걷어차기'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자인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가 한국의 경제성장률 감소에 우려를 표하면서 원인으로 외국인 주주를 꼽았다.

장 교수는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기업과 혁신 생태계' 특별대담에서 "한국은 고도 성장기에 1인당 국민소득 기준 경제성장률이 6%를 넘었지만, 이제는 2~3%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경제가 성숙하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맞다. 하지만 6%가 갑자기 2~3%로 떨어지는 건 정상적인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제성장률 둔화의 원인을 투자 부족으로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IMF) 이전에 국민소득 대비 35% 정도를 투자했지만 지금은 30% 정도로 떨어졌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설비투자가 대폭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즉 외환위기 전에는 국민소득 대비 설비투자가 14~16%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지금은 7~8% 정도로 반 토막이 났다고 한다. 지금은 투자가 이뤄져도 설비투자는 총투자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이런 현상이 경제성장률 반 토막이라는 나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장 교수의 분석이다.

설비투자의 감소는 금융시장 개방 탓

그는 한국경제의 어두운 그늘로 지목되는 이런 설비투자 감소의 원인을 금융시장 개방과 자율화에서 찾았다.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대기업의 경우에는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주주들, 특히 외국인들의 입김이 세졌고, 이들이 계속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면서 장기투자가 힘들어졌다는 것.

장 교수는 최근 10여년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들어온 돈이 나간 돈의 3분의 1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주식시장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경제성장을 돕는 도구가 아닌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현금 자동인출기(ATM)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들어오는 돈의 3배를 빼가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현실이라고 장 교수는 강조했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그와는 다른 논리로 개발된 한국 재벌기업들은 체제 유지를 위해 외국인 단기주주들의 요구를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장 교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16년 분기별 배당을 시작하는데, 분기마다 (주주에게) 돈을 바쳐야 하니 장기적 경영이 힘들고 보니 투자가 어렵다고 한다.

장기주주 가중의결권 필요

장 교수는 "외국 투기자본의 입김을 막기 위해 기업 장기주주에게 기하급수적으로 가중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가중의결권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1년 이하 보유주식 1주에는 1표, 2년 보유는 2표, 3년 이하 보유는 5표, 5년 이하 보유는 10표 등을 주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본 이득세를 크게 감면해주는 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장기투자 촉진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 기업 이사회 내 노동자·지역사회 대표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지금 한국경제는 선진국의 장벽은 뚫지 못하고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는 큰 전환점에 서 있다"면서 "설비투자 급감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날 대담에 참여한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도 주주자본주의의 단기이익 추구성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중국 기업의 약진에는 단기이익 추구에 흔들리지 않는 인내자본, 즉 사내유보금의 역할이 컸다"면서 "주주민주주의에 입각한 단기이익 추구성향이 강해지면 대규모 사내유보금을 가진 기업조차도 공격적 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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