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대박 절세’, 정부 “손본다”

입력 2018.07.13 (13:55) 수정 2018.07.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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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매각했다. 매수자는 홍성열 마리오 아울렛 회장이었다. 매각 차익은 어마어마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90년 이 집을 10억 5000만원에 구입했는데, 매도가는 67억 5000만원이었다. 57억원을 번 셈이다. 27년간의 삼성동 일대 지가 상승을 감안할 때 정상적인 거래로 보인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다.

문제는 세금이다. 양도차익이 무려 57억원이다. 현행 양도세율을 적용할 경우 양도차익이 5억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42%의 세율이 적용된다. 단순 계산할 경우 20억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은 실제 양도세를 얼마나 냈을까.

양도세 계산시 반영해야 하는 각종 부대비용을 알 수 없어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하지만,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 박 전 대통령이 낸 양도세

국세청이 제공하는 양도세 자동 프로그램에 따라 양도세를 계산해봤다. 양도차익 57억원 중 필요경비(250만원)와 집을 사고 팔 때의 부동산 중개수수료(1500만원 가정), 그리고 취득세(취득가액의 3.5%) 정도만을 반영해 양도세를 계산해 보니 3억 8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4억원이 채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적은 세금이 나온 이유는 뭘까.

우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다. 집이 한 채인 박 전 대통령에게는 3년 이상 보유시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은 9억원까지만 가능하다. 때문에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과세 대상이다.

양도차익이 57억원에 달한 박 전 대통령에게 파격적인 세금 혜택이 주어진 것은 바로 장기보유특별공제 규정 때문이다. 현행 세법은 1가구 1주택 요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10년 이상 보유하면 액수와 관계없이 양도차익의 80%를 공제해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 고가주택에 집중된 혜택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과하다는 지적은 종종 제기돼 왔다. 지난해 부동산 급등기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고가주택이 다수 거래됐는데, 매도자의 양도차익이 20억~30억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글이 부동산 카페에 많이 올라왔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아파트를 10년 이상 보유했기 때문에 장기보유특별공제를 80%까지 받았고, 양도세는 미미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한 때 이 규정을 개정해 혜택을 줄이려고 했지만 국회 등의 반대에 직면해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다시 한번 정부가 장기보유공제를 손 볼 예정이어서 부동산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재정개혁특별위는 지난 달 말 발표한 하반기 조세 분야 논의 의제에 고가 주택에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폐지를 포함했다.


■ 이명박 정부때 커진 양도세 혜택

지금처럼 장기보유특별공제의 혜택이 커진 것은 2008년부터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는 15년 이상 보유시 1가구 1주택에 대해 양도차익의 45%까지만 공제해줬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뒤인 2008년 3월부터 20년 이상 보유시 80% 공제해주는 것으로 혜택이 확대됐다. 2009년에는 혜택이 더 늘었다. 3년 이상 보유시 매년 공제율을 8%씩 높여 집을 10년만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80%를 공제해 주는 현행 제도로 바뀌었다.

이처럼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올라가면 혜택은 주로 고가주택이 받는다. 9억원까지는 어차피 비과세이기 때문에 9억원을 초과하는 비율이 높은 고가주택이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주로 보게 되는 구조다.

정부는 지난해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담은 8.2 대책을 발표하면서 조정대상 지역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하는 등 일부 혜택을 줄였지만,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줄이는 개편을 시도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2007년으로 돌아갈 경우 고가주택 양도세 크게 늘어

만일 2008년초까지 적용했던 방안(15년 이상 보유시 최고 45% 공제)를 적용할 경우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경우 양도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예를들어 10억원에 아파트를 구입해 10년을 보유한 뒤 15억원에 매각한다면 지금은 양도세를 499만원(지방소득세 포함, 취득세 등 소요 경비는 반영안함) 정도를 내면 된다. 10년 보유에 따른 80%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세금이 많지 않다. 그러나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80%를 48%로 낮춘다고 가정하고 계산해 보면 양도소득세는 2884만원에 이른다. 양도세가 5~6배나 늘어난다는 얘기다.

특위는 최근의 높지 않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 할 때 매년 8%씩 높아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은 과하고 조세 형평성을 볼 때 혜택이 지나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개편이 실제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2~3년 사이 서울의 아파트 값이 급등해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이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양도세 증세는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양도세 강화는 부동산 거래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좀 과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당연히 하는 분위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고가주택에 대한 공제율 제한 등의 조치는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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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3 13:55:02
    • 수정2018-07-13 14:21:23
    취재K
지난해 3월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매각했다. 매수자는 홍성열 마리오 아울렛 회장이었다. 매각 차익은 어마어마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90년 이 집을 10억 5000만원에 구입했는데, 매도가는 67억 5000만원이었다. 57억원을 번 셈이다. 27년간의 삼성동 일대 지가 상승을 감안할 때 정상적인 거래로 보인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다.

문제는 세금이다. 양도차익이 무려 57억원이다. 현행 양도세율을 적용할 경우 양도차익이 5억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42%의 세율이 적용된다. 단순 계산할 경우 20억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은 실제 양도세를 얼마나 냈을까.

양도세 계산시 반영해야 하는 각종 부대비용을 알 수 없어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하지만,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 박 전 대통령이 낸 양도세

국세청이 제공하는 양도세 자동 프로그램에 따라 양도세를 계산해봤다. 양도차익 57억원 중 필요경비(250만원)와 집을 사고 팔 때의 부동산 중개수수료(1500만원 가정), 그리고 취득세(취득가액의 3.5%) 정도만을 반영해 양도세를 계산해 보니 3억 8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4억원이 채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적은 세금이 나온 이유는 뭘까.

우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다. 집이 한 채인 박 전 대통령에게는 3년 이상 보유시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은 9억원까지만 가능하다. 때문에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과세 대상이다.

양도차익이 57억원에 달한 박 전 대통령에게 파격적인 세금 혜택이 주어진 것은 바로 장기보유특별공제 규정 때문이다. 현행 세법은 1가구 1주택 요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10년 이상 보유하면 액수와 관계없이 양도차익의 80%를 공제해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 고가주택에 집중된 혜택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과하다는 지적은 종종 제기돼 왔다. 지난해 부동산 급등기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고가주택이 다수 거래됐는데, 매도자의 양도차익이 20억~30억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글이 부동산 카페에 많이 올라왔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아파트를 10년 이상 보유했기 때문에 장기보유특별공제를 80%까지 받았고, 양도세는 미미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한 때 이 규정을 개정해 혜택을 줄이려고 했지만 국회 등의 반대에 직면해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다시 한번 정부가 장기보유공제를 손 볼 예정이어서 부동산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재정개혁특별위는 지난 달 말 발표한 하반기 조세 분야 논의 의제에 고가 주택에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폐지를 포함했다.


■ 이명박 정부때 커진 양도세 혜택

지금처럼 장기보유특별공제의 혜택이 커진 것은 2008년부터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는 15년 이상 보유시 1가구 1주택에 대해 양도차익의 45%까지만 공제해줬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뒤인 2008년 3월부터 20년 이상 보유시 80% 공제해주는 것으로 혜택이 확대됐다. 2009년에는 혜택이 더 늘었다. 3년 이상 보유시 매년 공제율을 8%씩 높여 집을 10년만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80%를 공제해 주는 현행 제도로 바뀌었다.

이처럼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올라가면 혜택은 주로 고가주택이 받는다. 9억원까지는 어차피 비과세이기 때문에 9억원을 초과하는 비율이 높은 고가주택이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주로 보게 되는 구조다.

정부는 지난해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담은 8.2 대책을 발표하면서 조정대상 지역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하는 등 일부 혜택을 줄였지만,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줄이는 개편을 시도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2007년으로 돌아갈 경우 고가주택 양도세 크게 늘어

만일 2008년초까지 적용했던 방안(15년 이상 보유시 최고 45% 공제)를 적용할 경우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경우 양도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예를들어 10억원에 아파트를 구입해 10년을 보유한 뒤 15억원에 매각한다면 지금은 양도세를 499만원(지방소득세 포함, 취득세 등 소요 경비는 반영안함) 정도를 내면 된다. 10년 보유에 따른 80%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세금이 많지 않다. 그러나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80%를 48%로 낮춘다고 가정하고 계산해 보면 양도소득세는 2884만원에 이른다. 양도세가 5~6배나 늘어난다는 얘기다.

특위는 최근의 높지 않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 할 때 매년 8%씩 높아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은 과하고 조세 형평성을 볼 때 혜택이 지나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개편이 실제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2~3년 사이 서울의 아파트 값이 급등해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이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양도세 증세는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양도세 강화는 부동산 거래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좀 과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당연히 하는 분위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고가주택에 대한 공제율 제한 등의 조치는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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