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금요일 새벽마다 KBS 앞이 북적이는 이유?

입력 2018.07.20 (11:17) 수정 2018.07.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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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KBS 신관 앞은 새벽부터 북적인다.

학생들은 물론 외국인, 어르신들까지 함께 모여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출근길을 지켜본다.

전날 밤부터 사다리를 들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있고, 언뜻 보아도 비싸 보이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있는 무리도 있다.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이들이 스타들의 출근길을 지켜보는 이유는 뭘까? 뮤직뱅크 출근길에서 만난 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형 ① 홈마 - "내 스타의 예쁜 모습을 널리 알려라"

그룹 여자친구 팬인 대학생 이희명 씨는 "여자친구의 뮤직뱅크 출연이 예정된 날이면 보통 3~4일 전부터 와서 자리를 맡아놓는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를 통해 스타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팬들은 보통 화요일부터 와서 사다리로 자리를 맡아놓고, 돌아가면서 자리를 지킨다.

이희명 씨는 또 들고 있는 카메라에 대해 "중고로 200만 원 정도에 샀다"고 말했다. 이희명 씨는 사진과 디자인 전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카메라를 사는데 부담을 덜 느꼈지만 "다른 분들은 빌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루 빌리는 데는 5~6만 원 정도라고 한다.

그가 비싼 장비를 들고 일찍부터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이유는 여자친구의 예쁜 모습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여자친구 팬, 대학생 이희명 씨여자친구 팬, 대학생 이희명 씨

이희명 씨는 여자친구를 '애들'이라고 불렀다. 그는 "와서 애들 예쁜 모습 보고 최대한 사진에 예쁘게 담아 인터넷에 올리면, 다른 사람들한테 애들의 좋은 이미지 심어줄 수 있어서 그런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희명 씨와 같이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이들을 '홈마'라고 부른다. 트위터에 자기 계정, 이른바 홈을 만들어서 거기에 사진을 올리는 건데 '홈마'는 홈의 마스터의 줄임말로 홈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이희명 씨가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이희명 씨가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

이희명 씨는 "'사진으로 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취미로 사진을 계정에 올리고, 사람들이 '사진을 이용해 뭘 만들어도 되느냐'는 문의가 오면 '출처만 밝히면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이희명 씨 주변 여자친구 팬덤들도 같은 말을 했다. "직업으로 삼기에는 돈이 안 될 것"이라며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예쁘게 찍으면 나도 기분 좋고, 그 사진을 팬들이 많이 보고, 새로 입덕(팬이 되다)하는 팬들도 생기면 기분은 배로 좋다"고 말했다.

고급 장비를 들고 있던 익명의 러블리즈 팬도 비슷한 답을 했다. 부산에서 재학 중인 그는 러블리즈를 보기 위해 전날 밤에 올라왔다. 그 역시 "사진을 트위터 홈에 올리고, 사진에 대한 반응이 많으면 기분이 그냥 좋다"고 답했다.

유형 ② 한류 - "K팝이 좋아요"

모모랜드·유앤비 팬, 필리핀 유학생 폴리모모랜드·유앤비 팬, 필리핀 유학생 폴리

매주 뮤직뱅크 출근길을 함께하는 외국인도 있다. 필리핀 유학생 폴리는 그룹 유앤비와 모모랜드의 팬이지만, 다른 가수들의 사진도 함께 찍는다.

폴리는 매주 뮤직뱅크 출근길을 지켜보는 이유에 대해 "그냥 K팝이 좋다"고 했다. 그는 "K팝만의 색깔이 있다. K팝은 에너지가 있어서, K팝 노래를 부르면 힘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유앤비의 팬인 한 일본인 유학생은 "일본에는 이런 문화가 없다"며 "아이돌을 이렇게 직접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라고 했다. 그녀는 "한국 유학 와서 유앤비를 알게 됐고 장비를 사서 따라다니게 됐는데, 좋아하는 연예인을 따라다니면서 친구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유형 ③ 팬카페 - "내 스타는 '님'"

노란 풍선으로 똘똘 뭉친 무리는 특히 눈에 띄었다. '장구의 신' 박서진의 팬카페 '닻별'이다.

닻별의 운영자 황금돼지는 "어떤 공연이든 간에 우리는 전국에서 다 몰려온다"며 남다른 결속력을 자랑했다. 황금돼지는 "2016년부터 카페가 활성화됐고, 큰 행사가 있을 때는 800명 정도 모인다"고 말했다. "카페에 행사가 있으면 공지를 띄우고 자발적으로 모이는데, 풍선이며 함께 맞춰 입은 티셔츠도 모두 회원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서진 팬카페 ‘닻별’ 회원들박서진 팬카페 ‘닻별’ 회원들

닻별의 평균 연령은 55~65세다. 새벽부터 가수의 행사를 따라다니기 힘들지 않을까? 황금돼지는 먼저 "우리 가수님이 노래를 잘한다. 그리고 잘생겼다. 24살밖에 안 됐지만, 효심이 굉장히 깊다. 말투도 너무 귀엽다"며 좋아하는 가수의 칭찬을 늘어놓으며 특급 팬심을 자랑했다.

그러면서 박서진에게 "닻별(팬카페)이 버티고 있는 한 승승장구 하실 거"라고 힘을 북돋아 줬고, 뒤에 있는 다른 팬카페 회원들도 "오늘 공연 잘하시라"고 함께 응원했다.

K스타 강이향 kbs.2fragran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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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0 11:17:57
    • 수정2018-07-24 10: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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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KBS 신관 앞은 새벽부터 북적인다.

학생들은 물론 외국인, 어르신들까지 함께 모여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출근길을 지켜본다.

전날 밤부터 사다리를 들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있고, 언뜻 보아도 비싸 보이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있는 무리도 있다.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이들이 스타들의 출근길을 지켜보는 이유는 뭘까? 뮤직뱅크 출근길에서 만난 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형 ① 홈마 - "내 스타의 예쁜 모습을 널리 알려라"

그룹 여자친구 팬인 대학생 이희명 씨는 "여자친구의 뮤직뱅크 출연이 예정된 날이면 보통 3~4일 전부터 와서 자리를 맡아놓는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를 통해 스타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팬들은 보통 화요일부터 와서 사다리로 자리를 맡아놓고, 돌아가면서 자리를 지킨다.

이희명 씨는 또 들고 있는 카메라에 대해 "중고로 200만 원 정도에 샀다"고 말했다. 이희명 씨는 사진과 디자인 전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카메라를 사는데 부담을 덜 느꼈지만 "다른 분들은 빌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루 빌리는 데는 5~6만 원 정도라고 한다.

그가 비싼 장비를 들고 일찍부터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이유는 여자친구의 예쁜 모습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여자친구 팬, 대학생 이희명 씨
이희명 씨는 여자친구를 '애들'이라고 불렀다. 그는 "와서 애들 예쁜 모습 보고 최대한 사진에 예쁘게 담아 인터넷에 올리면, 다른 사람들한테 애들의 좋은 이미지 심어줄 수 있어서 그런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희명 씨와 같이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이들을 '홈마'라고 부른다. 트위터에 자기 계정, 이른바 홈을 만들어서 거기에 사진을 올리는 건데 '홈마'는 홈의 마스터의 줄임말로 홈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이희명 씨가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
이희명 씨는 "'사진으로 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취미로 사진을 계정에 올리고, 사람들이 '사진을 이용해 뭘 만들어도 되느냐'는 문의가 오면 '출처만 밝히면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이희명 씨 주변 여자친구 팬덤들도 같은 말을 했다. "직업으로 삼기에는 돈이 안 될 것"이라며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예쁘게 찍으면 나도 기분 좋고, 그 사진을 팬들이 많이 보고, 새로 입덕(팬이 되다)하는 팬들도 생기면 기분은 배로 좋다"고 말했다.

고급 장비를 들고 있던 익명의 러블리즈 팬도 비슷한 답을 했다. 부산에서 재학 중인 그는 러블리즈를 보기 위해 전날 밤에 올라왔다. 그 역시 "사진을 트위터 홈에 올리고, 사진에 대한 반응이 많으면 기분이 그냥 좋다"고 답했다.

유형 ② 한류 - "K팝이 좋아요"

모모랜드·유앤비 팬, 필리핀 유학생 폴리
매주 뮤직뱅크 출근길을 함께하는 외국인도 있다. 필리핀 유학생 폴리는 그룹 유앤비와 모모랜드의 팬이지만, 다른 가수들의 사진도 함께 찍는다.

폴리는 매주 뮤직뱅크 출근길을 지켜보는 이유에 대해 "그냥 K팝이 좋다"고 했다. 그는 "K팝만의 색깔이 있다. K팝은 에너지가 있어서, K팝 노래를 부르면 힘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유앤비의 팬인 한 일본인 유학생은 "일본에는 이런 문화가 없다"며 "아이돌을 이렇게 직접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라고 했다. 그녀는 "한국 유학 와서 유앤비를 알게 됐고 장비를 사서 따라다니게 됐는데, 좋아하는 연예인을 따라다니면서 친구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유형 ③ 팬카페 - "내 스타는 '님'"

노란 풍선으로 똘똘 뭉친 무리는 특히 눈에 띄었다. '장구의 신' 박서진의 팬카페 '닻별'이다.

닻별의 운영자 황금돼지는 "어떤 공연이든 간에 우리는 전국에서 다 몰려온다"며 남다른 결속력을 자랑했다. 황금돼지는 "2016년부터 카페가 활성화됐고, 큰 행사가 있을 때는 800명 정도 모인다"고 말했다. "카페에 행사가 있으면 공지를 띄우고 자발적으로 모이는데, 풍선이며 함께 맞춰 입은 티셔츠도 모두 회원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서진 팬카페 ‘닻별’ 회원들
닻별의 평균 연령은 55~65세다. 새벽부터 가수의 행사를 따라다니기 힘들지 않을까? 황금돼지는 먼저 "우리 가수님이 노래를 잘한다. 그리고 잘생겼다. 24살밖에 안 됐지만, 효심이 굉장히 깊다. 말투도 너무 귀엽다"며 좋아하는 가수의 칭찬을 늘어놓으며 특급 팬심을 자랑했다.

그러면서 박서진에게 "닻별(팬카페)이 버티고 있는 한 승승장구 하실 거"라고 힘을 북돋아 줬고, 뒤에 있는 다른 팬카페 회원들도 "오늘 공연 잘하시라"고 함께 응원했다.

K스타 강이향 kbs.2fragran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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