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정치후원금…출처는 ‘부적절’ 쓰기는 ‘펑펑’

입력 2018.07.25 (16:01) 수정 2018.07.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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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주기'부터 '상납성' 후원까지, 일부 국회의원들의 정치후원금이 부적절하게 모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KBS부산 심층취재팀이 20대 국회 부산지역 국회의원 17명(보궐선거 해운대구을 지역구 제외)의 정치후원금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해관계가 얽힌 부적절한 기부가 많았다.

부적절한 공생관계?...'몰아주기'부터 '상납성' 후원까지

먼저,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기장군)은 2016년과 2017년에 연간 3백만 원이 넘는 고액의 정치후원금만 1억 1천5백만 원 받았다. 그런데 고액 기부 24건 가운데 '회사원'으로 표기된 8건은 취재 결과, 국내 M&A 대표 중견기업인 SM그룹의 고위 관계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회장부터 사장, 이사까지, 비슷한 시기에 맞춰 4천만 원을 '몰아주기'식 후원했다. 액수로 따지면, 윤상직 의원 전체 고액후원금의 1/3이 넘었다. 윤상직 의원은 산자부 장관 재임 시절, SM그룹이 포함된 경제사절단과 10여 차례에 걸쳐 해외 순방을 함께 다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서울 마곡지구의 SM그룹 연구개발센터 건립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SM그룹 회장과의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그룹 고위 관계자들의 후원금이 한꺼번에 입금된 사실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사법처리를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로부터 고액 후원을 받는 것도 문제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사상구)은 엘시티 비리의 핵심 인물인 이영복 전 회장으로부터 2016년 2월, 5백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았다. 당시,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이영복 전 회장의 정·관계 금품 로비가 한창이던 때였다. 이에 대해 장제원 의원실 관계자는 "후원회장께서 이영복 회장하고 친분이 있어서 지원받았을 뿐, 장 의원과 이영복 회장 사이에는 사적 친분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중영도구)은 이른바, '대선주조 먹튀 논란'에 휘말려 소비자 불매운동을 불렀던 푸르밀 신준호 회장으로부터 2016년, 5백만 원을 후원받았다.

또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사하구갑)은 공무원에 자녀 장학금 명목으로 뇌물을 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한국주철관공업 김길출 회장에게서 5백만 원을 기부받았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남구을)은 2016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의 구의원으로부터 5백만 원을 '상납성' 후원받았다. 후원금을 낸 당시 구의원은 박재범 현 부산 남구청장으로, 박재호 의원의 공천 도움을 받아 구청장에 당선됐다.


정치후원금은 결국 의원님 쌈짓돈?

정치후원금의 출처도 문제지만 사용처도 석연치 않았다. 취재팀이 20대 국회 부산지역 의원들의 지난 2년간 후원금 지출내역을 분석한 결과, 의정 및 입법활동과 관계가 적은 '낭비성' 지출이 많았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중영도구)은 2016년과 2017년 2년 동안 '정책 개발을 위한 의정논의'라는 명목으로 모두 61차례에 걸쳐, 정치후원금 1천여만 원을 지출했다. 대부분 밥값이었으며, 특급호텔과 고급일식당 등에서 자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김 의원은 후원금 사용을 통해 60번 넘게 정책 개발 논의를 했다고 했으나, 지난 2년간 국회에서 유일하게 법안 발의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사하구갑)은 다른 의원들과 달리, 유독 차에 많은 후원금을 썼다. 최 의원은 2017년 3월, 부산 사하구의 정비소에서 타이어를 구입하는 데 78만 원을 쓰고, 같은 해 10월에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타이어 교체에 65만 원을 썼다. 심지어 같은 주유소에서 두 달 사이 엔진오일을 두 번이나 교체하기도 했다. 이렇게 2년 동안 차량 정비에만 1천만 원을 넘게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최인호 의원은 "차량 유지비용을 최대한 줄이자는 차원에서 중고차를 매입하다보니, 정비와 소모품 비용에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갔다"고 밝히고, 아울러 "다른 의원들의 평균 차량 유지비보다 훨씬 적게 쓴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또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남구갑)은 관변단체에 주는 표창패를 만드는 데 후원금을 자주 썼다. 자유총연맹과 새마을회, 의용소방대와 상이군경회 등이 정치후원금으로 제작된 표창패를 받았다.

유재중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수영구)은 '배송 퀵서비스'로 많은 돈을 썼다. 2년간 약 160차례, 장례식장에 근조기를 실어나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동래구)은 사나흘 연속으로 같은 주유소에서 4만 원~9만 원씩의 기름을 넣기도 했다.

이진복, 이헌승 의원(부산 부산진구을)은 국외 출장 기간, 여러 차례 국내에서 주유비를 쓴 사실도 드러났다.


국회 비협조…정치후원금의 투명성 확보는 '소극적'

그러나 '정치후원금의 투명성' 확보는 국회의 비협조로 인해 겉돌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6년에 회계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공개하자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냈다. 또 국회에는 '회계관리를 4촌 이내 친인척이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과 '고액·상습체납자의 후원을 금지'하는 법안 등 후원금의 투명성과 관련한 법안 2개가 계류 중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제도 개선을 위한 '정치후원금 투명성' 법안의 본회의 통과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정치자금의 모집 과정은 물론, 지출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후원금은 쌈짓돈'이라는 비판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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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상한 정치후원금…출처는 ‘부적절’ 쓰기는 ‘펑펑’
    • 입력 2018-07-25 16:01:48
    • 수정2018-07-26 15:23:18
    취재후·사건후
'몰아주기'부터 '상납성' 후원까지, 일부 국회의원들의 정치후원금이 부적절하게 모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KBS부산 심층취재팀이 20대 국회 부산지역 국회의원 17명(보궐선거 해운대구을 지역구 제외)의 정치후원금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해관계가 얽힌 부적절한 기부가 많았다.

부적절한 공생관계?...'몰아주기'부터 '상납성' 후원까지

먼저,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기장군)은 2016년과 2017년에 연간 3백만 원이 넘는 고액의 정치후원금만 1억 1천5백만 원 받았다. 그런데 고액 기부 24건 가운데 '회사원'으로 표기된 8건은 취재 결과, 국내 M&A 대표 중견기업인 SM그룹의 고위 관계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회장부터 사장, 이사까지, 비슷한 시기에 맞춰 4천만 원을 '몰아주기'식 후원했다. 액수로 따지면, 윤상직 의원 전체 고액후원금의 1/3이 넘었다. 윤상직 의원은 산자부 장관 재임 시절, SM그룹이 포함된 경제사절단과 10여 차례에 걸쳐 해외 순방을 함께 다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서울 마곡지구의 SM그룹 연구개발센터 건립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SM그룹 회장과의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그룹 고위 관계자들의 후원금이 한꺼번에 입금된 사실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사법처리를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로부터 고액 후원을 받는 것도 문제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사상구)은 엘시티 비리의 핵심 인물인 이영복 전 회장으로부터 2016년 2월, 5백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았다. 당시,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이영복 전 회장의 정·관계 금품 로비가 한창이던 때였다. 이에 대해 장제원 의원실 관계자는 "후원회장께서 이영복 회장하고 친분이 있어서 지원받았을 뿐, 장 의원과 이영복 회장 사이에는 사적 친분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중영도구)은 이른바, '대선주조 먹튀 논란'에 휘말려 소비자 불매운동을 불렀던 푸르밀 신준호 회장으로부터 2016년, 5백만 원을 후원받았다.

또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사하구갑)은 공무원에 자녀 장학금 명목으로 뇌물을 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한국주철관공업 김길출 회장에게서 5백만 원을 기부받았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남구을)은 2016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의 구의원으로부터 5백만 원을 '상납성' 후원받았다. 후원금을 낸 당시 구의원은 박재범 현 부산 남구청장으로, 박재호 의원의 공천 도움을 받아 구청장에 당선됐다.


정치후원금은 결국 의원님 쌈짓돈?

정치후원금의 출처도 문제지만 사용처도 석연치 않았다. 취재팀이 20대 국회 부산지역 의원들의 지난 2년간 후원금 지출내역을 분석한 결과, 의정 및 입법활동과 관계가 적은 '낭비성' 지출이 많았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중영도구)은 2016년과 2017년 2년 동안 '정책 개발을 위한 의정논의'라는 명목으로 모두 61차례에 걸쳐, 정치후원금 1천여만 원을 지출했다. 대부분 밥값이었으며, 특급호텔과 고급일식당 등에서 자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김 의원은 후원금 사용을 통해 60번 넘게 정책 개발 논의를 했다고 했으나, 지난 2년간 국회에서 유일하게 법안 발의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사하구갑)은 다른 의원들과 달리, 유독 차에 많은 후원금을 썼다. 최 의원은 2017년 3월, 부산 사하구의 정비소에서 타이어를 구입하는 데 78만 원을 쓰고, 같은 해 10월에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타이어 교체에 65만 원을 썼다. 심지어 같은 주유소에서 두 달 사이 엔진오일을 두 번이나 교체하기도 했다. 이렇게 2년 동안 차량 정비에만 1천만 원을 넘게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최인호 의원은 "차량 유지비용을 최대한 줄이자는 차원에서 중고차를 매입하다보니, 정비와 소모품 비용에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갔다"고 밝히고, 아울러 "다른 의원들의 평균 차량 유지비보다 훨씬 적게 쓴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또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남구갑)은 관변단체에 주는 표창패를 만드는 데 후원금을 자주 썼다. 자유총연맹과 새마을회, 의용소방대와 상이군경회 등이 정치후원금으로 제작된 표창패를 받았다.

유재중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수영구)은 '배송 퀵서비스'로 많은 돈을 썼다. 2년간 약 160차례, 장례식장에 근조기를 실어나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동래구)은 사나흘 연속으로 같은 주유소에서 4만 원~9만 원씩의 기름을 넣기도 했다.

이진복, 이헌승 의원(부산 부산진구을)은 국외 출장 기간, 여러 차례 국내에서 주유비를 쓴 사실도 드러났다.


국회 비협조…정치후원금의 투명성 확보는 '소극적'

그러나 '정치후원금의 투명성' 확보는 국회의 비협조로 인해 겉돌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6년에 회계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공개하자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냈다. 또 국회에는 '회계관리를 4촌 이내 친인척이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과 '고액·상습체납자의 후원을 금지'하는 법안 등 후원금의 투명성과 관련한 법안 2개가 계류 중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제도 개선을 위한 '정치후원금 투명성' 법안의 본회의 통과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정치자금의 모집 과정은 물론, 지출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후원금은 쌈짓돈'이라는 비판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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