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글로벌 돋보기] “백골된 뒤에나 줄거니?”
입력 2018.07.31 (07:01) 수정 2018.08.01 (16:59) 글로벌 돋보기
"우리의 앞날을 도둑질하지 말라"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부 크렘린 궁 인근에서는 요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푸틴은 도둑놈", "차르 물러가라." 등 반정부 시위의 단골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리고 현수막에는 "우리 앞날을 도둑질하지 말라"라는 글귀가 쓰였다. 심지어 해골모형을 들이밀며 "더 일하게 하지말라"고 외치고 있다. 모스크바뿐 아니라 예카테린부르크, 로스토프나도누, 볼고그라드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정부의 연금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시위의 발단은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 개혁안'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해 정년 연장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러시아에서 유독 정년 연장 문제로 내홍을 겪는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러시아의 은퇴연령은 남성은 60세, 여성은 55세다. 연금은 은퇴 후에 받을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복지 연금 수령이 개시되는 은퇴 나이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남성은 60세에서 5년 늘이고, 여성은 55세에서 8년이나 늘여 63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고령화에 따른 연금 기금 적자와 노동력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당장 내년부터 정년을 늘릴 예정이다. 소련 시절인 지난 1930년대부터 유지돼 오고 있는 현 러시아의 정년 나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정부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2028년까지 정년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이 개혁안은 하원 1차 투표에서 통과된 상태다.

해골 옆 팻말에는 “연금을 기다리고 있다”고 적혀 있다해골 옆 팻말에는 “연금을 기다리고 있다”고 적혀 있다

러시아 정부는 연금 개혁안을 월드컵 개막 전날에 발표했다.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가 열리던 날이었다. 사우디에 5대 0으로 승리해 러시아 국민들이 환호하는 사이 정부가 은근슬쩍 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세계적인 축제 속에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반발은 컸다. 러시아 각 여론 조사 기관이 조사한 결과 90%가 반대 표명을 했고, 250만 명이 이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청원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러시아 남성 평균 기대 수명은 66세다. 정부의 생각대로라면 평균 기대수명이 66세인데, 65세까지 일을 하라는 것이다. 러시아 시민들이 연금법 개혁안에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위에 참석한 한 시민은 "러시아인들이 수명이 매우 낮다. 그런데 내가 연금을 받을 만큼 살 수 없다면 왜 보험료를 내야 하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푸틴 지지율 급격히 하락…."가장 위험한 개혁"


BBC는 이번 러시아 연금개혁안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년 통치 기간 중 가장 위험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고 보도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는 급격히 추락했다. 러시아 정부가 연금법 개혁안을 발표한 지난달 14일, 푸틴의 지지율은 62%에서 54%로 떨어졌고,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에도 불구하고 7월 초 여론조사에 따르면 재선거가 치러질 경우 49%만이 푸틴 대통령에게 다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4년여 만의 최저 수준으로 한 달 전보다 13%포인트 급락했다. 직무 수행 인정 비율도 75%에서 69%로 떨어졌다. 브치옴 소속 정치분석가 미하일 마모노프는 "연금법 개혁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영향으로 정부 기관과 지도자들에 대한 지지도가 지속해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국민 투표 추진…."대통령 탄핵까지 추진하겠다."


연금법 개혁은 그동안 잠재돼 있던 푸틴 장기 집권과 경제난에 대한 국민불만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중장년층은 연금 의존도 높다. 러시아는 30대 초반에 임금의 최고점을 찍은 뒤 점점 내려간다. 그래서 대부분 정년 뒤에는 연금이 주 수입원이다. 당장 내년부터 연금개혁안이 시행되면 노년층은 1,780만 원 이상 덜 받게 된다. 러시아 노년층이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금법 개정 반대 시위에는 각 노조와 단체, 정당들도 합세하고 있다. 과거 정부 시위가 젊은 층으로 구성됐다면 이번 사태는 중장년층이 모두 참가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정년 연장 개혁안에 대해 국민 투표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만약 국민투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통령 탄핵까지 추진하겠다는 기세다. 정부의 계획대로 따라갔다가는 살아있는 동안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돋보기] “백골된 뒤에나 줄거니?”
    • 입력 2018-07-31 07:01:40
    • 수정2018-08-01 16:59:31
    글로벌 돋보기
"우리의 앞날을 도둑질하지 말라"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부 크렘린 궁 인근에서는 요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푸틴은 도둑놈", "차르 물러가라." 등 반정부 시위의 단골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리고 현수막에는 "우리 앞날을 도둑질하지 말라"라는 글귀가 쓰였다. 심지어 해골모형을 들이밀며 "더 일하게 하지말라"고 외치고 있다. 모스크바뿐 아니라 예카테린부르크, 로스토프나도누, 볼고그라드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정부의 연금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시위의 발단은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 개혁안'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해 정년 연장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러시아에서 유독 정년 연장 문제로 내홍을 겪는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러시아의 은퇴연령은 남성은 60세, 여성은 55세다. 연금은 은퇴 후에 받을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복지 연금 수령이 개시되는 은퇴 나이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남성은 60세에서 5년 늘이고, 여성은 55세에서 8년이나 늘여 63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고령화에 따른 연금 기금 적자와 노동력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당장 내년부터 정년을 늘릴 예정이다. 소련 시절인 지난 1930년대부터 유지돼 오고 있는 현 러시아의 정년 나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정부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2028년까지 정년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이 개혁안은 하원 1차 투표에서 통과된 상태다.

해골 옆 팻말에는 “연금을 기다리고 있다”고 적혀 있다해골 옆 팻말에는 “연금을 기다리고 있다”고 적혀 있다

러시아 정부는 연금 개혁안을 월드컵 개막 전날에 발표했다.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가 열리던 날이었다. 사우디에 5대 0으로 승리해 러시아 국민들이 환호하는 사이 정부가 은근슬쩍 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세계적인 축제 속에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반발은 컸다. 러시아 각 여론 조사 기관이 조사한 결과 90%가 반대 표명을 했고, 250만 명이 이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청원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러시아 남성 평균 기대 수명은 66세다. 정부의 생각대로라면 평균 기대수명이 66세인데, 65세까지 일을 하라는 것이다. 러시아 시민들이 연금법 개혁안에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위에 참석한 한 시민은 "러시아인들이 수명이 매우 낮다. 그런데 내가 연금을 받을 만큼 살 수 없다면 왜 보험료를 내야 하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푸틴 지지율 급격히 하락…."가장 위험한 개혁"


BBC는 이번 러시아 연금개혁안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년 통치 기간 중 가장 위험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고 보도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는 급격히 추락했다. 러시아 정부가 연금법 개혁안을 발표한 지난달 14일, 푸틴의 지지율은 62%에서 54%로 떨어졌고,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에도 불구하고 7월 초 여론조사에 따르면 재선거가 치러질 경우 49%만이 푸틴 대통령에게 다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4년여 만의 최저 수준으로 한 달 전보다 13%포인트 급락했다. 직무 수행 인정 비율도 75%에서 69%로 떨어졌다. 브치옴 소속 정치분석가 미하일 마모노프는 "연금법 개혁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영향으로 정부 기관과 지도자들에 대한 지지도가 지속해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국민 투표 추진…."대통령 탄핵까지 추진하겠다."


연금법 개혁은 그동안 잠재돼 있던 푸틴 장기 집권과 경제난에 대한 국민불만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중장년층은 연금 의존도 높다. 러시아는 30대 초반에 임금의 최고점을 찍은 뒤 점점 내려간다. 그래서 대부분 정년 뒤에는 연금이 주 수입원이다. 당장 내년부터 연금개혁안이 시행되면 노년층은 1,780만 원 이상 덜 받게 된다. 러시아 노년층이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금법 개정 반대 시위에는 각 노조와 단체, 정당들도 합세하고 있다. 과거 정부 시위가 젊은 층으로 구성됐다면 이번 사태는 중장년층이 모두 참가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정년 연장 개혁안에 대해 국민 투표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만약 국민투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통령 탄핵까지 추진하겠다는 기세다. 정부의 계획대로 따라갔다가는 살아있는 동안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