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잇따른 화재…폭염에 따른 자연 발화?

입력 2018.07.31 (08:33) 수정 2018.07.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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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올 여름, 폭염특보가 처음 시작된 지 벌써 3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40도 안팎의 불볕 더위에 각종 이상 현상도 일어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입니다.

장소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점도 있었는데요, 바로 폐기물 더미가 있던 곳이란 점입니다.

전기합선이나 담뱃불 등으로 추정되는 흔적은 없는 상태, 누군가 불을 붙이지 않았다면 불은 어떻게 나게 됐을까요?

방화범의 정체를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5일 밤, 경기도의 한 폐지 야적장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신고자는 멀리서 보시고 1km 이상 되는 거리에서 아파트에서 본 거예요."]

1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보일만큼 번진 불길.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로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동안 업체 직원들은 중장비까지 동원해 불길 잡기에 힘을 보탰습니다.

[폐지 야적장 관계자/음성변조 : "종이는 물로 뿌려서 꺼지지 않는다고요. 위에만 꺼지지. 속으로는 꺼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걸 저희 장비 가지고 계속 들어서 풀어헤쳐 주면서 계속 진화작업을 6시간 정도 했어요."]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길은 야적장에 쌓인 20톤 가량의 폐지를 태운 뒤에야 꺼졌습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야적장 인근의 CCTV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불이 난 시점에서 한참 전으로 CCTV를 되돌려 봐도 야적장 주변을 드나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CCTV 상으로도 3~4시간 전까지도 아무 인적도 없었고. 발화지점이 사람 다니는 데서 한 3~4미터 거리예요. 사람이 담뱃불 같은 거 던지기도 힘든 위치고 그래서요."]

마땅한 화재 원인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

그때, 소방당국이 주목한 것이 있습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습도가 80% 이상이었어요. 습한 기온에 종이들이 습도를 계속 쌓아두면서 열이 축적되는 거죠."]

땡볕 아래에 쌓인 채 열을 품고 있던 폐지더미에서 저절로 불이 붙었다는 겁니다.

이른바 '자연발화' 가능성에 무게를 둔 건데요.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자연 발화라는 건 열 축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하고요. 그다음에 낮은 온도에서 발화될 수 있는 발화 물질이 존재해야 하거든요."]

폐지 더미 속에 불이 붙기 쉬운 물질이 섞여있었을 수도 있다는 야적장 관계자의 말에 자연발화 가능성은 더욱 더 힘이 실렸습니다.

[폐지 야적장 관계자/음성변조 : "아파트나 일반 가정집에서 배출하는 종이 속에 케이크 (상자) 있잖아요. 폭죽 같은 거라든지 성냥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게 속에 들어가면 요즘 같을 때 기온이 엄청 뜨겁고 이게 열 받으면 안에서 발화가 되거든요. 자연적으로."]

화재 당일 최고 기온은 34도. 직전 사흘 동안의 기온은 37~38도를 넘나들었습니다.

[폐지 야적장 관계자/음성변조: "그 날 하여튼 최고로 뜨겁다 그랬어요. 그날 온도가 34~35도까지 올라가고 그랬었거든요."]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열이 한참 축적되면 거기서 불이 붙거든요. 성냥 같은 경우도 황이니까 열이 120도만 되도 불이 자연적으로 붙거든요."]

자연발화는 탈 수 있는 물질 안에 열이 쌓이는 게 주요 원인인데 높은 습도는 이 열을 더 급격히 축적할 수 있게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온도는 얼마나 올라가게 될까?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했던 어제 오후.

땡볕아래 쌓인 폐자재들의 온도를 열화상카메라로 확인해봤습니다.

화면은 금새 붉게 물드는데요.

폐지 더미의 표면 온도는 60도를 훌쩍 넘었습니다.

직사광선 아래 30분 이상 둔 라텍스 베개의 온도는 90도에 육박했습니다.

이렇게 점점 열이 쌓이면서 온도가 높아지다 발화점을 넘고, 습도 등 여러 조건이 맞는 순간 갑자기 불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폭염 상태가 계속 유지가 된다 그러면 식지 못하고 발열 반응, 산화 반응 자체가 더 빠르게 일어나고요. 그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기보다 축적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발화점 이상으로 올라가서 자연발화가 일어납니다."]

실제 자연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는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지난 24일, 베란다에서 햇볕을 받은 라텍스 베개에 불이 붙는가하면 같은 날, 광주에서는 폐기물 야적장에서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27일 새벽 충북 충주의 한 농산물 가공 공장.

원료 보관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서 추산 3억 8천만 원의 피해가 났는데요.

이번에는 폐지가 아닌 참깨였습니다.

소방당국은 폭염으로 온도가 올라간 창고에 쌓인 고열의 참깨 찌꺼기가 자연 발화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참깨더미에서 훈소 된 거예요. 참깨더미에서 난 자연발화."]

결국 가정에서도 폭염에 따른 자연발화 가능성에 대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데요,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햇빛이 들어오는 곳에 페트병 음료수를 놓는다든지. 페트병으로 태양에너지가 통과되면 볼록렌즈와 같은 역할을 해서 빛이 수렴됩니다. 이 수렴되는 곳에서 가열물질이 존재한다면 불이 날 수 있는 소지가 있고요. 식용유나 이런 기름이 묻은 재질들이 버려지지 않도록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고요."]

오늘 날씨, 올 여름 들어 가장 더울 수도 있다는 예보가 있는데요,

길고 지독한 폭염 속에 주변에 쌓아두고 방치한 폐기물이나 햇볕에 오래 노출되는 장소는 주의를 기울이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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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잇따른 화재…폭염에 따른 자연 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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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7-31 11: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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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올 여름, 폭염특보가 처음 시작된 지 벌써 3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40도 안팎의 불볕 더위에 각종 이상 현상도 일어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입니다.

장소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점도 있었는데요, 바로 폐기물 더미가 있던 곳이란 점입니다.

전기합선이나 담뱃불 등으로 추정되는 흔적은 없는 상태, 누군가 불을 붙이지 않았다면 불은 어떻게 나게 됐을까요?

방화범의 정체를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5일 밤, 경기도의 한 폐지 야적장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신고자는 멀리서 보시고 1km 이상 되는 거리에서 아파트에서 본 거예요."]

1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보일만큼 번진 불길.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로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동안 업체 직원들은 중장비까지 동원해 불길 잡기에 힘을 보탰습니다.

[폐지 야적장 관계자/음성변조 : "종이는 물로 뿌려서 꺼지지 않는다고요. 위에만 꺼지지. 속으로는 꺼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걸 저희 장비 가지고 계속 들어서 풀어헤쳐 주면서 계속 진화작업을 6시간 정도 했어요."]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길은 야적장에 쌓인 20톤 가량의 폐지를 태운 뒤에야 꺼졌습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야적장 인근의 CCTV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불이 난 시점에서 한참 전으로 CCTV를 되돌려 봐도 야적장 주변을 드나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CCTV 상으로도 3~4시간 전까지도 아무 인적도 없었고. 발화지점이 사람 다니는 데서 한 3~4미터 거리예요. 사람이 담뱃불 같은 거 던지기도 힘든 위치고 그래서요."]

마땅한 화재 원인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

그때, 소방당국이 주목한 것이 있습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습도가 80% 이상이었어요. 습한 기온에 종이들이 습도를 계속 쌓아두면서 열이 축적되는 거죠."]

땡볕 아래에 쌓인 채 열을 품고 있던 폐지더미에서 저절로 불이 붙었다는 겁니다.

이른바 '자연발화' 가능성에 무게를 둔 건데요.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자연 발화라는 건 열 축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하고요. 그다음에 낮은 온도에서 발화될 수 있는 발화 물질이 존재해야 하거든요."]

폐지 더미 속에 불이 붙기 쉬운 물질이 섞여있었을 수도 있다는 야적장 관계자의 말에 자연발화 가능성은 더욱 더 힘이 실렸습니다.

[폐지 야적장 관계자/음성변조 : "아파트나 일반 가정집에서 배출하는 종이 속에 케이크 (상자) 있잖아요. 폭죽 같은 거라든지 성냥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게 속에 들어가면 요즘 같을 때 기온이 엄청 뜨겁고 이게 열 받으면 안에서 발화가 되거든요. 자연적으로."]

화재 당일 최고 기온은 34도. 직전 사흘 동안의 기온은 37~38도를 넘나들었습니다.

[폐지 야적장 관계자/음성변조: "그 날 하여튼 최고로 뜨겁다 그랬어요. 그날 온도가 34~35도까지 올라가고 그랬었거든요."]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열이 한참 축적되면 거기서 불이 붙거든요. 성냥 같은 경우도 황이니까 열이 120도만 되도 불이 자연적으로 붙거든요."]

자연발화는 탈 수 있는 물질 안에 열이 쌓이는 게 주요 원인인데 높은 습도는 이 열을 더 급격히 축적할 수 있게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온도는 얼마나 올라가게 될까?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했던 어제 오후.

땡볕아래 쌓인 폐자재들의 온도를 열화상카메라로 확인해봤습니다.

화면은 금새 붉게 물드는데요.

폐지 더미의 표면 온도는 60도를 훌쩍 넘었습니다.

직사광선 아래 30분 이상 둔 라텍스 베개의 온도는 90도에 육박했습니다.

이렇게 점점 열이 쌓이면서 온도가 높아지다 발화점을 넘고, 습도 등 여러 조건이 맞는 순간 갑자기 불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폭염 상태가 계속 유지가 된다 그러면 식지 못하고 발열 반응, 산화 반응 자체가 더 빠르게 일어나고요. 그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기보다 축적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발화점 이상으로 올라가서 자연발화가 일어납니다."]

실제 자연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는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지난 24일, 베란다에서 햇볕을 받은 라텍스 베개에 불이 붙는가하면 같은 날, 광주에서는 폐기물 야적장에서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27일 새벽 충북 충주의 한 농산물 가공 공장.

원료 보관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서 추산 3억 8천만 원의 피해가 났는데요.

이번에는 폐지가 아닌 참깨였습니다.

소방당국은 폭염으로 온도가 올라간 창고에 쌓인 고열의 참깨 찌꺼기가 자연 발화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참깨더미에서 훈소 된 거예요. 참깨더미에서 난 자연발화."]

결국 가정에서도 폭염에 따른 자연발화 가능성에 대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데요,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햇빛이 들어오는 곳에 페트병 음료수를 놓는다든지. 페트병으로 태양에너지가 통과되면 볼록렌즈와 같은 역할을 해서 빛이 수렴됩니다. 이 수렴되는 곳에서 가열물질이 존재한다면 불이 날 수 있는 소지가 있고요. 식용유나 이런 기름이 묻은 재질들이 버려지지 않도록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고요."]

오늘 날씨, 올 여름 들어 가장 더울 수도 있다는 예보가 있는데요,

길고 지독한 폭염 속에 주변에 쌓아두고 방치한 폐기물이나 햇볕에 오래 노출되는 장소는 주의를 기울이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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