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분석②] 정부는 과연 연봉 4000만원 이상을 부자로 봤나

입력 2018.07.31 (16:52) 수정 2018.07.31 (22: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0년만에 세금 줄인다....서민 '감세' 부자 '증세

어제(30일), 밤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군 기사의 제목이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의 내용을 보도한 기사인데 자극적인 제목 때문인지 댓글이 줄을 이었다.

7,770개 넘은 댓글 중에 공감이 가장 많았던 댓글은 한 네티즌(duwh****)이 쓴 것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부자들이 연봉 4천 이상 되는 힘든 서민들이라는 게 함정이다"

이 댓글에는 400개가 넘게 달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답글에는 '부자층 증세가 아니라 중산층 증세다' 거나 '사회 초년생인 나도 연봉 4천만 원인데 말이 되느냐' 는 등 정부의 증세 의도와 범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렇다면 정부는 과연 연봉 4000만 원 이상을 타켓으로 세금을 늘리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오해 불러일으킨 근로장려세제(EITC)

이번에 정부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인 근로장려세제(EITC)의 소득 상한 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득 요건이 크게 완화됐다. 홑벌이의 가구의 소득 기준이 기존에는 연봉 2500만 원 미만이었지만, 개정안에는 3000만 원 미만으로 대상을 넓혔다. (최고 260만 원 지원).

또 맞벌이의 경우 기존 2500만 원 이하에서 3600만 원 미만으로 완화했다. (최고 300만 원 지원). 정부는 이 근로 장려금과 자녀장려금 확대 조치로 앞으로 5년간 15조 원을 더 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즉 폭풍 답글이 붙은 문제의 댓글에서 말하는 '연봉 4000만 원 이상=부자' 프레임은 바로 이 EITC 제도 확대에도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연봉 4000만 원 언저리 연봉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댓글이 설득력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EITC 제도의 취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시작된 근로장려세제(EITC)는 저소득층의 근로를 유인하고 실질 소득을 지원하고자 일정 소득과 재산을 밑도는 근로자와 자영업자에게 세금 일부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즉 저소득층에게 그냥 보조금만 줄 경우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음을 감안해 근로를 하는 조건으로 일정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따라서 EITC 제도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여기에 '부자 증세' 프레임을 갖다 붙이는 건 무리가 있다.

연봉 4000만 원, 세율은 얼마

그렇다면 연봉 4000만 원을 받는 사람은 과연 어느 정도의 세율로 소득세를 내고 있을까. 소득세율표를 보면 현재 과표 4600만 원 이하 구간에서는 세율 15%가 적용되고, 1200만 원 이하에서는 세율 6%가 적용된다.

연봉 4000만 원이라면 각종 공제 혜택을 제하고 나면 내는 세금은 많지 않다. 각종 공제항목 적용해서 과표 3000만 원을 가정하면 세율 15%에 누진공제 108만 원을 적용해 월 28만 원 정도의 세금을 내는 것으로 계산된다.

국회는 2016년 12월 5억 원 초과 부분에 대해 최고세율 42% 구간을 신설하는 등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지만, 연봉 4000만 원 정도의 중산층 이하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늘리지는 않았다.




임대소득 과세안 주목

현 정부는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산층 이하 계층에 대한 증세에는 매우 신중한 편이다. 지난달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하면서도 재산세율은 올리지 않은 채 일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를 타켓으로 종합부동산세만 올렸다.

단,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발표된 임대소득 강화안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세를 받는 집 주인에 대한 세금을 내년부터 올려받기로 했다. 지금은 임대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을 안 내도 됐다. 그러나 내년에는 소득이 2000만 원 이하라도 임대소득 14%를 세금을 내야 한다.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인 1주택자는 비과세)

즉 집 두 채를 가지고 있고, 그 중 한 채를 월 100만 원에 월세 주고 있다면 내년부터는 168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가 몇 해 전부터 예고했던 방안이기는 하지만 없던 세금이 생기는 것인데다, 연봉 등 근로소득과는 무관하게 과세하는 것이라 집 주인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세법개정안 분석①] 외국인 프로선수들의 연봉표가 홀쪽해진 이유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세법개정안 분석②] 정부는 과연 연봉 4000만원 이상을 부자로 봤나
    • 입력 2018-07-31 16:52:37
    • 수정2018-07-31 22:04:29
    취재K
'10년만에 세금 줄인다....서민 '감세' 부자 '증세

어제(30일), 밤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군 기사의 제목이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의 내용을 보도한 기사인데 자극적인 제목 때문인지 댓글이 줄을 이었다.

7,770개 넘은 댓글 중에 공감이 가장 많았던 댓글은 한 네티즌(duwh****)이 쓴 것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부자들이 연봉 4천 이상 되는 힘든 서민들이라는 게 함정이다"

이 댓글에는 400개가 넘게 달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답글에는 '부자층 증세가 아니라 중산층 증세다' 거나 '사회 초년생인 나도 연봉 4천만 원인데 말이 되느냐' 는 등 정부의 증세 의도와 범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렇다면 정부는 과연 연봉 4000만 원 이상을 타켓으로 세금을 늘리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오해 불러일으킨 근로장려세제(EITC)

이번에 정부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인 근로장려세제(EITC)의 소득 상한 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득 요건이 크게 완화됐다. 홑벌이의 가구의 소득 기준이 기존에는 연봉 2500만 원 미만이었지만, 개정안에는 3000만 원 미만으로 대상을 넓혔다. (최고 260만 원 지원).

또 맞벌이의 경우 기존 2500만 원 이하에서 3600만 원 미만으로 완화했다. (최고 300만 원 지원). 정부는 이 근로 장려금과 자녀장려금 확대 조치로 앞으로 5년간 15조 원을 더 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즉 폭풍 답글이 붙은 문제의 댓글에서 말하는 '연봉 4000만 원 이상=부자' 프레임은 바로 이 EITC 제도 확대에도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연봉 4000만 원 언저리 연봉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댓글이 설득력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EITC 제도의 취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시작된 근로장려세제(EITC)는 저소득층의 근로를 유인하고 실질 소득을 지원하고자 일정 소득과 재산을 밑도는 근로자와 자영업자에게 세금 일부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즉 저소득층에게 그냥 보조금만 줄 경우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음을 감안해 근로를 하는 조건으로 일정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따라서 EITC 제도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여기에 '부자 증세' 프레임을 갖다 붙이는 건 무리가 있다.

연봉 4000만 원, 세율은 얼마

그렇다면 연봉 4000만 원을 받는 사람은 과연 어느 정도의 세율로 소득세를 내고 있을까. 소득세율표를 보면 현재 과표 4600만 원 이하 구간에서는 세율 15%가 적용되고, 1200만 원 이하에서는 세율 6%가 적용된다.

연봉 4000만 원이라면 각종 공제 혜택을 제하고 나면 내는 세금은 많지 않다. 각종 공제항목 적용해서 과표 3000만 원을 가정하면 세율 15%에 누진공제 108만 원을 적용해 월 28만 원 정도의 세금을 내는 것으로 계산된다.

국회는 2016년 12월 5억 원 초과 부분에 대해 최고세율 42% 구간을 신설하는 등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지만, 연봉 4000만 원 정도의 중산층 이하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늘리지는 않았다.




임대소득 과세안 주목

현 정부는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산층 이하 계층에 대한 증세에는 매우 신중한 편이다. 지난달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하면서도 재산세율은 올리지 않은 채 일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를 타켓으로 종합부동산세만 올렸다.

단,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발표된 임대소득 강화안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세를 받는 집 주인에 대한 세금을 내년부터 올려받기로 했다. 지금은 임대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을 안 내도 됐다. 그러나 내년에는 소득이 2000만 원 이하라도 임대소득 14%를 세금을 내야 한다.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인 1주택자는 비과세)

즉 집 두 채를 가지고 있고, 그 중 한 채를 월 100만 원에 월세 주고 있다면 내년부터는 168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가 몇 해 전부터 예고했던 방안이기는 하지만 없던 세금이 생기는 것인데다, 연봉 등 근로소득과는 무관하게 과세하는 것이라 집 주인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세법개정안 분석①] 외국인 프로선수들의 연봉표가 홀쪽해진 이유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