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송환 이후 북미, 이어지는 침묵 속 몸값 부풀리기 중?

입력 2018.07.31 (19:06) 수정 2018.07.31 (20: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북미간 계속되는 침묵

지난 27일 북미 양측은 55구의 미군 유해를 건네받았다. 6.25 한국전쟁 정전체결 65주년이었고 미군 유해가 돌아온 것은 11년 만이었다. 북미정상회담 센토사 선언의 첫 이행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55구의 유해가 송환될 당시 미국 측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이 큰 진전을 이뤘다고 추켜세웠다. 감사의 뜻도 전했다. 우리 정부도 송환이 양측 간 신뢰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의 노력이 더욱더 가속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 돌파구였던 '유해송환'

그러나 아직 어느 쪽도 가타부타 더 이상 말이 없다. 앞선 반응의 온도를 감안하면 진전의 속도가 더딘 셈이다. 예로 지난 2007년 진행된 북미 간 유해송환 협상은 당시 냉랭했던 관계를 녹이는 역할을 했다. 4월 북측이 유해 6구를 송환하자, 미국은 곧바로 BDA에 대한 금융제재를 해제했다. 이를 확인하고 북측은 핵시설 동결을 약속했다. 이듬해 영변 핵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관계 개선이 진행된 바 있다.

지난 2007년 북미 유해송환 협상에 나선 러처드슨 당시 뉴멕시코주지사지난 2007년 북미 유해송환 협상에 나선 러처드슨 당시 뉴멕시코주지사

물밑 신경전...판 키우는 북미

2018년 7월 27일 유해 송환 이후 지금까지 북미는 물밑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미국은 오히려 대북 제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유해송환 이후 UN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스포츠 장비를 북측에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IOC 요청을 회원국에 묻자, 미국이 반대해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측이 ICBM를 추가로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겉으로만 보면, 양측의 관계는 송환 이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자신들의 종전선언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전선언의 가치를 높이고 그에 맞게 이른바 '북핵 리스트'의 내용도 더 요구하려한다는 것이다.

홍 위원은 "최근 공개된 북핵 정보들은 미국내 협상 반대세력의 우려와 거부반응이 담긴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시각을 뒤집어보면, 북측의 ICBM과 핵물질 생산도 '몸값 부풀리기'로 읽힐 수 있다. 북측에겐 미국과 협상에 임할 때 협상반대세력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미끼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핵리스트'를 공개하는 순간, 북측에겐 별다른 협상 카드가 없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미국이 북측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이 오히려 북측에겐 최고의 협상력이다. 미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을 북핵 정보에 혼선을 주고, 자신의 정확한 핵 능력에 대한 '모호성'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이 협상에 정성을 보이지 않을 경우, 다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8월 1일 유해 미 본토 송환 후, 해빙 모드 기대

유해송환은 당장 국면 전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삐걱거리는 북미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는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건, 200구다. 아직 55구만 돌아왔다. 나머지 송환을 두고 예전처럼 북미 간 양자 회담이 열릴 수 있다.
대북제재의 고삐를 죈다 해도, 유해송환과 관련된 비용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미 본토에 유해가 도착한 뒤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유해송환을 담당하는 미 국방부의 DPAA 관계자가 "내년 봄에 유해발굴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 외교 당국자는 "유해송환은 현 상황에서 북미 협상 진행을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북미 모두 입장을 내세우다가도 협상을 재개할 명분을 쥐고 있는 셈이다. 곧 싱가포르에서 열릴 아세안 지역 안보 포럼(ARF)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 외무상이 만난다면, 유해송환만큼 적절한 '아이스브레이킹(ice breaking)' 인사도 없을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와 이를 위한 우리 정부의 행동을 조언했다. 미국은 현재 북한이 미국의 제재로 인해 대화로 나왔다는 생각을 고수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연하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비핵화 일정표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비핵화 일정표에 상응하는 한미의 보상 일정표가 동시에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유해 송환 이후 북미, 이어지는 침묵 속 몸값 부풀리기 중?
    • 입력 2018-07-31 19:06:59
    • 수정2018-07-31 20:22:55
    취재K
북미간 계속되는 침묵

지난 27일 북미 양측은 55구의 미군 유해를 건네받았다. 6.25 한국전쟁 정전체결 65주년이었고 미군 유해가 돌아온 것은 11년 만이었다. 북미정상회담 센토사 선언의 첫 이행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55구의 유해가 송환될 당시 미국 측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이 큰 진전을 이뤘다고 추켜세웠다. 감사의 뜻도 전했다. 우리 정부도 송환이 양측 간 신뢰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의 노력이 더욱더 가속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 돌파구였던 '유해송환'

그러나 아직 어느 쪽도 가타부타 더 이상 말이 없다. 앞선 반응의 온도를 감안하면 진전의 속도가 더딘 셈이다. 예로 지난 2007년 진행된 북미 간 유해송환 협상은 당시 냉랭했던 관계를 녹이는 역할을 했다. 4월 북측이 유해 6구를 송환하자, 미국은 곧바로 BDA에 대한 금융제재를 해제했다. 이를 확인하고 북측은 핵시설 동결을 약속했다. 이듬해 영변 핵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관계 개선이 진행된 바 있다.

지난 2007년 북미 유해송환 협상에 나선 러처드슨 당시 뉴멕시코주지사
물밑 신경전...판 키우는 북미

2018년 7월 27일 유해 송환 이후 지금까지 북미는 물밑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미국은 오히려 대북 제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유해송환 이후 UN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스포츠 장비를 북측에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IOC 요청을 회원국에 묻자, 미국이 반대해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측이 ICBM를 추가로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겉으로만 보면, 양측의 관계는 송환 이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자신들의 종전선언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전선언의 가치를 높이고 그에 맞게 이른바 '북핵 리스트'의 내용도 더 요구하려한다는 것이다.

홍 위원은 "최근 공개된 북핵 정보들은 미국내 협상 반대세력의 우려와 거부반응이 담긴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시각을 뒤집어보면, 북측의 ICBM과 핵물질 생산도 '몸값 부풀리기'로 읽힐 수 있다. 북측에겐 미국과 협상에 임할 때 협상반대세력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미끼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핵리스트'를 공개하는 순간, 북측에겐 별다른 협상 카드가 없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미국이 북측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이 오히려 북측에겐 최고의 협상력이다. 미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을 북핵 정보에 혼선을 주고, 자신의 정확한 핵 능력에 대한 '모호성'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이 협상에 정성을 보이지 않을 경우, 다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8월 1일 유해 미 본토 송환 후, 해빙 모드 기대

유해송환은 당장 국면 전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삐걱거리는 북미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는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건, 200구다. 아직 55구만 돌아왔다. 나머지 송환을 두고 예전처럼 북미 간 양자 회담이 열릴 수 있다.
대북제재의 고삐를 죈다 해도, 유해송환과 관련된 비용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미 본토에 유해가 도착한 뒤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유해송환을 담당하는 미 국방부의 DPAA 관계자가 "내년 봄에 유해발굴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 외교 당국자는 "유해송환은 현 상황에서 북미 협상 진행을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북미 모두 입장을 내세우다가도 협상을 재개할 명분을 쥐고 있는 셈이다. 곧 싱가포르에서 열릴 아세안 지역 안보 포럼(ARF)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 외무상이 만난다면, 유해송환만큼 적절한 '아이스브레이킹(ice breaking)' 인사도 없을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와 이를 위한 우리 정부의 행동을 조언했다. 미국은 현재 북한이 미국의 제재로 인해 대화로 나왔다는 생각을 고수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연하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비핵화 일정표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비핵화 일정표에 상응하는 한미의 보상 일정표가 동시에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