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패륜 아들의 주먹, 사랑으로 감싼 노모

입력 2018.08.02 (13:5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25일 오전 인천시 서구의 한 가정집.

A(42)씨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사는 어머니 B(69)씨에게 “낮 12시에 깨워 달라”고 하고 잠이 들었다. 어머니 B 씨는 아들이 부탁한 시간이 되자 12시 5분쯤 아들을 깨웠지만, B 씨에게 돌아온 건 아들의 고맙다는 말이 아닌 주먹이었다. A 씨는 B 씨가 자신을 깨웠다며 어머니를 수차례 폭행했다. B 씨는 아들의 폭행으로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당했다. 어머니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존속상해 및 존속폭행 혐의로 A 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올해 5월 7일과 22일에도 자신의 빨래 옆에 어머니의 점퍼를 함께 널어놓았다는 등의 이유로 심한 욕설을 하며 어머니를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A 씨는 2016년 절도죄로 징역형을 받은 적이 있고, 지난해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 넘겨진 A 씨에 대해 법원은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어머니 B 씨는 아들의 패륜 행동을 감싸며 끝까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선처를 부탁했다. 재판부는 어머니 B 씨의 의사를 존중해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 존속폭행 혐의 공소는 기각했다. 그러나 존속상해 혐의에 대해선 징역을 선고했다.

A 씨에게 선고된 형량은 존속상해 및 존속폭행 혐의로 징역 10개월.

인천지법 형사6단독 임정윤 판사는 판결문에서“피고인은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어머니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우울증 등을 앓고 있어 건강상태가 좋지도 않다"고 전제했다.

다만, 임 판사는 “자식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어머니가 겪은 정신적 고통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식이기 때문에 마음껏 미워할 수도 없고 용서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점에서 그 고통은 더 크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존속 대상 범행 계속 증가

부모(조부모 포함)나 배우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존속 범행은 최근 5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존속범죄(존속살해 제외)는 모두 9,189건으로 집계됐다. 2012년 956건이던 존속범죄는 2013년 1,092건, 2014년 1,146건, 2015년 1,853건, 2016년 2,180건으로 매년 늘었다. 지난해에도 1,962건이 발생해 5년 사이 2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발생한 존속범죄를 유형별로 보면 존속폭행이 1,322건으로 전체의 67.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존속상해(424건), 존속협박(195건), 존속 체포·감금(21건) 등 순이었다.

하지만 실제 일어난 패륜범죄는 공식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라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식의 허물을 감싸주려는 부모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신고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가족관이 붕괴되면서 극단적인 물질만능주의가 가족 내에서도 작용하면서 패륜범죄가 높아지고 있다"며 "가정 내 폭력은 가정 내에서 해결하기 보다는 경찰 등 공공기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는 등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건후] 패륜 아들의 주먹, 사랑으로 감싼 노모
    • 입력 2018-08-02 13:51:27
    취재후·사건후
지난 5월 25일 오전 인천시 서구의 한 가정집.

A(42)씨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사는 어머니 B(69)씨에게 “낮 12시에 깨워 달라”고 하고 잠이 들었다. 어머니 B 씨는 아들이 부탁한 시간이 되자 12시 5분쯤 아들을 깨웠지만, B 씨에게 돌아온 건 아들의 고맙다는 말이 아닌 주먹이었다. A 씨는 B 씨가 자신을 깨웠다며 어머니를 수차례 폭행했다. B 씨는 아들의 폭행으로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당했다. 어머니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존속상해 및 존속폭행 혐의로 A 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올해 5월 7일과 22일에도 자신의 빨래 옆에 어머니의 점퍼를 함께 널어놓았다는 등의 이유로 심한 욕설을 하며 어머니를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A 씨는 2016년 절도죄로 징역형을 받은 적이 있고, 지난해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 넘겨진 A 씨에 대해 법원은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어머니 B 씨는 아들의 패륜 행동을 감싸며 끝까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선처를 부탁했다. 재판부는 어머니 B 씨의 의사를 존중해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 존속폭행 혐의 공소는 기각했다. 그러나 존속상해 혐의에 대해선 징역을 선고했다.

A 씨에게 선고된 형량은 존속상해 및 존속폭행 혐의로 징역 10개월.

인천지법 형사6단독 임정윤 판사는 판결문에서“피고인은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어머니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우울증 등을 앓고 있어 건강상태가 좋지도 않다"고 전제했다.

다만, 임 판사는 “자식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어머니가 겪은 정신적 고통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식이기 때문에 마음껏 미워할 수도 없고 용서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점에서 그 고통은 더 크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존속 대상 범행 계속 증가

부모(조부모 포함)나 배우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존속 범행은 최근 5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존속범죄(존속살해 제외)는 모두 9,189건으로 집계됐다. 2012년 956건이던 존속범죄는 2013년 1,092건, 2014년 1,146건, 2015년 1,853건, 2016년 2,180건으로 매년 늘었다. 지난해에도 1,962건이 발생해 5년 사이 2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발생한 존속범죄를 유형별로 보면 존속폭행이 1,322건으로 전체의 67.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존속상해(424건), 존속협박(195건), 존속 체포·감금(21건) 등 순이었다.

하지만 실제 일어난 패륜범죄는 공식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라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식의 허물을 감싸주려는 부모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신고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가족관이 붕괴되면서 극단적인 물질만능주의가 가족 내에서도 작용하면서 패륜범죄가 높아지고 있다"며 "가정 내 폭력은 가정 내에서 해결하기 보다는 경찰 등 공공기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는 등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