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백두산 호랑이가 돌아왔다

입력 2018.08.04 (21:53) 수정 2018.08.04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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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고양이과 동물은 시베리아 호랑이입니다.

중국에서는 동북호랑이라 부르고 북한에서는 조선범, 우리는 백두산 호랑이라고 부르는데요,

남한에선 멸종됐고, 북한에서도 거의 사라진 이 백두산 호랑이가 지금 중국에서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강민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헤이룽장 성 동북부에 위치한 라오흐어셴,

러시아 국경 근처인 이곳에 최근 야생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숲에 호랑이가 있으니 주의하라는 현수막이 나옵니다.

말 농장 관리인은 지난 6월 8일 밤을 잊지 못합니다.

[리카이중/ 말 농장 관리인 : "밤 11시쯤 말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호랑이에게 물려간 말은 큰 말이에요. 몸이 느려서 물린 것 같아요."]

당시 촬영된 화면입니다.

호랑이는 말의 목을 물었고, 다리 한쪽만 뜯어 먹은 뒤 사라졌습니다.

호랑이가 나타난 곳 바로 옆에는 이렇게 중국과 러시아 국경을 가르는 우수리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호랑이들이 강을 건너 중국 쪽으로 출몰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이 곳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숲, 호랑이가 있으니 약초를 캐러 들어가지 말라, 만약 들어갔다가 물리면 본인 책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숲 속 한가운데 작은 웅덩이, 지난 7월 30일, 바로 이곳에서 거위 8마리가 호랑이에 물렸습니다.

이곳은 일반인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랑이 발자국이 이렇게 추가로 발견되는 것은 지금도 호랑이가 다니는 길목이라는 점을 알게 해줍니다.

마을 주민들은 호랑이를 좋아하면서도 또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청창룽/양봉업자 : "(임업국에서) 호랑이가 활동하는 새벽과 초저녁에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저녁에는 집 문앞에 불을 피우라고 했어요."]

야생 호랑이 목격담은 중러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겨울 승용차를 타고 가던 시민들이 찍은 영상입니다.

["너 여기 서서 뭐하니! 그래 가! 가!"]

자기 집 뒷마당에 나타난 호랑이를 찍는가 하면,

["정말 아름답다...일어나지마 돌아와!"]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지나다가 찍은 영상도 화제가 됐습니다.

["호랑이 봤어? 어 호랑이!"]

중국 환경 당국이 야생 호랑이 보호 육성을 위해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을 시작한 호랑이 국가 공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무려 만 5천 평방킬로미터 규모, 서울의 25배에 면적으로 동쪽으로는 러시아 국경, 남쪽으로는 북한 두만강 접경까집니다.

광활한 공원 내에서는 호랑이가 최우선입니다.

호랑이는 물론, 호랑이의 먹잇감인 멧돼지와 노루, 사슴 등을 해치는 것도 엄하게 처벌받습니다.

호랑이로부터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는 마디다 마을을 찾았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마을에 인접한 저 산에서 십수 마리의 가축들이 호랑이에게 당했습니다.

최근엔 마을 코앞 이 옥수수밭까지 호랑이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인간과 호랑이의 공존이 시험대에 오른 겁니다.

[정윈쯔/마디다 마을 주민 : "여름엔 산에 목장에서 열 마리 넘게 당해요. 겨울엔 소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그러면 호랑이도 마을까지 따라와요."]

2002년 훈춘 춘화에서는 주민이 호랑이에 물려 숨지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때부터 피해 보상금 제도를 실시해 인간이 호랑이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쉐옌강/호랑이 국가공원 훈춘관리국 직원 : "매년 촌민들이 산에서 나물을 캘 때 호랑이와 마주치곤 합니다. 하지만 호랑이는 사람을 잘 공격하지 않아요. 인기척을 느끼면 먼저 피해요."]

그 결과 1998년 중국과 미국, 러시아 합동 조사 당시 중국 쪽에 최대 5마리에 불과했던 호랑이는 최근 50여 마리까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3일 밤 호랑이 국가공원 관리국이 설치한 무인 카메라에 찍힌 호랑이 모습입니다.

중국 당국은 수십만 개의 카메라와 관측장비를 설치해 호랑이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짝을 이루는 과정, 그리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과정까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물론, 표범도 보호 관찰 대상입니다.

그 결과 한때 전쟁과 난개발을 피해 러시아 깊은 숲 속으로 숨어들었던 호랑이는 점차 중국 내륙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2014년 12월에는 러시아 국경으로부터 300㎞ 이상 떨어진 지린 시 부근에서도 발견됐습니다.

백두산, 중국명 창바이산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백두산에는 호랑이가 살고 있을까?

[리잉/서울대 수의학과 박사과정/연구원 : "1998년 호랑이 전문가들이 북한에 들어가 조사할 때 북한 전문가가 호랑이 발자국 사진을 찍어놓은 것을 발견했어요."]

전문가들은 현재 백두산에는 호랑이가 사라졌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중러 접경지역인 두만강을 건너 북한 온성 쪽에 출현한다는 증언이 많습니다.

하지만 숨을 곳도 먹을 것도 부족해 아직 야생호랑이가 짝을 만나 새끼를 낳고 생활하는 근거지가 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가오다빈/호랑이 국가공원 훈춘관리국 처장 : "최종의 목표는 장백산(백두산)에 호랑이가 복귀하게 하는 것입니다."]

호랑이에게 국경은 없습니다.

러시아 그리고 중국에 존재하는 한 한반도로의 복귀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북중러 3국 접경지 훈춘에서 강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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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백두산 호랑이가 돌아왔다
    • 입력 2018-08-04 22:04:03
    • 수정2018-08-04 22:33:03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고양이과 동물은 시베리아 호랑이입니다.

중국에서는 동북호랑이라 부르고 북한에서는 조선범, 우리는 백두산 호랑이라고 부르는데요,

남한에선 멸종됐고, 북한에서도 거의 사라진 이 백두산 호랑이가 지금 중국에서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강민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헤이룽장 성 동북부에 위치한 라오흐어셴,

러시아 국경 근처인 이곳에 최근 야생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숲에 호랑이가 있으니 주의하라는 현수막이 나옵니다.

말 농장 관리인은 지난 6월 8일 밤을 잊지 못합니다.

[리카이중/ 말 농장 관리인 : "밤 11시쯤 말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호랑이에게 물려간 말은 큰 말이에요. 몸이 느려서 물린 것 같아요."]

당시 촬영된 화면입니다.

호랑이는 말의 목을 물었고, 다리 한쪽만 뜯어 먹은 뒤 사라졌습니다.

호랑이가 나타난 곳 바로 옆에는 이렇게 중국과 러시아 국경을 가르는 우수리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호랑이들이 강을 건너 중국 쪽으로 출몰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이 곳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숲, 호랑이가 있으니 약초를 캐러 들어가지 말라, 만약 들어갔다가 물리면 본인 책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숲 속 한가운데 작은 웅덩이, 지난 7월 30일, 바로 이곳에서 거위 8마리가 호랑이에 물렸습니다.

이곳은 일반인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랑이 발자국이 이렇게 추가로 발견되는 것은 지금도 호랑이가 다니는 길목이라는 점을 알게 해줍니다.

마을 주민들은 호랑이를 좋아하면서도 또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청창룽/양봉업자 : "(임업국에서) 호랑이가 활동하는 새벽과 초저녁에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저녁에는 집 문앞에 불을 피우라고 했어요."]

야생 호랑이 목격담은 중러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겨울 승용차를 타고 가던 시민들이 찍은 영상입니다.

["너 여기 서서 뭐하니! 그래 가! 가!"]

자기 집 뒷마당에 나타난 호랑이를 찍는가 하면,

["정말 아름답다...일어나지마 돌아와!"]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지나다가 찍은 영상도 화제가 됐습니다.

["호랑이 봤어? 어 호랑이!"]

중국 환경 당국이 야생 호랑이 보호 육성을 위해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을 시작한 호랑이 국가 공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무려 만 5천 평방킬로미터 규모, 서울의 25배에 면적으로 동쪽으로는 러시아 국경, 남쪽으로는 북한 두만강 접경까집니다.

광활한 공원 내에서는 호랑이가 최우선입니다.

호랑이는 물론, 호랑이의 먹잇감인 멧돼지와 노루, 사슴 등을 해치는 것도 엄하게 처벌받습니다.

호랑이로부터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는 마디다 마을을 찾았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마을에 인접한 저 산에서 십수 마리의 가축들이 호랑이에게 당했습니다.

최근엔 마을 코앞 이 옥수수밭까지 호랑이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인간과 호랑이의 공존이 시험대에 오른 겁니다.

[정윈쯔/마디다 마을 주민 : "여름엔 산에 목장에서 열 마리 넘게 당해요. 겨울엔 소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그러면 호랑이도 마을까지 따라와요."]

2002년 훈춘 춘화에서는 주민이 호랑이에 물려 숨지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때부터 피해 보상금 제도를 실시해 인간이 호랑이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쉐옌강/호랑이 국가공원 훈춘관리국 직원 : "매년 촌민들이 산에서 나물을 캘 때 호랑이와 마주치곤 합니다. 하지만 호랑이는 사람을 잘 공격하지 않아요. 인기척을 느끼면 먼저 피해요."]

그 결과 1998년 중국과 미국, 러시아 합동 조사 당시 중국 쪽에 최대 5마리에 불과했던 호랑이는 최근 50여 마리까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3일 밤 호랑이 국가공원 관리국이 설치한 무인 카메라에 찍힌 호랑이 모습입니다.

중국 당국은 수십만 개의 카메라와 관측장비를 설치해 호랑이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짝을 이루는 과정, 그리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과정까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물론, 표범도 보호 관찰 대상입니다.

그 결과 한때 전쟁과 난개발을 피해 러시아 깊은 숲 속으로 숨어들었던 호랑이는 점차 중국 내륙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2014년 12월에는 러시아 국경으로부터 300㎞ 이상 떨어진 지린 시 부근에서도 발견됐습니다.

백두산, 중국명 창바이산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백두산에는 호랑이가 살고 있을까?

[리잉/서울대 수의학과 박사과정/연구원 : "1998년 호랑이 전문가들이 북한에 들어가 조사할 때 북한 전문가가 호랑이 발자국 사진을 찍어놓은 것을 발견했어요."]

전문가들은 현재 백두산에는 호랑이가 사라졌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중러 접경지역인 두만강을 건너 북한 온성 쪽에 출현한다는 증언이 많습니다.

하지만 숨을 곳도 먹을 것도 부족해 아직 야생호랑이가 짝을 만나 새끼를 낳고 생활하는 근거지가 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가오다빈/호랑이 국가공원 훈춘관리국 처장 : "최종의 목표는 장백산(백두산)에 호랑이가 복귀하게 하는 것입니다."]

호랑이에게 국경은 없습니다.

러시아 그리고 중국에 존재하는 한 한반도로의 복귀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북중러 3국 접경지 훈춘에서 강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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