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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시그널] 터키 위기의 나비효과, 유럽·아시아도 흔들
입력 2018.08.13 (16:29) 수정 2018.08.13 (17:51) 박종훈의 경제쇼
<박종훈의 경제 시그널> 터키 위기의 나비효과, 유럽·아시아까지 흔들

● 박종훈의 경제쇼, KBS 1라디오 97.3Mhz
● 방송 : 2018. 8. 13. (월) 16:10~17:00
● 진행 : 박종훈 기자



터키 경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터키 리라가 미 달러화 대비 14% 폭락하며 말 그대로 ‘검은 금요일’이 됐는데요, 오늘도 터키 리라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리라화 가치는 지금 70%가 넘게 폭락한 건데요,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반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나니까, 겁에 질린 터키 국민들은 너도나도 달러로 바꿔두려고 환전소에서 긴 줄을 설 정도가 됐습니다.

달러나 유로화 같은 외화 예금을 갖고 있는 터키 국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예치해 둔 돈을 찾으러 가도 터키 은행에 외화가 바닥이 나서 인출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급해진 외화 예금 고객들은 혹시라도 외화예금이 동결될까, 미리 달러나 유로화를 인출해 두거나 외국 은행 계좌로 이체해 두려고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나쁜데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베개 밑에 있는 달러, 유로, 금을 팔고 우리 터키 돈인 리라화를 사라”고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에게 달러가 있다면 우리에겐 알라가 있다”고 신앙심에 기대기도 했죠. 하지만 애국심과 신앙심만으로 추락하는 터키 리라를 붙잡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터키에 투자한 유럽 은행 위기설로 유럽 증시와 유로화도 출렁

터키 경제는 왜 이렇게 위기에 빠진 걸까요? 표면적인 원인은 바로 미국인 목사 앤드류 브런슨 때문입니다. 터키 정부는 브런슨 목사가 자국민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려 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군사 정보를 취득한 스파이 혐의가 있다며 구금했는데요,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기 위한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자 트럼프 행정부가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의 관세를 2배로 높이는 경제 보복을 가한 겁니다.

사실 보복의 강도가 아직 높은 것은 아닌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1일 1보복을 공언할 정도로 강경한데다가 최근 터키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질 데로 약해진 탓에 그 충격이 컸습니다. 터키는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대규모 외채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미국의 보복으로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그만 리라화가 폭락한 겁니다. 유럽 중앙은행은 리라화 폭락으로 터키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놓았죠.

그런데 터키 은행들의 파산 위기가 엉뚱하게도 유럽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터키 은행들에 돈을 빌려준 유럽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세계 시장으로 전염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스페인은 터키로 인해 위험에 노출된 자금이 833억 달러, 94조 원 정도에 이르고, 프랑스는 384억 달러, 43조원 정도에 이를 정돕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지난 금요일에는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유로화가치까지 떨어졌습니다.

안전 자산 엔화로 글로벌 자금 몰려.. 엔화 가치는 급등, 닛케이 지수는 급락

그런데 그 유탄이 엉뚱하게 일본으로 튀었습니다. 유로화 가치가 불안하다는 우려가 커지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사기 시작하면서 지난 금요일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한 겁니다. 이렇게 엔화 가치가 상승한 탓에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일본의 닛케이지수가 1.86%나하락했습니다. 그야말로 터키의 미국인 목사 억류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이 유럽과 일본 금융시장까지 흔들어 놓은 겁니다.

나비효과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키듯, 작은 변화가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뜻하는데요, 이를 대중에게 널리 전파한 사람은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입니다. 로렌츠는 처음에 갈매기의 날갯짓이라고 표현했다가 갈매기보다 나비의 날개가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비효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름을 갈매기에서 나비로 바꾼 덕에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지면서 그의 이론이 주목을 받게 되었죠.

이 나비효과에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요, 세계 경제에서 나비효과가 일어나느냐 아니냐는 나비의 날갯짓이 얼마나 크냐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상황이 변화를 가져오기 쉬운 임계 상태에 있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습니다. 임계 상태란 어떤 현상의 성질 변화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 즉 경계 상태를 뜻하는데요, 아무리 작은 경제적 충격이라도 임계 상태에서 일어나면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게 됩니다.

터키에 흔들리는 세계 경제, 근본 원인은 취약한 경제 상황

이번 터키 문제에 적용해 보면요, 사실 터키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큰 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주목해야 하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의 경제 상황이 썩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 상황이 좋았다면 터키 문제 정도가 세계 경제에 파장을 일으킬 만큼 큰 사건은 아니라는 점이죠.

그렇다면 지금 세계 경제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요? 경기를 미리 내다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지표 중에 하나가 경기선행지수입니다. 경기선행지수는 여섯 달이나 아홉 달 뒤의 경기를 나타내는데요,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평균 경기 선행지수가 지난해 11월 100.2로 정점을 찍고, 7개월 연속 하락해 2018년 6월에는 99.2로 추락했다는 겁니다. 경기선행지수는 지금 수치가 얼마냐 보다, 상승하고 있느냐 하락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8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뜻이겠죠.


미국 경제 역대 2번째로 긴 9년 장기 호황...이제 변곡점에도 대비해야.

세계 경제, 특히 미국 경제는 지난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장기 호황을 누려왔습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지 역사상 2번째로 긴 호황인데요, 물론 우리 한국 경제는 지난 9년 동안 철저히 소외되어 왔기 때문에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워낙 호황이 길었던 탓에 이제 언제라도 경기 둔화로 넘어가는 변곡점, 즉 임계상태가 시작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번에 터키에서 촉발된 나비의 날갯짓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단 변곡점, 즉 임계상태가 시작된다면 앞으로 발생할 다른 작은 나비의 날갯짓, 즉 국지적 경제 불안 요인이 세계 경제에 점점 더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9년 장기 호황을 누린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어떻게 변해갈지 세계 경제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박종훈의 경제 시그널,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종훈의 시그널] 터키 위기의 나비효과, 유럽·아시아도 흔들
    • 입력 2018-08-13 16:29:45
    • 수정2018-08-13 17:51:05
    박종훈의 경제쇼
<박종훈의 경제 시그널> 터키 위기의 나비효과, 유럽·아시아까지 흔들

● 박종훈의 경제쇼, KBS 1라디오 97.3Mhz
● 방송 : 2018. 8. 13. (월) 16:10~17:00
● 진행 : 박종훈 기자



터키 경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터키 리라가 미 달러화 대비 14% 폭락하며 말 그대로 ‘검은 금요일’이 됐는데요, 오늘도 터키 리라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리라화 가치는 지금 70%가 넘게 폭락한 건데요,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반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나니까, 겁에 질린 터키 국민들은 너도나도 달러로 바꿔두려고 환전소에서 긴 줄을 설 정도가 됐습니다.

달러나 유로화 같은 외화 예금을 갖고 있는 터키 국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예치해 둔 돈을 찾으러 가도 터키 은행에 외화가 바닥이 나서 인출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급해진 외화 예금 고객들은 혹시라도 외화예금이 동결될까, 미리 달러나 유로화를 인출해 두거나 외국 은행 계좌로 이체해 두려고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나쁜데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베개 밑에 있는 달러, 유로, 금을 팔고 우리 터키 돈인 리라화를 사라”고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에게 달러가 있다면 우리에겐 알라가 있다”고 신앙심에 기대기도 했죠. 하지만 애국심과 신앙심만으로 추락하는 터키 리라를 붙잡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터키에 투자한 유럽 은행 위기설로 유럽 증시와 유로화도 출렁

터키 경제는 왜 이렇게 위기에 빠진 걸까요? 표면적인 원인은 바로 미국인 목사 앤드류 브런슨 때문입니다. 터키 정부는 브런슨 목사가 자국민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려 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군사 정보를 취득한 스파이 혐의가 있다며 구금했는데요,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기 위한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자 트럼프 행정부가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의 관세를 2배로 높이는 경제 보복을 가한 겁니다.

사실 보복의 강도가 아직 높은 것은 아닌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1일 1보복을 공언할 정도로 강경한데다가 최근 터키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질 데로 약해진 탓에 그 충격이 컸습니다. 터키는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대규모 외채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미국의 보복으로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그만 리라화가 폭락한 겁니다. 유럽 중앙은행은 리라화 폭락으로 터키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놓았죠.

그런데 터키 은행들의 파산 위기가 엉뚱하게도 유럽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터키 은행들에 돈을 빌려준 유럽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세계 시장으로 전염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스페인은 터키로 인해 위험에 노출된 자금이 833억 달러, 94조 원 정도에 이르고, 프랑스는 384억 달러, 43조원 정도에 이를 정돕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지난 금요일에는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유로화가치까지 떨어졌습니다.

안전 자산 엔화로 글로벌 자금 몰려.. 엔화 가치는 급등, 닛케이 지수는 급락

그런데 그 유탄이 엉뚱하게 일본으로 튀었습니다. 유로화 가치가 불안하다는 우려가 커지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사기 시작하면서 지난 금요일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한 겁니다. 이렇게 엔화 가치가 상승한 탓에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일본의 닛케이지수가 1.86%나하락했습니다. 그야말로 터키의 미국인 목사 억류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이 유럽과 일본 금융시장까지 흔들어 놓은 겁니다.

나비효과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키듯, 작은 변화가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뜻하는데요, 이를 대중에게 널리 전파한 사람은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입니다. 로렌츠는 처음에 갈매기의 날갯짓이라고 표현했다가 갈매기보다 나비의 날개가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비효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름을 갈매기에서 나비로 바꾼 덕에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지면서 그의 이론이 주목을 받게 되었죠.

이 나비효과에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요, 세계 경제에서 나비효과가 일어나느냐 아니냐는 나비의 날갯짓이 얼마나 크냐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상황이 변화를 가져오기 쉬운 임계 상태에 있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습니다. 임계 상태란 어떤 현상의 성질 변화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 즉 경계 상태를 뜻하는데요, 아무리 작은 경제적 충격이라도 임계 상태에서 일어나면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게 됩니다.

터키에 흔들리는 세계 경제, 근본 원인은 취약한 경제 상황

이번 터키 문제에 적용해 보면요, 사실 터키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큰 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주목해야 하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의 경제 상황이 썩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 상황이 좋았다면 터키 문제 정도가 세계 경제에 파장을 일으킬 만큼 큰 사건은 아니라는 점이죠.

그렇다면 지금 세계 경제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요? 경기를 미리 내다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지표 중에 하나가 경기선행지수입니다. 경기선행지수는 여섯 달이나 아홉 달 뒤의 경기를 나타내는데요,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평균 경기 선행지수가 지난해 11월 100.2로 정점을 찍고, 7개월 연속 하락해 2018년 6월에는 99.2로 추락했다는 겁니다. 경기선행지수는 지금 수치가 얼마냐 보다, 상승하고 있느냐 하락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8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뜻이겠죠.


미국 경제 역대 2번째로 긴 9년 장기 호황...이제 변곡점에도 대비해야.

세계 경제, 특히 미국 경제는 지난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장기 호황을 누려왔습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지 역사상 2번째로 긴 호황인데요, 물론 우리 한국 경제는 지난 9년 동안 철저히 소외되어 왔기 때문에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워낙 호황이 길었던 탓에 이제 언제라도 경기 둔화로 넘어가는 변곡점, 즉 임계상태가 시작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번에 터키에서 촉발된 나비의 날갯짓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단 변곡점, 즉 임계상태가 시작된다면 앞으로 발생할 다른 작은 나비의 날갯짓, 즉 국지적 경제 불안 요인이 세계 경제에 점점 더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9년 장기 호황을 누린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어떻게 변해갈지 세계 경제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박종훈의 경제 시그널,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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