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제대로 내놔라” 삼성생명 상대 소송전…즉시연금이 뭐길래

입력 2018.08.16 (15:41) 수정 2018.08.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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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연금 보험상품 가입자들이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애초에 약속한 것보다 적게 지급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금융소비자연맹은 16일 "보험사들이 즉시연금 보험금을 축소 지급해온 것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지급을 지시했음에도 지급을 거부하고 채무부존재 소송으로 대응했다"며 가입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낸다고 밝혔다.

10일까지 약 70명의 가입자가 즉시연금 과소지급 피해사례를 접수했는데, 이들을 모아 생보사 상대 보험금 청구 소송을 내겠다는 것이다.

즉시연금이 뭐길래

문제가 불거진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1억 원, 10억 원 등 일정액을 보험료로 한 번에 내고, 매달 연금처럼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만기 때는 처음 냈던 원금을 돌려받는다. 매달 받는 보험금은 시중금리와 연동된 공시이율을 적용해 결정된다. 2000년대 초반 출시됐는데 10년 이상 가입하면 세금도 면제되고, 은행이자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객돈을 받아 시장에서 굴리면서 고객에게 보험금을 떼어주고 남는 돈을 이윤으로 챙기는 상품이다. 그러니 돈을 굴려 얼마를 벌 수 있는지, 또 고객에게는 얼마를 보험금으로 줘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저금리 기조로 약속 못 지킨 보험사

문제는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보험사도 돈을 굴려 돈을 벌기가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보험사가 약속한 보험금의 공시이율이 꾸준히 낮아지면서 보험사는 약속한 2~2.5% 수준의 최저보증이율에도 못 미치는 보험금을 지급해왔다.


이에 삼성생명에 10억 원을 내고 즉시연금에 가입했던 강 모씨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이 보험 가입 당시 약속한 연 2.5%의 최저보증이율에도 못 미치는 136만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는 만기 때 돌려줄 보험금(원금)을 만드느라 지급하는 보험금이 적어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 씨는 약관에 이 같은 내용이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고, 지난해 11월 분쟁조정위원회는 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삼성생명도 지난 2월 이 결정을 수용해 강 씨에게 1,500만 원을 지급했다.

금감원 일괄구제 명령에는 '못주겠다'…반발


이후 지난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에 대해 일괄구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문제가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생명보험사들에 그동안 강 씨와 같은 즉시연금 고객에게 최저보장이율만큼 지급하지 않았던 보험금을 추기로 지급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강 씨와 같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는 삼성생명에서만 약 5만 5,000명이다. 지급금액도 4,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업계 전체로 따지면 전체 즉시연금 가입자가 16만여 명이고, 추가 지급 보험금이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생명 등 보험사는 주주 배임 우려 등을 이유로 금감원의 일괄구제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고객 1인당 약 70만 원, 총 370억 원을 이달 안에 추가로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지난 13일에는 즉시연금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까지 냈다. 보험사가 추가로 지급해야 할 돈이 얼마인지를 법원에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370억 vs 4300억...핵심은 만기보험금 지급재원

금감원은 4,300억 원을 줘야 한다는데, 왜 삼성생명은 370억 원만 지급하겠다고 밝혔을까. 차이를 만든 핵심은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이다.

보험사는 만기에 고객에게 돌려줄 돈(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일정한 금액을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으로 뗀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만기에 원금을 만들기 위해 떼어둬야 하는 만기보험금 지급재원 비중도 커진다. 이 때문에 저금리 기조 속에 이를 떼고 주다 보니 고객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이 최저보장이율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만기보험금 지급재원도 결국 돈도 고객에게 줄 돈이고, 매달 떼어두는 만기보험금 지급재원과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을 더하면 최저보증이율보다 높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지급재원을 따로 떼어낸 뒤에도 고객에게 최저보증이율만큼을 지급하지 못한 돈이 있나 따져봤더니 그게 370억 원정도 된다는 것이 삼성생명 입장이다.

하지만 금감원과 고객들의 생각은 다르다.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떼고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약관에 없었고, 따로 설명을 듣지도 못했기 때문에 최저보증이율을 따질 때 고객이 받는 보험금만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기에 받을 돈을 마련할 돈을 따로 떼지 않고 고객이 낸 보험금에서 최저보증이율만을 따져 계산해 못 받은 돈이 4,300억 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기보험금(원금) 만들 돈을 떼고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즉시연금 약관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약관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즉시 연금 논란은 만기 보험금 지급 재원을 차감한다는 점이 약관에 없는 게 문제"라며 "분명히 고객에게 알렸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금융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금융소비자"라며 "감독원 입장에서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상황이고 우리로선 필요한 조치는 취해 나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금감원의 일괄구제 권고나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은 강제력이 없는 만큼 즉시연금 보험금 지급 문제는 삼성생명이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과 즉시연금 가입자가 금융소비자연맹 등을 통해 제기한 단체소송 등 관련 소송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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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제대로 내놔라” 삼성생명 상대 소송전…즉시연금이 뭐길래
    • 입력 2018-08-16 15:41:23
    • 수정2018-08-16 16:18:45
    취재K
즉시연금 보험상품 가입자들이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애초에 약속한 것보다 적게 지급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금융소비자연맹은 16일 "보험사들이 즉시연금 보험금을 축소 지급해온 것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지급을 지시했음에도 지급을 거부하고 채무부존재 소송으로 대응했다"며 가입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낸다고 밝혔다.

10일까지 약 70명의 가입자가 즉시연금 과소지급 피해사례를 접수했는데, 이들을 모아 생보사 상대 보험금 청구 소송을 내겠다는 것이다.

즉시연금이 뭐길래

문제가 불거진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1억 원, 10억 원 등 일정액을 보험료로 한 번에 내고, 매달 연금처럼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만기 때는 처음 냈던 원금을 돌려받는다. 매달 받는 보험금은 시중금리와 연동된 공시이율을 적용해 결정된다. 2000년대 초반 출시됐는데 10년 이상 가입하면 세금도 면제되고, 은행이자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객돈을 받아 시장에서 굴리면서 고객에게 보험금을 떼어주고 남는 돈을 이윤으로 챙기는 상품이다. 그러니 돈을 굴려 얼마를 벌 수 있는지, 또 고객에게는 얼마를 보험금으로 줘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저금리 기조로 약속 못 지킨 보험사

문제는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보험사도 돈을 굴려 돈을 벌기가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보험사가 약속한 보험금의 공시이율이 꾸준히 낮아지면서 보험사는 약속한 2~2.5% 수준의 최저보증이율에도 못 미치는 보험금을 지급해왔다.


이에 삼성생명에 10억 원을 내고 즉시연금에 가입했던 강 모씨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이 보험 가입 당시 약속한 연 2.5%의 최저보증이율에도 못 미치는 136만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는 만기 때 돌려줄 보험금(원금)을 만드느라 지급하는 보험금이 적어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 씨는 약관에 이 같은 내용이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고, 지난해 11월 분쟁조정위원회는 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삼성생명도 지난 2월 이 결정을 수용해 강 씨에게 1,500만 원을 지급했다.

금감원 일괄구제 명령에는 '못주겠다'…반발


이후 지난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에 대해 일괄구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문제가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생명보험사들에 그동안 강 씨와 같은 즉시연금 고객에게 최저보장이율만큼 지급하지 않았던 보험금을 추기로 지급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강 씨와 같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는 삼성생명에서만 약 5만 5,000명이다. 지급금액도 4,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업계 전체로 따지면 전체 즉시연금 가입자가 16만여 명이고, 추가 지급 보험금이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생명 등 보험사는 주주 배임 우려 등을 이유로 금감원의 일괄구제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고객 1인당 약 70만 원, 총 370억 원을 이달 안에 추가로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지난 13일에는 즉시연금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까지 냈다. 보험사가 추가로 지급해야 할 돈이 얼마인지를 법원에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370억 vs 4300억...핵심은 만기보험금 지급재원

금감원은 4,300억 원을 줘야 한다는데, 왜 삼성생명은 370억 원만 지급하겠다고 밝혔을까. 차이를 만든 핵심은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이다.

보험사는 만기에 고객에게 돌려줄 돈(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일정한 금액을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으로 뗀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만기에 원금을 만들기 위해 떼어둬야 하는 만기보험금 지급재원 비중도 커진다. 이 때문에 저금리 기조 속에 이를 떼고 주다 보니 고객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이 최저보장이율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만기보험금 지급재원도 결국 돈도 고객에게 줄 돈이고, 매달 떼어두는 만기보험금 지급재원과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을 더하면 최저보증이율보다 높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지급재원을 따로 떼어낸 뒤에도 고객에게 최저보증이율만큼을 지급하지 못한 돈이 있나 따져봤더니 그게 370억 원정도 된다는 것이 삼성생명 입장이다.

하지만 금감원과 고객들의 생각은 다르다.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떼고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약관에 없었고, 따로 설명을 듣지도 못했기 때문에 최저보증이율을 따질 때 고객이 받는 보험금만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기에 받을 돈을 마련할 돈을 따로 떼지 않고 고객이 낸 보험금에서 최저보증이율만을 따져 계산해 못 받은 돈이 4,300억 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기보험금(원금) 만들 돈을 떼고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즉시연금 약관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약관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즉시 연금 논란은 만기 보험금 지급 재원을 차감한다는 점이 약관에 없는 게 문제"라며 "분명히 고객에게 알렸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금융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금융소비자"라며 "감독원 입장에서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상황이고 우리로선 필요한 조치는 취해 나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금감원의 일괄구제 권고나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은 강제력이 없는 만큼 즉시연금 보험금 지급 문제는 삼성생명이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과 즉시연금 가입자가 금융소비자연맹 등을 통해 제기한 단체소송 등 관련 소송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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