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다이어트 내기하자”…비만과 전쟁 선포한 섬나라들

입력 2018.08.16 (20:40) 수정 2018.08.1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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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년 동안 누가 가장 살을 많이 뺐는지 겨뤄보자!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통가의 총리가 이웃 섬나라 지도자들에게 정상 회의 의제로 다이어트를 제안했습니다.

정말 진지한 제안이라고 합니다.

이들 섬나라들은 왜 세계에서 비민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 됐을까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홍석우 기자. 통가라는 나라가 우리에겐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어떤 나라인가 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통가는 호주 동쪽 남태평양 중부에 있는 섬나라입니다.

주변으로는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피지, 사모아, 뉴칼레도니아 등이 있습니다.

영국 연방 국가 중 하나로 부산 정도 크기고요. 인구는 10만 명이 조금 넘습니다.

통가는 UN 등 국제무대에서 우리에게 호의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소개할 영상이 있는데 한 번 보실까요?

평창 동계올림픽.

영하의 날씨 속에 웃통을 벗고 근육을 과시한 한 남자 선수가 있습니다.

스키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한 피타 니콜라스 타우파토인데요.

통가판 '쿨러닝', 통가의 근육남으로 올림픽 기간 주목을 받았습니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태권도 선수로 출전했었고요.

하지만 이런 근육질 통가남을 실제로 통가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비만이라 사회 문제라고 하는데요.

통가의 총리 아킬리시 포히바는 급기야 다음달 연례 퍼시픽 아일랜드 포럼에서 정상들의 다이어트를 제안했습니다.

남태평양 섬나라 지도자들이 1년 동안 체중을 감량해서 누가 가장 많이 살을 뺐는지 겨뤄보자는 겁니다.

지난 13일 현지 일간 '사모아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태평양 국가들의 심각한 사회 문제인 비만 퇴치를 위해 정상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앵커]

남태평양 섬나라들의 비만이 어느 정도나 심각하길래 이런 제안까지 나온 건가요?

[기자]

네.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발표한 자료를 보겠습니다.

성인 비만율이 높은 국가 1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남태평양 국가입니다.

나우루, 쿡 제도, 팔라우, 마셜 제도, 투발루, 통가 순이고요. 미국은 12위, 호주는 27위, 멕시코는 29위를 기록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곳은 남태평양 국가 중 8위를 기록한 사모아입니다.

인구 약 20만 명의 작은 섬나라인데 사모아 국민 10명 가운데 9명 가량이 비만이라고 합니다.

[타바타/사모아 시민 : "저는 매일 음식을 많이 먹어요. 음료수도 많이 마시죠. 제가 아주 뚱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건강이 걱정돼요."]

이 남성은 몸무게가 171kg에 달하는데요.

평소 2L짜리 탄산 음료를 매일 마시고, 지방이 많은 양고기 뱃살을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앵커]

2리터짜리 탄산 음료 마시고, 고기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식습관이 문제인가요?

[기자]

네. 원래 태평양 섬나라들은 수십 년 전만 해도 비만인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근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값싼 고기나 인스턴트 식품, 초콜릿, 탄산 음료 등이 마구 수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사모아 남성이 즐겨 먹는다고 한 양고기 뱃살은 뉴질랜드산입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이 부위를 개 사료로 먹이는 등 다른 나라에서는 잘 먹지 않는 부위인데 지방이 많고 값도 싸서 남태평양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합니다.

[타바타/사모아 시민 : "어떤 사람들은 양고기 뱃살이 쓰레기(waste)라고 하지만, 사모아 사람들은 좋아합니다."]

슈퍼마켓 진열대에는 소금에 절인 소고기와 같은 인스턴트 통조림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수십년 전부터 인스턴트 통조림, 초콜릿, 콜라 등 가공식품이 유입되면서 비만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버터와 잼을 바른 빵, 패스트푸드의 유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조금 전 통계에서 봤듯이 식습관이 비슷한 미국이나 호주보다 남태평양 사람들의 비만이 심각한 걸 보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유전적인 영향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스테판 맥가비 브라운대학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모아인 25%가 비만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이 유전자를 가진 사모아인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만이 될 확률이 30~40%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구팀은 식량이 부족한 섬나라의 특성상 더 많은 지방을 축적하고 에너지를 덜 쓰도록.... 그러니까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찌게 유전자가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체중 감량 내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나라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나 보네요?

[기자]

네, 인근 국가인 사모아 정부는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자국 농산물 생산과 소비를 독려하고 있고요.

그렇지만 체중 감량 내기를 제안한 통가 정부가 역시 가장 적극적입니다.

2016년부터 '첫 천일'이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임신부의 당뇨 검진과 함께 출산 후에는 2년 정도 지속적으로 필요한 치료와 건강식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방이 많은 음식이나 청량음료 섭취를 줄이려는 정책도 시행 중입니다.

통가는 2016년부터 청량음료나 과자, 양고기 등에 비만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한편 세계에서 비만이 가장 없는 나라는 베트남으로 조사됐는데요.

베트남도 내년부터 청량음료에 비만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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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6 20:40:33
    • 수정2018-08-16 20: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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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년 동안 누가 가장 살을 많이 뺐는지 겨뤄보자!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통가의 총리가 이웃 섬나라 지도자들에게 정상 회의 의제로 다이어트를 제안했습니다.

정말 진지한 제안이라고 합니다.

이들 섬나라들은 왜 세계에서 비민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 됐을까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홍석우 기자. 통가라는 나라가 우리에겐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어떤 나라인가 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통가는 호주 동쪽 남태평양 중부에 있는 섬나라입니다.

주변으로는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피지, 사모아, 뉴칼레도니아 등이 있습니다.

영국 연방 국가 중 하나로 부산 정도 크기고요. 인구는 10만 명이 조금 넘습니다.

통가는 UN 등 국제무대에서 우리에게 호의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소개할 영상이 있는데 한 번 보실까요?

평창 동계올림픽.

영하의 날씨 속에 웃통을 벗고 근육을 과시한 한 남자 선수가 있습니다.

스키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한 피타 니콜라스 타우파토인데요.

통가판 '쿨러닝', 통가의 근육남으로 올림픽 기간 주목을 받았습니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태권도 선수로 출전했었고요.

하지만 이런 근육질 통가남을 실제로 통가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비만이라 사회 문제라고 하는데요.

통가의 총리 아킬리시 포히바는 급기야 다음달 연례 퍼시픽 아일랜드 포럼에서 정상들의 다이어트를 제안했습니다.

남태평양 섬나라 지도자들이 1년 동안 체중을 감량해서 누가 가장 많이 살을 뺐는지 겨뤄보자는 겁니다.

지난 13일 현지 일간 '사모아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태평양 국가들의 심각한 사회 문제인 비만 퇴치를 위해 정상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앵커]

남태평양 섬나라들의 비만이 어느 정도나 심각하길래 이런 제안까지 나온 건가요?

[기자]

네.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발표한 자료를 보겠습니다.

성인 비만율이 높은 국가 1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남태평양 국가입니다.

나우루, 쿡 제도, 팔라우, 마셜 제도, 투발루, 통가 순이고요. 미국은 12위, 호주는 27위, 멕시코는 29위를 기록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곳은 남태평양 국가 중 8위를 기록한 사모아입니다.

인구 약 20만 명의 작은 섬나라인데 사모아 국민 10명 가운데 9명 가량이 비만이라고 합니다.

[타바타/사모아 시민 : "저는 매일 음식을 많이 먹어요. 음료수도 많이 마시죠. 제가 아주 뚱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건강이 걱정돼요."]

이 남성은 몸무게가 171kg에 달하는데요.

평소 2L짜리 탄산 음료를 매일 마시고, 지방이 많은 양고기 뱃살을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앵커]

2리터짜리 탄산 음료 마시고, 고기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식습관이 문제인가요?

[기자]

네. 원래 태평양 섬나라들은 수십 년 전만 해도 비만인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근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값싼 고기나 인스턴트 식품, 초콜릿, 탄산 음료 등이 마구 수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사모아 남성이 즐겨 먹는다고 한 양고기 뱃살은 뉴질랜드산입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이 부위를 개 사료로 먹이는 등 다른 나라에서는 잘 먹지 않는 부위인데 지방이 많고 값도 싸서 남태평양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합니다.

[타바타/사모아 시민 : "어떤 사람들은 양고기 뱃살이 쓰레기(waste)라고 하지만, 사모아 사람들은 좋아합니다."]

슈퍼마켓 진열대에는 소금에 절인 소고기와 같은 인스턴트 통조림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수십년 전부터 인스턴트 통조림, 초콜릿, 콜라 등 가공식품이 유입되면서 비만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버터와 잼을 바른 빵, 패스트푸드의 유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조금 전 통계에서 봤듯이 식습관이 비슷한 미국이나 호주보다 남태평양 사람들의 비만이 심각한 걸 보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유전적인 영향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스테판 맥가비 브라운대학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모아인 25%가 비만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이 유전자를 가진 사모아인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만이 될 확률이 30~40%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구팀은 식량이 부족한 섬나라의 특성상 더 많은 지방을 축적하고 에너지를 덜 쓰도록.... 그러니까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찌게 유전자가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체중 감량 내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나라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나 보네요?

[기자]

네, 인근 국가인 사모아 정부는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자국 농산물 생산과 소비를 독려하고 있고요.

그렇지만 체중 감량 내기를 제안한 통가 정부가 역시 가장 적극적입니다.

2016년부터 '첫 천일'이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임신부의 당뇨 검진과 함께 출산 후에는 2년 정도 지속적으로 필요한 치료와 건강식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방이 많은 음식이나 청량음료 섭취를 줄이려는 정책도 시행 중입니다.

통가는 2016년부터 청량음료나 과자, 양고기 등에 비만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한편 세계에서 비만이 가장 없는 나라는 베트남으로 조사됐는데요.

베트남도 내년부터 청량음료에 비만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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