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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증거 따라간다던 드루킹 특검, 오락가락 진술에 좌초?
입력 2018.08.25 (08:00) 수정 2018.08.25 (22:24) 취재후·사건후
"인적 증거와 물적 증거에 따라서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

지난 6월 27일, 허익범 특별검사는 수사 첫 날 이렇게 밝혔습니다. 증거가 가리키는대로 수사하겠다고 했는데, 핵심 증거는 드루킹의 진술이었습니다. 드루킹의 진술이 오락가락하자 수사도 오락가락했습니다. 수사의 본류와 거리가 있는 수사를 진행하다,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정작 본류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수사는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결국 22일 허 특검은 30일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포기했습니다. 특검이 스스로 더 이상의 수사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역대 12번의 특검 중 수사기간 연장이 가능했던 6번의 특검은 모두 기간 연장을 신청했는데, 드루킹 특검은 스스로 문을 닫는 첫 사례가 됐습니다. 드루킹 특검의 한계를 짚어봤습니다.

▲ 노회찬 전 의원, 사망.."본류와 다른 수사" 비난 쏟아져

드루킹 특검은 드루킹 일당을 추가 기소하고, 드루킹의 아지트로 쓰였던 ‘산채’라 불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현장조사에선 휴대전화 등 새로운 증거물들을 발견했습니다. 범행 관련 자료가 은닉된 드루킹 일당의 비밀 창고도 발견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수사가 본 궤도로 오르는 듯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7월 23일, 충격적인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마지막 유언입니다. 노 전 원내대표는 어머니와 남동생 가족이 사는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을 했습니다. 노 전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에 정치권은 비통함에 잠겼습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분향소가 설치됐고, 많은 시민들이 노 전 원내대표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점차 여론 지형은 특검에 불리하게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 불법 정치자금 관련 의혹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핵심엔 ‘경공모’ 핵심 멤버인 도 모 변호사가 있었습니다. 대형 로펌에 소속된 도 변호사는 노 전 원내대표와 경기고 동창입니다. 도 변호사는 2016년 총선 직전 노 전 원내대표에게 접근해 5천 만원의 정차지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았고, 수사의 칼끝은 노 전 원내대표를 향했습니다.

하지만 노 전 원내대표의 사망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수사 동력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본류과 동떨어진 수사라는 안팎의 비난에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이 엉뚱한 노 전 원내대표를 건드렸다. 그 사건은 오히려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결국 수사 연장 명분 잃어

특검은 수사 기간 동안 총 4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초뽀' 김모 씨와 '트렐로' 강모씨, 이렇게 2명만 발부가 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됐습니다.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번이나 기각이 됐는데요. 당시 법원은 도 변호사의 경공모 내 지위와 역할 등을 비춰봤을 때 댓글 조작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특검 스스로 경공모 내 핵심 멤버라고 지칭한 도 변호사 마저 구속영장이 기각된 겁니다. 특검에 치명타를 안긴 건 김경수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었습니다.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피의자의 주거, 직업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 사유입니다. 법원은 드루킹과의 공모 관계가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인 공모 관계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범죄의 소명도 되지 않는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비판과 함께 수사 기간 연장의 명분도 꺾였습니다. 결국 특검의 선택은 수사 종결이었습니다.

▲ 특검법 제12조, 사건의 대국민보고..특검은 무얼 했는가

"사건에 대하여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하여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관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

특검법 제12조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출범된 특검인 만큼 피의 사실 외에 수사 과정을 언론에 상세히 설명해주라는 취지입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특검은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는 매일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드루킹 특검이 58일 동안의 수사 동안 언론 브리핑을 가진 건 28차례 밖에 없습니다. 이마저도 8월에는 7차례 뿐 입니다.

심지어 허 특검은 특검의 입을 담당했던 박상융 특검보에게 브리핑을 일시 중단시키기도 했습니다. 노 전 원내대표가 숨지고 이틀 뒤, 박 특검보가 브리핑에서 드루킹의 트위터 협박성 추정 글에 대해 "정의당 관계자들에게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검토하겠다"며 "이 부분은 수사에 포함된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정의당 관련 언급으로 구설에 오른 것 때문에 허 특검이 브리핑 일시 중단을 지시한 겁니다.

박 특검보의 언론 대응 방식도 지나치게 폐쇄적이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 특검보의 언론 대응 방식은 대부분이 전화가 아닌 문자 메시지였습니다. 이마저도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문자에 대한 답변은 ‘알아서 하시길’이었습니다.

허 특검은 출범 첫날 “사건에 대해 조용하고 담담하게 객관적 증거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과연 국민적 관심과 의혹을 국민들에게 설명할 의지가 있었는지, 조용하고 담담하게 수사를 진행한 것이 결국 언론과 국민은 져버린 채 수사를 한다는 것이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드루킹 특검에는 연말까지 '31억 4900만 원'의 국민 세금이 운영 비용으로 책정이 돼 있습니다.


▲ "‘킹크랩 시연회’ 보고 허락했느냐?" 재판 최대 쟁점

특검은 김경수 지사를 결국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 조작 활동을 했다는 혐의입니다. 핵심 쟁점은 2016년 11월 9일 ‘산채’에서 ‘킹크랩 시연회’를 김 지사가 보고 허락했는지 여부입니다. 이것이 성립돼야 김 지사가 처음 댓글 조작 활동을 알게 되고 이후 기사 링크를 보면 사실상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는 혐의가 완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검은 '킹크랩' 시연회와 관련된 물적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만으로도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지사 측은 시연회가 열렸다는 것 말고 김 지사가 시연회를 봤다는 걸 입증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킹크랩'은 모른다는 겁니다. 또, 시연회 이후 김 지사와 드루킹이 보안 메신저 '시그널' 등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그 대화에서 킹크랩이나 댓글을 언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드루킹과 '공모'를 했다면 적어도 한 번은 킹크랩이 잘 돌아가는지, 댓글 공작에 대한 지시 또는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와 비슷한 대화도 없었다는 얘깁니다.

이제 의혹은 법정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 보면 드루킹 특검이 '빈손 특검'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관 기사] [앵커&리포트] ‘드루킹 특검’ 60일 수사 종료…빈손으로 끝난 특검
  • [취재후] 증거 따라간다던 드루킹 특검, 오락가락 진술에 좌초?
    • 입력 2018-08-25 08:00:47
    • 수정2018-08-25 22:24:01
    취재후·사건후
"인적 증거와 물적 증거에 따라서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

지난 6월 27일, 허익범 특별검사는 수사 첫 날 이렇게 밝혔습니다. 증거가 가리키는대로 수사하겠다고 했는데, 핵심 증거는 드루킹의 진술이었습니다. 드루킹의 진술이 오락가락하자 수사도 오락가락했습니다. 수사의 본류와 거리가 있는 수사를 진행하다,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정작 본류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수사는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결국 22일 허 특검은 30일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포기했습니다. 특검이 스스로 더 이상의 수사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역대 12번의 특검 중 수사기간 연장이 가능했던 6번의 특검은 모두 기간 연장을 신청했는데, 드루킹 특검은 스스로 문을 닫는 첫 사례가 됐습니다. 드루킹 특검의 한계를 짚어봤습니다.

▲ 노회찬 전 의원, 사망.."본류와 다른 수사" 비난 쏟아져

드루킹 특검은 드루킹 일당을 추가 기소하고, 드루킹의 아지트로 쓰였던 ‘산채’라 불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현장조사에선 휴대전화 등 새로운 증거물들을 발견했습니다. 범행 관련 자료가 은닉된 드루킹 일당의 비밀 창고도 발견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수사가 본 궤도로 오르는 듯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7월 23일, 충격적인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마지막 유언입니다. 노 전 원내대표는 어머니와 남동생 가족이 사는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을 했습니다. 노 전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에 정치권은 비통함에 잠겼습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분향소가 설치됐고, 많은 시민들이 노 전 원내대표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점차 여론 지형은 특검에 불리하게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 불법 정치자금 관련 의혹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핵심엔 ‘경공모’ 핵심 멤버인 도 모 변호사가 있었습니다. 대형 로펌에 소속된 도 변호사는 노 전 원내대표와 경기고 동창입니다. 도 변호사는 2016년 총선 직전 노 전 원내대표에게 접근해 5천 만원의 정차지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았고, 수사의 칼끝은 노 전 원내대표를 향했습니다.

하지만 노 전 원내대표의 사망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수사 동력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본류과 동떨어진 수사라는 안팎의 비난에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이 엉뚱한 노 전 원내대표를 건드렸다. 그 사건은 오히려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결국 수사 연장 명분 잃어

특검은 수사 기간 동안 총 4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초뽀' 김모 씨와 '트렐로' 강모씨, 이렇게 2명만 발부가 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됐습니다.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번이나 기각이 됐는데요. 당시 법원은 도 변호사의 경공모 내 지위와 역할 등을 비춰봤을 때 댓글 조작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특검 스스로 경공모 내 핵심 멤버라고 지칭한 도 변호사 마저 구속영장이 기각된 겁니다. 특검에 치명타를 안긴 건 김경수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었습니다.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피의자의 주거, 직업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 사유입니다. 법원은 드루킹과의 공모 관계가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인 공모 관계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범죄의 소명도 되지 않는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비판과 함께 수사 기간 연장의 명분도 꺾였습니다. 결국 특검의 선택은 수사 종결이었습니다.

▲ 특검법 제12조, 사건의 대국민보고..특검은 무얼 했는가

"사건에 대하여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하여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관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

특검법 제12조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출범된 특검인 만큼 피의 사실 외에 수사 과정을 언론에 상세히 설명해주라는 취지입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특검은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는 매일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드루킹 특검이 58일 동안의 수사 동안 언론 브리핑을 가진 건 28차례 밖에 없습니다. 이마저도 8월에는 7차례 뿐 입니다.

심지어 허 특검은 특검의 입을 담당했던 박상융 특검보에게 브리핑을 일시 중단시키기도 했습니다. 노 전 원내대표가 숨지고 이틀 뒤, 박 특검보가 브리핑에서 드루킹의 트위터 협박성 추정 글에 대해 "정의당 관계자들에게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검토하겠다"며 "이 부분은 수사에 포함된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정의당 관련 언급으로 구설에 오른 것 때문에 허 특검이 브리핑 일시 중단을 지시한 겁니다.

박 특검보의 언론 대응 방식도 지나치게 폐쇄적이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 특검보의 언론 대응 방식은 대부분이 전화가 아닌 문자 메시지였습니다. 이마저도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문자에 대한 답변은 ‘알아서 하시길’이었습니다.

허 특검은 출범 첫날 “사건에 대해 조용하고 담담하게 객관적 증거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과연 국민적 관심과 의혹을 국민들에게 설명할 의지가 있었는지, 조용하고 담담하게 수사를 진행한 것이 결국 언론과 국민은 져버린 채 수사를 한다는 것이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드루킹 특검에는 연말까지 '31억 4900만 원'의 국민 세금이 운영 비용으로 책정이 돼 있습니다.


▲ "‘킹크랩 시연회’ 보고 허락했느냐?" 재판 최대 쟁점

특검은 김경수 지사를 결국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 조작 활동을 했다는 혐의입니다. 핵심 쟁점은 2016년 11월 9일 ‘산채’에서 ‘킹크랩 시연회’를 김 지사가 보고 허락했는지 여부입니다. 이것이 성립돼야 김 지사가 처음 댓글 조작 활동을 알게 되고 이후 기사 링크를 보면 사실상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는 혐의가 완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검은 '킹크랩' 시연회와 관련된 물적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만으로도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지사 측은 시연회가 열렸다는 것 말고 김 지사가 시연회를 봤다는 걸 입증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킹크랩'은 모른다는 겁니다. 또, 시연회 이후 김 지사와 드루킹이 보안 메신저 '시그널' 등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그 대화에서 킹크랩이나 댓글을 언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드루킹과 '공모'를 했다면 적어도 한 번은 킹크랩이 잘 돌아가는지, 댓글 공작에 대한 지시 또는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와 비슷한 대화도 없었다는 얘깁니다.

이제 의혹은 법정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 보면 드루킹 특검이 '빈손 특검'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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