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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라는 ‘일자리 예산’…OECD 평균 절반에 불과
입력 2018.08.27 (15:56) 수정 2018.08.27 (16:14) 취재K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출범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성적은 썩 좋지 않습니다. 실업자 숫자는 올 1월 1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7개월째 100만 명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률은 9.3%, 청년 실업자도 40만 명 선에 이릅니다.

올해 '일자리 추경'을 집행했던 정부는 내년에도 일자리 예산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배정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당장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세금중독성장'이다", "현 정부가 무데뽀(막무가내)로 밀어
붙인다"는 지적이 야당에서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일자리 예산, 얼마나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요.

GDP 대비 일자리 예산, 'OECD 평균' 절반에 불과

최근의 논란과 달리 의외로 우리나라의 '일자리 예산 투자 비중'은 외국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은 편입니다.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GDP의 1.31%를 일자리 예산으로 투입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일자리 예산은 GDP 대비 0.7%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일자리 투입 예산 수준은 다른 OECD 국가들의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라는 이야깁니다. '국제 기준'으로만 보면 우리나라의 일자리 예산 정도를 '세금 퍼주기'라고 마냥 비난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짚어봐야 할 건 예산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예산들이 제대로 쓰이고 있느냐일 겁니다. 일자리 사업은 크게 ①직접 일자리 제공 ②고용훈련 ③취업 일자리 알선 ④고용 장려금 지급 ⑤창업 지원 ⑥실업자 지원으로 나뉩니다.

'일자리 예산'이 쓰이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정리하지면 이렇습니다. 실업자에게 우선 ⑥실업자 지원을 제공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게 하고, 단기적으로는 ①직접 일자리 제공, 장기적으로는 ②고용훈련과 ③취업 일자리 알선, ⑤창업 지원 등으로 스스로 소득을 늘려가도록 하는 겁니다. 기업체에게는 ④고용 장려금 지원을 통해 취업 기회를 늘려주는 노력도 병행되면 '고용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의 고용 지표들을 보면, 이런 선순환의 구조가 어디선가 끊어진 듯 합니다. 어디가 문제였을까요?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펴낸 <2018년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효율화 방안>에 그 힌트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일자리사업 효율화 방안 (자료제공 :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실)고용노동부 일자리사업 효율화 방안 (자료제공 :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실)

핵심은 "정부가 제공하는 직접 일자리들이, '민간 영역 취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를 보면, 직접일자리사업의 경우 10명중 4명이 '반복 참여'하는 사람들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일자리에는 '참여했던 사람이 또 참여한다'는 말입니다.

"공공근로나 노인일자리로 한 번이라도 일을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민간취업을 절대 안 합니다.
일 강도가 민간기업에 갔을 때 엄청 힘들어요. 사람들이 자꾸 1순위로 읍사무소에 가서 신청을 하고
떨어져도 민간 쪽으로 안 가려고 해요. 자꾸 쉽고 돈 많이 벌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해달라고 그래요"
-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사업 담당자의 말


'단기 구제' 목적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직접 일자리들이 오히려 함정처럼 구직자들을 한 자리에 머무르게 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 번 이곳에 머물기 시작한 사람들은, 별도의 민간 취업 시장으로 나가지도 않을 겁니다. 구직 활동이 소극적으로 공공 일자리에만 집중되는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입니다.

밥을 떠먹여주기보다 밥 먹는 법을 가르쳐야

앞서 봤던 OECD 통계를 다시 끌어와 볼까요. 일자리 사업들 가운데 '어떤 일자리 사업에 집중하는가'를 살펴보면 차이가 눈에 띕니다. 다른 OECD 국가들은 '직접 일자리'에 투입되는 예산의 비중이 전체 예산의 0.07%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0.21%로 3배 정도 높습니다. 반면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등의 비중은 다른 나라들의 절반 이하 수준이고요.


'취업을 도와주는 사업'의 지출 비중은 낮고, '직접 일자리를 주는 사업'의 지출 비중은 높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일자리 예산이, 밥 먹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밥을 직접 떠먹여주는 데 너무 많은 공을 들여 왔다는 이야깁니다. 일자리 사업의 중심을 '직접 일자리 제공'보다 '취업 훈련'이나 '민간 구직 연계'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쪽으로 옮겨야 합니다.

사실, 일자리 문제가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내년 22조 원의 일자리 예산이 역대 최대치인 것은 사실이지만 꽤 오래 전부터 일자리 사업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습니다. (2014년 12조 원, 2015년 13조9천억 원, 2016년 15조 8천억 원, 2017년 19조 2천억 원)

이 흐름에서 보면 일자리 예산이 최근에만 유난히 많이 뛰었다고 지적하기도 어렵습니다. 일자리 예산의 '금액 자체'보다 예산이 얼마나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그 내용을 따져보고 고칠 점을 빨리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 사상 최대라는 ‘일자리 예산’…OECD 평균 절반에 불과
    • 입력 2018-08-27 15:56:06
    • 수정2018-08-27 16:14:29
    취재K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출범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성적은 썩 좋지 않습니다. 실업자 숫자는 올 1월 1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7개월째 100만 명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률은 9.3%, 청년 실업자도 40만 명 선에 이릅니다.

올해 '일자리 추경'을 집행했던 정부는 내년에도 일자리 예산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배정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당장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세금중독성장'이다", "현 정부가 무데뽀(막무가내)로 밀어
붙인다"는 지적이 야당에서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일자리 예산, 얼마나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요.

GDP 대비 일자리 예산, 'OECD 평균' 절반에 불과

최근의 논란과 달리 의외로 우리나라의 '일자리 예산 투자 비중'은 외국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은 편입니다.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GDP의 1.31%를 일자리 예산으로 투입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일자리 예산은 GDP 대비 0.7%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일자리 투입 예산 수준은 다른 OECD 국가들의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라는 이야깁니다. '국제 기준'으로만 보면 우리나라의 일자리 예산 정도를 '세금 퍼주기'라고 마냥 비난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짚어봐야 할 건 예산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예산들이 제대로 쓰이고 있느냐일 겁니다. 일자리 사업은 크게 ①직접 일자리 제공 ②고용훈련 ③취업 일자리 알선 ④고용 장려금 지급 ⑤창업 지원 ⑥실업자 지원으로 나뉩니다.

'일자리 예산'이 쓰이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정리하지면 이렇습니다. 실업자에게 우선 ⑥실업자 지원을 제공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게 하고, 단기적으로는 ①직접 일자리 제공, 장기적으로는 ②고용훈련과 ③취업 일자리 알선, ⑤창업 지원 등으로 스스로 소득을 늘려가도록 하는 겁니다. 기업체에게는 ④고용 장려금 지원을 통해 취업 기회를 늘려주는 노력도 병행되면 '고용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의 고용 지표들을 보면, 이런 선순환의 구조가 어디선가 끊어진 듯 합니다. 어디가 문제였을까요?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펴낸 <2018년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효율화 방안>에 그 힌트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일자리사업 효율화 방안 (자료제공 :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실)고용노동부 일자리사업 효율화 방안 (자료제공 :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실)

핵심은 "정부가 제공하는 직접 일자리들이, '민간 영역 취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를 보면, 직접일자리사업의 경우 10명중 4명이 '반복 참여'하는 사람들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일자리에는 '참여했던 사람이 또 참여한다'는 말입니다.

"공공근로나 노인일자리로 한 번이라도 일을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민간취업을 절대 안 합니다.
일 강도가 민간기업에 갔을 때 엄청 힘들어요. 사람들이 자꾸 1순위로 읍사무소에 가서 신청을 하고
떨어져도 민간 쪽으로 안 가려고 해요. 자꾸 쉽고 돈 많이 벌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해달라고 그래요"
-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사업 담당자의 말


'단기 구제' 목적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직접 일자리들이 오히려 함정처럼 구직자들을 한 자리에 머무르게 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 번 이곳에 머물기 시작한 사람들은, 별도의 민간 취업 시장으로 나가지도 않을 겁니다. 구직 활동이 소극적으로 공공 일자리에만 집중되는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입니다.

밥을 떠먹여주기보다 밥 먹는 법을 가르쳐야

앞서 봤던 OECD 통계를 다시 끌어와 볼까요. 일자리 사업들 가운데 '어떤 일자리 사업에 집중하는가'를 살펴보면 차이가 눈에 띕니다. 다른 OECD 국가들은 '직접 일자리'에 투입되는 예산의 비중이 전체 예산의 0.07%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0.21%로 3배 정도 높습니다. 반면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등의 비중은 다른 나라들의 절반 이하 수준이고요.


'취업을 도와주는 사업'의 지출 비중은 낮고, '직접 일자리를 주는 사업'의 지출 비중은 높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일자리 예산이, 밥 먹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밥을 직접 떠먹여주는 데 너무 많은 공을 들여 왔다는 이야깁니다. 일자리 사업의 중심을 '직접 일자리 제공'보다 '취업 훈련'이나 '민간 구직 연계'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쪽으로 옮겨야 합니다.

사실, 일자리 문제가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내년 22조 원의 일자리 예산이 역대 최대치인 것은 사실이지만 꽤 오래 전부터 일자리 사업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습니다. (2014년 12조 원, 2015년 13조9천억 원, 2016년 15조 8천억 원, 2017년 19조 2천억 원)

이 흐름에서 보면 일자리 예산이 최근에만 유난히 많이 뛰었다고 지적하기도 어렵습니다. 일자리 예산의 '금액 자체'보다 예산이 얼마나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그 내용을 따져보고 고칠 점을 빨리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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