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MW 직접 실험해봤더니…“400도 배기가스가 엔진으로 쑤욱”

입력 2018.08.27 (18:11) 수정 2018.08.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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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열린다!" "열리네 진짜..."

시동을 걸고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BMW 2014년식 320d 리콜대상 차 안에서 터진 외침입니다. 배기가스가 200도 이상으로 달아오르는데도,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의 바이패스 밸브(by-pass valve)가 열리는 게 실시간으로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BMW의 '차량정비지침'에는 "바이패스 밸브(by-pass valve)는 냉각수의 온도가 50도보다 낮을 때 열린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BMW 차량 정비 지침BMW 차량 정비 지침

'바이패스 밸브'는 EGR 장치에 달린 부품인데, 뜨거운 배기가스를 쿨러(Cooler)로 보내 식히지 않고 곧바로 엔진으로 보내기 위해 마련된 '우회로'입니다. 엔진은 뜨거울수록 효율이 좋기 때문에 일정 온도에 오를 때까지는 'EGR 쿨러'를 거치지 않고 뜨거운 가스를 바로 넣어주기도 하도록 설계된 겁니다.

단, 너무 고온의 배기가스가 곧바로 흡기다기관으로 분출되면 움직이는 차에는 있을 수밖에 없는 그을음(soot)에 불이 붙을 수 있고, 플라스틱 재질인 흡기다기관 자체가 녹아 역시 차량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BMW가 설명한 대로 꼭 냉각수가 흘러내리지 않아도 불이 날 수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일정 온도 이상으로 엔진이 달아오르면 '바이패스 밸브'는 열리지 않아야 안전하고, 이 때문에 BMW도 '냉각수 온도 50도 이하'라는 기준을 설정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지난 6일, BMW코리아가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에도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냉각수 온도가 정비지침에 정해진 50도 기준을 한참 넘어 90도 가까이 치솟는데도, 취재진이 탄 차는 '바이패스 밸브'를 수시로 계속 열며 달렸습니다. 20분 가까이 그런 상황이 계속됐지만 어떠한 경고등도 켜지지 않았습니다.

냉각수는 최고온도가 110도인데 90도까지 오르면 통상 엔진온도는 200~400도 내외까지 뜨거워지고, 고속주행에 들어가면 500도 이상까지도 달아오릅니다. 엔진실에서 분출되는 배기가스도 그만큼 고온이라는 얘기입니다. 즉 BMW측이 설명한 것과 달리, 100도 이상의 배기가스가 흡기를 통해 엔진으로 바로 들어가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많이 여는 게 아니라, 가끔 안 여네"

두 번째 시험차량인 리콜대상 2015년식 520d는 더 심각했습니다. 20여분간 일반도로, 전용도를 달리는 내내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바이패스 밸브를 열고 달렸습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직접 시험장비를 확인하던 이호근 대덕대 교수와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저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이러면 바이패스 밸브를 많이 여는 게 아니라, 가끔 안 연다고 해야 맞는 거 아니냐?"라며 놀라워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어떤 경고도 뜨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직접 진행한 두 교수는 "애초에 바이패스 밸브 작동 설계가, 50도 이상에서도 열리도록 만들어 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원래 그렇게 작동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기계가 오류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날 시험에 앞서 미리 똑같이 시험한 리콜대상 차량 3대도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14년식 320Touring, 2014년식 320d와 520d 모두 주행 도중 냉각수 온도가 90도 내외로 달아오른 후에도 계속 밸브를 열어, 고온의 배기가스를 엔진으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배출가스 기준 높인 'EURO 6' … '더 활짝, 더 활활'

이번 시험에서 발견한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EURO 6'가 적용된 신차가 그 전 단계인 'EURO 5' 차보다 훨씬 자주, 오랫동안 밸브를 연 채 달린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문제라고 털어놨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화재가 난 차량을 구분해봤더니(환경부 분류 34대 기준) 'EURO 6'가 8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환경적인 기준을 맞추려다, 정작 운전자 안전에 관한 부분이 느슨해진 것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BMW코리아에 이 부분에 관해 묻고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운전자에겐 공개되지 않는 '정비지침'에 바이패스 밸브는 냉각수 50도 이하에서 열린다고 규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50도를 훨씬 웃도는 온도에서도 밸브가 열리는 것을 알고 있는지, 이것이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BMW는 꼭 답을 해야 합니다.

오늘(27일) KBS 뉴스9에서 이 '위험한 시험 차'에서 벌어진 생생한 현장을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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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7 18:11:57
    • 수정2018-08-28 10:18:58
    취재K
"어? 열린다!" "열리네 진짜..."

시동을 걸고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BMW 2014년식 320d 리콜대상 차 안에서 터진 외침입니다. 배기가스가 200도 이상으로 달아오르는데도,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의 바이패스 밸브(by-pass valve)가 열리는 게 실시간으로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BMW의 '차량정비지침'에는 "바이패스 밸브(by-pass valve)는 냉각수의 온도가 50도보다 낮을 때 열린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BMW 차량 정비 지침
'바이패스 밸브'는 EGR 장치에 달린 부품인데, 뜨거운 배기가스를 쿨러(Cooler)로 보내 식히지 않고 곧바로 엔진으로 보내기 위해 마련된 '우회로'입니다. 엔진은 뜨거울수록 효율이 좋기 때문에 일정 온도에 오를 때까지는 'EGR 쿨러'를 거치지 않고 뜨거운 가스를 바로 넣어주기도 하도록 설계된 겁니다.

단, 너무 고온의 배기가스가 곧바로 흡기다기관으로 분출되면 움직이는 차에는 있을 수밖에 없는 그을음(soot)에 불이 붙을 수 있고, 플라스틱 재질인 흡기다기관 자체가 녹아 역시 차량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BMW가 설명한 대로 꼭 냉각수가 흘러내리지 않아도 불이 날 수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일정 온도 이상으로 엔진이 달아오르면 '바이패스 밸브'는 열리지 않아야 안전하고, 이 때문에 BMW도 '냉각수 온도 50도 이하'라는 기준을 설정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지난 6일, BMW코리아가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에도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냉각수 온도가 정비지침에 정해진 50도 기준을 한참 넘어 90도 가까이 치솟는데도, 취재진이 탄 차는 '바이패스 밸브'를 수시로 계속 열며 달렸습니다. 20분 가까이 그런 상황이 계속됐지만 어떠한 경고등도 켜지지 않았습니다.

냉각수는 최고온도가 110도인데 90도까지 오르면 통상 엔진온도는 200~400도 내외까지 뜨거워지고, 고속주행에 들어가면 500도 이상까지도 달아오릅니다. 엔진실에서 분출되는 배기가스도 그만큼 고온이라는 얘기입니다. 즉 BMW측이 설명한 것과 달리, 100도 이상의 배기가스가 흡기를 통해 엔진으로 바로 들어가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많이 여는 게 아니라, 가끔 안 여네"

두 번째 시험차량인 리콜대상 2015년식 520d는 더 심각했습니다. 20여분간 일반도로, 전용도를 달리는 내내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바이패스 밸브를 열고 달렸습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직접 시험장비를 확인하던 이호근 대덕대 교수와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저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이러면 바이패스 밸브를 많이 여는 게 아니라, 가끔 안 연다고 해야 맞는 거 아니냐?"라며 놀라워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어떤 경고도 뜨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직접 진행한 두 교수는 "애초에 바이패스 밸브 작동 설계가, 50도 이상에서도 열리도록 만들어 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원래 그렇게 작동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기계가 오류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날 시험에 앞서 미리 똑같이 시험한 리콜대상 차량 3대도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14년식 320Touring, 2014년식 320d와 520d 모두 주행 도중 냉각수 온도가 90도 내외로 달아오른 후에도 계속 밸브를 열어, 고온의 배기가스를 엔진으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배출가스 기준 높인 'EURO 6' … '더 활짝, 더 활활'

이번 시험에서 발견한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EURO 6'가 적용된 신차가 그 전 단계인 'EURO 5' 차보다 훨씬 자주, 오랫동안 밸브를 연 채 달린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문제라고 털어놨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화재가 난 차량을 구분해봤더니(환경부 분류 34대 기준) 'EURO 6'가 8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환경적인 기준을 맞추려다, 정작 운전자 안전에 관한 부분이 느슨해진 것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BMW코리아에 이 부분에 관해 묻고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운전자에겐 공개되지 않는 '정비지침'에 바이패스 밸브는 냉각수 50도 이하에서 열린다고 규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50도를 훨씬 웃도는 온도에서도 밸브가 열리는 것을 알고 있는지, 이것이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BMW는 꼭 답을 해야 합니다.

오늘(27일) KBS 뉴스9에서 이 '위험한 시험 차'에서 벌어진 생생한 현장을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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