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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미-이란은 친구’ 63년 전 조약 여전히 유효?
입력 2018.08.30 (09:08) 수정 2018.08.30 (09:16) 글로벌 돋보기
이란에서 친미 쿠데타 성공 뒤 1955년 양국 친선조약 맺어

이란이 미국을, 유엔산하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에 제소해 열린 국제소송의 1차 심리가 네덜란드 헤이그 ICJ본부에서 27~28일 열렸다.

이번 소송은 미국이 2015년 이란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각종 제재를 부활하겠다고 선언하자,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주권을 가진 한 국가가 취한 외교적 조치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그걸 막아달라 요구하긴 어렵다. 국제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려면 국제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이란이 든 소송 제기의 국제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바로 미-이란 양국이 지난 1955년 맺은 '미-이란 친선, 경제관계 및 영사권 조약'(Treaty of Amity, Economic Relations and Consular Rights between US and Iran, 이하 미-이란 친선조약)이다. 서문과 23개 조항으로 이뤄진 조약은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상호 무역과 투자 촉진, 영사 관계에 대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조약은 1953년 이란에서 영국정부와 미국의 CIA가 지원한 쿠데타가 성공해 이란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뒤 추진됐다. 미국은 1778년 처음으로 프랑스와 '친선과 상업 관계에 대한 조약'을 맺은 뒤 경제, 외교 관계를 촉진할 목적으로 다른 나라들과 국제 친선 조약을 맺는 전통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중동의 강자인 이란에 친미정권이 들어서게 하고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이란의 호세인 알라 총리가 추진해 양국의 외교장관이 서명한 미-이란 친선조약을 수립한 것이다.
그러나 1979년 이란 혁명의 성공으로 이란 내 친미 정권이 붕괴되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됐다. 그 뒤 지금까지 이란과 미국은 무려 40여년을 대립해왔다. 그렇다면 이미 40여년 동안 사문화돼왔던 이 조약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이란 "제재는 조약 위반" VS 미 "조약이 사법적 근거 안돼"

이란은 지난달 16일 미국을 ICJ에 제소하면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로 1955년 미-이란 친선 조약의 여러 조항을 위반했다"며,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철회와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015년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 영, 프, 중, 러)과 독일 등 6개국과 이란이 맺은 이란 핵합의에서의 일방적 탈퇴를 선언한 뒤, 미국은 8월 초 이란과의 모든 거래 중단을 골자로 한 1차 제재를 부활했고, 11월에는 석유와 에너지 판매 중단, 또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기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2차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27일 ICJ의 1차 심리에서,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부활로 이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화폐의 가치가 지난 4월 이래 반토막이 났고 프랑스의 토탈, 푸조, 르노, 독일의 지멘스, 다임러 등 다국적 기업들이 2015년 핵합의 뒤 이란과의 사업 재개를 추진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활로 이란에서의 활동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으나 거부당했다며, "미국이 이란 경제와 이란 국영기업, 이란 국민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정책을 공공연하게 선전하고 있으며, 이는 1955년 조약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8일 반론에 나선 미국은, 이란이 제기한 소송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사법적 관할권 자체가 아예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행동이 미국의 국가안보, 외교정책, 경제에 지속적으로 위협이 되는 만큼 미국은 핵합의에서 탈퇴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 지도부의 행동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압박을 가하려는 타당한 이유를 갖고 있고 그것은 합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1955년 조약은 이번 소송에 근거를 제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40여년 동안 사문화됐던 이 조약은 여전히 유효한가?

국제소송전문가인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에릭 드 브라만데레 교수는 나하넷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소송이 양국 모두에게 복잡한 측면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만데레 교수는, 이란의 첫번째 목적은 미국의 제재가 정말 국제법 위반이란 판결을 받는 것이고, 두번째 목적은 여전히 2015년 이란핵합의를 지지하는 유럽 국가들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면서, 이란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이 문제의 사법적 관할권이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55년 조약은 분명 친선의 촉진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이란 양국이 40여년 동안이나 공식적 외교 관계가 없었던 것은 이란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면이라고 분석했다. 또 미국은 1955년 조약이 규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문제 즉 안보적 이익을 주장할 것이라면서, 조약에는 '필수적 안보 이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만데레 교수는 과거 미-이란의 ICJ 소송에서 그랬던 것처럼 ICJ는 이 조약에 근거해 판결을 내릴 것이라면서도 이 조약의 범위가 협소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ICJ는 "미국이 이 조약의 의무를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만 판결할 수 있어, 미-이란 사이의 더 광범위한 논쟁에 대해 판결하지는 못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예비판정은 몇 달 안에 나오지만, 최종 판결까지는 통상 수년이 걸린다.


미, 이란 모두 ICJ 소송에 '이 조약' 활용해와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는 어쨌든 이란의 소송 제기를 받아들여 심리를 개시했다. 이란의 소송 제기가 판단을 할 만한 문제라고 본 것이다. 미국과 이란이 상대방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고 그때마다 양국 모두 바로 '1955년 친선 조약'을 제소의 근거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이란혁명 성공 직후인 1979년말부터 1981년 초까지 444일 동안 미국인 50여명이 이란 테헤란 미 대사관에 잡혀있던 이란 인질 사건에 대해 미국이 이란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때 바로 이 '1955년 조약'의 위반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었다.
이후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맞서 이란이 수차례 미국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때마다, 미국과 이란이 크고 작은 무력 분쟁에 대해 상대국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때마다 '1955년 조약의 위반'은 어김없이 근거로 제시돼왔다.

즉 양국은 40여년간 적대 관계로 '1955년 친선 조약'를 사문화시키면서도, 끊임없이 상황이 불리할 때면 국제소송에 이 조약을 갖다 붙여왔던 것이다.

이런 양국에게 국제사법재판소가 첫 심리를 개시하며 당부한 것은, "제발 양국 다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라"는 것이었다. 필요할 때면 국제적 지지와 외교적 정당성을 위해 상대방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던 양국은, 그러나 수시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1955년의 조약은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의 기본 근거가 되겠지만 양국은 - 한쪽 또는 양쪽 다 -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짐짓 무시할 공산이 크다.
  • [글로벌 돋보기] ‘미-이란은 친구’ 63년 전 조약 여전히 유효?
    • 입력 2018-08-30 09:08:16
    • 수정2018-08-30 09: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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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친미 쿠데타 성공 뒤 1955년 양국 친선조약 맺어

이란이 미국을, 유엔산하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에 제소해 열린 국제소송의 1차 심리가 네덜란드 헤이그 ICJ본부에서 27~28일 열렸다.

이번 소송은 미국이 2015년 이란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각종 제재를 부활하겠다고 선언하자,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주권을 가진 한 국가가 취한 외교적 조치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그걸 막아달라 요구하긴 어렵다. 국제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려면 국제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이란이 든 소송 제기의 국제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바로 미-이란 양국이 지난 1955년 맺은 '미-이란 친선, 경제관계 및 영사권 조약'(Treaty of Amity, Economic Relations and Consular Rights between US and Iran, 이하 미-이란 친선조약)이다. 서문과 23개 조항으로 이뤄진 조약은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상호 무역과 투자 촉진, 영사 관계에 대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조약은 1953년 이란에서 영국정부와 미국의 CIA가 지원한 쿠데타가 성공해 이란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뒤 추진됐다. 미국은 1778년 처음으로 프랑스와 '친선과 상업 관계에 대한 조약'을 맺은 뒤 경제, 외교 관계를 촉진할 목적으로 다른 나라들과 국제 친선 조약을 맺는 전통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중동의 강자인 이란에 친미정권이 들어서게 하고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이란의 호세인 알라 총리가 추진해 양국의 외교장관이 서명한 미-이란 친선조약을 수립한 것이다.
그러나 1979년 이란 혁명의 성공으로 이란 내 친미 정권이 붕괴되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됐다. 그 뒤 지금까지 이란과 미국은 무려 40여년을 대립해왔다. 그렇다면 이미 40여년 동안 사문화돼왔던 이 조약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이란 "제재는 조약 위반" VS 미 "조약이 사법적 근거 안돼"

이란은 지난달 16일 미국을 ICJ에 제소하면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로 1955년 미-이란 친선 조약의 여러 조항을 위반했다"며,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철회와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015년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 영, 프, 중, 러)과 독일 등 6개국과 이란이 맺은 이란 핵합의에서의 일방적 탈퇴를 선언한 뒤, 미국은 8월 초 이란과의 모든 거래 중단을 골자로 한 1차 제재를 부활했고, 11월에는 석유와 에너지 판매 중단, 또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기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2차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27일 ICJ의 1차 심리에서,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부활로 이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화폐의 가치가 지난 4월 이래 반토막이 났고 프랑스의 토탈, 푸조, 르노, 독일의 지멘스, 다임러 등 다국적 기업들이 2015년 핵합의 뒤 이란과의 사업 재개를 추진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활로 이란에서의 활동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으나 거부당했다며, "미국이 이란 경제와 이란 국영기업, 이란 국민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정책을 공공연하게 선전하고 있으며, 이는 1955년 조약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8일 반론에 나선 미국은, 이란이 제기한 소송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사법적 관할권 자체가 아예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행동이 미국의 국가안보, 외교정책, 경제에 지속적으로 위협이 되는 만큼 미국은 핵합의에서 탈퇴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 지도부의 행동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압박을 가하려는 타당한 이유를 갖고 있고 그것은 합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1955년 조약은 이번 소송에 근거를 제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40여년 동안 사문화됐던 이 조약은 여전히 유효한가?

국제소송전문가인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에릭 드 브라만데레 교수는 나하넷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소송이 양국 모두에게 복잡한 측면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만데레 교수는, 이란의 첫번째 목적은 미국의 제재가 정말 국제법 위반이란 판결을 받는 것이고, 두번째 목적은 여전히 2015년 이란핵합의를 지지하는 유럽 국가들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면서, 이란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이 문제의 사법적 관할권이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55년 조약은 분명 친선의 촉진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이란 양국이 40여년 동안이나 공식적 외교 관계가 없었던 것은 이란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면이라고 분석했다. 또 미국은 1955년 조약이 규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문제 즉 안보적 이익을 주장할 것이라면서, 조약에는 '필수적 안보 이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만데레 교수는 과거 미-이란의 ICJ 소송에서 그랬던 것처럼 ICJ는 이 조약에 근거해 판결을 내릴 것이라면서도 이 조약의 범위가 협소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ICJ는 "미국이 이 조약의 의무를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만 판결할 수 있어, 미-이란 사이의 더 광범위한 논쟁에 대해 판결하지는 못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예비판정은 몇 달 안에 나오지만, 최종 판결까지는 통상 수년이 걸린다.


미, 이란 모두 ICJ 소송에 '이 조약' 활용해와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는 어쨌든 이란의 소송 제기를 받아들여 심리를 개시했다. 이란의 소송 제기가 판단을 할 만한 문제라고 본 것이다. 미국과 이란이 상대방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고 그때마다 양국 모두 바로 '1955년 친선 조약'을 제소의 근거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이란혁명 성공 직후인 1979년말부터 1981년 초까지 444일 동안 미국인 50여명이 이란 테헤란 미 대사관에 잡혀있던 이란 인질 사건에 대해 미국이 이란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때 바로 이 '1955년 조약'의 위반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었다.
이후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맞서 이란이 수차례 미국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때마다, 미국과 이란이 크고 작은 무력 분쟁에 대해 상대국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때마다 '1955년 조약의 위반'은 어김없이 근거로 제시돼왔다.

즉 양국은 40여년간 적대 관계로 '1955년 친선 조약'를 사문화시키면서도, 끊임없이 상황이 불리할 때면 국제소송에 이 조약을 갖다 붙여왔던 것이다.

이런 양국에게 국제사법재판소가 첫 심리를 개시하며 당부한 것은, "제발 양국 다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라"는 것이었다. 필요할 때면 국제적 지지와 외교적 정당성을 위해 상대방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던 양국은, 그러나 수시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1955년의 조약은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의 기본 근거가 되겠지만 양국은 - 한쪽 또는 양쪽 다 -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짐짓 무시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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