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가리비’가 뭐길래…영-불 충돌

입력 2018.08.30 (09:20) 수정 2018.08.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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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상륙 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를 거두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곳 주변에서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당시 연합군이었던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이다.

28일 프랑스 노르망디 해역 인근에서 가리비 조업을 놓고 영국과 프랑스 어선간 충돌이 발생했다.28일 프랑스 노르망디 해역 인근에서 가리비 조업을 놓고 영국과 프랑스 어선간 충돌이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역 인근은 가리비가 풍부한 지역이다. 당연히 프랑스 어부 뿐만 아니라 영국 어부들도 이 지역을 탐내 왔다.

가리비 조업을 둘러싼 양국 어부간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십여 년 넘게 계속된 해묵은 문제였다. 그러다 5년 전부터 두 나라 간에 어업 협정을 맺으면서 갈등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당시 두 나라가 맺은 협정 내용을 보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영국 어선들에게는 대구 등이 풍부한 이 ‘황금 수역’에서 조업을 제한하는 대신 가리비는 1년 내내 잡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프랑스 어선은 가리비의 경우 10월 1일부터 이듬해 5월 15일까지 약 8개월만 채취하도록 기간을 제한했다.

노르망디 해역 인근에서 영국과 프랑스 어선들이 조업하고 있는 모습노르망디 해역 인근에서 영국과 프랑스 어선들이 조업하고 있는 모습

사달은 프랑스 쪽에서 합의를 깨면서 일어났다.

8월 28일 새벽, 프랑스 어민들은 40여 척의 선박을 동원해 이른바 영국 어선의 ‘약탈’에 대해 항의에 나섰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서 22km 정도 떨어진 공해상이다.

프랑스 어선들은 영국 어선을 가로 막고 조업을 방해했다. 어선끼리 충돌하기도 했다. 돌이 날아다니고 유리창도 깨졌다.

충돌 과정에서 돌에 맞아 깨진 어선 유리창충돌 과정에서 돌에 맞아 깨진 어선 유리창

BBC 등 방송 보도를 보면 프랑스 어선들이 영국 어선을 들이 받거나 프랑스 어민들이 연막탄을 던지고 욕설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만큼 감정적으로 격해 있다는 말이다.

프랑스 어민들은 영국 어선들이 가리비 등 이 지역 조개류를 싹쓸이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한 어민은 “영국 어민들은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에서 잡고 싶은 만큼 잡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영국 어민들은 “합법적인 조업인데 왜 막느냐”고 항변한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해양 경찰이 출동해서야 진정됐다.

한 프랑스 어민은 “우리의 항의로 다행히 영국 어선이 물러났다. 이번엔 이겼지만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바다는 고요함을 찾았지만 양국 어민들 간의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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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가리비’가 뭐길래…영-불 충돌
    • 입력 2018-08-30 09:20:03
    • 수정2018-08-30 09:24:00
    특파원 리포트
노르망디 상륙 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를 거두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곳 주변에서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당시 연합군이었던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이다.

28일 프랑스 노르망디 해역 인근에서 가리비 조업을 놓고 영국과 프랑스 어선간 충돌이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역 인근은 가리비가 풍부한 지역이다. 당연히 프랑스 어부 뿐만 아니라 영국 어부들도 이 지역을 탐내 왔다.

가리비 조업을 둘러싼 양국 어부간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십여 년 넘게 계속된 해묵은 문제였다. 그러다 5년 전부터 두 나라 간에 어업 협정을 맺으면서 갈등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당시 두 나라가 맺은 협정 내용을 보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영국 어선들에게는 대구 등이 풍부한 이 ‘황금 수역’에서 조업을 제한하는 대신 가리비는 1년 내내 잡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프랑스 어선은 가리비의 경우 10월 1일부터 이듬해 5월 15일까지 약 8개월만 채취하도록 기간을 제한했다.

노르망디 해역 인근에서 영국과 프랑스 어선들이 조업하고 있는 모습
사달은 프랑스 쪽에서 합의를 깨면서 일어났다.

8월 28일 새벽, 프랑스 어민들은 40여 척의 선박을 동원해 이른바 영국 어선의 ‘약탈’에 대해 항의에 나섰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서 22km 정도 떨어진 공해상이다.

프랑스 어선들은 영국 어선을 가로 막고 조업을 방해했다. 어선끼리 충돌하기도 했다. 돌이 날아다니고 유리창도 깨졌다.

충돌 과정에서 돌에 맞아 깨진 어선 유리창
BBC 등 방송 보도를 보면 프랑스 어선들이 영국 어선을 들이 받거나 프랑스 어민들이 연막탄을 던지고 욕설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만큼 감정적으로 격해 있다는 말이다.

프랑스 어민들은 영국 어선들이 가리비 등 이 지역 조개류를 싹쓸이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한 어민은 “영국 어민들은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에서 잡고 싶은 만큼 잡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영국 어민들은 “합법적인 조업인데 왜 막느냐”고 항변한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해양 경찰이 출동해서야 진정됐다.

한 프랑스 어민은 “우리의 항의로 다행히 영국 어선이 물러났다. 이번엔 이겼지만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바다는 고요함을 찾았지만 양국 어민들 간의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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