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미중 충돌로 ‘비핵화’ 뒷전 우려, 트럼프의 노림수는?

입력 2018.08.30 (23:26) 수정 2018.08.3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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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방북 취소를 계기로 미국이 '중국 배후론'을 본격 이슈화하고 나서자 중국이 이를 맹비난하며 맞대응하는 등 미·중 충돌이 격화 양상을 띠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이 북미 교착 상태의 원인을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번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에 미·중 충돌 변수까지 가세하면서 갈수록 비핵화 협상이 뒷전으로 밀려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그 여파로 '9월 한반도 정세'마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 교착 상태에서 '중국 배후론'에 불을 지핀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는 뭘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과연 9.9절 북한 방문을 강행할까?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G2 갈등 속으로 빨려드는 모양새다.


■ 트럼프의 '중국 배후론'...비핵화보다 무역전쟁이 우선!

이번에도 칼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먼저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기자 간담회와 별도의 트윗을 통해 북미 교착 상태의 원인 제공자로 중국을 지목하며 시진핑 중국 주석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잇달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백악관 성명' 형식으로 포장한 트윗 글에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강하게 느낀다." "중국은 북한에 돈과 연료, 비료, 공산품 등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것은 도움이 안 된다."며 중국 책임론을 공식 제기했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는 "북한과의 일부 문제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비롯된 것 같다" "중국이 북미 관계를 훨씬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보다 직접적으로 중국을 배후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북한 문제가 꼬일 때마다 중국을 의심하는 발언을 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발언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고 직접적이라는 게 특징이다. 뭔가 노림수를 가진 이른바 '전략적 발언'인 셈이다.

정작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는 '환상적 관계(fantastic relationship)'를 맺고 있다고 치켜세우고, 한미 군사훈련 재개 논란과 관련해서도 "현시점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에 큰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직접 진화하는 발언을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을 미·중 무역 전쟁의 지렛대로 삼지 말라, 북한 문제를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북한에 대해서는 '중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비핵화를 결단하라'는 압박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낸 셈이다.


비난 수위 높이는 중국 "中 배후론 사실 왜곡·무책임한 논리"

트럼프 대통령이 작심한 듯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자 중국도 강도 높은 비난 발언을 쏟아내며 맞대응하고 나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자 "미국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무책임한 논리는 역시 최고다.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현재의 우여곡절을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고 반성해야지 변덕을 부리면서 남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의 이러한 방식은 미안하지만, 중국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중국 책임론, 중국 배후론을 정면 반박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와 매티스 국방장관의 '한미 군사훈련 재개' 시사 발언이 화두에 올랐던 하루 전(29일) 브리핑 때만 해도 "현 상황에서 관련국들, 특히 북한과 미국이 정치적 해결이라는 큰 방향을 견지해야 하며 대화추세를 유지하는 방향을 보고 가야 한다"라고 정제된 견해를 내놨던 데 비하면 발언 수위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는 사설을 통해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방해하고 있다는 백악관의 지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한반도 교착 상황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미국의 논리는 매우 악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트럼프의 노림수는 중간선거?...시진핑 방북 여부 '촉각'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미·중 갈등 국면을 두 달여 뒤인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러시아 스캔들 등 각종 악재로 선거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 카드의 하나로 미·중 갈등을 선택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고, 이럴 경우 미·중 갈등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 시간) "중국과 대화하기를 원하지만, 솔직히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중간 선거의 호재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북핵 문제가 예상과 달리 난관에 봉착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 원인을 중국의 방해 탓으로 돌리며 출구 모색에 나섰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배후론' 발언은 대북 외교 답보 상태에서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계산에서 나왔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으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과연 북한의 정권수립기념일인 9.9절 북한을 방문할까?

초미의 관심사는 시진핑 주석의 9.9절 방북 강행 여부와 함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일주일째 침묵하고 있는 북한의 공식 대응이다.

폼페이오 방북 취소에 이은 미·중 갈등 심화,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각종 변수가 쌓여가는 상황, 9월 중 남북 정상회담과 9월 말 유엔총회 등 9월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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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이 북미 교착 상태의 원인을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번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에 미·중 충돌 변수까지 가세하면서 갈수록 비핵화 협상이 뒷전으로 밀려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그 여파로 '9월 한반도 정세'마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 교착 상태에서 '중국 배후론'에 불을 지핀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는 뭘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과연 9.9절 북한 방문을 강행할까?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G2 갈등 속으로 빨려드는 모양새다.


■ 트럼프의 '중국 배후론'...비핵화보다 무역전쟁이 우선!

이번에도 칼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먼저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기자 간담회와 별도의 트윗을 통해 북미 교착 상태의 원인 제공자로 중국을 지목하며 시진핑 중국 주석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잇달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백악관 성명' 형식으로 포장한 트윗 글에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강하게 느낀다." "중국은 북한에 돈과 연료, 비료, 공산품 등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것은 도움이 안 된다."며 중국 책임론을 공식 제기했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는 "북한과의 일부 문제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비롯된 것 같다" "중국이 북미 관계를 훨씬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보다 직접적으로 중국을 배후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북한 문제가 꼬일 때마다 중국을 의심하는 발언을 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발언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고 직접적이라는 게 특징이다. 뭔가 노림수를 가진 이른바 '전략적 발언'인 셈이다.

정작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는 '환상적 관계(fantastic relationship)'를 맺고 있다고 치켜세우고, 한미 군사훈련 재개 논란과 관련해서도 "현시점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에 큰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직접 진화하는 발언을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을 미·중 무역 전쟁의 지렛대로 삼지 말라, 북한 문제를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북한에 대해서는 '중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비핵화를 결단하라'는 압박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낸 셈이다.


비난 수위 높이는 중국 "中 배후론 사실 왜곡·무책임한 논리"

트럼프 대통령이 작심한 듯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자 중국도 강도 높은 비난 발언을 쏟아내며 맞대응하고 나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자 "미국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무책임한 논리는 역시 최고다.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현재의 우여곡절을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고 반성해야지 변덕을 부리면서 남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의 이러한 방식은 미안하지만, 중국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중국 책임론, 중국 배후론을 정면 반박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와 매티스 국방장관의 '한미 군사훈련 재개' 시사 발언이 화두에 올랐던 하루 전(29일) 브리핑 때만 해도 "현 상황에서 관련국들, 특히 북한과 미국이 정치적 해결이라는 큰 방향을 견지해야 하며 대화추세를 유지하는 방향을 보고 가야 한다"라고 정제된 견해를 내놨던 데 비하면 발언 수위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는 사설을 통해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방해하고 있다는 백악관의 지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한반도 교착 상황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미국의 논리는 매우 악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트럼프의 노림수는 중간선거?...시진핑 방북 여부 '촉각'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미·중 갈등 국면을 두 달여 뒤인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러시아 스캔들 등 각종 악재로 선거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 카드의 하나로 미·중 갈등을 선택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고, 이럴 경우 미·중 갈등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 시간) "중국과 대화하기를 원하지만, 솔직히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중간 선거의 호재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북핵 문제가 예상과 달리 난관에 봉착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 원인을 중국의 방해 탓으로 돌리며 출구 모색에 나섰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배후론' 발언은 대북 외교 답보 상태에서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계산에서 나왔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으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과연 북한의 정권수립기념일인 9.9절 북한을 방문할까?

초미의 관심사는 시진핑 주석의 9.9절 방북 강행 여부와 함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일주일째 침묵하고 있는 북한의 공식 대응이다.

폼페이오 방북 취소에 이은 미·중 갈등 심화,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각종 변수가 쌓여가는 상황, 9월 중 남북 정상회담과 9월 말 유엔총회 등 9월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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