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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평양 사람들…열흘간의 만남
입력 2018.09.08 (08:05) 수정 2018.09.08 (09:02)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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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남북의 창에서 전해드린 변화하는 평양의 모습 잘 보셨는지요.

물론 이런 모습들이 북한 전체를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그렇다면 그 곳 평양에 사는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KBS 취재진이 열흘간 평양을 취재하면서 만난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이효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개성 남북출입사무소를 지나 평앙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140킬로미터 구간의 휴식시설은 황해북도 봉산군에 위치한 은정휴게소가 유일합니다.

시설이라고 해봐야 화장실과 탁자 몇 개가 고작인 간이 휴게소.

젊은 여성 판매원이 가판대를 펼쳐놓고 간단한 요깃거리와 특산품,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낙지’로 불리는 오징어부터 사탕과 과자, 음료수까지... 그중‘사과배’라는 과일이 눈길을 끕니다.

["(이게 뭐예요?) 사과배입니다."]

["(사과처럼 생겼는데 맛은 무슨 맛입니까?) 배."]

배와 같은 아삭한 식감에 달콤한 사과향이 물씬 풍겼습니다.

150여 명의 대규모 민간 방북단에게 서해 육로를 열어줬지만, 평양에서 보낸 열흘 동안 촬영은 제한적으로만 허용돼 일반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북측의 안내를 받아 행사가 열릴 시설 등을 둘러보는 것이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한준희/KBS 축구해설위원 : "경기장 규모는 뭐 넓은 편이고요..."]

그런 와중에 취재진의 눈에 띈 한 젊은 여성, 우리 선수단의 안내를 맡은 북측 안내원, 27살 김연이 씨입니다.

호날두의 열성팬이라는 김 씨는 메시며 네이마르까지 유럽 리그를 호령하는 축구선수들의 최근 소식을 쫙 꿰고 있습니다.

[김연이/북측 안내원 : "호날두와 베일이 한 팀에 있지 않습니까? 레알 마드리드에, 호날두 다음으로 제 눈에 들어온 선수는 베일입니다."]

["(호날두가 최근 레알 마드리드 떠난 건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유벤투스로 갔던데..."]

["메시는 좀 실수율이 높고, 그다음에 11미터 벌차기(패널티킥)도 메시는 실수가 많단 말이죠."]

해박한 스포츠 지식에 동행한 해설위원과 스포츠 기자까지 감탄할 정도...

["(호날두가 없으면 베일이 더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물론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네이마르가 떠나지 않았습니까?"]

손흥민은 물론이고 지소연을 지메시로 부를 만큼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습니다.

["(남측 선수 중에 아는 선수 있나요?) 네 손흥민, 박지성과 지메시라고 통하더란 말입니다."]

북한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해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주로 TV와 신문, 잡지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는다는 게 김연이 씨 설명입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관심도도 높으니까 그만큼..저희가 요구하는 만큼은 충족시킬 만큼은 다 있습니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큰 주목을 받았던 ‘평양냉면’ 평양냉면의 고향 격인 옥류관에서는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취재진을 맞았습니다. 카메라가 어색하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옥류관 종업원 : "인물이 곱지 않아서 카메라가..."]

식사가 마무리 될 무렵엔 살가운 인사도 건넵니다.

["찬 냉면 먹고 더운 메밀 물을 먹으면 몸이 후끈후끈해지고 건강에 아주 좋다고 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그러니까 배가 불러야... (저 그럼 금강산 갈 수 있나요?) 갈 수 있습니다. 같은 조선 사람인데 왜 못가겠습니까."]

평양에서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묘향산. 하루 천 명 가까운 북한 주민들이 찾는다는 묘향산은 예로부터 '5대 명산'이자 '조선 8경' 중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향나무와 동청 등이 자생하며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다는 이곳은 산세도 아름다워 서쪽의 금강산, '서금강'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산에서 취사를 금하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북한에선 아직 산골짜기에서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굽는 것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날 메뉴는 노루와 양 고기.

함께 나온 김밥이며 각종 밑반찬은 우리가 한 민족임을 또다시 느끼게 합니다.

한참동안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안내원은 묘향산 자랑을 해 달라는 말에 재치 있는 대답을 내놓습니다.

[묘향산 안내원 :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 향산 여자들이 곱습니다. 여기 물이 맑고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살결도 다 곱고 흽니다."]

북한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이 젊은 여성은 스스럼없이 자기 의견을 내놓습니다.

["자기 고향사람이 더 좋지 않습니까? 제가 향산을 추천하는 게, 사람도 향산도 다 향산이 좋습니다. 시집에 들어가서 시부모 모실수도 있고, 따로 신혼살림을 할 수도 있고."]

["(어떤 걸 더 좋아해요? 따로 사는 것도 괜찮죠?) 시부모 모시고 사는 게 더 좋습니다. 솔직한 심정입니다. (진짜요?) 전 부모들이 곁에 있어야지 마음이 놓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방송으로는 꼭 10년 만에 성공한 KBS의 서울-평양 이원 생방송.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외신인 AP의 위성을 빌려 생방송이 진행됐습니다.

현장에서 중계진을 도운 것은 AP와 협력관계에 있는 조선중앙TV 방송원들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조금 옆으로 가야 됩니까. 어떻게 해야 됩니까? (좋습니다) 지금 좋아요?"]

방송 전부터 꼼꼼하게 장비를 챙기는 방송원들... 그런데 생방송을 불과 10분 앞두고 최종 점검을 하는 도중 문제가 생겼습니다.

서울 스튜디오 진행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비가 귀에 맞지 않았던 건데요.

["계속 빠져요 계속..."]

방송에 차질이 생길수도 있던 긴박한 상황...

[다른 이어폰이 있을까요?"]

북측 방송원이 조용히 자리를 뜨더니여러 모양의 장비를 챙겨 옵니다.

["훨씬 나아요."]

다행히 귀에 맞는 게 있었고... 방송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

무뚝뚝하던 방송원 얼굴에도 가벼운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방송원 선생님 감사해요. 자상하게 도와주셔서 편안하게 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방송이 잘 돼서 저도 기쁩니다."]

2000년 KBS의 특집방송‘백두에서 한라까지’ 3원 생방송 당시에도 조선중앙TV에서 일했다는 나이 지긋한 방송원은 감회가 새로운 듯 내내 웃음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18년 전에 백두에서 한라까지도 같이 만들어 주셨고.) 북과 남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취재진에게 가장 격의 없이 다가온 것은 바로 아이들이었습니다.

["(안녕? 이름이 뭐에요?) 오휘연입니다. (몇 학년이에요?) 2학년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주민들 역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부담 없이 말하곤 했는데요.

["(아이가 몇 살이에요?) 4살. (학교는 가요?) 김정숙 탁아소(다닙니다.) (주 탁아소?) 네."]

평양의 많은 아이들이 평일엔 주 탁아소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과 출산 휴가에 대한 이야기도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기를 낳으면 출산 휴가가 어떻게 되나요?) 6달 (6달 동안 휴가에요?) 네. 출생 전에는 2달. (출생 전에는 2달...)"]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에 절로 지어지는 미소는 잠시 남과 북의 거리감조차 잊게 했습니다.

묘향산 인근 향산 호텔에서 근무하며 평양에 있는 가족들과는 주말에만 만난다는 한 직원.

다섯 살짜리 딸을 둔 말 그대로 딸바보 아빠입니다.

[향산호텔 직원 : "다섯 살 치고는 키가 크고, 얼굴이 곱게 생겼습니다. (지금은 여기 계시니까 평양이 댁이시면 따님은 주 탁아소에 있나요?) 주 탁아소. 네. (주말 일요일에만 보시는 거예요?) 네. (일주일간 아이 못 보면 어떨 때는 보고싶기도 하고 그러겠어요.) 심정이 괴롭죠."]

9월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에 있을 대집단 체조에 딸이 선발됐다는 자랑도 이어졌습니다.

["(평양에서 참가를 하는 거예요? 따님이?) 네. 한번 꼭 와서 보십시오. 요만한 아이가 뜀뛰기를 쫙 하는거를 줄넘기도 하고 재롱도 피고요. (저희 아들은 3단 뛰기 까지 해요 3단 뛰기.) 몇 살인데요? (열여덟 살) 열여덟 살이면 하지요."]

온전한 만남은 아니지만 조금은 북한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짧은 시간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퇴근하세요? 어디가세요? (집에 갑니다) 위에서 일하고 내려오신 거에요?"]

대학 다니는 아들 둘을 뒀다는 이 남성은 벌써부터 두 아들의 결혼이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이젠 장가갈 나이 다 됐으니까, (여기선 몇 살에 장가가요?) 우리는 여기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 살까지 남자들은... (그럼 결혼할 때는 결혼식은 어디서 해요?) 집에서 합니다."]

요즘 북한의 젊은 세대들은 자유연애를 한다지만, 아들 배우자만큼은 직접 찾아주고 싶다는 마음도 내비췄습니다.

["이제 부모들끼리 만나서 딱 호상 합의를 보고, 하자 이렇게 하지 우리는... (부모가 딱 정해줬는데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해요?) 아, 그 말 안 들으면 이제 자식이 아니죠 뭐."]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들었을 땐 주민 모두가 기뻐했다며 꼭 한번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합니다.

["(통일이 되면 남한 구경하러 가면 어디가고 싶나요?) 제주도."]

취재 일정이 끝나갈 무렵 방문한 평양의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이곳에서 남과 북 주민 사이 뜻밖의 재회가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7월, 통일농구대회 때 중계 진으로 왔던 KBS의 김명운 기술감독.

그때 이곳에서 만나 붓글씨를 선물 받고 함께 사진을 찍었던 북한 소녀를 이번에 다시 만난 겁니다.

[김명운/KBS 기술감독 : "혹시나 하고 그 사진을 출력 인화를 해와서 가방에 가지고 있다가 오자마자 그 소녀를 찾아서 갔더니 있었어요. 만나게 돼서 저도 반갑고 그 소녀도 깜깍 놀란 느낌이었어요."]

학생 역시 반가운 마음을 드러내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다고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다시 만날 거라 생각했어요?) 네. (왜요?) 한 민족이니까..." ]

뜻밖의 만남에 반가움도 잠시, 이내 다시 헤어져야 합니다.

["(다시 만났는데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앞으로 통일되면 꼭 다시 만나자고 하십시오. (네 다음에 또 만나요)."]

짧다면 짧은 열흘간의 평양 생활.

제한된 취재 여건 속에서도 우리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북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도 딸 얘기만 나오면 웃음을 짓는 딸바보가, 자식의 결혼을 걱정하는 부모가 있었고, 축구를 좋아하는 젊은 여성과 평생 해온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프로 방송인이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갈라져 지냈지만 같은 핏줄의 한 민족은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도 감추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통일되면 꼭 다시 만나자고 하십시오. (네, 다음에 또 만나요)."]

평양에서의 짧은 만남.

이게 끝이 아니라 더 큰 만남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클로즈업 북한] 평양 사람들…열흘간의 만남
    • 입력 2018-09-08 08:21:09
    • 수정2018-09-08 09:02:38
    남북의 창
[앵커]

지난주 남북의 창에서 전해드린 변화하는 평양의 모습 잘 보셨는지요.

물론 이런 모습들이 북한 전체를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그렇다면 그 곳 평양에 사는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KBS 취재진이 열흘간 평양을 취재하면서 만난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이효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개성 남북출입사무소를 지나 평앙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140킬로미터 구간의 휴식시설은 황해북도 봉산군에 위치한 은정휴게소가 유일합니다.

시설이라고 해봐야 화장실과 탁자 몇 개가 고작인 간이 휴게소.

젊은 여성 판매원이 가판대를 펼쳐놓고 간단한 요깃거리와 특산품,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낙지’로 불리는 오징어부터 사탕과 과자, 음료수까지... 그중‘사과배’라는 과일이 눈길을 끕니다.

["(이게 뭐예요?) 사과배입니다."]

["(사과처럼 생겼는데 맛은 무슨 맛입니까?) 배."]

배와 같은 아삭한 식감에 달콤한 사과향이 물씬 풍겼습니다.

150여 명의 대규모 민간 방북단에게 서해 육로를 열어줬지만, 평양에서 보낸 열흘 동안 촬영은 제한적으로만 허용돼 일반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북측의 안내를 받아 행사가 열릴 시설 등을 둘러보는 것이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한준희/KBS 축구해설위원 : "경기장 규모는 뭐 넓은 편이고요..."]

그런 와중에 취재진의 눈에 띈 한 젊은 여성, 우리 선수단의 안내를 맡은 북측 안내원, 27살 김연이 씨입니다.

호날두의 열성팬이라는 김 씨는 메시며 네이마르까지 유럽 리그를 호령하는 축구선수들의 최근 소식을 쫙 꿰고 있습니다.

[김연이/북측 안내원 : "호날두와 베일이 한 팀에 있지 않습니까? 레알 마드리드에, 호날두 다음으로 제 눈에 들어온 선수는 베일입니다."]

["(호날두가 최근 레알 마드리드 떠난 건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유벤투스로 갔던데..."]

["메시는 좀 실수율이 높고, 그다음에 11미터 벌차기(패널티킥)도 메시는 실수가 많단 말이죠."]

해박한 스포츠 지식에 동행한 해설위원과 스포츠 기자까지 감탄할 정도...

["(호날두가 없으면 베일이 더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물론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네이마르가 떠나지 않았습니까?"]

손흥민은 물론이고 지소연을 지메시로 부를 만큼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습니다.

["(남측 선수 중에 아는 선수 있나요?) 네 손흥민, 박지성과 지메시라고 통하더란 말입니다."]

북한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해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주로 TV와 신문, 잡지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는다는 게 김연이 씨 설명입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관심도도 높으니까 그만큼..저희가 요구하는 만큼은 충족시킬 만큼은 다 있습니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큰 주목을 받았던 ‘평양냉면’ 평양냉면의 고향 격인 옥류관에서는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취재진을 맞았습니다. 카메라가 어색하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옥류관 종업원 : "인물이 곱지 않아서 카메라가..."]

식사가 마무리 될 무렵엔 살가운 인사도 건넵니다.

["찬 냉면 먹고 더운 메밀 물을 먹으면 몸이 후끈후끈해지고 건강에 아주 좋다고 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그러니까 배가 불러야... (저 그럼 금강산 갈 수 있나요?) 갈 수 있습니다. 같은 조선 사람인데 왜 못가겠습니까."]

평양에서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묘향산. 하루 천 명 가까운 북한 주민들이 찾는다는 묘향산은 예로부터 '5대 명산'이자 '조선 8경' 중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향나무와 동청 등이 자생하며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다는 이곳은 산세도 아름다워 서쪽의 금강산, '서금강'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산에서 취사를 금하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북한에선 아직 산골짜기에서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굽는 것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날 메뉴는 노루와 양 고기.

함께 나온 김밥이며 각종 밑반찬은 우리가 한 민족임을 또다시 느끼게 합니다.

한참동안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안내원은 묘향산 자랑을 해 달라는 말에 재치 있는 대답을 내놓습니다.

[묘향산 안내원 :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 향산 여자들이 곱습니다. 여기 물이 맑고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살결도 다 곱고 흽니다."]

북한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이 젊은 여성은 스스럼없이 자기 의견을 내놓습니다.

["자기 고향사람이 더 좋지 않습니까? 제가 향산을 추천하는 게, 사람도 향산도 다 향산이 좋습니다. 시집에 들어가서 시부모 모실수도 있고, 따로 신혼살림을 할 수도 있고."]

["(어떤 걸 더 좋아해요? 따로 사는 것도 괜찮죠?) 시부모 모시고 사는 게 더 좋습니다. 솔직한 심정입니다. (진짜요?) 전 부모들이 곁에 있어야지 마음이 놓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방송으로는 꼭 10년 만에 성공한 KBS의 서울-평양 이원 생방송.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외신인 AP의 위성을 빌려 생방송이 진행됐습니다.

현장에서 중계진을 도운 것은 AP와 협력관계에 있는 조선중앙TV 방송원들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조금 옆으로 가야 됩니까. 어떻게 해야 됩니까? (좋습니다) 지금 좋아요?"]

방송 전부터 꼼꼼하게 장비를 챙기는 방송원들... 그런데 생방송을 불과 10분 앞두고 최종 점검을 하는 도중 문제가 생겼습니다.

서울 스튜디오 진행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비가 귀에 맞지 않았던 건데요.

["계속 빠져요 계속..."]

방송에 차질이 생길수도 있던 긴박한 상황...

[다른 이어폰이 있을까요?"]

북측 방송원이 조용히 자리를 뜨더니여러 모양의 장비를 챙겨 옵니다.

["훨씬 나아요."]

다행히 귀에 맞는 게 있었고... 방송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

무뚝뚝하던 방송원 얼굴에도 가벼운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방송원 선생님 감사해요. 자상하게 도와주셔서 편안하게 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방송이 잘 돼서 저도 기쁩니다."]

2000년 KBS의 특집방송‘백두에서 한라까지’ 3원 생방송 당시에도 조선중앙TV에서 일했다는 나이 지긋한 방송원은 감회가 새로운 듯 내내 웃음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18년 전에 백두에서 한라까지도 같이 만들어 주셨고.) 북과 남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취재진에게 가장 격의 없이 다가온 것은 바로 아이들이었습니다.

["(안녕? 이름이 뭐에요?) 오휘연입니다. (몇 학년이에요?) 2학년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주민들 역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부담 없이 말하곤 했는데요.

["(아이가 몇 살이에요?) 4살. (학교는 가요?) 김정숙 탁아소(다닙니다.) (주 탁아소?) 네."]

평양의 많은 아이들이 평일엔 주 탁아소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과 출산 휴가에 대한 이야기도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기를 낳으면 출산 휴가가 어떻게 되나요?) 6달 (6달 동안 휴가에요?) 네. 출생 전에는 2달. (출생 전에는 2달...)"]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에 절로 지어지는 미소는 잠시 남과 북의 거리감조차 잊게 했습니다.

묘향산 인근 향산 호텔에서 근무하며 평양에 있는 가족들과는 주말에만 만난다는 한 직원.

다섯 살짜리 딸을 둔 말 그대로 딸바보 아빠입니다.

[향산호텔 직원 : "다섯 살 치고는 키가 크고, 얼굴이 곱게 생겼습니다. (지금은 여기 계시니까 평양이 댁이시면 따님은 주 탁아소에 있나요?) 주 탁아소. 네. (주말 일요일에만 보시는 거예요?) 네. (일주일간 아이 못 보면 어떨 때는 보고싶기도 하고 그러겠어요.) 심정이 괴롭죠."]

9월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에 있을 대집단 체조에 딸이 선발됐다는 자랑도 이어졌습니다.

["(평양에서 참가를 하는 거예요? 따님이?) 네. 한번 꼭 와서 보십시오. 요만한 아이가 뜀뛰기를 쫙 하는거를 줄넘기도 하고 재롱도 피고요. (저희 아들은 3단 뛰기 까지 해요 3단 뛰기.) 몇 살인데요? (열여덟 살) 열여덟 살이면 하지요."]

온전한 만남은 아니지만 조금은 북한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짧은 시간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퇴근하세요? 어디가세요? (집에 갑니다) 위에서 일하고 내려오신 거에요?"]

대학 다니는 아들 둘을 뒀다는 이 남성은 벌써부터 두 아들의 결혼이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이젠 장가갈 나이 다 됐으니까, (여기선 몇 살에 장가가요?) 우리는 여기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 살까지 남자들은... (그럼 결혼할 때는 결혼식은 어디서 해요?) 집에서 합니다."]

요즘 북한의 젊은 세대들은 자유연애를 한다지만, 아들 배우자만큼은 직접 찾아주고 싶다는 마음도 내비췄습니다.

["이제 부모들끼리 만나서 딱 호상 합의를 보고, 하자 이렇게 하지 우리는... (부모가 딱 정해줬는데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해요?) 아, 그 말 안 들으면 이제 자식이 아니죠 뭐."]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들었을 땐 주민 모두가 기뻐했다며 꼭 한번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합니다.

["(통일이 되면 남한 구경하러 가면 어디가고 싶나요?) 제주도."]

취재 일정이 끝나갈 무렵 방문한 평양의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이곳에서 남과 북 주민 사이 뜻밖의 재회가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7월, 통일농구대회 때 중계 진으로 왔던 KBS의 김명운 기술감독.

그때 이곳에서 만나 붓글씨를 선물 받고 함께 사진을 찍었던 북한 소녀를 이번에 다시 만난 겁니다.

[김명운/KBS 기술감독 : "혹시나 하고 그 사진을 출력 인화를 해와서 가방에 가지고 있다가 오자마자 그 소녀를 찾아서 갔더니 있었어요. 만나게 돼서 저도 반갑고 그 소녀도 깜깍 놀란 느낌이었어요."]

학생 역시 반가운 마음을 드러내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다고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다시 만날 거라 생각했어요?) 네. (왜요?) 한 민족이니까..." ]

뜻밖의 만남에 반가움도 잠시, 이내 다시 헤어져야 합니다.

["(다시 만났는데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앞으로 통일되면 꼭 다시 만나자고 하십시오. (네 다음에 또 만나요)."]

짧다면 짧은 열흘간의 평양 생활.

제한된 취재 여건 속에서도 우리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북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도 딸 얘기만 나오면 웃음을 짓는 딸바보가, 자식의 결혼을 걱정하는 부모가 있었고, 축구를 좋아하는 젊은 여성과 평생 해온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프로 방송인이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갈라져 지냈지만 같은 핏줄의 한 민족은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도 감추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통일되면 꼭 다시 만나자고 하십시오. (네, 다음에 또 만나요)."]

평양에서의 짧은 만남.

이게 끝이 아니라 더 큰 만남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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