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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5톤 트럭에 15톤을 실어도…과적은 아니라고요?
입력 2018.09.08 (10:00) 수정 2018.09.08 (10:03) 취재후
“적재 화물 5톤 차에 다들 10톤, 15톤 이상씩 싣고 다녀요. 안 걸리거든요”

화물차 과적 관련 취재를 하면서 화물차 기사들에게 여러 차례 들은 얘깁니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데요. 5톤을 실으라고 만든 차인데 5톤을 넘게 실어도 괜찮다니요? 그런데 현행 법령 아래에서는 정말 그렇습니다. 관련 법인 도로법과 도로교통법의 관할부서와 목적이 달라 기묘한 사각지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도로법은 도로 시설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령으로, 관할부서는 국토붑니다. 일반적인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의 과적 단속이 바로 이 법을 근거로 이뤄집니다. 법의 목적이 '도로 보호'이기 때문에 도로에 가해지는 무게가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무거운 차량이 지나다니면 기껏 포장해놓은 도로가 패이거나 꺼지면서 상태가 나빠질 테니까요.


기준은 짐을 실은 화물차 전체 무게 40톤, 바퀴 한 축당 가해지는 무게 10톤으로, 이 이상을 실으면 단속 대상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 기준 이하이기만 하면 단속에 걸리지 않습니다. 5톤 차가 8톤을 싣든, 9톤을 싣든 상관없다는 거죠. 어차피 도로는 10톤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니까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5톤 차가 8톤을 실어도 단속에 걸리지 않는 이윱니다.

교통 안전을 목적으로 하는 도로교통법의 단속 대상은 일반적인 '과적' 개념에 좀 더 가깝습니다. 차량에 적혀있는 적재 용량의 10%가 넘으면 단속 대상이거든요. 관할 부서는 경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과적 단속을 위한 장비와 시스템이 모두 국토부 관할이라 경찰은 단속할 장비나 시스템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단속을 하냐고요? 대개는 그냥 눈으로 단속합니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서 화물의 무게를 눈짐작하는 거죠. 가령 10kg이라고 쓰여있는 쌀포대가 100개 실려있으면 1톤이겠거니 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걸린다고 해도 과태료 5만 원만 내면 되기 때문에 경찰 단속에 신경을 쓰는 화물차 기사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5톤차에 15톤을 실어도 괜찮은 기묘한 사각지대는 여기서 생깁니다. 단속 장비와 시스템을갖춘 국토부의 단속 기준은 일반적인 '과적' 개념과는 다르고, 경찰은 장비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속을 잘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두 부서는 과적 관련 사고가 날 때마다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피해를 보는건 대부분 화물차 기사들입니다.


"5톤 차에 5톤만 실으려고 하면 일을 할 수가 없죠. 지금 전반적으로 5톤 차에 12톤씩, 13톤씩 실으니까. 화주들이 당연히 5톤 차도 그만큼 실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차를 부르는 건데.안 실으면 돈을 안 주는 거죠. 정량만 실으려면 그 차는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냥 계속 서 있어야 해"

"(과적하면) 브레이크도 많이 밟고, 기름도 많이 먹을 것이고, 차도 무리가 가잖아요. 근데 이런 식으로 하다가 사고 나면 우리는 무조건 과적을 안고 조사를 받게 돼 있어요. 다 실은 기사 책임이에요. 운수사랑 화주는 처벌을 안 받아요. 기사한테만 과적했다고 그 책임을 묻는 거거든요"

이미 과적이 관행화된 상황이라 차량에 가해지는 부담과 위험성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짐을 실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기사들이 사용하는 어플에는 5톤 차에 14톤을 실어달라, 15톤을 실어달라는 요청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모두 기사들이 져야하는 상황. 기사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습니다.


왜 이런 관행이 굳어진 걸까요? 기사들은 하청에 재하청이 이어지는 지입 제도와, 화주 위주의 자율운임제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지입제도란 사업면허를 가진 운송회사와 화물차를 소유한 화물차 기사가 계약을 통해 운송업무를 하도록 하는 제돕니다. 차주들은 운송회사의 영업망을 통해 일감을 확보할 수 있고, 운수회사는 실제 차량 없이도 차주들에게 받는 지입료로 사업을 경영할 수 있어 언뜻 효율적으로도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실제 차량 운전과 사고에 대한 책임은 모두 기사가 지는 구조이다 보니, 운송사는 많은 물량을 따오는 데만 골몰하게 되면서 무리한 과적을 부추기게 된 겁니다. 자율운임제로 운송사들 간에 경쟁입찰을 하는 상황에서, 화주들은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화물을 싣겠다는 운송사에 일감을 주니까요.


기사들은 화주-운송사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각 단계마다 '지입료'와 '수수료', 또 '차량 할부금'까지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저가 경쟁 속에서 화물 운임은 물가상승률의 절반 정도밖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각종 중간비용까지 생각하면 10년 전보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화물차 기사들은 주장했습니다.

기사들은 정부가 화물차의 축 개조를 허용하는 것도 과적을 부추기는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축' 이란 바퀴 한 줄을 가리킵니다. 가령 앞바퀴와 뒷바퀴를 가진 일반 5톤 화물차는 축이 2개, 여기에 바퀴 한 줄을 더 달면 축 추가가 됩니다.


5톤 차의 경우 적재 용량대로 5톤만 싣는다면 단속에 걸릴 이유가 없습니다. 축 중량 10톤부터 단속 대상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화물 업계에는 5톤 차의 축 개조가 만연합니다. 짐을 더 싣기 위해섭니다.

"정부에서는 안전하게 하려고 축을 허용한다고 하거든요? 근데 5톤 차에는 5톤만 실으면 아예 축이 필요가 없어요. 10톤부터 단속을 하니까. 단속에 안 걸리는데 뭐하러 돈 내고 개조를 하겠어요? 10톤 이상 실으려고 그러는 거죠. 축 개조 허용하는 거 자체가 정부가 과적을 묵인하는 거에요."

화물차 기사들은 '과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도로법과 도로교통법으로 나누어진 법체계를 하나로 통합하고, 지입 제도 개선과 표준운임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2020년부터는 적정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도입하기로 했죠. 그러나 분야는 시멘트와 컨테이너로 매우 한정적이고, 그나마도 2023년까지 3년만 동안만 한정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라 화물차 기사들의 기대는 크지 않습니다. 물류비 전반이 상승하면서 업계가 얼어붙을 거라는 화주들의 반대도 극심한 상황입니다. 화주와 운송사, 화물차 기사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화물차 교통사고는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매년 25000건을 훌쩍 넘기며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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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9-08 10:03:36
    취재후
“적재 화물 5톤 차에 다들 10톤, 15톤 이상씩 싣고 다녀요. 안 걸리거든요”

화물차 과적 관련 취재를 하면서 화물차 기사들에게 여러 차례 들은 얘깁니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데요. 5톤을 실으라고 만든 차인데 5톤을 넘게 실어도 괜찮다니요? 그런데 현행 법령 아래에서는 정말 그렇습니다. 관련 법인 도로법과 도로교통법의 관할부서와 목적이 달라 기묘한 사각지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도로법은 도로 시설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령으로, 관할부서는 국토붑니다. 일반적인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의 과적 단속이 바로 이 법을 근거로 이뤄집니다. 법의 목적이 '도로 보호'이기 때문에 도로에 가해지는 무게가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무거운 차량이 지나다니면 기껏 포장해놓은 도로가 패이거나 꺼지면서 상태가 나빠질 테니까요.


기준은 짐을 실은 화물차 전체 무게 40톤, 바퀴 한 축당 가해지는 무게 10톤으로, 이 이상을 실으면 단속 대상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 기준 이하이기만 하면 단속에 걸리지 않습니다. 5톤 차가 8톤을 싣든, 9톤을 싣든 상관없다는 거죠. 어차피 도로는 10톤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니까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5톤 차가 8톤을 실어도 단속에 걸리지 않는 이윱니다.

교통 안전을 목적으로 하는 도로교통법의 단속 대상은 일반적인 '과적' 개념에 좀 더 가깝습니다. 차량에 적혀있는 적재 용량의 10%가 넘으면 단속 대상이거든요. 관할 부서는 경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과적 단속을 위한 장비와 시스템이 모두 국토부 관할이라 경찰은 단속할 장비나 시스템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단속을 하냐고요? 대개는 그냥 눈으로 단속합니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서 화물의 무게를 눈짐작하는 거죠. 가령 10kg이라고 쓰여있는 쌀포대가 100개 실려있으면 1톤이겠거니 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걸린다고 해도 과태료 5만 원만 내면 되기 때문에 경찰 단속에 신경을 쓰는 화물차 기사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5톤차에 15톤을 실어도 괜찮은 기묘한 사각지대는 여기서 생깁니다. 단속 장비와 시스템을갖춘 국토부의 단속 기준은 일반적인 '과적' 개념과는 다르고, 경찰은 장비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속을 잘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두 부서는 과적 관련 사고가 날 때마다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피해를 보는건 대부분 화물차 기사들입니다.


"5톤 차에 5톤만 실으려고 하면 일을 할 수가 없죠. 지금 전반적으로 5톤 차에 12톤씩, 13톤씩 실으니까. 화주들이 당연히 5톤 차도 그만큼 실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차를 부르는 건데.안 실으면 돈을 안 주는 거죠. 정량만 실으려면 그 차는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냥 계속 서 있어야 해"

"(과적하면) 브레이크도 많이 밟고, 기름도 많이 먹을 것이고, 차도 무리가 가잖아요. 근데 이런 식으로 하다가 사고 나면 우리는 무조건 과적을 안고 조사를 받게 돼 있어요. 다 실은 기사 책임이에요. 운수사랑 화주는 처벌을 안 받아요. 기사한테만 과적했다고 그 책임을 묻는 거거든요"

이미 과적이 관행화된 상황이라 차량에 가해지는 부담과 위험성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짐을 실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기사들이 사용하는 어플에는 5톤 차에 14톤을 실어달라, 15톤을 실어달라는 요청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모두 기사들이 져야하는 상황. 기사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습니다.


왜 이런 관행이 굳어진 걸까요? 기사들은 하청에 재하청이 이어지는 지입 제도와, 화주 위주의 자율운임제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지입제도란 사업면허를 가진 운송회사와 화물차를 소유한 화물차 기사가 계약을 통해 운송업무를 하도록 하는 제돕니다. 차주들은 운송회사의 영업망을 통해 일감을 확보할 수 있고, 운수회사는 실제 차량 없이도 차주들에게 받는 지입료로 사업을 경영할 수 있어 언뜻 효율적으로도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실제 차량 운전과 사고에 대한 책임은 모두 기사가 지는 구조이다 보니, 운송사는 많은 물량을 따오는 데만 골몰하게 되면서 무리한 과적을 부추기게 된 겁니다. 자율운임제로 운송사들 간에 경쟁입찰을 하는 상황에서, 화주들은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화물을 싣겠다는 운송사에 일감을 주니까요.


기사들은 화주-운송사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각 단계마다 '지입료'와 '수수료', 또 '차량 할부금'까지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저가 경쟁 속에서 화물 운임은 물가상승률의 절반 정도밖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각종 중간비용까지 생각하면 10년 전보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화물차 기사들은 주장했습니다.

기사들은 정부가 화물차의 축 개조를 허용하는 것도 과적을 부추기는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축' 이란 바퀴 한 줄을 가리킵니다. 가령 앞바퀴와 뒷바퀴를 가진 일반 5톤 화물차는 축이 2개, 여기에 바퀴 한 줄을 더 달면 축 추가가 됩니다.


5톤 차의 경우 적재 용량대로 5톤만 싣는다면 단속에 걸릴 이유가 없습니다. 축 중량 10톤부터 단속 대상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화물 업계에는 5톤 차의 축 개조가 만연합니다. 짐을 더 싣기 위해섭니다.

"정부에서는 안전하게 하려고 축을 허용한다고 하거든요? 근데 5톤 차에는 5톤만 실으면 아예 축이 필요가 없어요. 10톤부터 단속을 하니까. 단속에 안 걸리는데 뭐하러 돈 내고 개조를 하겠어요? 10톤 이상 실으려고 그러는 거죠. 축 개조 허용하는 거 자체가 정부가 과적을 묵인하는 거에요."

화물차 기사들은 '과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도로법과 도로교통법으로 나누어진 법체계를 하나로 통합하고, 지입 제도 개선과 표준운임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2020년부터는 적정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도입하기로 했죠. 그러나 분야는 시멘트와 컨테이너로 매우 한정적이고, 그나마도 2023년까지 3년만 동안만 한정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라 화물차 기사들의 기대는 크지 않습니다. 물류비 전반이 상승하면서 업계가 얼어붙을 거라는 화주들의 반대도 극심한 상황입니다. 화주와 운송사, 화물차 기사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화물차 교통사고는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매년 25000건을 훌쩍 넘기며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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