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57위 정슬기 ‘무명 반란’…77경기 만에 첫 우승

입력 2018.09.09 (16:20) 수정 2018.09.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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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지 3년째인 정슬기(23)가 77번째 출전 경기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정슬기는 9일 경기도 용인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쳐 3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정상에 올랐다.

딱 1경기에 출전한 바람에 기록상 데뷔는 2015년이지만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KLPGA 투어에서 뛴 정슬기는 3년 동안 상금 40위 이내 진입해본 적 없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러나 이날 챔피언의 반열에 오르며 1억원의 상금과 2년 동안 시드 확보라는 풍성한 수확을 안았다. 정슬기는 상금랭킹 29위(1억7천만원)으로 올라섰다.

정슬기는 "순위표를 보지 않고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 노력이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어렵게 투어에 입성한 만큼 시드 걱정을 던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정슬기는 그야말로 무명 중의 무명이었다.

2016년 MBC PLUS 여자오픈 준우승으로 반짝했지만, 톱10 세번에 상금 40위(1억5천606만원)에 그쳤고 작년에도 톱10 세 번에 상금 47위(1억4천161만원)에 불과했다.

작년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최종 라운드에서 2타차 선두를 달리다 역전패했던 게 그나마 가장 우승에 가까이 가본 경험이었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개 대회에 출전해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상금 57위(7천만원)으로 밀려 시드 유지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정슬기의 우승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1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쳐 공동 16위에 올랐을 때도 주목받기 어려웠고 2라운드 때 5타를 줄여 3타차 공동 4위까지 올라왔지만, 선두 김지영(22)에 3타차 이내에 포진한 7명 가운데 가장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가 정슬기였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정슬기였다.

그린은 딱 한차례 놓쳤고 15번홀까지 유일하게 보기가 없었다.

극단적으로 어려운 핀 포지션으로 선두권 선수들이 타수를 줄이기는커녕 뒷걸음친 최종 라운드에서 정슬기는 다른 코스에서 경기하는 듯했다.

4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아내 1타차 공동2위로 뛰어오른 정슬기는 9번홀을 마쳤을 땐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앞서가던 김지영이 2타를 잃은 덕이었다.

조정민이 9번홀 버디로 단독 1위로 뛰쳐나가자 곧바로 10번홀(파4) 1m 버디를 잡아내며 따라붙었다.

12번홀(파3)에서 4m 버디를 집어넣어 단독 선두로 올라선 정슬기는 14번홀(파4)에서 7m 거리 버디 퍼트가 성공하자 우승을 예감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3타차 단독 선두로 나선 정슬기에 16번홀(파3)에서 이날 첫 위기가 찾아왔다. 15번홀까지 한 번도 그린을 놓치지 않았던 정슬기는 그린 밖에서 친 두 번째 샷이 홀을 2.5m나 지나쳤고 파퍼트를 넣지 못했다.

2위 그룹에 2타차로 쫓진 정슬기는 17번홀(파4)에서는 이날 처음 나온 3퍼트로 1타를 또 잃었다.

무려 5명이 1타차 공동2위로 추격하는 위기 속에서 18번홀(파5)을 파로 마친 정슬기는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른 김지영이 18번홀에서 친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우승이 확정되자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기쁨의 눈물은 보이지 않던 정슬기는 기자회견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우승컵을 바친다"며 눈물을 쏟았다. 정슬기의 어머니는 2011년 췌장암으로 타계했다.

정슬기는 "앞으로 남은 메이저대회에 좋은 결과를 내겠다"면서 "체력은 자신 있다"고 밝혔다.

1, 2라운드 선두를 달리며 1년 4개월 만에 통산 2승을 바라봤던 김지영은 14번홀까지 버디 없이 보기 3개를 쏟아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1타차 공동2위(9언더파 207타)에 그쳤다.

상금랭킹 4위 배선우(24)도 공동2위에 올라 최근 6개 대회에서 우승 한번과 준우승 3번을 포함해 모두 5위 이내에 입상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공동2위 상금 3천200만원을 받은 배선우는 오지현(22), 최혜진(19), 이정은(22)에 이어 이번 시즌 네번째로 시즌 상금 6억원 고지를 넘었다.

통산 8승을 올렸지만 2016년 이후 부진에 빠진 이정민(26)과 '얼음공주' 김자영(27)도 공동2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디펜딩 챔피언 김지현(27)은 공동22위(4언더파 212타)에 머물렀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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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9 16:20:39
    • 수정2018-09-09 19:10:23
    연합뉴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지 3년째인 정슬기(23)가 77번째 출전 경기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정슬기는 9일 경기도 용인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쳐 3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정상에 올랐다.

딱 1경기에 출전한 바람에 기록상 데뷔는 2015년이지만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KLPGA 투어에서 뛴 정슬기는 3년 동안 상금 40위 이내 진입해본 적 없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러나 이날 챔피언의 반열에 오르며 1억원의 상금과 2년 동안 시드 확보라는 풍성한 수확을 안았다. 정슬기는 상금랭킹 29위(1억7천만원)으로 올라섰다.

정슬기는 "순위표를 보지 않고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 노력이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어렵게 투어에 입성한 만큼 시드 걱정을 던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정슬기는 그야말로 무명 중의 무명이었다.

2016년 MBC PLUS 여자오픈 준우승으로 반짝했지만, 톱10 세번에 상금 40위(1억5천606만원)에 그쳤고 작년에도 톱10 세 번에 상금 47위(1억4천161만원)에 불과했다.

작년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최종 라운드에서 2타차 선두를 달리다 역전패했던 게 그나마 가장 우승에 가까이 가본 경험이었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개 대회에 출전해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상금 57위(7천만원)으로 밀려 시드 유지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정슬기의 우승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1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쳐 공동 16위에 올랐을 때도 주목받기 어려웠고 2라운드 때 5타를 줄여 3타차 공동 4위까지 올라왔지만, 선두 김지영(22)에 3타차 이내에 포진한 7명 가운데 가장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가 정슬기였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정슬기였다.

그린은 딱 한차례 놓쳤고 15번홀까지 유일하게 보기가 없었다.

극단적으로 어려운 핀 포지션으로 선두권 선수들이 타수를 줄이기는커녕 뒷걸음친 최종 라운드에서 정슬기는 다른 코스에서 경기하는 듯했다.

4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아내 1타차 공동2위로 뛰어오른 정슬기는 9번홀을 마쳤을 땐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앞서가던 김지영이 2타를 잃은 덕이었다.

조정민이 9번홀 버디로 단독 1위로 뛰쳐나가자 곧바로 10번홀(파4) 1m 버디를 잡아내며 따라붙었다.

12번홀(파3)에서 4m 버디를 집어넣어 단독 선두로 올라선 정슬기는 14번홀(파4)에서 7m 거리 버디 퍼트가 성공하자 우승을 예감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3타차 단독 선두로 나선 정슬기에 16번홀(파3)에서 이날 첫 위기가 찾아왔다. 15번홀까지 한 번도 그린을 놓치지 않았던 정슬기는 그린 밖에서 친 두 번째 샷이 홀을 2.5m나 지나쳤고 파퍼트를 넣지 못했다.

2위 그룹에 2타차로 쫓진 정슬기는 17번홀(파4)에서는 이날 처음 나온 3퍼트로 1타를 또 잃었다.

무려 5명이 1타차 공동2위로 추격하는 위기 속에서 18번홀(파5)을 파로 마친 정슬기는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른 김지영이 18번홀에서 친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우승이 확정되자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기쁨의 눈물은 보이지 않던 정슬기는 기자회견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우승컵을 바친다"며 눈물을 쏟았다. 정슬기의 어머니는 2011년 췌장암으로 타계했다.

정슬기는 "앞으로 남은 메이저대회에 좋은 결과를 내겠다"면서 "체력은 자신 있다"고 밝혔다.

1, 2라운드 선두를 달리며 1년 4개월 만에 통산 2승을 바라봤던 김지영은 14번홀까지 버디 없이 보기 3개를 쏟아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1타차 공동2위(9언더파 207타)에 그쳤다.

상금랭킹 4위 배선우(24)도 공동2위에 올라 최근 6개 대회에서 우승 한번과 준우승 3번을 포함해 모두 5위 이내에 입상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공동2위 상금 3천200만원을 받은 배선우는 오지현(22), 최혜진(19), 이정은(22)에 이어 이번 시즌 네번째로 시즌 상금 6억원 고지를 넘었다.

통산 8승을 올렸지만 2016년 이후 부진에 빠진 이정민(26)과 '얼음공주' 김자영(27)도 공동2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디펜딩 챔피언 김지현(27)은 공동22위(4언더파 212타)에 머물렀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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