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내라는 서류만 10여 개”…선의 기증자 울리는 ‘행정의 벽’

입력 2018.09.0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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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A 씨는 얼마 전 큰 결심을 했습니다.

친한 친구가 가족에게서 신장 이식을 받기 어려워 자신이 신장을 기증하기로 한 겁니다.

[장기 기증 희망자/음성변조 : "나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같이 가보자 한 거죠. 친구는 정말 안 내켜 했었어요. 친구도 기증받는 걸 지쳐있는 상태잖아요."]

그런데 병원을 찾아 장기이식에 필요한 서류를 듣고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병원에 내야 하는 서류는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기초 서류 외에도, 장기를 받을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 같은 곳에 살았다는 걸 증명하는 서류, 주고받은 생활비나 휴대전화요금, 경조사비 내역까지, 10가지가 넘습니다.

A 씨는 장기수혜자와 친구가 된 지가 15년 정도여서 옛날 사진이 없었습니다.

또 생활비나 휴대전화 요금 등을 주고받은 내역을 내란 것은 생각할수록 황당했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A 씨는 장기기증을 보류했습니다.

[장기 기증 희망자/음성변조 : "맨 처음에는 친구에 대한 아픔이 더 우려됐었지만, 그것 또한 되게 불쾌했었어요. 친구도 나도 서로에 대한 범죄자로 취급됐다는 게…."]

이런 번거로운 절차에 대해 장기이식관리센터는 검증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생존자 장기 기증은 대부분 가족이나 친족 사이에 이뤄지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장기매매 등의 가능성이 있어 순수성 검증이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김명희/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 : "생존 장기기증자만을 담당하는 전담 코디네이터 제도를 만들어서 검사하는 과정, 서류 처리하는 과정, 사후 건강 관리하는 과정에 개입하게 해서…."]

생존자 장기기증 건수는 4년 새 25%가량 증가한 상황, 장기매매 가능성을 막으면서도 선의의 장기기증자들을 보호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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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9 21: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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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A 씨는 얼마 전 큰 결심을 했습니다.

친한 친구가 가족에게서 신장 이식을 받기 어려워 자신이 신장을 기증하기로 한 겁니다.

[장기 기증 희망자/음성변조 : "나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같이 가보자 한 거죠. 친구는 정말 안 내켜 했었어요. 친구도 기증받는 걸 지쳐있는 상태잖아요."]

그런데 병원을 찾아 장기이식에 필요한 서류를 듣고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병원에 내야 하는 서류는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기초 서류 외에도, 장기를 받을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 같은 곳에 살았다는 걸 증명하는 서류, 주고받은 생활비나 휴대전화요금, 경조사비 내역까지, 10가지가 넘습니다.

A 씨는 장기수혜자와 친구가 된 지가 15년 정도여서 옛날 사진이 없었습니다.

또 생활비나 휴대전화 요금 등을 주고받은 내역을 내란 것은 생각할수록 황당했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A 씨는 장기기증을 보류했습니다.

[장기 기증 희망자/음성변조 : "맨 처음에는 친구에 대한 아픔이 더 우려됐었지만, 그것 또한 되게 불쾌했었어요. 친구도 나도 서로에 대한 범죄자로 취급됐다는 게…."]

이런 번거로운 절차에 대해 장기이식관리센터는 검증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생존자 장기 기증은 대부분 가족이나 친족 사이에 이뤄지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장기매매 등의 가능성이 있어 순수성 검증이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김명희/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 : "생존 장기기증자만을 담당하는 전담 코디네이터 제도를 만들어서 검사하는 과정, 서류 처리하는 과정, 사후 건강 관리하는 과정에 개입하게 해서…."]

생존자 장기기증 건수는 4년 새 25%가량 증가한 상황, 장기매매 가능성을 막으면서도 선의의 장기기증자들을 보호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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