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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사망자 통계는 ‘반쪽짜리’…“실제는 3배 이상”
입력 2018.09.12 (14:55) 수정 2018.09.12 (19:37) 취재K
올여름은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며 인명 피해 역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집계에 따르면 9월 9일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4,526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48명에 이릅니다. 올여름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31.5일로 지난 94년(31.1일)보다 길었던 만큼 온열 질환 피해 역시 201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심각했습니다. 그러나 48명이라는 사망자 수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올해 폭염 사망자 48명….'빙산의 일각'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하는 온열 질환 감시체계는 전국의 응급실 520여 곳에서 열사병이나 일사병 등으로 사망한 경우를 집계합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의 병원 가운데 제대로 된 응급실을 갖추고 있다면 대부분 포함된다고 보면 됩니다.

직접적인 사인이 온열 질환인 사망자는 전국에서 100% 가까이 하루 단위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응급실조차 찾지 못하고 사망한 다수의 경우와 폭염으로 건강이 악화해 숨진 경우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특히 심혈관이나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사망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기저 질환이 악화해 숨진 사람들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질병관리본부의 통계는 매우 좁은, 일부분만을 반영하는 통계"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폭염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통계청에서 매년 발표하는 사망 원인 통계를 활용합니다. 사망 원인이 '온열 질환'이나 '과도한 일광(고온) 노출'이라는 코드로 분류되는 경우로 전국의 모든 사망자를 대상으로 산출돼 가장 신뢰도가 높습니다. 그렇다면 질병관리본부의 온열 질환 사망자 수와 통계청의 사망자 수를 비교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실제 폭염 사망자, "응급실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질병관리본부가 온열 질환 감시체계를 갖춘 2011년, 온열 질환 사망자는 전국적으로 6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해 통계청의 사망자 수는 24명으로 4배 많았습니다. 이후에도 3배에서 최대 6배까지 사망자 수가 차이가 납니다. 통계청 집계는 보통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2016년까지밖에 비교할 수 없었는데요. 비슷한 양상일 거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김도우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박사는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응급실의 95%가 넘는 곳에서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아직 전국적인 폭염 피해를 모두 반영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같은 기간인데도 통계청 사망자 집계와 3배 이상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응급실 온열 질환 사망자는 더위의 추세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지표의 성격"이라며 "수면 아래에 가려져 있는 실제 사망자가 어느 정도인지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했습니다. 통계청 자료는 폭염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나오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응급실 자료를 바탕으로 실시간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올여름 '초과 사망자'… 1994년 뛰어넘어


올해의 경우 장마가 일찍 끝나고 7월부터 더웠습니다. 아직 더위에 적응이 안 된 상태라 여름의 초반부터 많은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그 결과 행정안전부 인구 통계에 따르면 7월 초과 사망자는 3,18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8월에는 이보다 많은 3,872명으로 두 달을 합치면 7,060명이나 됩니다.

초과 사망자는 특정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기대되는 사망자 수를 초과해 발생한 사망자를 의미합니다. 올여름의 경우 지난 10년간(2008~2017년) 평균적으로 사망하던 숫자에 비해 15% 이상 증가한 건데요. 늘어난 사망자가 모두 폭염에 의한 사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폭염을 제외한 특별한 요인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 학계에서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초과 사망자에는 폭염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기존 질병의 악화 등 간접적인 사망도 포함돼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4년 폭염으로 전국에서 94명이 사망했고 초과 사망자는 3,384명으로 자연재해 가운데 최악의 인명 피해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올여름 폭염은 초과 사망자로 봤을 때 이미 1994년 수준을 뛰어넘었고 통계청 조사에 의한 사망자 수도 응급실 집계(48명)보다 많은 3자리 수에 도달할 확률이 높습니다.

예고된 재난 '폭염' 피해 줄이려면…적극적인 대책 마련 시급


장재연 교수는 '반쪽짜리' 응급실 통계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2003년 대규모 폭염 피해 이후 초과 사망자 수도 날마다 파악해 폭염 대응에 활용하는 유럽의 경우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응급실 통계만 보고 폭염 사망자가 주춤하고 있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황승식 교수는 "기후변화로 매년 찾아오는 폭염은 이제 '예고된 재난'이라며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폭염 취약층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병든 노인층,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 에어컨 등 냉방시설이 갖추지 못한 사회 취약계층과 외국인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들 위험 집단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황 교수는 7~8월 두 달간 머물 수 있는 임시 거주지를 마련하거나 자원봉사자를 이용한 고립계층 방문과 보건 서비스 등을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전국에서 "물을 많이 마시고 야외 활동 피하세요." 같은 획일적인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 등 지역에 따라, 질환 유무에 따라 차별화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취약계층을 찾아가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폭염 사망자 통계는 ‘반쪽짜리’…“실제는 3배 이상”
    • 입력 2018-09-12 14:55:55
    • 수정2018-09-12 19:37:58
    취재K
올여름은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며 인명 피해 역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집계에 따르면 9월 9일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4,526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48명에 이릅니다. 올여름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31.5일로 지난 94년(31.1일)보다 길었던 만큼 온열 질환 피해 역시 201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심각했습니다. 그러나 48명이라는 사망자 수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올해 폭염 사망자 48명….'빙산의 일각'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하는 온열 질환 감시체계는 전국의 응급실 520여 곳에서 열사병이나 일사병 등으로 사망한 경우를 집계합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의 병원 가운데 제대로 된 응급실을 갖추고 있다면 대부분 포함된다고 보면 됩니다.

직접적인 사인이 온열 질환인 사망자는 전국에서 100% 가까이 하루 단위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응급실조차 찾지 못하고 사망한 다수의 경우와 폭염으로 건강이 악화해 숨진 경우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특히 심혈관이나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사망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기저 질환이 악화해 숨진 사람들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질병관리본부의 통계는 매우 좁은, 일부분만을 반영하는 통계"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폭염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통계청에서 매년 발표하는 사망 원인 통계를 활용합니다. 사망 원인이 '온열 질환'이나 '과도한 일광(고온) 노출'이라는 코드로 분류되는 경우로 전국의 모든 사망자를 대상으로 산출돼 가장 신뢰도가 높습니다. 그렇다면 질병관리본부의 온열 질환 사망자 수와 통계청의 사망자 수를 비교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실제 폭염 사망자, "응급실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질병관리본부가 온열 질환 감시체계를 갖춘 2011년, 온열 질환 사망자는 전국적으로 6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해 통계청의 사망자 수는 24명으로 4배 많았습니다. 이후에도 3배에서 최대 6배까지 사망자 수가 차이가 납니다. 통계청 집계는 보통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2016년까지밖에 비교할 수 없었는데요. 비슷한 양상일 거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김도우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박사는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응급실의 95%가 넘는 곳에서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아직 전국적인 폭염 피해를 모두 반영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같은 기간인데도 통계청 사망자 집계와 3배 이상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응급실 온열 질환 사망자는 더위의 추세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지표의 성격"이라며 "수면 아래에 가려져 있는 실제 사망자가 어느 정도인지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했습니다. 통계청 자료는 폭염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나오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응급실 자료를 바탕으로 실시간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올여름 '초과 사망자'… 1994년 뛰어넘어


올해의 경우 장마가 일찍 끝나고 7월부터 더웠습니다. 아직 더위에 적응이 안 된 상태라 여름의 초반부터 많은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그 결과 행정안전부 인구 통계에 따르면 7월 초과 사망자는 3,18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8월에는 이보다 많은 3,872명으로 두 달을 합치면 7,060명이나 됩니다.

초과 사망자는 특정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기대되는 사망자 수를 초과해 발생한 사망자를 의미합니다. 올여름의 경우 지난 10년간(2008~2017년) 평균적으로 사망하던 숫자에 비해 15% 이상 증가한 건데요. 늘어난 사망자가 모두 폭염에 의한 사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폭염을 제외한 특별한 요인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 학계에서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초과 사망자에는 폭염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기존 질병의 악화 등 간접적인 사망도 포함돼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4년 폭염으로 전국에서 94명이 사망했고 초과 사망자는 3,384명으로 자연재해 가운데 최악의 인명 피해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올여름 폭염은 초과 사망자로 봤을 때 이미 1994년 수준을 뛰어넘었고 통계청 조사에 의한 사망자 수도 응급실 집계(48명)보다 많은 3자리 수에 도달할 확률이 높습니다.

예고된 재난 '폭염' 피해 줄이려면…적극적인 대책 마련 시급


장재연 교수는 '반쪽짜리' 응급실 통계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2003년 대규모 폭염 피해 이후 초과 사망자 수도 날마다 파악해 폭염 대응에 활용하는 유럽의 경우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응급실 통계만 보고 폭염 사망자가 주춤하고 있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황승식 교수는 "기후변화로 매년 찾아오는 폭염은 이제 '예고된 재난'이라며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폭염 취약층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병든 노인층,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 에어컨 등 냉방시설이 갖추지 못한 사회 취약계층과 외국인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들 위험 집단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황 교수는 7~8월 두 달간 머물 수 있는 임시 거주지를 마련하거나 자원봉사자를 이용한 고립계층 방문과 보건 서비스 등을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전국에서 "물을 많이 마시고 야외 활동 피하세요." 같은 획일적인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 등 지역에 따라, 질환 유무에 따라 차별화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취약계층을 찾아가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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