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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난민 인정 사유 아니다?…유엔난민기구 법무관 Q&A
입력 2018.09.15 (10:34) 수정 2018.09.15 (10:36) 취재K
어제(14일) 법무부가 예멘 난민 신청자 일부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3명을 먼저 '인도적 체류 허가자'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난민'과는 다른 것입니다. '난민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도적 관점에서 일시적인 체류 허가를 내준 겁니다. 달리 말하면, 이 23명은 난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죠. 발표에서 빠진 458명은 아직 인정 여부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 설명은 이렇습니다. 예멘의 '내전' 상황만으로는 난민 인정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겁니다. 우리 난민법에서 정한 '난민' 인정 기준은 1)인종, 2)종교, 3)국적, 4)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5)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고 출신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인데, 전쟁은 다섯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한 겁니다.

'내전'을 피해 온 사람들은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걸까요?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법무관을 만나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습니다.

제인 윌리엄슨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법무관제인 윌리엄슨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법무관

Q. 본국이 전쟁, 내전 중이라는 이유로는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없습니까?
A.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전쟁이란 것은 매우 복잡한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이 일반화된 폭력으로부터 피신할 때 박해를 받을 수도 있고요. 예를 들면, 예멘 특정 지역에 있는 사람이 정치적 견해, 또는 어떤 집단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전 피난민도 난민의 다섯 가지 기준에 속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다른 나라로 간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난민 인정률은 얼마나 됩니까?
A. 전세계적으로 보면 지난해(2017년) 예멘 난민 신청자의 보호 비율은 93%입니다. 난민이나 인도적 체류자와 같은 지위를 얻은 비율인 건데요. 절반 이상은 난민 지위를 얻었고, 그 외에는 한국의 '인도적 체류자'와 같은 난민에 준하는 지위를 받았습니다. 인정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난민 인정률이 낮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까? 이유는 무엇일까요?
A.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건 사실입니다.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난민 신청자의 국적에 따라 인정률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은 난민 보호 역사가 비교적 짧기 때문에 관련 제도가 발전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법무부도 최근 심사 인력 등을 확충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점차 질적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Q. 우리나라는 난민 인정률이 낮고, 인도적 체류 허가 비율이 높은데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A. 한국에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경우는 대부분 시리아인입니다. 시리아인은 일반화된 폭력 사태, 즉 내전을 피해 온 사람들이고 개인적 박해를 받는 건 아니라는 인식이 한국 정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내전으로부터 피신하는 경우라고 해도 개인의 정치적 견해, 인종, 종교 등의 이유로 박해를 받는 사람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면밀히 들여다 본다면 실제 난민 비율은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Q. 인도적 체류자가 되면 난민 신청자의 신분일 때보다 상황이 얼마나 나아집니까? 실제로는 변하는 점이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A. 나라에 따라 인도적 체류자와 같은 난민에 준하는 지위(보충적 지위)에 난민과 거의 동등한 지위를 주기도 하고 어떤 나라는 덜 주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 인도적 체류자에게 주어진 권리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난민 신청자'와 차이가 별로 없는 수준입니다. 6개월에서 12개월마다 체류 허가를 연장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직업을 구하는 게 어려운 경우가 많고요. 본국에 가족을 남겨 두고 온 경우라 할지라도 가족들을 한국으로 불러올 수 없습니다.

Q. 예멘 상황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최악의 인도적 위기'에 처했다고 하는데요. 어느 정도의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까?
A. 지금 예멘은 매우 심각하고 장기화한 내전을 겪고 있습니다. 외부 세력이 개입된 복잡한 내전입니다. 예멘의 국제공항이 폐쇄됐고, 예멘으로 가는 민간 상업 항공편도 끊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아와 질병 문제도 심각합니다. 현재 예멘 국내 실향민이 2백만 명에 달하고, 2천2백만 명이 인도적 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죠. 예멘으로 돌아가는 건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Q. 상황이 심각한데, 예멘인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됩니까? 본국으로 돌아가나요?
A. 저희도 그 부분을 매우 염려하고 있습니다. 딱히 이들을 안전하게 예멘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말씀 드렸듯이예멘으로 진입하는 항공기도 없을 뿐더러 설사 예멘 일부 지역으로 이들을 보낼 수 있다 하더라도 내전 중인 지역을 거쳐야 한다면 그들을 안전하게 고향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정말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이들이 건너왔던 말레이시아나 지부티와 같은 지역을 통해 다시 그들을 보내는 것도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 난민 신청이 거부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뚜렷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 ‘내전’은 난민 인정 사유 아니다?…유엔난민기구 법무관 Q&A
    • 입력 2018-09-15 10:34:58
    • 수정2018-09-15 10:36:46
    취재K
어제(14일) 법무부가 예멘 난민 신청자 일부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3명을 먼저 '인도적 체류 허가자'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난민'과는 다른 것입니다. '난민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도적 관점에서 일시적인 체류 허가를 내준 겁니다. 달리 말하면, 이 23명은 난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죠. 발표에서 빠진 458명은 아직 인정 여부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 설명은 이렇습니다. 예멘의 '내전' 상황만으로는 난민 인정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겁니다. 우리 난민법에서 정한 '난민' 인정 기준은 1)인종, 2)종교, 3)국적, 4)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5)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고 출신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인데, 전쟁은 다섯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한 겁니다.

'내전'을 피해 온 사람들은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걸까요?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법무관을 만나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습니다.

제인 윌리엄슨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법무관제인 윌리엄슨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법무관

Q. 본국이 전쟁, 내전 중이라는 이유로는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없습니까?
A.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전쟁이란 것은 매우 복잡한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이 일반화된 폭력으로부터 피신할 때 박해를 받을 수도 있고요. 예를 들면, 예멘 특정 지역에 있는 사람이 정치적 견해, 또는 어떤 집단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전 피난민도 난민의 다섯 가지 기준에 속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다른 나라로 간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난민 인정률은 얼마나 됩니까?
A. 전세계적으로 보면 지난해(2017년) 예멘 난민 신청자의 보호 비율은 93%입니다. 난민이나 인도적 체류자와 같은 지위를 얻은 비율인 건데요. 절반 이상은 난민 지위를 얻었고, 그 외에는 한국의 '인도적 체류자'와 같은 난민에 준하는 지위를 받았습니다. 인정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난민 인정률이 낮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까? 이유는 무엇일까요?
A.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건 사실입니다.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난민 신청자의 국적에 따라 인정률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은 난민 보호 역사가 비교적 짧기 때문에 관련 제도가 발전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법무부도 최근 심사 인력 등을 확충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점차 질적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Q. 우리나라는 난민 인정률이 낮고, 인도적 체류 허가 비율이 높은데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A. 한국에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경우는 대부분 시리아인입니다. 시리아인은 일반화된 폭력 사태, 즉 내전을 피해 온 사람들이고 개인적 박해를 받는 건 아니라는 인식이 한국 정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내전으로부터 피신하는 경우라고 해도 개인의 정치적 견해, 인종, 종교 등의 이유로 박해를 받는 사람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면밀히 들여다 본다면 실제 난민 비율은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Q. 인도적 체류자가 되면 난민 신청자의 신분일 때보다 상황이 얼마나 나아집니까? 실제로는 변하는 점이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A. 나라에 따라 인도적 체류자와 같은 난민에 준하는 지위(보충적 지위)에 난민과 거의 동등한 지위를 주기도 하고 어떤 나라는 덜 주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 인도적 체류자에게 주어진 권리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난민 신청자'와 차이가 별로 없는 수준입니다. 6개월에서 12개월마다 체류 허가를 연장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직업을 구하는 게 어려운 경우가 많고요. 본국에 가족을 남겨 두고 온 경우라 할지라도 가족들을 한국으로 불러올 수 없습니다.

Q. 예멘 상황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최악의 인도적 위기'에 처했다고 하는데요. 어느 정도의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까?
A. 지금 예멘은 매우 심각하고 장기화한 내전을 겪고 있습니다. 외부 세력이 개입된 복잡한 내전입니다. 예멘의 국제공항이 폐쇄됐고, 예멘으로 가는 민간 상업 항공편도 끊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아와 질병 문제도 심각합니다. 현재 예멘 국내 실향민이 2백만 명에 달하고, 2천2백만 명이 인도적 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죠. 예멘으로 돌아가는 건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Q. 상황이 심각한데, 예멘인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됩니까? 본국으로 돌아가나요?
A. 저희도 그 부분을 매우 염려하고 있습니다. 딱히 이들을 안전하게 예멘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말씀 드렸듯이예멘으로 진입하는 항공기도 없을 뿐더러 설사 예멘 일부 지역으로 이들을 보낼 수 있다 하더라도 내전 중인 지역을 거쳐야 한다면 그들을 안전하게 고향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정말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이들이 건너왔던 말레이시아나 지부티와 같은 지역을 통해 다시 그들을 보내는 것도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 난민 신청이 거부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뚜렷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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