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 찾은 남북정상…김정은에게 백두산이란?

입력 2018.09.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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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방북 마지막 날인 오늘(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백두산을 방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전부터 백두산 등정을 희망해왔습니다. 지난 4.27 정상회담 만찬에서 문 대통령은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번 백두산 등정은 문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최고의 대접을 해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어 보입니다.

백두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백두산은 북한에서 '백두혈통'으로 불리는 김일성 일가의 상징입니다. 북한 당국은 백두산을 김일성 주석의 항일 투쟁의 근거지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태어난 '혁명의 성지'로 선전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의 출생지가 실제로는 러시아 하바롭스크인데도 삼지연군에 속한 백두산 밀영(밀림이나 산악 지대에 유격대가 비밀리에 자리 잡은 곳)이라는 주장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부친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2011년 말 정권을 잡은 김 위원장은 중대 결심이 필요한 고비 때마다 백두산을 찾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 12월 백두산 천지에 오른 모습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 12월 백두산 천지에 오른 모습

집권 후 가장 먼저 백두산을 찾은 것은 2013년 11월 말인데, 12월 초에 고모부인 장성택에 대한 숙청이 이뤄졌습니다. 2016년에는 5차 핵실험을 한 직후 백두산을 찾기도 했고요. 지난해 12월에는 백두산을 방문하고서 약 3주 후에 신년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며 남북관계 개선의 극적인 진전을 이뤘습니다.

이 때문에 당초 일정에 없던 두 정상의 백두산 등정은 남북관계 새 시대를 열겠다는 강한 의지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백두산 등정은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제안으로 이뤄졌습니다. 기자들에게 사전에 공개한 이번 방북 일정에는 오전 일정 없이 공항에서 환송 행사를 치를 예정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어제(19일) 이번 백두산 일정에 대해 "평양에 와서 제안을 받은 것"이라며 "(제안을 해온 것은) 어제오늘(18~19일) 사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백두산 방문을 미리 준비해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8일 이미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말을 인용해 백두산 일대에 대규모 도로 정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백두산 방문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과 함께 백두산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은 삼지연 공항에서 곧바로 백두산 정상 장군봉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날씨가 좋으면 천지에도 들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 양 정상이 '민족의 명산'인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기다려 집니다.

2005년 백두산 천지 모습2005년 백두산 천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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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지연 찾은 남북정상…김정은에게 백두산이란?
    • 입력 2018-09-20 13:45:56
    취재K
2박 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방북 마지막 날인 오늘(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백두산을 방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전부터 백두산 등정을 희망해왔습니다. 지난 4.27 정상회담 만찬에서 문 대통령은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번 백두산 등정은 문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최고의 대접을 해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어 보입니다.

백두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백두산은 북한에서 '백두혈통'으로 불리는 김일성 일가의 상징입니다. 북한 당국은 백두산을 김일성 주석의 항일 투쟁의 근거지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태어난 '혁명의 성지'로 선전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의 출생지가 실제로는 러시아 하바롭스크인데도 삼지연군에 속한 백두산 밀영(밀림이나 산악 지대에 유격대가 비밀리에 자리 잡은 곳)이라는 주장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부친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2011년 말 정권을 잡은 김 위원장은 중대 결심이 필요한 고비 때마다 백두산을 찾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 12월 백두산 천지에 오른 모습
집권 후 가장 먼저 백두산을 찾은 것은 2013년 11월 말인데, 12월 초에 고모부인 장성택에 대한 숙청이 이뤄졌습니다. 2016년에는 5차 핵실험을 한 직후 백두산을 찾기도 했고요. 지난해 12월에는 백두산을 방문하고서 약 3주 후에 신년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며 남북관계 개선의 극적인 진전을 이뤘습니다.

이 때문에 당초 일정에 없던 두 정상의 백두산 등정은 남북관계 새 시대를 열겠다는 강한 의지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백두산 등정은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제안으로 이뤄졌습니다. 기자들에게 사전에 공개한 이번 방북 일정에는 오전 일정 없이 공항에서 환송 행사를 치를 예정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어제(19일) 이번 백두산 일정에 대해 "평양에 와서 제안을 받은 것"이라며 "(제안을 해온 것은) 어제오늘(18~19일) 사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백두산 방문을 미리 준비해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8일 이미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말을 인용해 백두산 일대에 대규모 도로 정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백두산 방문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과 함께 백두산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은 삼지연 공항에서 곧바로 백두산 정상 장군봉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날씨가 좋으면 천지에도 들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 양 정상이 '민족의 명산'인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기다려 집니다.

2005년 백두산 천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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