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위기’ 온다 vs 안 온다…논란 근거는?

입력 2018.09.21 (11:52) 수정 2018.09.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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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2020년쯤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들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회사와 JP모건 등 내로라 하는 투자 기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골드만 삭스 등 일부 기관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침체와 이에따른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는 과장된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올 초 미국의 경기침체/위기 논쟁에 불을 지핀 사람은 세계 최대 헤지펀드 회사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회장인 레이 달리오이다. 그는 하버드대학교의 케네디스쿨 초청 강연에서 공개적으로 미국 경제의 침체를 예상했다.


달리오는 강연후 받은 질문에 답하면서 현재 미국 경제는 거품 직전에 있으며 머지않아 거품이 생성되고 곧 터지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2020년 다음 대통령 선거 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70% 정도라고 말했다.

달리오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그가 과거에 두 차례나 경제 위기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당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CEO였던 달리오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맞췄고 2011년과 2012년 유럽 재정위 위기도 미리 예상했다.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수많은 펀드 회사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브리지워터는 1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유럽의 재정 위기가 진행됐던 2011년과 12년에는 20% ~ 40%에 이르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헤지펀드의 황제로 등극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 CEO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 CEO 레이 달리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뉴욕대학교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도 2020년에 미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난 18일 불름버그와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우선 미국의 부양책이 잘못된 시점에 투입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현 경기 부양책이 2020년까지만 이어질 수 있으며, 이후 재정난이 성장률을 2% 밑으로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경제성장 시기에 불필요한 부양책이 들어가면서 물가를 자극하고 따라서 미국 연준은 2020년 초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해 기준금리는 3.5% 수준까지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와함께 미국 국채의 수익률의 역전 현상도 경제 위기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JP모건도 미국의 다음 금융 위기시점은 2020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JP모건의 예측 모형에 따르면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 증시가 20% 정도 하락하고, 미국 회사채 수익률이 1.15%포인트 치솟게 된다.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35% 급락하고 비귀금속 금속 가격도 29%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모델에 따르면 신흥국과 미국 국채의 금리 차는 2.79%포인트까지 벌어지고 신흥국 주가는 48%, 신흥국 통화의 가치는 14.4%까지 떨어지게 된다. JP 모건은 또 지난 위기 극복을 위해 이미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 상황이라 다음 위기에서는 유동성 부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여러 지표는 가운데 하나가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이다. 핵심은 주택담보 대출 등 장기 금융 상품의 기준 금리가 되는 미국 10년 물 장기 국채의 금리와 2년물 국책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국채의 수익률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국채의 금리는 단기가 낮고 장기가 높다. 10년 동안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돈을 묻어두는 것에 대한 대가는 2년 동안 위험을 감수 하는 대가보다 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2년물 국채의 금리와 10년물 국채의 금리가 0.5%이내로 좁혀졌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수익률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단기 수익률이 장기 수익률 보다 높은 비정상적인 상태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곧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추정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런 주장은 미국 금융시장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공개한 위 그래프를 보면 지난 40년동안 미국 경제조사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경기 침체는 모두 5번 발생했다. 그런데 이 5차례의 경기 침체가 오기 전에 모두 미국 장단기 국채의 수익률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수익률 역전 현상과 경기 침체의 시작 시점은 대략 2개월에서 20개월 정도의 시차를 보였다. 다시 말하면 수익률 역전 현상이 벌어진 이후에 짧게는 2개월 그리고 길게는 20 개월 정도가 지나면 불경기나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결국 이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 연준이 올해 말까지 예정대로 금리는 2차례 더 올리면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수익률이 역전 현상이 시작되고 이후 최대 2년 안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자신들의 분석 모형에 따르면 앞으로 3년안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은 36%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확률은 역사적 평균 보다 오히려 낮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최근의 수익률 곡선이 역전의 징후를 보이는 것은 연방 준비제도가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고 연준도 이미 이런 사실을 지켜보면서 소프트 랜딩을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미국 증시가 최장 호황을 기록하면서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점, 그리고 실업률이 사상 최저로 이미 경기가 정점에 올라섰다는 점, 그리고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분쟁의 격화 등이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요인들로 지목하고 있다.

모두가 예상하는 위기는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예상이 가능하면 이에 대비하고 그래서 위기가 오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경고가 단지 경고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세계 경제도 다시 불황으로 내 몰릴 것인지는 2020년이 오면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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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경제 위기’ 온다 vs 안 온다…논란 근거는?
    • 입력 2018-09-21 11:52:10
    • 수정2018-09-21 12:03:52
    취재K

최근에 2020년쯤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들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회사와 JP모건 등 내로라 하는 투자 기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골드만 삭스 등 일부 기관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침체와 이에따른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는 과장된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올 초 미국의 경기침체/위기 논쟁에 불을 지핀 사람은 세계 최대 헤지펀드 회사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회장인 레이 달리오이다. 그는 하버드대학교의 케네디스쿨 초청 강연에서 공개적으로 미국 경제의 침체를 예상했다.


달리오는 강연후 받은 질문에 답하면서 현재 미국 경제는 거품 직전에 있으며 머지않아 거품이 생성되고 곧 터지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2020년 다음 대통령 선거 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70% 정도라고 말했다.

달리오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그가 과거에 두 차례나 경제 위기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당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CEO였던 달리오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맞췄고 2011년과 2012년 유럽 재정위 위기도 미리 예상했다.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수많은 펀드 회사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브리지워터는 1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유럽의 재정 위기가 진행됐던 2011년과 12년에는 20% ~ 40%에 이르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헤지펀드의 황제로 등극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 CEO 레이 달리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뉴욕대학교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도 2020년에 미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난 18일 불름버그와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우선 미국의 부양책이 잘못된 시점에 투입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현 경기 부양책이 2020년까지만 이어질 수 있으며, 이후 재정난이 성장률을 2% 밑으로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경제성장 시기에 불필요한 부양책이 들어가면서 물가를 자극하고 따라서 미국 연준은 2020년 초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해 기준금리는 3.5% 수준까지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와함께 미국 국채의 수익률의 역전 현상도 경제 위기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JP모건도 미국의 다음 금융 위기시점은 2020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JP모건의 예측 모형에 따르면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 증시가 20% 정도 하락하고, 미국 회사채 수익률이 1.15%포인트 치솟게 된다.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35% 급락하고 비귀금속 금속 가격도 29%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모델에 따르면 신흥국과 미국 국채의 금리 차는 2.79%포인트까지 벌어지고 신흥국 주가는 48%, 신흥국 통화의 가치는 14.4%까지 떨어지게 된다. JP 모건은 또 지난 위기 극복을 위해 이미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 상황이라 다음 위기에서는 유동성 부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여러 지표는 가운데 하나가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이다. 핵심은 주택담보 대출 등 장기 금융 상품의 기준 금리가 되는 미국 10년 물 장기 국채의 금리와 2년물 국책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국채의 수익률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국채의 금리는 단기가 낮고 장기가 높다. 10년 동안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돈을 묻어두는 것에 대한 대가는 2년 동안 위험을 감수 하는 대가보다 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2년물 국채의 금리와 10년물 국채의 금리가 0.5%이내로 좁혀졌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수익률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단기 수익률이 장기 수익률 보다 높은 비정상적인 상태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곧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추정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런 주장은 미국 금융시장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공개한 위 그래프를 보면 지난 40년동안 미국 경제조사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경기 침체는 모두 5번 발생했다. 그런데 이 5차례의 경기 침체가 오기 전에 모두 미국 장단기 국채의 수익률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수익률 역전 현상과 경기 침체의 시작 시점은 대략 2개월에서 20개월 정도의 시차를 보였다. 다시 말하면 수익률 역전 현상이 벌어진 이후에 짧게는 2개월 그리고 길게는 20 개월 정도가 지나면 불경기나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결국 이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 연준이 올해 말까지 예정대로 금리는 2차례 더 올리면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수익률이 역전 현상이 시작되고 이후 최대 2년 안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자신들의 분석 모형에 따르면 앞으로 3년안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은 36%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확률은 역사적 평균 보다 오히려 낮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최근의 수익률 곡선이 역전의 징후를 보이는 것은 연방 준비제도가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고 연준도 이미 이런 사실을 지켜보면서 소프트 랜딩을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미국 증시가 최장 호황을 기록하면서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점, 그리고 실업률이 사상 최저로 이미 경기가 정점에 올라섰다는 점, 그리고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분쟁의 격화 등이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요인들로 지목하고 있다.

모두가 예상하는 위기는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예상이 가능하면 이에 대비하고 그래서 위기가 오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경고가 단지 경고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세계 경제도 다시 불황으로 내 몰릴 것인지는 2020년이 오면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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