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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영국·프랑스 ‘퓨마’는 어떻게 지낼까?
입력 2018.09.22 (09:00) 수정 2018.09.22 (15:31) 글로벌 돋보기
남북정상회담이 한창이던 때 포털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난데없이 동물 이름이 등장했다. 이름도 생소한 '퓨마'.

동물원 퓨마가 우리에서 사라졌다며 긴급 재난문자까지 대전 시민들에게 뿌려졌다.


두 시간 정도가 흐른 뒤 퓨마가 마취총에 맞아 '생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그로부터 또 얼마 뒤 퓨마는 엽사의 총 세 발에 '사살'되고 말았다.

이날 사건은 동물원 직원이 사육장 청소를 마치고 나서 철문을 잠그지 않아 발생했다. '탈출'한 퓨마의 운명이 그러하다 하면 할 말이 없겠지만 동물원에서 태어나 평생을 갇혀 살다 결국 사살된 퓨마의 죽음은 우리에게 '동물원'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나는 '탈출'한 게 아니야. 그냥 평소엔 항상 굳게 닫혀져 있던 문이 열려 있길래 호기심 반 나가본 건데 사람들은 내가 '탈출'했다며 난리가 났어. 그리고 이어서 낯선 사람들이 떼지어 나를 쫓기 시작했고, 나는 너무 겁이 나서 숨을 곳을 찾았어. 익숙치 않은 환경 속에 겨우 몸을 숨길 곳을 찾았지만 결국 마취총에 맞았고 곧 이어 총이라는 것에 맞았어. 근데 난 지금 행복해. 더 이상 철창 안에서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지 않아도 되거든. 동물원에서 태어나 한 번도 동물원을 벗어나본 적이 없었던 나는 이제야 비로소 자유로와.

▲ 한 네티즌이 퓨마를 추모하며 쓴 글


■ 퓨마의 죽음이 불러온 동물원 존폐 논쟁

근대적 의미에서의 동물원은 175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처음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세계 곳곳의 식민지에서 잡아 온 야생동물들을 가지고 교양을 쌓는다는 취지로 세운 쇤브룬 동물원이 시초였다는 것이다.

이후 서양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동물원들이 대거 생겨났고 시간이 흐르면서 동물원의 순기능도 인정을 받았다. 유럽들소나 프세발스키말은 동물원 '덕분에' 멸종 위기에서 벗어난 대표적 동물이다.

하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동물원이 많아지면서 점점 많은 수의 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둬서 수용하게 되었고, 본래의 서식 환경과 동떨어진 곳에 갇혀 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무엇을 위해 동물을 가두고, 인간은 무슨 권리로 동물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연관 기사] [글로벌24 오늘의 픽] ‘퓨마 사살’로 동물원 존폐 논란 재점화

특히 많은 수의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권'을 내세우며 '비인간 인격체(사람은 아니지만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인식할 정도의 자의식을 지닌 동물들: 고래류, 코끼리, 침팬지, 오랑우탄 등)'에 해당하는 동물들만이라도 좁은 곳에 가두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동물원을 없앨 수 없다면?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퓨마 사살'이 있은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과 수족관 폐쇄를 청원하는 글이 잇따름과 동시에 생태를 해치지 않는 대규모 국립동물원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올라오고 있다.

이미 호주에선 동물을 전시하고 관람하는 대신 사람이 동물 서식지를 찾아가서 보면서 생태계 구조를 공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찾아가는 것이 힘들다면 첨단 기술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홀로그램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교육 기능을 극대화한 최첨단 동물원 구상도 시도해봄직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단순히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야생동물을 가둬두는 것은 교육적 효과가 있기 보다는 나도 모르게 '생명 경시'나 '인간 우위'의 생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렸을 때부터 말이다.


■ 미래 동물원으로서의 대안 : 영국의 휩스네이드와 프랑스의 벵센 '생태주의 동물원'

영국 휩스네이드 동물원(ZSL Whipsnade Zoo)에서는 각 동물사 앞에 특별한 안내판을 붙여두고 있다. '위험, 물림주의'라는 차갑기 그지 없는 인간 위주의 안내판 대신 '동물원이 해당 종의 야생 개체 보전을 위해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를 명시해 둠으로써 공생의 의미를 일깨우고 동물원에 갇혀 사는 동물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교육하는 식이다.

또 기존의 '동물쇼' 대신 '생태설명회'라는 걸 고안해 단순한 재미보다는 교육적 목적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육사가 그물이 달린 링을 던지면 바다사자가 그걸 목에 걸고 사육사는 이걸 보면서 버려진 어구가 해양 생물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관람객들에게 설명하는 식이다. (실제로 버려진 어구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은 해양 동물들의 사례가 종종 보도되고 있다.)

프랑스의 벵센 동물원(Zoo de Vincennes)은 개장 80주년을 맞아 2008년 우리 돈 1,700억 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한 끝에 2014년 '미래를 생각하는 대안 동물원'으로 거듭 났다. 동물 사육 공간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에 따라 총 14만 제곱미터 면적에 180여 종의 동물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탈바꿈한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동물들을 종별로 나누어 수용하지 않고 유럽, 파타고니아, 가이아나, 마다가스카르, 사헬수단 등 5개 지역으로 나눠 각 대륙별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미국 시애틀의 우드랜드 동물원(Woodland Park Zoo), 캐나다 토론토 동물원(TorontoZoo) 등도 "우리는 동물 종을 보호합니다. 하지만 우리만의 힘으로는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당당히 호소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생태동물원을 표방하고 가꾸어가고 있다.


동물의 실제 서식지와 가장 흡사한 생활 조건을 만들고 본래의 습성에 맞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그들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육'과 '종의 보전'이라는 동물원의 순기능을 가장 충실히 수행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태동물원 속 퓨마의 삶을 생각하면서 이번에 동물원에서 사살된 퓨마의 죽음이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 [글로벌 돋보기] 영국·프랑스 ‘퓨마’는 어떻게 지낼까?
    • 입력 2018-09-22 09:00:40
    • 수정2018-09-22 15:31:55
    글로벌 돋보기
남북정상회담이 한창이던 때 포털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난데없이 동물 이름이 등장했다. 이름도 생소한 '퓨마'.

동물원 퓨마가 우리에서 사라졌다며 긴급 재난문자까지 대전 시민들에게 뿌려졌다.


두 시간 정도가 흐른 뒤 퓨마가 마취총에 맞아 '생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그로부터 또 얼마 뒤 퓨마는 엽사의 총 세 발에 '사살'되고 말았다.

이날 사건은 동물원 직원이 사육장 청소를 마치고 나서 철문을 잠그지 않아 발생했다. '탈출'한 퓨마의 운명이 그러하다 하면 할 말이 없겠지만 동물원에서 태어나 평생을 갇혀 살다 결국 사살된 퓨마의 죽음은 우리에게 '동물원'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나는 '탈출'한 게 아니야. 그냥 평소엔 항상 굳게 닫혀져 있던 문이 열려 있길래 호기심 반 나가본 건데 사람들은 내가 '탈출'했다며 난리가 났어. 그리고 이어서 낯선 사람들이 떼지어 나를 쫓기 시작했고, 나는 너무 겁이 나서 숨을 곳을 찾았어. 익숙치 않은 환경 속에 겨우 몸을 숨길 곳을 찾았지만 결국 마취총에 맞았고 곧 이어 총이라는 것에 맞았어. 근데 난 지금 행복해. 더 이상 철창 안에서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지 않아도 되거든. 동물원에서 태어나 한 번도 동물원을 벗어나본 적이 없었던 나는 이제야 비로소 자유로와.

▲ 한 네티즌이 퓨마를 추모하며 쓴 글


■ 퓨마의 죽음이 불러온 동물원 존폐 논쟁

근대적 의미에서의 동물원은 175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처음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세계 곳곳의 식민지에서 잡아 온 야생동물들을 가지고 교양을 쌓는다는 취지로 세운 쇤브룬 동물원이 시초였다는 것이다.

이후 서양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동물원들이 대거 생겨났고 시간이 흐르면서 동물원의 순기능도 인정을 받았다. 유럽들소나 프세발스키말은 동물원 '덕분에' 멸종 위기에서 벗어난 대표적 동물이다.

하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동물원이 많아지면서 점점 많은 수의 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둬서 수용하게 되었고, 본래의 서식 환경과 동떨어진 곳에 갇혀 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무엇을 위해 동물을 가두고, 인간은 무슨 권리로 동물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연관 기사] [글로벌24 오늘의 픽] ‘퓨마 사살’로 동물원 존폐 논란 재점화

특히 많은 수의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권'을 내세우며 '비인간 인격체(사람은 아니지만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인식할 정도의 자의식을 지닌 동물들: 고래류, 코끼리, 침팬지, 오랑우탄 등)'에 해당하는 동물들만이라도 좁은 곳에 가두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동물원을 없앨 수 없다면?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퓨마 사살'이 있은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과 수족관 폐쇄를 청원하는 글이 잇따름과 동시에 생태를 해치지 않는 대규모 국립동물원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올라오고 있다.

이미 호주에선 동물을 전시하고 관람하는 대신 사람이 동물 서식지를 찾아가서 보면서 생태계 구조를 공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찾아가는 것이 힘들다면 첨단 기술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홀로그램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교육 기능을 극대화한 최첨단 동물원 구상도 시도해봄직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단순히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야생동물을 가둬두는 것은 교육적 효과가 있기 보다는 나도 모르게 '생명 경시'나 '인간 우위'의 생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렸을 때부터 말이다.


■ 미래 동물원으로서의 대안 : 영국의 휩스네이드와 프랑스의 벵센 '생태주의 동물원'

영국 휩스네이드 동물원(ZSL Whipsnade Zoo)에서는 각 동물사 앞에 특별한 안내판을 붙여두고 있다. '위험, 물림주의'라는 차갑기 그지 없는 인간 위주의 안내판 대신 '동물원이 해당 종의 야생 개체 보전을 위해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를 명시해 둠으로써 공생의 의미를 일깨우고 동물원에 갇혀 사는 동물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교육하는 식이다.

또 기존의 '동물쇼' 대신 '생태설명회'라는 걸 고안해 단순한 재미보다는 교육적 목적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육사가 그물이 달린 링을 던지면 바다사자가 그걸 목에 걸고 사육사는 이걸 보면서 버려진 어구가 해양 생물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관람객들에게 설명하는 식이다. (실제로 버려진 어구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은 해양 동물들의 사례가 종종 보도되고 있다.)

프랑스의 벵센 동물원(Zoo de Vincennes)은 개장 80주년을 맞아 2008년 우리 돈 1,700억 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한 끝에 2014년 '미래를 생각하는 대안 동물원'으로 거듭 났다. 동물 사육 공간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에 따라 총 14만 제곱미터 면적에 180여 종의 동물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탈바꿈한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동물들을 종별로 나누어 수용하지 않고 유럽, 파타고니아, 가이아나, 마다가스카르, 사헬수단 등 5개 지역으로 나눠 각 대륙별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미국 시애틀의 우드랜드 동물원(Woodland Park Zoo), 캐나다 토론토 동물원(TorontoZoo) 등도 "우리는 동물 종을 보호합니다. 하지만 우리만의 힘으로는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당당히 호소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생태동물원을 표방하고 가꾸어가고 있다.


동물의 실제 서식지와 가장 흡사한 생활 조건을 만들고 본래의 습성에 맞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그들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육'과 '종의 보전'이라는 동물원의 순기능을 가장 충실히 수행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태동물원 속 퓨마의 삶을 생각하면서 이번에 동물원에서 사살된 퓨마의 죽음이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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