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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경제 위기’ 아르헨티나에선 지금…
입력 2018.09.22 (21:46) 수정 2018.09.22 (22:04)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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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해 IMF 구제금융에 기대고 있는 남미 아르헨티나에서는 연일 IMF와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사이 달러 대비 자국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반 토막이 난 상황인데요,

국가 부도 위기 상황까지 내 몬 아르헨티나의 달러는 어디로 간 걸까요?

이재환 특파원이 아르헨티나의 이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학에 대해 사기 치지 마라."]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아르헨티나 59개 국·공립대학의 교수와 학생, 그리고 학교 교사들입니다.

궂은 날씨에도 13만여 명이 국회의사당에서 대통령궁까지 행진을 벌입니다.

정부가 교육 예산을 축소하자 이에 반발해 거리로 나온 겁니다.

특히, 교직원 월급을 물가 상승률의 절반 정도인 15% 인상한 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라우라/라플라타 대학교 학생 : "많은 국·공립대학이 문을 닫을 지경입니다. 대학생으로서 권리를 주장하러 나왔습니다."]

이 같은 교육 예산 축소에 대한 반발 시위는 이곳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벌어졌습니다.

대학 시위가 있던 이 날,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하루 만에 13% 추락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5%에서 60%로 올려 페소화 방어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파비안/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 : "미래요? 미래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러한 긴급 조치 갖고는…."]

2001년에 이어 또다시 IMF에 손을 내민 아르헨티나, 외환 보유고는 513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대외 부채는 5배에 달합니다.

더욱이, 500억 달러, 55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재정 긴축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급기야 19개 정부 부처를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라우라/공무원 : "공무원 수를 줄인다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거리로 나와서 싸울 수밖에 없어요."]

사업체에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정리 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한 정책 연구소는 매일 154명이 해고를 당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한 남성, 혹시나 쓸 수 있는 재활용품이 있는지 찾고 있습니다.

이 남성도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실직자 : "현재 일자리가 없습니다. 여기서 재활용품을 구하는 것이 먹고 사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관광지 산텔모에는 전 세계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골동품 쇼핑에 나서거나 유명 와인을 즐기기도 합니다.

페소화 가치 하락에 관광객 수가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셀리오 비다우/브라질인 관광객 : "갖고 온 돈이 여기서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더 마실 수 있고 더 먹을 수 있죠."]

[도리타/산텔모 지역 상인 : "판매가 늘기를 기대하지만,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페소화 가치가 떨어져 오질 않습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고 있죠."]

IMF 외환위기를 겪는 나라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나라 곳간에 외환이 부족한 상황에 관광객 증가로 벌어들이는 달러는 어디로 갔을까?

[엔리케/산텔모 지역 상인 :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이렇게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 됐을 때 애국심이 부족해 달러를 매입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국 페소화에 대한 불신으로 안전 자산으로 여기는 달러로 눈을 돌린다는 겁니다.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간판이 건물 곳곳에 내걸렸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매 가격은 모두 달러로만 표시돼 있습니다.

부동산은 페소화로 거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페소화 가치 변동이 심해 오로지 달러로만 구입이 가능한 겁니다.

[후안 파블로/부동산 중개업자 : "모든 부동산이 달러로 표시돼 있습니다. 토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거래에 사용된 달러 규모는 아르헨티나가 IMF에 요청한 구제금융 규모 500억 달러보다 많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달러는 침대 밑에 숨겨져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월터 모랄레스/금융 투자 분석가 : "달러로만 사고, 파는 이유는 페소화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계속 떨어져 왔거든요. 2000년에는 1달러가 1페소였는데 지금은 1달러가 40페소에 달합니다."]

숯불에 구워져 이른바 '아사도'라는 쇠고기 요리입니다.

주말 가족 단위 손님들이 와인과 함께 즐깁니다.

인구보다 많다는 아르헨티나 소는 드넓은 팜파스 평원에서 자유롭게 방목돼 자랍니다.

곡물과 함께 아르헨티나 수출 1등 공신입니다.

상반기 수출량이 지난해보다 64% 늘었습니다.

수출 금액으로는 약 1조 원에 달합니다.

[사르놀도/아르헨티나 축산업자 : "1년 동안 키운 소를 하루에 다 팔았습니다."]

페소화 가치 하락이 쇠고기 수출로 이어진 겁니다.

하지만, 역시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달러로 받은 수출 대금도 아르헨티나 외환 보유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월터 모랄레스/금융 투자 분석가 : "(쇠고기 등)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외국에 10년간 둘 수 있습니다. 정부에 달러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죠."]

한때 세계 5대 부국에 손꼽혔던 아르헨티나, 곡물 수출세를 걷어 곳간을 채우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은 상황에 처했습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제위기를 경험해 온 국민들은 페소 대신 달러 확보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재환입니다.
  • [글로벌 리포트] ‘경제 위기’ 아르헨티나에선 지금…
    • 입력 2018-09-22 21:48:46
    • 수정2018-09-22 22:04:58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해 IMF 구제금융에 기대고 있는 남미 아르헨티나에서는 연일 IMF와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사이 달러 대비 자국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반 토막이 난 상황인데요,

국가 부도 위기 상황까지 내 몬 아르헨티나의 달러는 어디로 간 걸까요?

이재환 특파원이 아르헨티나의 이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학에 대해 사기 치지 마라."]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아르헨티나 59개 국·공립대학의 교수와 학생, 그리고 학교 교사들입니다.

궂은 날씨에도 13만여 명이 국회의사당에서 대통령궁까지 행진을 벌입니다.

정부가 교육 예산을 축소하자 이에 반발해 거리로 나온 겁니다.

특히, 교직원 월급을 물가 상승률의 절반 정도인 15% 인상한 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라우라/라플라타 대학교 학생 : "많은 국·공립대학이 문을 닫을 지경입니다. 대학생으로서 권리를 주장하러 나왔습니다."]

이 같은 교육 예산 축소에 대한 반발 시위는 이곳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벌어졌습니다.

대학 시위가 있던 이 날,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하루 만에 13% 추락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5%에서 60%로 올려 페소화 방어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파비안/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 : "미래요? 미래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러한 긴급 조치 갖고는…."]

2001년에 이어 또다시 IMF에 손을 내민 아르헨티나, 외환 보유고는 513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대외 부채는 5배에 달합니다.

더욱이, 500억 달러, 55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재정 긴축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급기야 19개 정부 부처를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라우라/공무원 : "공무원 수를 줄인다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거리로 나와서 싸울 수밖에 없어요."]

사업체에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정리 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한 정책 연구소는 매일 154명이 해고를 당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한 남성, 혹시나 쓸 수 있는 재활용품이 있는지 찾고 있습니다.

이 남성도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실직자 : "현재 일자리가 없습니다. 여기서 재활용품을 구하는 것이 먹고 사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관광지 산텔모에는 전 세계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골동품 쇼핑에 나서거나 유명 와인을 즐기기도 합니다.

페소화 가치 하락에 관광객 수가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셀리오 비다우/브라질인 관광객 : "갖고 온 돈이 여기서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더 마실 수 있고 더 먹을 수 있죠."]

[도리타/산텔모 지역 상인 : "판매가 늘기를 기대하지만,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페소화 가치가 떨어져 오질 않습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고 있죠."]

IMF 외환위기를 겪는 나라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나라 곳간에 외환이 부족한 상황에 관광객 증가로 벌어들이는 달러는 어디로 갔을까?

[엔리케/산텔모 지역 상인 :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이렇게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 됐을 때 애국심이 부족해 달러를 매입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국 페소화에 대한 불신으로 안전 자산으로 여기는 달러로 눈을 돌린다는 겁니다.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간판이 건물 곳곳에 내걸렸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매 가격은 모두 달러로만 표시돼 있습니다.

부동산은 페소화로 거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페소화 가치 변동이 심해 오로지 달러로만 구입이 가능한 겁니다.

[후안 파블로/부동산 중개업자 : "모든 부동산이 달러로 표시돼 있습니다. 토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거래에 사용된 달러 규모는 아르헨티나가 IMF에 요청한 구제금융 규모 500억 달러보다 많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달러는 침대 밑에 숨겨져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월터 모랄레스/금융 투자 분석가 : "달러로만 사고, 파는 이유는 페소화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계속 떨어져 왔거든요. 2000년에는 1달러가 1페소였는데 지금은 1달러가 40페소에 달합니다."]

숯불에 구워져 이른바 '아사도'라는 쇠고기 요리입니다.

주말 가족 단위 손님들이 와인과 함께 즐깁니다.

인구보다 많다는 아르헨티나 소는 드넓은 팜파스 평원에서 자유롭게 방목돼 자랍니다.

곡물과 함께 아르헨티나 수출 1등 공신입니다.

상반기 수출량이 지난해보다 64% 늘었습니다.

수출 금액으로는 약 1조 원에 달합니다.

[사르놀도/아르헨티나 축산업자 : "1년 동안 키운 소를 하루에 다 팔았습니다."]

페소화 가치 하락이 쇠고기 수출로 이어진 겁니다.

하지만, 역시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달러로 받은 수출 대금도 아르헨티나 외환 보유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월터 모랄레스/금융 투자 분석가 : "(쇠고기 등)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외국에 10년간 둘 수 있습니다. 정부에 달러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죠."]

한때 세계 5대 부국에 손꼽혔던 아르헨티나, 곡물 수출세를 걷어 곳간을 채우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은 상황에 처했습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제위기를 경험해 온 국민들은 페소 대신 달러 확보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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