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비정규직, 서울 노동청에서 이틀째 단식 중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틀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은 오늘(23일) 새벽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25명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4층에서 단식농성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지회장은 또, "단식농성자를 포함해 40명이 나흘째 점거를 이어가고 있고, 오늘 중으로 십여 명이 더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6개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 250명은 지난 20일 오후 4시 반쯤 사측의 불법파견을 처벌하라며 서울 노동청을 점거했고, 백여 명이 남은 어제(22일) 낮부터 25명이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조합원들은 "고용노동행정개혁위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라고 노동부에 권고했지만, 노동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점거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이미 비정규직 노조가 핵심주체로 참가하는 교섭 틀을 노·사 양측에 중재안으로 제시했고, 교섭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현대·기아차에 대한 근로감독과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노동부가 제안한 비정규직 노조와 사측, 정규직 노조 사이의 3자 대화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원청 노사와 하청 노사의 4자 대화 또는 금속노조를 포함한 다자 대화는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점거 농성의 발단은 지난 19일 기아차 사측과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가 합의한 사내하도급 특별채용입니다.

합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제했고, 근속기간 일부만 인정하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취하를 채용요건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반발한 겁니다.

이런 합의는 현대·기아차 그룹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패소 때 부담해야 할 체불임금과 근속기간을 모두 인정할 때 발생할 임금 부담을 덜 수 있어 사측에 유리한 내용입니다.

이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2심까지 승소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3백 명은 이번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지회에 '불법점거농성이 해소되면 언제든지 면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현재도 같은 입장"이라며 "만약 유감스럽게도 불법 점거가 이어져 민원인 등의 불편이 가중된다면 법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