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한복의 변신은 무죄?…‘개량 vs 전통’

입력 2018.09.24 (08:27) 수정 2018.09.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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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앞서 한복이 잘 어울리는 스타들 소식도 보셨고, 저희 뉴스타임 앵커 두분도 한복을 입고 있는데요,

요즘 경복궁 등 고궁 일대를 가면 이렇게, 명절이 아니라도 한복을 입은 젊은층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게 전통적인 한복과 많이 다릅니다.

젊은층에겐 큰 인기인데, 이건 한복이 아니다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조선의 역사가 깃든 아름다운 고궁, 경복궁입니다.

가을 햇살 아래, 전통 기와를 배경으로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의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 같은데요.

[강소현/경기도 고양시 : "한복을 입으면 경복궁이 무료 관람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한복 입고 놀고 싶어서 왔어요."]

그런데 요즘 한복, 유난히 화려한 무늬와 장식들이 눈에 뜹니다.

전통한복에 현대식 디자인이 더해진 '개량한복'입니다.

[최윤진/서울시 강서구 : "전통한복도 예쁜데 전통한복은 아무래도 이런 반짝반짝하는 게 없어서 사진 찍기에는 개량한복이 더 예쁜 거 같아요."]

[이서인/서울시 노원구 : "저고리에 레이스 같은 양식이 달린 것도 전통한복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니까 그런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개량한복, 전통한복과 어떻게 다를까요?

앞 고름이 없이 리본을 허리 뒤로 매게 돼 있거나 소매엔 화려한 레이스가 달려있습니다.

치마의 문양 역시 유럽식 꽃무늬에 비즈 장식까지 박혀있는데요.

걷기 편하도록 치마 형태를 잡아주기 위해 유럽 치마처럼 링이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최윤서/서울시 노원구 : "틀이 잡혀있어서 걸어 다니기가 편해요. 우리나라의 전통한복과 유사하게 저고리도 있고 치마도 있고 단지 그 무늬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해서 한복이라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전통한복과는 재료부터 다른 국적 불명의 개량한복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이은열/서울시 서대문구 : "형상 자체가 다 이상해졌어요. '아이고 참 이상하게도 만들어 놨다.' 그랬죠."]

[조명숙/서울시 강서구 : "우리나라에서 전통으로 내려오는 한복이 훨씬 더 품위는 있는 거 같아요."]

[한창선/경기도 고양시 : "편리함 위주로 그냥 만들어 입다 보니까 고전 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깝고) 옛날 한복이 훨씬 더 예쁘고 아름다운 거 같아요."]

몇 년 전부터 개량한복을 입고 고궁을 방문하는 게 유행하면서 한복 대여점이 속속 늘어났는데요.

경복궁 주변의 한복 대여점, 전통한복보다는 개량한복이 더 많습니다.

네 시간 빌리는데 2만 원 정도면, 한복에 액세서리까지 빌릴 수 있어 인기라는데요.

[A 한복대여점 주인/음성변조 : "약간 시스루(속이 비치는 소재). 여기 팔이 비치는 것처럼. 전통한복보다 훨씬 공이 많이 들어가요. 자수가 많고 여러 장식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전통한복이 아닌 개량한복을 입은 입장객에겐 무료입장 혜택을 주지 말자고 제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영종/종로구청장 : "한복을 입었을 때 무료입장을 하겠다는 취지는 바로 전통한복을 많이 입게 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이 있죠. 그런 취지를 우리가 무시하고 너무 엉뚱한 옷을 입고 다니는 게 안타까워서 저희가 한복을 제대로 입자는 차원에서…."]

하지만, 한복 대여점들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한복 대여점은 전통한복만을 대여하다, 개량한복을 늘렸습니다.

[B 한복대여점 주인/음성변조 : "(전통한복 대여는) 한 명 있을까 말까예요. SNS에 사진을 올리려고 한복을 입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화려하고 사진 찍었을 때 태가 예쁜 걸 선호를 많이 한단 말이에요. 개량한복하고 전통한복하고 구분을 또 어떻게 할지…."]

한복의 틀은 유지하되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좀 더 화려해진 것뿐이라는 겁니다.

[C 한복대여점 주인/음성변조 : "비즈 반짝반짝 들어가는 게 무슨 죄가 되느냐. 그것 하나 때문에 한복이 아니라는 거는 좀 이해가 안 가요."]

[이서인/서울시 노원구 : "개량한복과 전통한복의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고 큰 차이점도 없는 거 같기 때문에…."]

논란 속에도 개량한복의 변화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형된 한복을 만들어온 이지언 씨.

대학생 때 한복에 꽂혀 개량한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월 매출이 3천만 원을 넘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이지언/개량한복 업체 대표 : "저희 같은 경우는 목의 선이라든가 고름이라든가 그리고 바느질 방법은 전통한복의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요. 어깨선이나 입는 방식, 그리고 소재는 양장에서 모티브를 따서 두 개 특장점이 혼합된 형태의 옷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언뜻 보기엔 서양 원피스 같지만, 전통한복의 형태는 유지하고 있답니다.

매일 입을 수 있는 한복이란 점에 자부심이 있다는데요.

[이지언/개량한복 업체 대표 : "'특별한 날에 입는 옷이야.'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일상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을 때 입을 수 있는 옷이야.'라고 생각해요. 한복이라는 것이 한국 사람이 입었던 옷 그리고 어떠한 모티브를 따라 계속 변화한 옷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런 옷들이 한복이 아닌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통한복에 대한 자부심 역시, 만만치 않은데요.

40년 넘게 전통한복을 지어온 박술녀 한복디자이너.

하지만 최근 개량한복의 물량 공세에, 전통한복만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이 잊혀지는 것 같아 고민이랍니다.

[박술녀/한복디자이너 : "편리성도 좋지만 좀 더 우리 한국적인 정체성을 찾아서 입으면 얼마나 더 아름답고 한복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일조를 할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전통한복을 통해 무작정 화려함을 좇기보단, 단아하고 절제된 모습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는데요.

[박술녀/한복 디자이너 : "개량한복은 허리춤에다 리본을 묶잖아요. 그런데 리본을 묶는 건 사실 우리나라 옷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정갈하게…. 전통한복의 차이는 정갈하다. 우리나라 조선 시대의 남성분들, 양반의 옷은요. 다 색이 무채색이에요."]

우리 민족이 한복을 입기 시작한 건 1600년 전입니다.

시대에 따라 또, 유행에 따라 변화해왔는데요.

요즘 한복의 변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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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한복의 변신은 무죄?…‘개량 vs 전통’
    • 입력 2018-09-24 08:32:16
    • 수정2018-09-24 1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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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앞서 한복이 잘 어울리는 스타들 소식도 보셨고, 저희 뉴스타임 앵커 두분도 한복을 입고 있는데요,

요즘 경복궁 등 고궁 일대를 가면 이렇게, 명절이 아니라도 한복을 입은 젊은층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게 전통적인 한복과 많이 다릅니다.

젊은층에겐 큰 인기인데, 이건 한복이 아니다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조선의 역사가 깃든 아름다운 고궁, 경복궁입니다.

가을 햇살 아래, 전통 기와를 배경으로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의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 같은데요.

[강소현/경기도 고양시 : "한복을 입으면 경복궁이 무료 관람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한복 입고 놀고 싶어서 왔어요."]

그런데 요즘 한복, 유난히 화려한 무늬와 장식들이 눈에 뜹니다.

전통한복에 현대식 디자인이 더해진 '개량한복'입니다.

[최윤진/서울시 강서구 : "전통한복도 예쁜데 전통한복은 아무래도 이런 반짝반짝하는 게 없어서 사진 찍기에는 개량한복이 더 예쁜 거 같아요."]

[이서인/서울시 노원구 : "저고리에 레이스 같은 양식이 달린 것도 전통한복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니까 그런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개량한복, 전통한복과 어떻게 다를까요?

앞 고름이 없이 리본을 허리 뒤로 매게 돼 있거나 소매엔 화려한 레이스가 달려있습니다.

치마의 문양 역시 유럽식 꽃무늬에 비즈 장식까지 박혀있는데요.

걷기 편하도록 치마 형태를 잡아주기 위해 유럽 치마처럼 링이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최윤서/서울시 노원구 : "틀이 잡혀있어서 걸어 다니기가 편해요. 우리나라의 전통한복과 유사하게 저고리도 있고 치마도 있고 단지 그 무늬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해서 한복이라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전통한복과는 재료부터 다른 국적 불명의 개량한복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이은열/서울시 서대문구 : "형상 자체가 다 이상해졌어요. '아이고 참 이상하게도 만들어 놨다.' 그랬죠."]

[조명숙/서울시 강서구 : "우리나라에서 전통으로 내려오는 한복이 훨씬 더 품위는 있는 거 같아요."]

[한창선/경기도 고양시 : "편리함 위주로 그냥 만들어 입다 보니까 고전 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깝고) 옛날 한복이 훨씬 더 예쁘고 아름다운 거 같아요."]

몇 년 전부터 개량한복을 입고 고궁을 방문하는 게 유행하면서 한복 대여점이 속속 늘어났는데요.

경복궁 주변의 한복 대여점, 전통한복보다는 개량한복이 더 많습니다.

네 시간 빌리는데 2만 원 정도면, 한복에 액세서리까지 빌릴 수 있어 인기라는데요.

[A 한복대여점 주인/음성변조 : "약간 시스루(속이 비치는 소재). 여기 팔이 비치는 것처럼. 전통한복보다 훨씬 공이 많이 들어가요. 자수가 많고 여러 장식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전통한복이 아닌 개량한복을 입은 입장객에겐 무료입장 혜택을 주지 말자고 제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영종/종로구청장 : "한복을 입었을 때 무료입장을 하겠다는 취지는 바로 전통한복을 많이 입게 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이 있죠. 그런 취지를 우리가 무시하고 너무 엉뚱한 옷을 입고 다니는 게 안타까워서 저희가 한복을 제대로 입자는 차원에서…."]

하지만, 한복 대여점들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한복 대여점은 전통한복만을 대여하다, 개량한복을 늘렸습니다.

[B 한복대여점 주인/음성변조 : "(전통한복 대여는) 한 명 있을까 말까예요. SNS에 사진을 올리려고 한복을 입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화려하고 사진 찍었을 때 태가 예쁜 걸 선호를 많이 한단 말이에요. 개량한복하고 전통한복하고 구분을 또 어떻게 할지…."]

한복의 틀은 유지하되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좀 더 화려해진 것뿐이라는 겁니다.

[C 한복대여점 주인/음성변조 : "비즈 반짝반짝 들어가는 게 무슨 죄가 되느냐. 그것 하나 때문에 한복이 아니라는 거는 좀 이해가 안 가요."]

[이서인/서울시 노원구 : "개량한복과 전통한복의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고 큰 차이점도 없는 거 같기 때문에…."]

논란 속에도 개량한복의 변화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형된 한복을 만들어온 이지언 씨.

대학생 때 한복에 꽂혀 개량한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월 매출이 3천만 원을 넘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이지언/개량한복 업체 대표 : "저희 같은 경우는 목의 선이라든가 고름이라든가 그리고 바느질 방법은 전통한복의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요. 어깨선이나 입는 방식, 그리고 소재는 양장에서 모티브를 따서 두 개 특장점이 혼합된 형태의 옷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언뜻 보기엔 서양 원피스 같지만, 전통한복의 형태는 유지하고 있답니다.

매일 입을 수 있는 한복이란 점에 자부심이 있다는데요.

[이지언/개량한복 업체 대표 : "'특별한 날에 입는 옷이야.'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일상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을 때 입을 수 있는 옷이야.'라고 생각해요. 한복이라는 것이 한국 사람이 입었던 옷 그리고 어떠한 모티브를 따라 계속 변화한 옷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런 옷들이 한복이 아닌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통한복에 대한 자부심 역시, 만만치 않은데요.

40년 넘게 전통한복을 지어온 박술녀 한복디자이너.

하지만 최근 개량한복의 물량 공세에, 전통한복만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이 잊혀지는 것 같아 고민이랍니다.

[박술녀/한복디자이너 : "편리성도 좋지만 좀 더 우리 한국적인 정체성을 찾아서 입으면 얼마나 더 아름답고 한복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일조를 할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전통한복을 통해 무작정 화려함을 좇기보단, 단아하고 절제된 모습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는데요.

[박술녀/한복 디자이너 : "개량한복은 허리춤에다 리본을 묶잖아요. 그런데 리본을 묶는 건 사실 우리나라 옷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정갈하게…. 전통한복의 차이는 정갈하다. 우리나라 조선 시대의 남성분들, 양반의 옷은요. 다 색이 무채색이에요."]

우리 민족이 한복을 입기 시작한 건 1600년 전입니다.

시대에 따라 또, 유행에 따라 변화해왔는데요.

요즘 한복의 변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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