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랜차이즈 빵집 사장입니다”

입력 2018.09.26 (21:24) 수정 2018.09.2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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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은 동네빵집이나 동네 슈퍼마켓이 거의 사라지고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그 자리를 빠르게 잠식해 들어왔습니다.

자영업의 위기라고도 하죠.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사정이 좀 괜찮은 걸까요?

이들이 처한 현실도 그다지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법은 또 어떤게 있을까요?

먼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한 청년 사업가의 사연을 직접 들어보시고 이어서 홍진아, 윤지연 기자의 보도를 차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매일 아침 6시, 가게 문을 엽니다.

출근길에 들르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김용훈/프랜차이즈 빵집 점주 : "아침에 따뜻한 피자 빵 종류나 따뜻한 식빵 그 종류 많이 찾으시죠."]

제 나이는 33살, 8년째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두 달 전엔 작은 프랜차이즈 빵 가게를 열었습니다.

결혼 자금까지 털어 만든 제 오랜 꿈의 터전입니다.

["동네에서 조그맣게 할 수 있는 가게 해서 손님들이랑 소통할 수 있는 가게를 하고 싶어서…."]

하루에 굽는 빵이 종류만 70가지, 400개입니다.

한 달에 쉬는 날은 딱 하루입니다.

배달도 직접 합니다.

["고지대다 보니까 주민들이 식빵이나 우유 하나 사러 내려오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정기배송 차원으로..."]

얼마 전, 위층에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손님들 발길이 줄더니 매출도 반으로 줄었습니다.

["(재료) 시킨 거는 70만 원 어치를 시켰는데 매출로 나온 거는 40만 원이 채 안 되게 나왔으니까."]

어떻게 경쟁사 빵집이 이렇게 가깝게 생길 수 있는 건지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에 물어봐도, 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합니다.

본사가 대기업인데, 꼭 나 혼자 싸우고 있는 느낌이네요.

["아무래도 새벽부터 나와서 고생해서 만든 건데 팔려서 나갔으면 더 좋겠지만 안 팔려서...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그래도 빵집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내일도, 또 모레도 열심히 빵을 굽고 손님을 맞을 겁니다.

나는, 프랜차이즈 빵집 사장님입니다.

[기자]

이런 빵집 사장님, 동네에서 많이들 보실 겁니다.

정확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라고 하죠,

전국에 23만 명이 넘습니다.

분명 '사장님'이긴 한데요.

제가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꼭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점주들은 상품과 매장 인테리어, 운영 방식, 영업시간까지 일일이 본사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전체 프랜차이즈 점포당 평균 영업이익은 1년에 1750만 원, 한달에 145만 원 꼴입니다.

최저임금 수준밖에 되지를 않습니다.

무제한 장기 근로에 시달려도 경영자란 이유로 노동권도 보장 받지 못합니다.

사장과 직원의 중간쯤에 놓였다고 볼 수 있죠.

프랜차이즈, 특히 편의점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선 편의점주들이 노조를 결성해 노동자로서의 권리 찾기에 나서고 있는데요.

윤지연 기자가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우리만의 해법을 모색해봤습니다.

권리 찾기 나선 日 편의점주들

[리포트]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하다 퇴직해 편의점을 차린 사카이 다카노리 씨.

한때는 벌이가 괜찮았지만, 인근에 같은 브랜드 점포가 생기며 위기를 맞았습니다.

[사카이 다카노리/'편의점 가맹점 노조' 집행위원장 : "800미터 떨어진 곳에 같은 간판의 편의점이 생기자, 매출이 (하루) 55만 엔에서 35만 엔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출혈 경쟁에서 살아남은 뒤, 사카이 씨는 새로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뜻이 같은 편의점주들을 함께 노동조합을 결성한 겁니다.

[사카이 다카노리/'편의점 가맹점 노조' 집행위원장 : "저희 가게 매출이 줄고, 동시에 새로 생긴 가게의 매출도 오르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같은 본사의 운영) 시스템 자체에 의문이 생긴 것이죠."]

본사의 출점 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점주가 떠안는 등 불리한 계약 조항을 개선하도록 단체교섭권을 갖는 게 이들의 목표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오사카 지역 최저임금은 25% 넘게 올랐지만 본사 이익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건비 상승분이 고스란히 점주에게 전가됐다는 겁니다.

[나카무라 도모히코/고베국제대학 경제학부 교수 : "힘이 센 대기업을 개인이 혼자 상대하기는 무리가 있죠. 프랜차이즈를 경영하는 점주들이 연계해 협상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노조에 가담한 이른바 사장님들은 130여 명.

지방 노동위원회 2곳이 이들을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했고, 일본 중앙 노동위원회에서도 현재 재심 중입니다.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일본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도전, 한국의 자영업자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상생의 지혜가 절실합니다.

KBS 뉴스 윤지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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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프랜차이즈 빵집 사장입니다”
    • 입력 2018-09-26 21:30:38
    • 수정2018-09-26 22: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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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은 동네빵집이나 동네 슈퍼마켓이 거의 사라지고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그 자리를 빠르게 잠식해 들어왔습니다.

자영업의 위기라고도 하죠.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사정이 좀 괜찮은 걸까요?

이들이 처한 현실도 그다지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법은 또 어떤게 있을까요?

먼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한 청년 사업가의 사연을 직접 들어보시고 이어서 홍진아, 윤지연 기자의 보도를 차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매일 아침 6시, 가게 문을 엽니다.

출근길에 들르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김용훈/프랜차이즈 빵집 점주 : "아침에 따뜻한 피자 빵 종류나 따뜻한 식빵 그 종류 많이 찾으시죠."]

제 나이는 33살, 8년째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두 달 전엔 작은 프랜차이즈 빵 가게를 열었습니다.

결혼 자금까지 털어 만든 제 오랜 꿈의 터전입니다.

["동네에서 조그맣게 할 수 있는 가게 해서 손님들이랑 소통할 수 있는 가게를 하고 싶어서…."]

하루에 굽는 빵이 종류만 70가지, 400개입니다.

한 달에 쉬는 날은 딱 하루입니다.

배달도 직접 합니다.

["고지대다 보니까 주민들이 식빵이나 우유 하나 사러 내려오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정기배송 차원으로..."]

얼마 전, 위층에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손님들 발길이 줄더니 매출도 반으로 줄었습니다.

["(재료) 시킨 거는 70만 원 어치를 시켰는데 매출로 나온 거는 40만 원이 채 안 되게 나왔으니까."]

어떻게 경쟁사 빵집이 이렇게 가깝게 생길 수 있는 건지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에 물어봐도, 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합니다.

본사가 대기업인데, 꼭 나 혼자 싸우고 있는 느낌이네요.

["아무래도 새벽부터 나와서 고생해서 만든 건데 팔려서 나갔으면 더 좋겠지만 안 팔려서...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그래도 빵집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내일도, 또 모레도 열심히 빵을 굽고 손님을 맞을 겁니다.

나는, 프랜차이즈 빵집 사장님입니다.

[기자]

이런 빵집 사장님, 동네에서 많이들 보실 겁니다.

정확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라고 하죠,

전국에 23만 명이 넘습니다.

분명 '사장님'이긴 한데요.

제가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꼭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점주들은 상품과 매장 인테리어, 운영 방식, 영업시간까지 일일이 본사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전체 프랜차이즈 점포당 평균 영업이익은 1년에 1750만 원, 한달에 145만 원 꼴입니다.

최저임금 수준밖에 되지를 않습니다.

무제한 장기 근로에 시달려도 경영자란 이유로 노동권도 보장 받지 못합니다.

사장과 직원의 중간쯤에 놓였다고 볼 수 있죠.

프랜차이즈, 특히 편의점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선 편의점주들이 노조를 결성해 노동자로서의 권리 찾기에 나서고 있는데요.

윤지연 기자가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우리만의 해법을 모색해봤습니다.

권리 찾기 나선 日 편의점주들

[리포트]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하다 퇴직해 편의점을 차린 사카이 다카노리 씨.

한때는 벌이가 괜찮았지만, 인근에 같은 브랜드 점포가 생기며 위기를 맞았습니다.

[사카이 다카노리/'편의점 가맹점 노조' 집행위원장 : "800미터 떨어진 곳에 같은 간판의 편의점이 생기자, 매출이 (하루) 55만 엔에서 35만 엔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출혈 경쟁에서 살아남은 뒤, 사카이 씨는 새로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뜻이 같은 편의점주들을 함께 노동조합을 결성한 겁니다.

[사카이 다카노리/'편의점 가맹점 노조' 집행위원장 : "저희 가게 매출이 줄고, 동시에 새로 생긴 가게의 매출도 오르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같은 본사의 운영) 시스템 자체에 의문이 생긴 것이죠."]

본사의 출점 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점주가 떠안는 등 불리한 계약 조항을 개선하도록 단체교섭권을 갖는 게 이들의 목표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오사카 지역 최저임금은 25% 넘게 올랐지만 본사 이익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건비 상승분이 고스란히 점주에게 전가됐다는 겁니다.

[나카무라 도모히코/고베국제대학 경제학부 교수 : "힘이 센 대기업을 개인이 혼자 상대하기는 무리가 있죠. 프랜차이즈를 경영하는 점주들이 연계해 협상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노조에 가담한 이른바 사장님들은 130여 명.

지방 노동위원회 2곳이 이들을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했고, 일본 중앙 노동위원회에서도 현재 재심 중입니다.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일본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도전, 한국의 자영업자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상생의 지혜가 절실합니다.

KBS 뉴스 윤지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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