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현대판 실크로드 中 ‘일대일로’ 잇단 제동

입력 2018.09.27 (18:06) 수정 2018.09.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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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현대판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가 아시아 국가들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이어 파키스탄이 중국과 추진중인 일대일로 사업을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무엇이 문제인지 방콕 특파원 연결해 알아봅니다.

유석조 특파원! 일대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죠?

[기자]

예, 일대일로는 '신 실크로드 전략'으로도 불리는데요.

고대 동서양 교통로였던 실크로드를 본떠서 전세계 무역 교통망을 연결해 육상 및 해상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중국 주도의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제안으로 시작했고 현재 현재 100여 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사업을 취소하거나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죠?

[기자]

먼저 말레이시아가 시동을 걸었습니다.

마하티르 총리가 취임한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 3개를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석유와 가스관을 잇는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로 중국 자금의 지원이 약속돼 있었고 사업진행률도 13% 정도 였습니다.

마하티르 총리는 사업 타당성이 낮고 사업비가 많아 결국 부채 부담이 커질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마하티르/말레이시아 총리 : "이 프로젝트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재개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부채를 줄이는 것이 우선입니다."]

말레이시아에 이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중요 협력국이었던 파키스탄도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파키스탄은 최근 도로나 철도같은 대형 인프라 건설 대신에 민생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장이나 위생처리 시설을 짓자는 의사를 중국측에 전달했습니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과 460억 달러, 우리 돈 51조 원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말레이시아처럼 사업 취소는 아니어도 사업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밖에 스리랑카와 미얀마에서도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해 불공정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들 국가들이 일대일로 사업에 이렇게 부정적으로 돌아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무엇보다도 과도한 부채 부담입니다.

일대일로 사업이 추진하는 것이 대부분 인프라 사업입니다.

도로나 철도 건설, 송유관과 가스관 연결 같은 사업인데요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됩니다.

아무리 중국이 차관으로 자금지원을 해준다해도 결국 국가부채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는 부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부도가 날수도 있다는 언급까지 했고요.

파키스탄도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자금을 투자하다가 현재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중국으로의 의존도가 심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빌려 쓴 부채를 제때 갚지 못해 항만이나 도로, 철도 운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 곳도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제국주의 시대 영국의 동인도 회사와 비교하는 전문가의 시각도 있습니다.

[로버트 카플란/유라시아그룹 수석고문 : "(일대일로는) 과거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 시절을 보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일종의 해양·상업적 제국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몰디브 같은 경우 일대일로 관련 국가 빚이 전체 GDP의 25%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 중국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부작용이 나타나면 중국 입장에서는 난감할텐데, 중국 입장은 무엇입니까?

[기자]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아시아 국가들에게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자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달래는 모양새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만났는데요.

이자리에서 시주석은 양국의 우호관계를 강조하며 파키스탄의 일대일로 사업 지원을 높게 평가한다고 추켜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취소 결정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계약 내용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습니다.

[루캉/중국 외교부 대변인 : "이 문제는 우호적인 협의와 양국 관계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적절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결국 국제사회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부채의 덫'을 동반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지 않도록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앞으로 큰 수정이 불가피하겠네요?

[기자]

올해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시행 5주년을 맞았는데요.

글로벌 경제 벨트 구축이라는 명분과는 달리 '부채 함정 외교"다 "채무 제국주의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시주석은 지난 3일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에서 운명 공동체를 강조했는데요.

원조를 대가로 어떤 정치적 요구나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일대일로가 지금처럼 일방적 사업 구조와 중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지속된다면 중국이 이 위기를 타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방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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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7 18:12:10
    • 수정2018-09-27 18: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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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현대판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가 아시아 국가들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이어 파키스탄이 중국과 추진중인 일대일로 사업을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무엇이 문제인지 방콕 특파원 연결해 알아봅니다.

유석조 특파원! 일대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죠?

[기자]

예, 일대일로는 '신 실크로드 전략'으로도 불리는데요.

고대 동서양 교통로였던 실크로드를 본떠서 전세계 무역 교통망을 연결해 육상 및 해상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중국 주도의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제안으로 시작했고 현재 현재 100여 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사업을 취소하거나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죠?

[기자]

먼저 말레이시아가 시동을 걸었습니다.

마하티르 총리가 취임한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 3개를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석유와 가스관을 잇는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로 중국 자금의 지원이 약속돼 있었고 사업진행률도 13% 정도 였습니다.

마하티르 총리는 사업 타당성이 낮고 사업비가 많아 결국 부채 부담이 커질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마하티르/말레이시아 총리 : "이 프로젝트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재개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부채를 줄이는 것이 우선입니다."]

말레이시아에 이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중요 협력국이었던 파키스탄도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파키스탄은 최근 도로나 철도같은 대형 인프라 건설 대신에 민생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장이나 위생처리 시설을 짓자는 의사를 중국측에 전달했습니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과 460억 달러, 우리 돈 51조 원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말레이시아처럼 사업 취소는 아니어도 사업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밖에 스리랑카와 미얀마에서도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해 불공정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들 국가들이 일대일로 사업에 이렇게 부정적으로 돌아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무엇보다도 과도한 부채 부담입니다.

일대일로 사업이 추진하는 것이 대부분 인프라 사업입니다.

도로나 철도 건설, 송유관과 가스관 연결 같은 사업인데요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됩니다.

아무리 중국이 차관으로 자금지원을 해준다해도 결국 국가부채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는 부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부도가 날수도 있다는 언급까지 했고요.

파키스탄도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자금을 투자하다가 현재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중국으로의 의존도가 심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빌려 쓴 부채를 제때 갚지 못해 항만이나 도로, 철도 운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 곳도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제국주의 시대 영국의 동인도 회사와 비교하는 전문가의 시각도 있습니다.

[로버트 카플란/유라시아그룹 수석고문 : "(일대일로는) 과거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 시절을 보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일종의 해양·상업적 제국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몰디브 같은 경우 일대일로 관련 국가 빚이 전체 GDP의 25%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 중국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부작용이 나타나면 중국 입장에서는 난감할텐데, 중국 입장은 무엇입니까?

[기자]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아시아 국가들에게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자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달래는 모양새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만났는데요.

이자리에서 시주석은 양국의 우호관계를 강조하며 파키스탄의 일대일로 사업 지원을 높게 평가한다고 추켜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취소 결정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계약 내용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습니다.

[루캉/중국 외교부 대변인 : "이 문제는 우호적인 협의와 양국 관계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적절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결국 국제사회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부채의 덫'을 동반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지 않도록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앞으로 큰 수정이 불가피하겠네요?

[기자]

올해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시행 5주년을 맞았는데요.

글로벌 경제 벨트 구축이라는 명분과는 달리 '부채 함정 외교"다 "채무 제국주의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시주석은 지난 3일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에서 운명 공동체를 강조했는데요.

원조를 대가로 어떤 정치적 요구나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일대일로가 지금처럼 일방적 사업 구조와 중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지속된다면 중국이 이 위기를 타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방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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