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밤도 불켜진 편의점…누구 위한 24시간 영업?

입력 2018.09.28 (07:26) 수정 2018.09.2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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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편의점 하면 24시간 영업의 편리함이 떠오릅니다만, 그 이면엔 저소득에 초장시간 근로를 하는 편의점주들의 고단한 사연이 있습니다.

이번 명절에도 어김 없이 불을 켠 편의점 심야영업의 실태와 해법을 홍진아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인적 끊긴 밤골목에 편의점이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손님 없는 편의점을 지키는 건 점주 뿐, 명절 쇠러 간 직원 몫까지 하루 20시간씩 일합니다.

[윤영택/편의점주 : "단기 아르바이트를 쓰고 싶어도 명절에는 다 쉬기 때문에. 구하기가 힘들어요, 저희가 되게. 그러다보니까 저희들이 그냥 아내하고 제가 할 수밖에 없죠."]

연휴 기간 또 다른 편의점.

이곳도 밤에 손님이 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편의점 직원/음성변조 : "어제는 10시간 동안 (손님이) 30명 정도 있었어요. 평소랑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죠."]

자정부터 7시간 동안 이곳을 찾은 손님은 모두 6명, 번 돈은 3만 원이 채 안 됩니다.

이처럼 수익이 너무 적으면 자정부터 6시 사이엔 영업을 잠시 중단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점주들이 어쩔 수 없이 24시간 영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심야영업을 중단하면 본사의 전기요금 지원을 못 받거나, 수익금 배분 때 불리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상당수 편의점주들이 한달 30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근로를 하고 있습니다.

365일 24시간 영업을 따라야 하는 겁니다.

[오오우찌/편의점주 : "경찰과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밤에는) 2명이 근무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 심야 시간에 직접 일하는 점주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취재진이 교토 지역 6개 편의점의 심야영업 매출 내역을 확인해보니, 본사의 권고대로 2명이 일할 때는 6곳 모두 적자였습니다.

점주 혼자 철야로 운영해야만 간신히 적자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사 측은 어떤 상황에서도 흑자였습니다.

장시간 일해도 수익은 낮은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24시간 영업으로 이득을 보는 건 결국 본사인 셈입니다.

편의점 심야 영업은 치안 유지와 상비약 판매 등의 공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지역별, 시간대별로 영업점을 지정해 운영하는 보다 정교한 '권리찾기'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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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일 밤도 불켜진 편의점…누구 위한 24시간 영업?
    • 입력 2018-09-28 07:28:41
    • 수정2018-09-28 08: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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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편의점 하면 24시간 영업의 편리함이 떠오릅니다만, 그 이면엔 저소득에 초장시간 근로를 하는 편의점주들의 고단한 사연이 있습니다.

이번 명절에도 어김 없이 불을 켠 편의점 심야영업의 실태와 해법을 홍진아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인적 끊긴 밤골목에 편의점이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손님 없는 편의점을 지키는 건 점주 뿐, 명절 쇠러 간 직원 몫까지 하루 20시간씩 일합니다.

[윤영택/편의점주 : "단기 아르바이트를 쓰고 싶어도 명절에는 다 쉬기 때문에. 구하기가 힘들어요, 저희가 되게. 그러다보니까 저희들이 그냥 아내하고 제가 할 수밖에 없죠."]

연휴 기간 또 다른 편의점.

이곳도 밤에 손님이 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편의점 직원/음성변조 : "어제는 10시간 동안 (손님이) 30명 정도 있었어요. 평소랑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죠."]

자정부터 7시간 동안 이곳을 찾은 손님은 모두 6명, 번 돈은 3만 원이 채 안 됩니다.

이처럼 수익이 너무 적으면 자정부터 6시 사이엔 영업을 잠시 중단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점주들이 어쩔 수 없이 24시간 영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심야영업을 중단하면 본사의 전기요금 지원을 못 받거나, 수익금 배분 때 불리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상당수 편의점주들이 한달 30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근로를 하고 있습니다.

365일 24시간 영업을 따라야 하는 겁니다.

[오오우찌/편의점주 : "경찰과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밤에는) 2명이 근무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 심야 시간에 직접 일하는 점주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취재진이 교토 지역 6개 편의점의 심야영업 매출 내역을 확인해보니, 본사의 권고대로 2명이 일할 때는 6곳 모두 적자였습니다.

점주 혼자 철야로 운영해야만 간신히 적자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사 측은 어떤 상황에서도 흑자였습니다.

장시간 일해도 수익은 낮은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24시간 영업으로 이득을 보는 건 결국 본사인 셈입니다.

편의점 심야 영업은 치안 유지와 상비약 판매 등의 공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지역별, 시간대별로 영업점을 지정해 운영하는 보다 정교한 '권리찾기'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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