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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日 인기 연예인 ‘음주 뺑소니’…무관용?
입력 2018.10.01 (17:26) 특파원 리포트
일본 연예계에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법적·도덕적 일탈 행위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 당사자들이 옹색하고 위선적인 궤변으로 비난 여론을 피해가려고 발버둥 치지는 않는다. 곧바로 머리를 숙이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인다. ‘머리를 숙인다’는 말은 상징적인 말이 아니라 실제로 머리를 깊숙이 숙인다. 일본 사회의 독특한 관행이다.

■ 여성 아이돌 출신 탤런트 ‘음주 뺑소니’

지난달(9월) 6일 아침 7시쯤 도쿄 히가시나카노에서 신호를 위반한 흰색 차량이 횡단보도 인파로 돌진했다. 문제의 차량은 자전거에 탄 여성을 충돌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자전거에 탄 20대 여성과 옆에서 길을 건너던 40대 남성 등 2명이 다쳤다. 전형적인 ‘뺑소니’사고였다.


15분 뒤 차량 운전자가 경찰에 자수했다. 술을 마신 상태였다. 이름은 요시자와 히토미(33세). 옛 인기 아이돌 그룹 ‘모닝구므스메’ 출신 탤런트였다.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기준을 웃돌았다. 만약 며칠 잠적했다가 나타났다면 음주운전 정황만 있고 증거는 없는 상태가 됐을까? 그렇게 하려다 말았던 것일까? 정말 놀라서 달아났다가 제정신을 차린 것일까?

언론과 인터넷상에서 그녀는 ‘악의 화신’처럼 뭇매를 맞았다. 네티즌들은 그녀의 남동생이 2007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실도 언급했다.

■ ‘음주 뺑소니’ 인기 연예인도 예외 없다

요시자와는 ‘음주사고 뺑소니’ 혐의로 즉시 체포돼, 하라주쿠 경찰서에 구류 조치됐다. 뺑소니 직후 자수했고, 증거가 명확해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었으며, 신원이 명확해 도주의 우려도 없었지만, 예외 없이 법 집행은 엄정하게 이뤄졌다. ‘사고 상황이 명확하므로 일단 귀가시킨 뒤, 변호사를 통해 출석 조사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는 낯익은 이야기는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속 86km로 차를 몰다가 정지신호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호흡측정’ 결과 알코올 수치는 기준치의 4배에 육박하는 0.58mg으로 나타났다. 요시자와는 ‘집에서 남편과 함께 알코올 탄산음료 석 잔과 도수 높은 술을 마셨다’고 시인했다.

예정된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소속사 측은 ‘매우 유감’이라면서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요시자와는 9월 26일 기소됐다. 같은 날 오후 도쿄 지방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27일 오후 5시 반쯤, 법원의 보석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보석금으로 300만 엔(약 3천만 원)을 냈다. 경찰서 앞을 약 100명의 기자가 에워쌌다.

요시자와는 검은 치마에 흰 셔츠 차림으로 걸어 나와 조용히 2번 머리를 숙였다. "정말로 죄송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앞으로, 약식 기소가 아니라 정식 기소돼 공개된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 기획사가 ‘잘 만든’ 그룹이긴 했는데…

요시자와는 모닝구무스메 4기 구성원이었다. 2000년 가입해 ‘리더’로 활약했고, 2007년 탈퇴, 이른바 ‘졸업’을 했다. 이들은 ‘졸업’행위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연예계 활동을 잇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2015년 IT업체 대표와 결혼해 이듬해 아들을 낳은 뒤, 방송활동을 계속해왔다.

‘모닝구무스메’는 어휘 그대로 해석하자면, ‘아침 소녀’, 혹은 ‘아침 아가씨’쯤 될 것 같다. 기획사가 만든 전형적 프로젝트 그룹에 가깝다. 1997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10여 년간 전성기를 누렸다. 밝고 경쾌한 노래를 중심으로 싱글 음반만 수십 개를 냈다. 싱글 음반 판매 신기록 등을 갖고 있고, 2008년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깊지 않은 세대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할 듯싶다. 이른바 ‘칼군무’와 ‘라이브 가창력’으로 무장한 요즘 한국 아이돌 그룹에 비하면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당시 일본에서만큼은 나름 큰 인기를 누렸다. 2008년 이후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했지만, 연예계의 변화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 사선을 걷는 연예인들…‘단 한 번’에 몰락 가능

오디션을 통해 구성된 10여 명이 활동하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기존 구성원 중 일부가 ‘졸업’이라는 명목으로 탈퇴하고, ‘참신해 보이는’ 신인을 참가시켜 기수를 이어가는 시스템은 이후 ‘오디션 아이돌 그룹’의 한 정형이 됐다. 끊임없이 새 얼굴을 등장시키는 오디션 과정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이를 그룹의 인기로 연결시키는 전략은 ‘화제 만들기’에 목맨 방송사와 기획사 모두에게도 ‘남는 장사’였다.


일본에서도 연예인의 일탈행위는 화젯거리를 찾는 대중매체와 인터넷 공간에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과 같았다. 일단 인터넷으로 신상과 행적, 가족사 등이 철저히 까발려진다. 당사자도 기억하기 어려운, 시시콜콜한 ‘해프닝’도 ‘거대악의 씨앗’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특히 상업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은 온갖 미확인 뒷얘기의 전파 창구가 된다. ‘아니면 말고’식 후일담과 정체불명의 목격담이 인터넷에 차고 넘쳐난다. 이런저런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당사자들이 서둘러 언론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는 관행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어느 나라’든, 제아무리 ‘큰 사고’를 치더라도 일정 기간 이른바 ‘자숙기간’을 보낸 뒤, ‘이런저런’ 명목을 만들어 슬그머니 연예계에 복귀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조금 ‘많이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고도 연예계에서 태연하게 맹활약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9월 28일 요시자와가 연예계 은퇴 의사를 밝혔다. 소속사와의 전속 계약도 해지했다. 소속사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저의 이번 행동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부상을 입은 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지은 죄를 속죄하면서 어머니로서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특파원리포트] 日 인기 연예인 ‘음주 뺑소니’…무관용?
    • 입력 2018-10-01 17:26:08
    특파원 리포트
일본 연예계에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법적·도덕적 일탈 행위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 당사자들이 옹색하고 위선적인 궤변으로 비난 여론을 피해가려고 발버둥 치지는 않는다. 곧바로 머리를 숙이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인다. ‘머리를 숙인다’는 말은 상징적인 말이 아니라 실제로 머리를 깊숙이 숙인다. 일본 사회의 독특한 관행이다.

■ 여성 아이돌 출신 탤런트 ‘음주 뺑소니’

지난달(9월) 6일 아침 7시쯤 도쿄 히가시나카노에서 신호를 위반한 흰색 차량이 횡단보도 인파로 돌진했다. 문제의 차량은 자전거에 탄 여성을 충돌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자전거에 탄 20대 여성과 옆에서 길을 건너던 40대 남성 등 2명이 다쳤다. 전형적인 ‘뺑소니’사고였다.


15분 뒤 차량 운전자가 경찰에 자수했다. 술을 마신 상태였다. 이름은 요시자와 히토미(33세). 옛 인기 아이돌 그룹 ‘모닝구므스메’ 출신 탤런트였다.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기준을 웃돌았다. 만약 며칠 잠적했다가 나타났다면 음주운전 정황만 있고 증거는 없는 상태가 됐을까? 그렇게 하려다 말았던 것일까? 정말 놀라서 달아났다가 제정신을 차린 것일까?

언론과 인터넷상에서 그녀는 ‘악의 화신’처럼 뭇매를 맞았다. 네티즌들은 그녀의 남동생이 2007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실도 언급했다.

■ ‘음주 뺑소니’ 인기 연예인도 예외 없다

요시자와는 ‘음주사고 뺑소니’ 혐의로 즉시 체포돼, 하라주쿠 경찰서에 구류 조치됐다. 뺑소니 직후 자수했고, 증거가 명확해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었으며, 신원이 명확해 도주의 우려도 없었지만, 예외 없이 법 집행은 엄정하게 이뤄졌다. ‘사고 상황이 명확하므로 일단 귀가시킨 뒤, 변호사를 통해 출석 조사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는 낯익은 이야기는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속 86km로 차를 몰다가 정지신호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호흡측정’ 결과 알코올 수치는 기준치의 4배에 육박하는 0.58mg으로 나타났다. 요시자와는 ‘집에서 남편과 함께 알코올 탄산음료 석 잔과 도수 높은 술을 마셨다’고 시인했다.

예정된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소속사 측은 ‘매우 유감’이라면서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요시자와는 9월 26일 기소됐다. 같은 날 오후 도쿄 지방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27일 오후 5시 반쯤, 법원의 보석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보석금으로 300만 엔(약 3천만 원)을 냈다. 경찰서 앞을 약 100명의 기자가 에워쌌다.

요시자와는 검은 치마에 흰 셔츠 차림으로 걸어 나와 조용히 2번 머리를 숙였다. "정말로 죄송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앞으로, 약식 기소가 아니라 정식 기소돼 공개된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 기획사가 ‘잘 만든’ 그룹이긴 했는데…

요시자와는 모닝구무스메 4기 구성원이었다. 2000년 가입해 ‘리더’로 활약했고, 2007년 탈퇴, 이른바 ‘졸업’을 했다. 이들은 ‘졸업’행위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연예계 활동을 잇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2015년 IT업체 대표와 결혼해 이듬해 아들을 낳은 뒤, 방송활동을 계속해왔다.

‘모닝구무스메’는 어휘 그대로 해석하자면, ‘아침 소녀’, 혹은 ‘아침 아가씨’쯤 될 것 같다. 기획사가 만든 전형적 프로젝트 그룹에 가깝다. 1997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10여 년간 전성기를 누렸다. 밝고 경쾌한 노래를 중심으로 싱글 음반만 수십 개를 냈다. 싱글 음반 판매 신기록 등을 갖고 있고, 2008년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깊지 않은 세대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할 듯싶다. 이른바 ‘칼군무’와 ‘라이브 가창력’으로 무장한 요즘 한국 아이돌 그룹에 비하면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당시 일본에서만큼은 나름 큰 인기를 누렸다. 2008년 이후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했지만, 연예계의 변화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 사선을 걷는 연예인들…‘단 한 번’에 몰락 가능

오디션을 통해 구성된 10여 명이 활동하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기존 구성원 중 일부가 ‘졸업’이라는 명목으로 탈퇴하고, ‘참신해 보이는’ 신인을 참가시켜 기수를 이어가는 시스템은 이후 ‘오디션 아이돌 그룹’의 한 정형이 됐다. 끊임없이 새 얼굴을 등장시키는 오디션 과정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이를 그룹의 인기로 연결시키는 전략은 ‘화제 만들기’에 목맨 방송사와 기획사 모두에게도 ‘남는 장사’였다.


일본에서도 연예인의 일탈행위는 화젯거리를 찾는 대중매체와 인터넷 공간에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과 같았다. 일단 인터넷으로 신상과 행적, 가족사 등이 철저히 까발려진다. 당사자도 기억하기 어려운, 시시콜콜한 ‘해프닝’도 ‘거대악의 씨앗’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특히 상업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은 온갖 미확인 뒷얘기의 전파 창구가 된다. ‘아니면 말고’식 후일담과 정체불명의 목격담이 인터넷에 차고 넘쳐난다. 이런저런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당사자들이 서둘러 언론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는 관행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어느 나라’든, 제아무리 ‘큰 사고’를 치더라도 일정 기간 이른바 ‘자숙기간’을 보낸 뒤, ‘이런저런’ 명목을 만들어 슬그머니 연예계에 복귀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조금 ‘많이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고도 연예계에서 태연하게 맹활약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9월 28일 요시자와가 연예계 은퇴 의사를 밝혔다. 소속사와의 전속 계약도 해지했다. 소속사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저의 이번 행동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부상을 입은 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지은 죄를 속죄하면서 어머니로서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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