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에 국내 자산가들이 떨고 있는 이유

입력 2018.10.04 (14:30) 수정 2018.10.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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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여의도 한 증권사 본사 세미나장. 이날 열린 투자 설명회에는 평일 날 진행됐음에도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해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이날 열린 설명회의 주요 내용은 오는 7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에 관한 것이었다. 주제 발표를 한 전문가들에게 참석자들은 브라질 대선의 전망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증권사 측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참석자 중에는 자산규모가 수억원 이상이 자산가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투자를 주제로 한 주요 인터넷 카페와 동호인 모임에도 최근 브라질 대선에 대한 예상을 묻는 글들이 부쩍 들었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나라 브라질의 대선에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까.

바로 이번 대선이 향후 브라질 경제는 물론 국내에서도 많이 투자하는 브라질 국채의 투자 수익률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회사들의 설명이다.

브라질 국채는 브라질 정부가 이자와 원금 지급을 약속한 채권이다. 원칙적으로 만기 시에 원금을 상환하지만, 만기가 30년으로 길어 중간에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채권값을 결정하는 것은 주로 채권수익률(수익률 하락시 채권값 상승, 수익률 상승시 채권값 하락)지만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로 투자하다 보니, 오히려 헤알화 환율의 변동이 수익을 크게 결정한다. 일종의 환투자 성격을 가진 채권 투자인 셈이다.

브라질 유력 대선 후보인 우파 보우소나르(왼쪽)과 좌파 아다지 후보브라질 유력 대선 후보인 우파 보우소나르(왼쪽)과 좌파 아다지 후보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는 5일 예정된 대선 투표가 박방 양상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극우 성향인 사회자유당(PSL) 자이르 보우소나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인 다타폴랴의 2일 조사 결과 보우소나루 후보는 32%인 반면 2위인 좌파 성향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는 21%에 그쳤다. 지난달 28일 결과와 비교하면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4% 포인트 오른 반면, 아다지 후보는 1% 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브라질 대선은 과반수 득표가 없을 경우 1, 2위가 결선투표에 진출한다. 결선투표가 열리면 28일 진행될 예정인데, 결선투표 예상득 표율 조사에서는 보우소나루가 44%, 아다지가 42%로 나왔다.

1일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인 이보페 조사 결과는 보우소나루 후보와 아다지 후보의 결선투표 예상 득표율이 42%로 같았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긴 하지만, 결선투표 전망은 여전히 초접전 양상인 셈이다.

대선에 크게 좌우될 브라질 헤알화

주목할 점은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지에 따라 브라질 국채 투자 성적표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 센터장은 “연금개혁이나 외국인 투자 등에 있어서 두 후보의 성향이 많이 다르다”며 “좌파 당선은 외환시장에서 헤알화 약세를, 우파 당선은 헤알화 강세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우파 후보인 보우소나루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라는 보도가 나오자 금융시장은 바로 화답했다. 2일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2% 가량 올랐고, 3일에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 예측에 의하면 현재 헤알당 278원 정도인 헤알화 가치는 보우소나루 후보 당선시 300원으로 헤알화 강세가 예상되지만, 아다지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250원 이하로 헤알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투자자의 ‘무덤’ 브라질 국채

브라질 국채 투자는 몇 년 전부터 국내 증권사에서 상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상품이다. 연 10% 가량의 고금리 이자를 지급하는데다 두 나라 조세협약에 따라 채권 이자에 대해 전액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예금이자에 15.4%(지방세 포함)의 이자소득세가 붙는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혜택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지난해 주요 7개 증권사에서는 4조원이 넘는 브라질 국채가 팔렸다.

문제는 헤알화 가치에 따라 투자 수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은 최근 몇 년간 정치 불안과 유가 하락으로 헤알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 14일에는 원화 대비 헤알화가 역대 최저인 266원까지 떨어졌다. 연초 대비 15%나 하락한 것이다.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2016년 2월 이후 최저치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올해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사람들은 적지 않은 환차손을 본 상태이다. 브라질 대선에 따른 환변동에 국내 투자자들의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주목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헤알화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떨어지자 지금이 투자 기회 아니나며 브라질 국채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증권사들은 신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연이어 투자 설명회를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헤알화가 저점이었던 2016년에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당시 브라질 올림픽 전후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 70% 달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원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자원 대국 브라질 경제에 좋은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헤알화 가치의 하락폭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브라질 대선 결과가 여전히 안개속인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통화 환율은 여전히 변동성이 큰 상태다.

최근 브라질 현지 상황을 탐방하고 돌아온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대선은 현재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을 보고 투자를 고민할 시기”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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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대선에 국내 자산가들이 떨고 있는 이유
    • 입력 2018-10-04 14:30:04
    • 수정2018-10-04 14:31:23
    취재K
지난 2일 오후 여의도 한 증권사 본사 세미나장. 이날 열린 투자 설명회에는 평일 날 진행됐음에도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해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이날 열린 설명회의 주요 내용은 오는 7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에 관한 것이었다. 주제 발표를 한 전문가들에게 참석자들은 브라질 대선의 전망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증권사 측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참석자 중에는 자산규모가 수억원 이상이 자산가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투자를 주제로 한 주요 인터넷 카페와 동호인 모임에도 최근 브라질 대선에 대한 예상을 묻는 글들이 부쩍 들었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나라 브라질의 대선에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까.

바로 이번 대선이 향후 브라질 경제는 물론 국내에서도 많이 투자하는 브라질 국채의 투자 수익률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회사들의 설명이다.

브라질 국채는 브라질 정부가 이자와 원금 지급을 약속한 채권이다. 원칙적으로 만기 시에 원금을 상환하지만, 만기가 30년으로 길어 중간에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채권값을 결정하는 것은 주로 채권수익률(수익률 하락시 채권값 상승, 수익률 상승시 채권값 하락)지만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로 투자하다 보니, 오히려 헤알화 환율의 변동이 수익을 크게 결정한다. 일종의 환투자 성격을 가진 채권 투자인 셈이다.

브라질 유력 대선 후보인 우파 보우소나르(왼쪽)과 좌파 아다지 후보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는 5일 예정된 대선 투표가 박방 양상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극우 성향인 사회자유당(PSL) 자이르 보우소나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인 다타폴랴의 2일 조사 결과 보우소나루 후보는 32%인 반면 2위인 좌파 성향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는 21%에 그쳤다. 지난달 28일 결과와 비교하면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4% 포인트 오른 반면, 아다지 후보는 1% 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브라질 대선은 과반수 득표가 없을 경우 1, 2위가 결선투표에 진출한다. 결선투표가 열리면 28일 진행될 예정인데, 결선투표 예상득 표율 조사에서는 보우소나루가 44%, 아다지가 42%로 나왔다.

1일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인 이보페 조사 결과는 보우소나루 후보와 아다지 후보의 결선투표 예상 득표율이 42%로 같았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긴 하지만, 결선투표 전망은 여전히 초접전 양상인 셈이다.

대선에 크게 좌우될 브라질 헤알화

주목할 점은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지에 따라 브라질 국채 투자 성적표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 센터장은 “연금개혁이나 외국인 투자 등에 있어서 두 후보의 성향이 많이 다르다”며 “좌파 당선은 외환시장에서 헤알화 약세를, 우파 당선은 헤알화 강세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우파 후보인 보우소나루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라는 보도가 나오자 금융시장은 바로 화답했다. 2일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2% 가량 올랐고, 3일에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 예측에 의하면 현재 헤알당 278원 정도인 헤알화 가치는 보우소나루 후보 당선시 300원으로 헤알화 강세가 예상되지만, 아다지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250원 이하로 헤알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투자자의 ‘무덤’ 브라질 국채

브라질 국채 투자는 몇 년 전부터 국내 증권사에서 상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상품이다. 연 10% 가량의 고금리 이자를 지급하는데다 두 나라 조세협약에 따라 채권 이자에 대해 전액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예금이자에 15.4%(지방세 포함)의 이자소득세가 붙는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혜택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지난해 주요 7개 증권사에서는 4조원이 넘는 브라질 국채가 팔렸다.

문제는 헤알화 가치에 따라 투자 수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은 최근 몇 년간 정치 불안과 유가 하락으로 헤알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 14일에는 원화 대비 헤알화가 역대 최저인 266원까지 떨어졌다. 연초 대비 15%나 하락한 것이다.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2016년 2월 이후 최저치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올해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사람들은 적지 않은 환차손을 본 상태이다. 브라질 대선에 따른 환변동에 국내 투자자들의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주목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헤알화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떨어지자 지금이 투자 기회 아니나며 브라질 국채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증권사들은 신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연이어 투자 설명회를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헤알화가 저점이었던 2016년에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당시 브라질 올림픽 전후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 70% 달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원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자원 대국 브라질 경제에 좋은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헤알화 가치의 하락폭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브라질 대선 결과가 여전히 안개속인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통화 환율은 여전히 변동성이 큰 상태다.

최근 브라질 현지 상황을 탐방하고 돌아온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대선은 현재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을 보고 투자를 고민할 시기”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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