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검객 김선미, ‘다시 금메달을 겨누다’

입력 2018.10.05 (18:57) 수정 2018.10.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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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선수로 장애인 펜싱에서 유일한 여자 선수다.

스테인리스 강철 소재로 만들어진 마스크 너머 번뜩이는 눈빛이 강렬하다. 피하고 찌르는 동작은 갈수록 더 노련해졌다. 그는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선수로 장애인 펜싱에서 유일한 여자 선수다.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은메달을 따냈고,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2년 6월 경기도 이천에 있는 장애인국가대표 종합 훈련원 펜싱장이었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국내 대회에서는 적수가 없는 미녀 검객

국내 대회에서는 거의 적수가 없을 정도다. 2016년 전국장애인체전에 이어, 지난해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도 4관왕에 올라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그녀의 이름은 김선미(29살), 이제는 그의 본명보다 별명인 '미녀 검객'이 더 유명하다.

2017 전국장애인체전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김선미(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2017 전국장애인체전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김선미(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중학교 3학년 때, 오토바이 사고로 장애인 돼

마스크를 벗으면 밝은 얼굴이지만, 그도 한때 세상과 담을 쌓고 은둔했던 적이 있었다. 2004년 중학교 3학년 때, 친구의 오토바이 뒷자리에 탔다가 마주 오는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큰 사고를 당했다. 정신을 잃었다가 병원에서 깨어난 뒤, 왼쪽 무릎 위까지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고, 어린 나이에 장애인이 됐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김선미는 그때를 "몸과 마음이 함께 아팠던 시기"라고 돌이켰다.

18살 때 휠체어 펜싱에 처음으로 입문

어두운 터널 같던 2년을 훌쩍 지나, 김선미는 18살 때 휠체어 펜싱을 접할 기회가 생겼다. 장애인 펜싱 선수였던 선배의 도움으로 처음 검을 잡았다. 갑작스레 장애인이 된 것도 힘든데 처음 접하는 낯선 운동을 한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장애인 펜싱에 여자 선수가 없어 항상 남자 선수를 상대로 훈련하는 것도 고된 일이었다. 펜싱 검을 잡고 마음이 편해지는 데까지 1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2014년 인천 대회 뒤 실업팀 해체로 펜싱 중단

김선미는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뒤, 펜싱 검을 내려놓아야 했다. 대회 직후 실업팀이 해체됐고, 당장 눈앞에 닥친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검 대신 마우스를 잡고 컴퓨터 앞에 앉아 웹디자이너로 새 인생을 살았다.
그러다 지난해 1월 대원지오텍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장애인 펜싱 실업팀 '온에이블'을 창단했고, 김선미는 2년의 공백을 끝내고 다시 검을 잡을 수 있었다.

원지오텍 장애인펜싱팀 ‘온에이블’ 창단식에 참석한 김선미(사진-대원지오텍)원지오텍 장애인펜싱팀 ‘온에이블’ 창단식에 참석한 김선미(사진-대원지오텍)

김선미는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

국가대표에 복귀한 김선미는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2016년 리우 패럴림픽을 건너뛴 탓에 4년 만에 치르게 되는 국제대회 복귀 무대이다. 김선미는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과 은메달을 따봤지만, 아직 금메달이 없다. 김선미가 금메달을 따면 그 자체로 한국 여자 휠체어 펜싱 역사상 처음이 되는 기록적인 일이고, 휠체어 펜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펜싱선수단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펜싱선수단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김선미 "금메달 따서 여성 장애인에게 희망 주고 싶다"

금메달과 기록보다 더 중요한 목표도 있다. 자신의 검으로 금메달을 따내면, 지금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을 수많은 여성 장애인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선미의 검 끝이 금메달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이유이자, 그가 매 경기 온몸이 부서진다는 각오로 나설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는 이유이다.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김선미가 출전하는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은 내일(6일)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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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휠체어 검객 김선미, ‘다시 금메달을 겨누다’
    • 입력 2018-10-05 18:57:30
    • 수정2018-10-05 19:00:52
    취재K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선수로 장애인 펜싱에서 유일한 여자 선수다. 스테인리스 강철 소재로 만들어진 마스크 너머 번뜩이는 눈빛이 강렬하다. 피하고 찌르는 동작은 갈수록 더 노련해졌다. 그는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선수로 장애인 펜싱에서 유일한 여자 선수다.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은메달을 따냈고,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2년 6월 경기도 이천에 있는 장애인국가대표 종합 훈련원 펜싱장이었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국내 대회에서는 적수가 없는 미녀 검객 국내 대회에서는 거의 적수가 없을 정도다. 2016년 전국장애인체전에 이어, 지난해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도 4관왕에 올라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그녀의 이름은 김선미(29살), 이제는 그의 본명보다 별명인 '미녀 검객'이 더 유명하다. 2017 전국장애인체전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김선미(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중학교 3학년 때, 오토바이 사고로 장애인 돼 마스크를 벗으면 밝은 얼굴이지만, 그도 한때 세상과 담을 쌓고 은둔했던 적이 있었다. 2004년 중학교 3학년 때, 친구의 오토바이 뒷자리에 탔다가 마주 오는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큰 사고를 당했다. 정신을 잃었다가 병원에서 깨어난 뒤, 왼쪽 무릎 위까지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고, 어린 나이에 장애인이 됐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김선미는 그때를 "몸과 마음이 함께 아팠던 시기"라고 돌이켰다. 18살 때 휠체어 펜싱에 처음으로 입문 어두운 터널 같던 2년을 훌쩍 지나, 김선미는 18살 때 휠체어 펜싱을 접할 기회가 생겼다. 장애인 펜싱 선수였던 선배의 도움으로 처음 검을 잡았다. 갑작스레 장애인이 된 것도 힘든데 처음 접하는 낯선 운동을 한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장애인 펜싱에 여자 선수가 없어 항상 남자 선수를 상대로 훈련하는 것도 고된 일이었다. 펜싱 검을 잡고 마음이 편해지는 데까지 1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2014년 인천 대회 뒤 실업팀 해체로 펜싱 중단 김선미는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뒤, 펜싱 검을 내려놓아야 했다. 대회 직후 실업팀이 해체됐고, 당장 눈앞에 닥친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검 대신 마우스를 잡고 컴퓨터 앞에 앉아 웹디자이너로 새 인생을 살았다. 그러다 지난해 1월 대원지오텍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장애인 펜싱 실업팀 '온에이블'을 창단했고, 김선미는 2년의 공백을 끝내고 다시 검을 잡을 수 있었다. 원지오텍 장애인펜싱팀 ‘온에이블’ 창단식에 참석한 김선미(사진-대원지오텍) 김선미는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 국가대표에 복귀한 김선미는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2016년 리우 패럴림픽을 건너뛴 탓에 4년 만에 치르게 되는 국제대회 복귀 무대이다. 김선미는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과 은메달을 따봤지만, 아직 금메달이 없다. 김선미가 금메달을 따면 그 자체로 한국 여자 휠체어 펜싱 역사상 처음이 되는 기록적인 일이고, 휠체어 펜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펜싱선수단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김선미 "금메달 따서 여성 장애인에게 희망 주고 싶다" 금메달과 기록보다 더 중요한 목표도 있다. 자신의 검으로 금메달을 따내면, 지금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을 수많은 여성 장애인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선미의 검 끝이 금메달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이유이자, 그가 매 경기 온몸이 부서진다는 각오로 나설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는 이유이다.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김선미가 출전하는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은 내일(6일)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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