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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日 배회하는 군국주의 망령, ‘교육칙어’
입력 2018.10.08 (09:51) 수정 2018.10.08 (09:51) 특파원 리포트
20세기 일본 ‘군국주의 망령’이 21세기를 떠돌고 있다. 교육칙어. 2차 대전 때 일본이 전시총동원 체제로 국민을 몰아넣을 때 사상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한 교육 방침이다. 일왕으로 상징되는 국가를 위해 개인의 맹목적인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세뇌하는 역할을 했다. 집권당 내 인사를 포함한 극우세력은 패전 직후 폐지된 교육칙어의 부활을 여전히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문부상 ‘시바야마’, ‘교육칙어’ 옹호하다

이달(10월) 초 출범한 아베 4차 ‘개조내각’에 입각한 ‘시바야마 마사히코’ 신임 문부과학상이 취임 일성으로 교육칙어를 옹호해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2일 첫 국무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교육칙어에 대한 견해를 질문 받자, “현대적으로 해석하거나 조정하거나 하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분야는 충분히 있다.”고 답했다. 또 “보편성을 갖고 있는 부분이 파악될 수 있지 않은가. 동포를 소중히 하거나, 국제적 협조를 중시하든가 하는 기본적 내용을 현대적으로 고쳐 가르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들었다. 고려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장관은 모호한 발언으로 논란을 더욱 키웠다. 개각에서 유임된 스가 장관은 당일 오후 회견을 통해 “시바야마 문부상의 발언 진의와 의도까지 알고 있지 않다. 코멘트를 자제하겠다”면서 당사자에게 진의나 의도를 확인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칙어 내용은 일본 헌법과 교육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법제적 효력은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교육칙어를 교육현장에 활용할 생각은 없다. 일반론으로 교육내용은 교육기본법 취지에 입각해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학교 현장 판단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시바야마 장관도 그런 발언을 한 것 아니겠나”라고 부연했다.

‘아베’ 측근, 교육칙어 옹호론 선봉에?

야당 측은 당연히 일제히 반발했다.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국회대책위원장은 “인식차이가 심하다. 예전이라면 그 한마디로 즉시 해고다. 언어도단이다. 아베 총리도 같은 생각인가?”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국민민주당 다마키 대표는 “전체적으로 교육칙어는 여러 가지 역사적 ‘부정적 유산’으로 인식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부상의 발언은 조금 경솔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산당의 시이 위원장은 “매우 심각한 발언이다. 임시 국회에서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사민당의 마타이치 대표는 “국회에서 배척한 것을 ‘조정해서 사용하면 된다.’고 말한 것은 말도 안 된다. 시대착오도 심하다”며 문부상의 파면을 요구했다. 또 아베 총리의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임시 국회에서 추궁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시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야당의 반발이 강해지자, 시바야마 문부상이 한발 물러났다. 5일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칙어를 부활시키려는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교육칙어 자체를 떠나서 친구를 소중히 여긴다는 생각은 현재의 교육에도 통용되는 내용도 있다는 의미에서 보편성을 갖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위반되는 내용의 교육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의 비리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해 온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문부상의 식견이 의심스럽다’며 비판했다. 또 ‘가족애 등 보편적 덕목은 교육칙어가 아니더라도 학습지도요령에 이미 포함돼 있다'면서,‘(과거)일본은 일왕과 국가에 무비판적으로 따르도록 강요해 국민을 전쟁으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특히 ‘아베 정권 들어 지금까지 수상과 가까운 정치인들이 계속 교육칙어를 옹호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2014년 시모무라 당시 문부과학상은 “교육칙어를 교재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주장했고, 2017년 이나다 당시 방위상은 “교육칙어 자체가 잘못된 것이란 주장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변했다. 이번에 물의를 빚은 시바야마 문부상은 자민당 총재특보와 총리보좌관을 지냈다. 공교롭게도, 아사히의 지적대로, 아베 측 인사들이 교육칙어 옹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을 전쟁터로 내몬 ‘교육칙어’

‘교육에 관한 칙어(약칭,교육칙어)’는 메이지 시대(1867~1912) 중반인 1890년에 만들어졌다. 칙어는 왕의 포고문을 이른다. 교육칙어는 ‘신민(臣民, 군주제 아래의 관원과 백성)에 대한 교육의 기본 원칙’을 명문화한 것으로, ‘일왕'이 ‘백성'에게 말을 거는 형식인데, 300여 글자의 난해한 문어체로 돼 있어서, 구어체 해석도 여러 갈래가 있다. 공통적인 해석은, 효도, 우애 등 상식적인 도덕률을 강조하면서 일왕에 대한 헌신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국가에 위기가 닥치면 온 힘을 다해 영원한 왕실을 받들어야한다’는 내용이다. 1940년 문부성의 교육칙어 해석에 따르면, ‘위급하게 중대한 일이 일어나면 대의에 입각해 용기를 내어 몸을 바쳐 왕실 국가를 위해 진력하라‘는 것이다.

논란을 의식해서일까? 메이지신궁 공식 사이트의 교육칙어 소개 항목에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성을 다해 국가의 평화와 안전에 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해석이 실려 있다.

교육칙어는 도덕교과서 앞부분에 실려 교육됐고, 2차 대전 이전과 전쟁 중에 학교에서 낭독되고 교육됐다. 사실상 사상통제의 도구로 쓰였다. 이렇게 교육받은 세대는 ‘일왕을 위해 기꺼이 죽겠다’는 ‘집단적 광기’의 제물이 됐다. 일제 패망 이듬해인 1946년 연합군 최고사령부가 이를 폐지했고, 1948년 일본 국회 양원이 교육칙어의 배제와 실효의 확인을 결의했다. 당시 중의원은 교육칙어에 대해 ‘주권은 군주에 있다는 사상과 신화적 세계관에 기초해,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국제적 신의에 의문점을 남긴다.’면서 만장일치로 배제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군국주의 교육의 부활을 꿈꾸는 극우세력


일본에서도 상식을 지닌 정치인과 언론은 교육칙어의 위험성을 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국주의 일본의 부활을 꿈꾸는 극우세력은 끊임없이 교육칙어의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아베 총리 지지자로 알려진 극우성향 사학재단에서는 정부의 암묵적인 방조 속에 어린이들에게 교육칙어를 암송시켜 교육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2017년) 3월 일본 정부는 각의를 통해 “헌법과 교육기본법 등에 위배되지 않는 방식으로 수업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것까지 부정되지 않는다(막을 수 없다)”고 의결했다. 야당과 전문가 등으로부터 ‘전쟁 회귀이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난이 잇따랐다. 일본 정부는 한 달 뒤 각의에서, ‘교육칙어를 일선 학교에서 교육하도록 촉구하지는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단지 ‘권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교육학회가 교육칙어 교육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는 교육칙어에 대해 “몸을 바쳐 일왕과 국가에 전력을 다하도록 가르치는 만큼 도덕적 가치로서 이를 가르치는 것은 중대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또, 학교에서 이를 가르치려면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거나 비판적으로 거론하는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국주의 파시즘의 자양분, 교육칙어


파시즘. 극단적 전체주의 정치이념 및 지배체제를 통칭한다. 개인의 자유를 배척하고 지배자에 대한 절대 복종을 요구한다. 민족을 내세워 침략전쟁도 당연하게 여긴다. 반공을 빌미로 반대세력과 언론자유를 억압하며 영구 종신 집권을 획책하는 속성이 있다.

파시즘은 일상을 지배하는 폭압적 무력뿐만 아니라 정신을 지배하는 교육 및 선전·선동을 핵심적 통치수단으로 이용한다. 지배자가 원하는 이념을 내면화시키도록 끊임없이 국민의 정신을 괴롭힌다. ‘∼헌장’, ‘∼이념’, ‘∼칙어’ 등의 그럴듯한 어휘와 취지를 내세우지만, 최후의 목표는 결국 지배자가 원하는 이념의 내면화, 즉 세뇌일 뿐이다. 한 번 내면화된 이념은 국가 및 사회의 집단적 무의식으로 계승되고 개개인에게 신념으로 굳어지기 쉽다. 물리적 폭력만큼이나, 때로는 그 이상으로 위험한 이유이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국민이 ‘집단 최면’에 걸린 듯 ‘기꺼이’ 침략전쟁으로 달려나간 배경에는 군국주의 파시즘을 정당화한 사상 통제의 힘이 컸다. 그 원동력 중 하나가 ‘교육칙어’이다. 교육칙어에는 이처럼 위험한 세뇌의 역학이 숨어 있다. 자국 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극우세력이 끊임없이 교육칙어의 담론화를 시도하는 행태가 불안하고 불편한 이유이다. 
  • [특파원리포트] 日 배회하는 군국주의 망령, ‘교육칙어’
    • 입력 2018-10-08 09:51:34
    • 수정2018-10-08 09:51:47
    특파원 리포트
20세기 일본 ‘군국주의 망령’이 21세기를 떠돌고 있다. 교육칙어. 2차 대전 때 일본이 전시총동원 체제로 국민을 몰아넣을 때 사상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한 교육 방침이다. 일왕으로 상징되는 국가를 위해 개인의 맹목적인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세뇌하는 역할을 했다. 집권당 내 인사를 포함한 극우세력은 패전 직후 폐지된 교육칙어의 부활을 여전히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문부상 ‘시바야마’, ‘교육칙어’ 옹호하다

이달(10월) 초 출범한 아베 4차 ‘개조내각’에 입각한 ‘시바야마 마사히코’ 신임 문부과학상이 취임 일성으로 교육칙어를 옹호해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2일 첫 국무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교육칙어에 대한 견해를 질문 받자, “현대적으로 해석하거나 조정하거나 하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분야는 충분히 있다.”고 답했다. 또 “보편성을 갖고 있는 부분이 파악될 수 있지 않은가. 동포를 소중히 하거나, 국제적 협조를 중시하든가 하는 기본적 내용을 현대적으로 고쳐 가르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들었다. 고려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장관은 모호한 발언으로 논란을 더욱 키웠다. 개각에서 유임된 스가 장관은 당일 오후 회견을 통해 “시바야마 문부상의 발언 진의와 의도까지 알고 있지 않다. 코멘트를 자제하겠다”면서 당사자에게 진의나 의도를 확인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칙어 내용은 일본 헌법과 교육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법제적 효력은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교육칙어를 교육현장에 활용할 생각은 없다. 일반론으로 교육내용은 교육기본법 취지에 입각해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학교 현장 판단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시바야마 장관도 그런 발언을 한 것 아니겠나”라고 부연했다.

‘아베’ 측근, 교육칙어 옹호론 선봉에?

야당 측은 당연히 일제히 반발했다.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국회대책위원장은 “인식차이가 심하다. 예전이라면 그 한마디로 즉시 해고다. 언어도단이다. 아베 총리도 같은 생각인가?”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국민민주당 다마키 대표는 “전체적으로 교육칙어는 여러 가지 역사적 ‘부정적 유산’으로 인식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부상의 발언은 조금 경솔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산당의 시이 위원장은 “매우 심각한 발언이다. 임시 국회에서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사민당의 마타이치 대표는 “국회에서 배척한 것을 ‘조정해서 사용하면 된다.’고 말한 것은 말도 안 된다. 시대착오도 심하다”며 문부상의 파면을 요구했다. 또 아베 총리의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임시 국회에서 추궁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시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야당의 반발이 강해지자, 시바야마 문부상이 한발 물러났다. 5일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칙어를 부활시키려는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교육칙어 자체를 떠나서 친구를 소중히 여긴다는 생각은 현재의 교육에도 통용되는 내용도 있다는 의미에서 보편성을 갖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위반되는 내용의 교육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의 비리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해 온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문부상의 식견이 의심스럽다’며 비판했다. 또 ‘가족애 등 보편적 덕목은 교육칙어가 아니더라도 학습지도요령에 이미 포함돼 있다'면서,‘(과거)일본은 일왕과 국가에 무비판적으로 따르도록 강요해 국민을 전쟁으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특히 ‘아베 정권 들어 지금까지 수상과 가까운 정치인들이 계속 교육칙어를 옹호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2014년 시모무라 당시 문부과학상은 “교육칙어를 교재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주장했고, 2017년 이나다 당시 방위상은 “교육칙어 자체가 잘못된 것이란 주장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변했다. 이번에 물의를 빚은 시바야마 문부상은 자민당 총재특보와 총리보좌관을 지냈다. 공교롭게도, 아사히의 지적대로, 아베 측 인사들이 교육칙어 옹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을 전쟁터로 내몬 ‘교육칙어’

‘교육에 관한 칙어(약칭,교육칙어)’는 메이지 시대(1867~1912) 중반인 1890년에 만들어졌다. 칙어는 왕의 포고문을 이른다. 교육칙어는 ‘신민(臣民, 군주제 아래의 관원과 백성)에 대한 교육의 기본 원칙’을 명문화한 것으로, ‘일왕'이 ‘백성'에게 말을 거는 형식인데, 300여 글자의 난해한 문어체로 돼 있어서, 구어체 해석도 여러 갈래가 있다. 공통적인 해석은, 효도, 우애 등 상식적인 도덕률을 강조하면서 일왕에 대한 헌신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국가에 위기가 닥치면 온 힘을 다해 영원한 왕실을 받들어야한다’는 내용이다. 1940년 문부성의 교육칙어 해석에 따르면, ‘위급하게 중대한 일이 일어나면 대의에 입각해 용기를 내어 몸을 바쳐 왕실 국가를 위해 진력하라‘는 것이다.

논란을 의식해서일까? 메이지신궁 공식 사이트의 교육칙어 소개 항목에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성을 다해 국가의 평화와 안전에 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해석이 실려 있다.

교육칙어는 도덕교과서 앞부분에 실려 교육됐고, 2차 대전 이전과 전쟁 중에 학교에서 낭독되고 교육됐다. 사실상 사상통제의 도구로 쓰였다. 이렇게 교육받은 세대는 ‘일왕을 위해 기꺼이 죽겠다’는 ‘집단적 광기’의 제물이 됐다. 일제 패망 이듬해인 1946년 연합군 최고사령부가 이를 폐지했고, 1948년 일본 국회 양원이 교육칙어의 배제와 실효의 확인을 결의했다. 당시 중의원은 교육칙어에 대해 ‘주권은 군주에 있다는 사상과 신화적 세계관에 기초해,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국제적 신의에 의문점을 남긴다.’면서 만장일치로 배제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군국주의 교육의 부활을 꿈꾸는 극우세력


일본에서도 상식을 지닌 정치인과 언론은 교육칙어의 위험성을 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국주의 일본의 부활을 꿈꾸는 극우세력은 끊임없이 교육칙어의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아베 총리 지지자로 알려진 극우성향 사학재단에서는 정부의 암묵적인 방조 속에 어린이들에게 교육칙어를 암송시켜 교육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2017년) 3월 일본 정부는 각의를 통해 “헌법과 교육기본법 등에 위배되지 않는 방식으로 수업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것까지 부정되지 않는다(막을 수 없다)”고 의결했다. 야당과 전문가 등으로부터 ‘전쟁 회귀이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난이 잇따랐다. 일본 정부는 한 달 뒤 각의에서, ‘교육칙어를 일선 학교에서 교육하도록 촉구하지는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단지 ‘권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교육학회가 교육칙어 교육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는 교육칙어에 대해 “몸을 바쳐 일왕과 국가에 전력을 다하도록 가르치는 만큼 도덕적 가치로서 이를 가르치는 것은 중대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또, 학교에서 이를 가르치려면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거나 비판적으로 거론하는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국주의 파시즘의 자양분, 교육칙어


파시즘. 극단적 전체주의 정치이념 및 지배체제를 통칭한다. 개인의 자유를 배척하고 지배자에 대한 절대 복종을 요구한다. 민족을 내세워 침략전쟁도 당연하게 여긴다. 반공을 빌미로 반대세력과 언론자유를 억압하며 영구 종신 집권을 획책하는 속성이 있다.

파시즘은 일상을 지배하는 폭압적 무력뿐만 아니라 정신을 지배하는 교육 및 선전·선동을 핵심적 통치수단으로 이용한다. 지배자가 원하는 이념을 내면화시키도록 끊임없이 국민의 정신을 괴롭힌다. ‘∼헌장’, ‘∼이념’, ‘∼칙어’ 등의 그럴듯한 어휘와 취지를 내세우지만, 최후의 목표는 결국 지배자가 원하는 이념의 내면화, 즉 세뇌일 뿐이다. 한 번 내면화된 이념은 국가 및 사회의 집단적 무의식으로 계승되고 개개인에게 신념으로 굳어지기 쉽다. 물리적 폭력만큼이나, 때로는 그 이상으로 위험한 이유이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국민이 ‘집단 최면’에 걸린 듯 ‘기꺼이’ 침략전쟁으로 달려나간 배경에는 군국주의 파시즘을 정당화한 사상 통제의 힘이 컸다. 그 원동력 중 하나가 ‘교육칙어’이다. 교육칙어에는 이처럼 위험한 세뇌의 역학이 숨어 있다. 자국 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극우세력이 끊임없이 교육칙어의 담론화를 시도하는 행태가 불안하고 불편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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